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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인문학 : 철학_회복탄력성]책 보기#24

[철학_회복탄력성_6]

 

엄마의 공감능력 차이

아기 엄마들 중에는 아기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직관적 으로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 면 반대로 낮은 사람들이 있다. 아기의 감정과 마음 상태를 잘 읽어내는 엄마는 아기의 행위에 대해서 적절히 대응해 준다. , 아기가 배가 고파 울 때 젖을 주고 기저귀가 젖어 서 울 때는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엄마는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기 저귀를 갈아주고 만다. 참고로 이러한 능력은 엄마의 지능 이나 교육수준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똑똑한 여자라 고 해서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무식한 여 자라 해서 능력이 모자랄 것이라고 단정지어서도 안 된다. 이는 그저 공감능력의 개인차일 뿐이다.

런던대학의 엘리자베스 마인스Elizabeth Meins교수는 이러한 두 유형의 엄마에게서 자란 아이들을 비교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만 2세가 되었을 때 비교해보 니, 아기의 마음 상태를 잘 읽어내는 능력을 지닌 엄마를 둔 아이들의 언어능력과 놀이기술이 월등하게 뛰어났다.

한편,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흥미 있는 뇌영상 연구도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와 엄마에 대해 생각 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부위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이다.

 

고트만 교수의 이혼방정식과 연속극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유교의 기 본 이념이다. 먼저 자기 수양을 한 후에 가정에서 화목을 이 뤄야 한 나라를 다스리고 나아가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신은 곧 자기이해지능을 높여야 된다는 말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감정통제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을 잘 키워 스스로에 대한 통제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곧 내 자신 을 갈고 닦는 '수신'에 해당한다. 가정을 화목하게 잘 꾸려나가는 '제가는 자신과 가장 가 까운 인간관계인 가족을 잘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가족의 기본은 부부관계다.

부부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온갖 혈연관계의 출발점이 되는 출산을 위한 관 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는 결혼을 다음 세대 의 재생산을 위한 관계 맺기로 여겼다. 수천 년 동안 결혼은 노동력의 재생산이라는 경제적 목적 혹은 투쟁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등에 봉사해왔다. 결혼이 남녀간의 연애 와 밀접하게 결부된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다. 부부관계가 연인관계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어 버린 현대 사회에서는제가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연애 의 기술과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연인관계가 현실에서도 가능 하며, 또 누구나 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결혼에 이르러야 한 다는 환상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사랑 이데올로 기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 시인들은 남녀의 사랑이 행복의 원천이라 노래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은 지독한 불행감을 안겨다 준다. 온갖 증오와 분노, 심지어 범죄까지도 애정 문 제에서 비롯된다. 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의 가장 큰 원인 이 바로 애정 문제라고 한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책을 펴고 제목을 살펴보라. 온통 이별, 슬픔, 아픔, 미움, 외로움, 배신 의 단어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사랑 때문에 행복하거나 즐겁다는 가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쯤되 면 행복의 최대 적은 사랑 문제라 할만 하다.

 

자아확장력 향상의 핵심

인도의 인사말나마스떼지금 여기의 당신을 존중하 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나마스떼는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 리트어 'Namah' 'Aste'가 합쳐진 말인데, 'Namah' '경 배드린다' 혹은 '존중한다'는 뜻이고, 'Aste' '당신에게' 혹 은당신을이란 뜻이다. 당신 안의 신께 경배를(당신 안 의 신에게 문안드립니다)'이란 뜻이다. 자아확장력이 뛰어 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나마스떼'를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옛 성현들은 모두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간관 계 교육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인간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의 가 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 라'라는 가르침은 회복탄력성의 첫 번째 요소로 강조하고 있는 자기조절능력을 높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며, 부처의 '자비'나 예수의 '이웃 사랑'의 가르침은 대인관계능력을 향 상시켜 보다 원숙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라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공자의 인仁은 인간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상 태를 일컫는 말이다. 어질다는 것은 항상 인간관계를 전제 로 한 말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어질 수조차 없다. 이러한 가르침의 공통점은 모두 자아확장력에 기반한 인간관계를 인간성의 핵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에 사이 간(= inter, between)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에는 인간관계가 이미 전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인간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인 간관계를 맺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 하나하나가 성공적이라면 내 삶 자체가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 내 삶 자체가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일에서 성공해도 가족 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면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없다. 공자의 가르침의 핵심인 인이나 덕이 바 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한 총론이라면 충(忠임금과 신하의 인간관계), (: 부모와 자식의 인간관계), (: 친구 사 이의 인간관계) 등은 모두 각각의 인간관계에 대한 각론이다. 예수님은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라 고 했다. 복잡하게 여러 계명을 준 것도 아니고, 다양한 가 르침을 내린 것도 아니다. 그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강조 해서 가르침을 내렸는데 그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라'. 그 게 가르침의 전부다. 이처럼 성현들의 가르침의 핵심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강조가 한결같이 들어 있다.

 

논어의 교훈

우리의 삶은 인간관계의 총합으로 이루어지고, 인간관 계는 소통으로 형성된다. 관계가 있고 나서 소통이 있는 것 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된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과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기조절능 력과 대인관계능력은 긍정적 정서를 필요로 한다. 이에 대 해서는 공자의 가르침인 논어의 첫 부분을 중심으로 자세 히 살펴보자.

수천 년 동안 동양 유교사상의 핵심적 텍스트 역할을 해 온 논어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子日, 學而時習之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이 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논어에는 공자의 말씀이 직접 인용된 부분과 제자나 다 른 사람들의 말이 인용된 부분이 있는데, 공자의 말씀을 직 접 인용한 부분은 '자왈'로 시작한다. 이렇게 공자가 직접 제자들에게 말한 내용으로 논어는 시작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는 그 어떤 것을 배우고 적절한 시 기에 익혀 활용하는 것은 엄청난 희열을 가져다준다는 뜻 이다. 여기서 그 어떤 것()은 배울 학學과 익힐 습에 모 두 걸리는 목적어다. , ‘배우고 나서 배운 그것을 익힌 다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어떤 것을 배우고 때로 익힌다'라 는 것이다.

여기서 배움과 익힘이라는 동사에 목적어가 되 는 대명사인 그 어떤 것이란 바로 이 책, 즉 논어 혹은 공자 의 가르침 자체다. 맨 앞부분에서, 논어에 담긴 공자의 가르 침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대단히 즐거운 일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이란 곧 인간관계에 대한 가 르침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관계에 대해 잘 배우고 그것을 적절히 익히고 실천하면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단어는 바로 ''이다. 지극히 기쁘고 행복하다는 희열의 뜻이다. 공부의 목적과 결과는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권력을 휘두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 라 희열을 느낄 정도의 행복함을 의미한다. 공자는 첫 문장부터 학문의 목적이 행복임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문장은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가 있으니 또한 즐 겁다는 뜻이다. 즉 인간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즐겁게 배우 고 익히면 먼 곳으로부터 친구가 찾아오는 대단히 즐거운 일도 생긴다는 것이다.

혹은 멀리서 친구가 찾아올 정도로 평소 인간관계를 잘 맺고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멀 리서 찾아오는 친구'는 반드시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친 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념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혹은 정치적 사회적 입지에 있어서 먼 곳에 있는 친구도 의미한다.

즉 논어를 잘 배우고 실천하면, 그 결과 정치적으로 반 대편에 서 있던 친구나 적대적인 나라에 있던 친구도 나를 찾아오는 일이 생기니 즐겁다는 뜻이다. 학이편의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은 이처럼 밀접하게 연 관되어 있다. 즉 첫 문장의 결과가 곧 두 번째 문장이 된다. 그리고 친구가 찾아오면 권력을 잡게 되거나 부를 얻게 되 리라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 이것이 요즘 쏟아져 나오 는 처세술과 논어의 근본적인 차이다.

다만 즐겁다()고 얘 기할 뿐이다. 공자는 이처럼 논어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장 에서 희열과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장은 이렇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 호'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내거 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지 않아야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 다. 즉 친구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도 잘 지내는 것이 군 자다. 세 번째 문장 역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논어의 첫머리에서 공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쁨(), 즐거움(), 화내지 않음(不溫) 같은 긍정적 정서 다. 기쁨과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학문의 진정한 목 적임을 처음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은 심각함이나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이어야 한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군자의 진정한 모습이며 타인과 의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진정한 군자다.

군자는 곧 리더의 이상형이다. 공자는 이미 수천 년 전에 리더십의 본질이 행복과 긍정적 감정에 기반한 인간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제 자들에게 내리는 공자의 표정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아마 도 환한 뒤센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을까?

 

친구관계의 중요성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는 얘기가 있다. 공자도 친구관계를 논어에서 여러 차례 강조 한다. 자아확장력은 그 사람의 친구관계를 보면 파악할 수 있다. 친구관계는 완전히 자발적인 관계다. 친구관계는 다 른 인간관계와는 달리 생물학적으로나 법적으로 혹은 특정 한 조직에 의해 구속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려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음치도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행복의 기본 수준도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긍정적 뇌로 변화시켜라

대한민국은 행복한가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니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두 가 지다. 하나는 자기조절능력이며 다른 하나는 대인관계능력이다.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자기조 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길러주는 것은 바로 긍정적 정서다. 긍정적 정서를 키운다는 것은 곧 스스로 행복해짐으로써 자기통제력을 높 인다는 뜻이고,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나눠줌으로써 대인 관계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행복은 능력이다. 행복은 긍정적 정서를 통해 자신을 자 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며, 또한 타 인에게 행복을 나눠줌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와 성공적인 삶을 일구어내는 능력이다. 스스로 행복하고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긍정적 정서의 소유자가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긍정적 정서를 지닌다는 것은 뇌를 긍정 적인 뇌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물이 반쯤 찬 컵이 있을 때, 부정적인 사람은 '물이 반밖 에 없네'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앞으로는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해서 곧 긍정적인 사람이 되지 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근육질의 매력적인 몸 매를 보고서 나도 앞으로 저렇게 복근도 키우고 멋진 몸매 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몸짱이 되려면 몸의 지방을 빼고 근육을 키워야 한다. 마 찬가지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 되려면 뇌의 부정적 이고 비관적인 정보처리 루트를 약화시키고 긍정적인 루트 가 강화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 자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도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긍 정성을 단련해야 한다. 학자들은 긍정성의 자기통제능력은 일종의 근육과도 같 아서 사람마다 제한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주어진 시간 내 에 견뎌낼 수 있는 부하량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자기통제력이라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부 하가 걸리도록 '훈련'을 하되, 지나치게 무리해서 정신적 근 육피로나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처 리되는 부분은 서로 다르다.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도 다 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사건이나 사 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뇌를 전 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 정서 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습관이 된 사람이다. 인간의 뇌는 가 소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반복적 인 훈련을 하면 변하게 마련이다. 긍정적 정서가 습관화된 사람은 행복의 기본수준도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긍정적 정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낮다. 때문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나 왔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회복탄력성 수준 역시 매우 낮 다. 더욱 문제인 것은 긍정적 정서의 수준이 급속도로 악화 되는 추세다. 한나라의 자살 통계는 그 나라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행 복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수년 전부터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뉴스 지면을 장식했다. 왜 이렇게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일까? 하지만 이는 연예인들만의 특별한 문제 가 아니다.

연예인이기에 자살 소식이 뉴스를 통해 널리 알 려진 것일 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살과 우울증은 놀라 울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적 자 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에선 허둥지둥 자살방지대 책을 내놓느라 부산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자살하는 이들 은 대부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0 년대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와 자살률의 증 가 추세는 더 가팔라졌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31명으로 교통사고(15.5)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의 1.5배이며, 그리스의 10배 이고, 전체 OECD 국가들 평균(11.4)에 비교해도 3배에 육박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자살 률은 10만 명당 10명 미만의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0년 동안 무려 3배나 급증하면서 세계 최고의 자살 국가로 등극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자살률의 증가 추세 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한국인 의 정신건강이 2000년대 이후 크게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인 근력이 역경과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고무공처럼 튀어오르는 회복탄력성 을 지니기는커녕 마치 유리공처럼 산산히 부서질 정도로 나약해지고 병들어 있다는 얘기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대단히 우려할 만한 통계다. 우리나라 20대 젊은이의 사망 원인 1위는 질병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고 자살이다. 이처럼 젊은이들의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청소년의 자살률 급증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잘못된 교육제도와 가치관 주입이 아이들을 사지 死地로 몰아넣고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 의해서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을 우울증으로 본다. 우 울증은 'depression'의 번역어인데, 이는 상당히 오해를 불 러일으킬 만한 잘못된 번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감 정이나 울적한 기분을 우울증의 핵심 증상으로 착각한다. 차라리 무기력증이라 번역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행복의 기본 수준은 향상될 수 있는가?

행복 증진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역시 자기계발서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천만 권이 팔려나간 리 처드 칼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어찌되었든 당신은 행 복해질 수 있다 - 인생을 제대로 살게 하는 다섯 가지 원칙 You can be happy no matter what: Five principles for keeping life in perspective.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는 사 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2》라는 제목으로 출간됨》이라는 책 을 예로 들어보자. 심리학자인 류보미르스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3, 리처드 칼슨 식의 자기계발서 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제시된 방 법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어떤 원칙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더 잘 적용되는가? 이러한 원칙들의 효 과는 플라시보 효과보다 얼마만큼 나은가? 그리고 리처드 칼슨 식의 처방이 실제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해도, 그 효과는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류보미르스키 교수 팀의 비판의 요점은 리처드 칼슨 식의 수많은 ‘~ 하라' 식의 자기계발서는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는 '처방들을 그저 나 열해놓기만 했을 뿐, 실제로 그러한 처방이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려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 을 사용해야 한다.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근거도 없이 잠언 을 늘어 놓은 자기계발서는 잠시 내려놓고, 수많은 심리학 자들과 과학자들이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놓은 검증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2000년대 들어서 면서부터 긍정심리학을 중심으로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행복의 기본 수준은 일차적으로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서 결정된다.

태어나면서부터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람 이 있는가 하면, 날 때부터 부정적이고 어두운 성격의 소유 자도 있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종단연구들은 행 복 수준의 50% 정도만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 냈다.4 그리고 행복의 기본 수준은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음치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행복의 기본 수준도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뇌는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뇌 과학자들은 뇌의 변화 가능성을 가소성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가 마치 말랑말랑한 찰흙이나 플라스틱처럼 얼마 든지 변형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뇌는 딱딱한 컴퓨터 같은 기계가 아니다. 뇌의 특정 부위가 담당하는 부위는 대 체적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 화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과의 박해정 교수는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맹인의 시각피질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도록 재조직되었음을 발견하였다.5 원래 보 는 것을 담당했던 뇌의 일부가 시각정보 처리의 일이 없어 지자 청각정보를 처리하게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뇌의 가소성에 대해서는 노먼 도이지의 《스스로를 변화 시키는 뇌The Brain that Changes Itself: 우리나라에서는 《기적을 부르는 뇌》로 출간됨》라는 책에 많은 사례가 자세 히 언급되어 있다.

자신의 한계 밖으로, 일상 너머로 뻗어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닌다. 낙관성은 새로운 것 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며, 익숙한 현실과 반복 적인 일상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스스로 를 확대시켜 나가려는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낙관성이 부족하고 비관적인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의 부정적 시선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 모두가 나만을 바라보고 나를 흉보고 비웃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비관성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지닌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 한 비관성을 갖고 있다.

짜증이 많고, 화를 잘내고, 자신감 이 없고, 지나친 우월감과 열등감을 순식간에 오가는 사람 들의 특징은 타인의 시선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공 통점을 갖고 있다. 긍정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 라보고 있다고 느끼면 오히려 더 힘이 나고 신나고 더 큰 능 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 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긴장되고 짜증 나고 두려워지고 비관적인 마음에 휩싸여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들은 1만 원권 지폐 이야기를 생각해야 한다. 지폐의 가치는 밟아도, 구겨져도, 심지어 찢어져도 그대로다. 변하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이 무어라 해도 나는 그저 나일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타인이 나를 비난하고 흉본다고 해서 나의 가치나 존재 자 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주관이 뚜렷 한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유로운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논어 맨 앞부분에 나오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 亦君의 정신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를 어디에 두느냐 의 문제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통제 소재란 자신 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나 자신이 하는 행동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주로 찾느냐 아니면 외부에서 주로 찾느냐에 관 한 사고방식을 말한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통제 소재를 외부에서 찾 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사건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 런 사람들은 흔히네가 - 혹은 그것이, 혹은 그 사람이날 화내게 했어. 난 어쩔 수 없어라는 식의 수동적인 스토리텔 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항상 질질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태도로 삶을 살게 된다. 반면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은 높은 수준의 자율 성과 자기효능감을 지니기 마련이며 따라서 통재 소재를 흔히 자기 안에서 찾는다. 내가 노력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 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 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견하라

왜 강점에 집중해야 하는가

앞에서 언급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방 송아카데미 수강생 46명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 지수 검사 를 실시했다. 연령대는 모두 20대 중후반이었다. 그 중 가 장 높게 나온 두 사람과 가장 낮게 나온 두 사람을 상대로 뇌파 실험을 했고 그 결과는 2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나 는 뇌파 실험 후에 이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회복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두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는데, 상당히 심한 비관주의를 지니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흉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강하게 사 로잡혀 있었다. 이들은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약점을 바 라보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에게 긍정적 정서를 심 어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 라보는 시선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고 낙관적이 되려면 무엇보다 도 먼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약 점에만 집중해서 그것을 보완하도록 교육받아왔다. 현대의 교육 시스템은 평균적인 민주 시민을 양성해내는 것을 목 표로 한다. 모든 방면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평범한 교양 을 지닌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지상 과제인 셈이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앞서 갈 것인가보다는 어느 면에서 든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도록 교육받 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한 점, 약 점만을 들여다보도록 세뇌되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어떤 과목을 못하는가에 집중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부족 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리하여 학교 교육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능력을 지닌 어린이를 틀 에 박힌 사고를 지니고, 무능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어른 들로 키워낸다. 더욱이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떤 강점을 키워야 한다는 교육을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자는 그저 큰 흠이 없이 성장하도록 강요받았다. 즉 특별한 약점이 없어야 하며 특별히 잘난 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이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 선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다. '너의부족한 점을 채워라'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그래서 비관주의 의 원천이 된다. 전체적인 회복탄력성의 평균 점수에 있어서는 남녀에 큰 차이가 없지만, 회복탄력성이 아주 낮은 집단과 아주 높 은 집단 모두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분포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 여자는 선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이 남 성보다 더 높다.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맺고 친밀한 관계 를 유지하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약점에 집중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자기 발 전도 없고 행복도 없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한다 해도 기껏 해야 평범한 사람이 되는 데 그친다. 각자의 잠재력은 끊임 없이 개발해야 현실에서 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는 우리의 장점을 외면하고 성장을 방해한다. 자신의 장점 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잘난 척'이라 하여 금기시되어왔 고, 심지어 '너 잘났다'라는 말은 비아냥이나 비난의 뜻으로 변질되어버렸다. 최근의 긍정심리학의 연구 성과는 약점에 집중하기보다 는 강점에 집중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돌이 켜보면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 해서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사람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노벨상 수장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문이나 문화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장점에 집중해서 그것을 더욱 더 키워나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회복탄력성을 읽고

김주환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