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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인문학 : 철학_회복탄력성]책 보기#23

[철학_회복탄력성_5]

 

회복탄력성의 두 번째 요소 대인관계능력

인간관계는 삶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자체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은 그만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 는 사람이다. 사람을 잘 사귀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대인관계능력 (소통능력 + 공감능력 + 자아확장력)

마음의 후원자가 필요할 때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뛰어난 사회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역경과 위기가 닥쳤을 때, 회복탄력성이높은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데 이를 그냥 '운이 좋아서'라고 볼 수만은 없다

 

대인관계능력은 하워드 가드너가 말하는 대인지능 interpersonal intelligence혹은 다니엘 골만이 말하는 사 교적 지능social intelligence과 관련된다. 그 핵심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재빨리 파악하고, 깊이 이해하 고, 공감함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 다. 이러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 아려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준다. 또한 대인지능이 높은 사람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 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따르게 마련이다. 리 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 게 얼마나 행복을 잘 나눠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심리학자 아론과 아론1의 자기확장이론self-expansion theory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는 자신과 상대방을 일치시키 는 마음을 강화시켜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 다. 다시 말해 긍정적 정서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인간관계는 삶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자 체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기에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사람은 그만큼 건강하고 강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높은 수 준의 대인관계 능력은 곧 회복탄력성의 탄탄한 기초가 된 록 위기에 강하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더 건강하고, 병원에 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입증하고 있다.

사람을 잘 사귀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적고, 면역체계도 튼튼하다

 

사람은 혼자서는 강할 수가 없다. 외로운 사람은 쉽게 나 약해진다.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훈훈한 정서 적 지원을 받는 사람일수록 내면이 강인하다. 어려움을 이 겨내고 역경을 극복하는 사람들 주변에는 한결같이 사랑과 신뢰를 보내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 역 경이 닥쳤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린다면,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힘들다. 역경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마음의 후원자가 있을 때, 그 사람은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에미 워너의 카우아이 섬 연구의 결론 역시 회복탄력성을 지닌 아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는 점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살아 가면서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고, 그러한 능력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누누히 강조하듯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꼭 배우고 키워야 할 능력 이며, 마틴 셀리그만이 그의 저서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에서 강조하듯이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도 행 복과 긍정적 정서를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처럼 사 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이 곧 대인관계능력의 핵심 이며, 이러한 능력을 키워야 사회적 연결성social connectedness을 내면화하게 되어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 니게 된다. 그렇다면 대인관계능력은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는가? 대인관계능력을 구성하는 요소인 소통능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자아확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는 대화 기술(소통능력)

소통은 기술이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내게 닥친 불행한 일을 극복 하게 해주는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는 모든 관계의 기본은 대화, 즉 소통에 의해 서 형성되고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능력이란 바로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맺고 오래도록 유지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때로 양날의 칼과 같다. 원만한 인간 관계는 행복의 근원이자 긍정적 감정의 원천이고 강한 회 복탄력성의 기반이 되지만, 갈등의 인간관계는 불행 그 자 체이며 부정적 감정의 원천이고 회복탄력성을 갉아먹어 한 인간을 파멸에 몰아넣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 불행한 인 간관계는 자살, 우울증,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통능력의 중요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사 회적 가치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온다. 명예, 권력, 돈 모두 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며 소통능력에 의해서 얻어진다. 혼 자 무인도에 있다면 주먹만한 다이아몬드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 깊은 산속에서 "심봤다하며 산삼을 캐더라도 시장 에 나와서 팔아야 돈이 된다. 물론 그 산삼을 제값 받고 팔 기 위해서는 산삼에 대해 신뢰감 있게 설명해서 살 사람을 설득해야만 한다. 소통능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업하는 사람이든 정치하는 사람이든 소통능력이 좋아 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 을 거둔 사람이나 명예와 권력을 얻는 사람들은 모두 타인을 설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기 경영, 인간관계 관리, 코칭과 멘토링, 리더십 향상 등에 관한 자기 계발서들의 핵심적 내용 역시 소통능력에 관한 것이다. 소 통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는 커다란 수요가 있 지만 아직 정규 교육에서는 가르치고 있지 않다. 지금 이 책 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소통능력 향상에 대해 체계적인 교 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소통은 일종의 기술art이다. 온갖 종류의 운동이나 미술 활동, 악기 다루기 등 모든 기술의 습득에는 일정한 규칙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과 연습이 필요하다. 소통능력 역시 조 금만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연습하면 금방 그 효과를 실감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의 기회가 적어 어렵게 느껴 질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규교육 과정에 소통능력 배양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다른 선진국과 우리나 라 교육 과정의 커다란 차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사람이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 인가? 소통능력이라고 하면 흔히 말을 청산유수로 번지르 르하게 잘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또는 농담과 재치로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 은 주로 언어지능에 관계된 것으로 소통능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본질적인 요소도 아니다.소통능력은 인간관계와 설득의 능력이다. 그러한 능력 이 뛰어난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또 좋은 평판을 얻는다.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간성 좋고, 왠지 같이 있고 싶고, 호감이 가고, 같이 일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비록 말은 어눌하게 해도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면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소통능력에는 감정이입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능력, 감정지능, 사교적 지능이 다 포함되기 때문이다. 말은 청산유수로 잘하지만, 왠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소 통능력이 오히려 낮은 사람이다.

 

소통의 두 가지 차원

소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소통의 두 가지 차원 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종류의 소통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데, 하나는 내용(메시지)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 는 관계 형성과 유지의 차원이다. 모든 소통에는 메시지 전 고적 말하기 report talk' '관계적 말하기 rapport talk' 의 기능이 있고 또 동시에 그 소통을 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다. 소통의 두 차원은 긴 연설이든, 한마디의 짧은 인사말이 든, 사무적인 회의에서 나온 공식적인 발언이든, 친구 사이 공유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중매체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서로 공유하는 것이 무척 많다.

뉴스, 영화, 드라마, 음악, 스포츠 등등. 원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communicare'. 이 말은 '공유한다' 또는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명사형은 'communis'고 함께 나눔 혹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여기서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인 공동체community 혹은 코뮨commune 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재산을 함께 나눈다 는 뜻의 공산주의communism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 각이라는 뜻의 상식 common sense도 모두 다 같은 어원 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는 빵과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나눠 먹는 성찬 식communion역시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의 원래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 게 전달하기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공 통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곧 소통이다. 공유된 경험은 내가 지금 경험하는 것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경험하리라 는 '공감'의 원천이다. 대표적인 예가 음식을 함께 나눠 먹 는 일이다. 즉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음식의 맛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느끼리라는 믿음이 소통의 원형이다.

 

대중매체가 등장하기 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소통불안 극복하기

소통은 곧 자기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는 자기제시self- presentation. 자기제시는 일정한 인상impression을 타 인에게 남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자기제시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인상을 타인에게 심 어줄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인상관리, 호감추구affinity- seeking, 순응획득compliance-gaining 등에 관한 이론과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이것은 모두 자기제시의 효과를 어떻 게 극대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소통능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소통불안communication apprehension이다. 누구든 남들 앞에 나서면 왠지 어색해지고, 부끄러워지고, 불안해지고, 긴장 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다보니 입이 얼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하려던 말 을 잊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불안감을 감추느라 과장된 몸짓을 하거나 어색한 행동을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 하려는 순간, 나의 평소 모습을 잃게 하는 긴장감이 넓은 의 미의 소통불안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스피치나 대화 혹은 회의, 토론 등 거의 모든 소통 상황에서 최대의 적이다. 그렇다면 소통불안은 어떻게 없앨 수 있는가? 원인이 무 엇인지 알아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소통불안이라는 개념은 실제로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해온 개념이다. 리어리 Leary와 코발스키 Kowalski의 리뷰3에 의 하면 무려 850여 편의 논문이 소통불안의 원인과 해소 방 안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임스 맥크로스키James C. McCroskey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서 단일 주제 로 가장 많은 연구 논문이 발표된 것이 바로 소통불안에 관 한 연구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소통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어리와 코발스키는 지금까지 발표 된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의 결과를 정리한 끝에 결국 소통불 안은 두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원인은 과다한 자기제시의 동기 self-presentation motivation이다. 즉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이 클수 록 소통불안은 증가한다. 꼭 합격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 시 험에서는 면접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불안감이 커 진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는 순간이나,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 서면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상대방에게 잘 보 이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인은 부족한 자기제시의 기대감self-presentation expectancies이다. 즉 내가 상대방에게 잘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을수록 소통불안은 증가한다. 꼭 합격하고 싶은 좋은 회사의 면접 시험에는 나 말고도 우 수한 지원자가 많을 테니 내가 잘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자 신감의 저하가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이나 멋진 이성 앞에서도 자신감이 낮아지면서 불안감은 증폭된다.

 

소통불안을 감소시키려면 이러한 원인을 없애거나 줄이 면 된다. 즉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이 높을수록, 그리고 잘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을수록 소통에 대한 불안감 은 커진다. 따라서 소통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잘 보이려 는 욕심을 낮추고, 잘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면 된 다. 중요한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불안감이 증가 된다면 우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자신의 모 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지녀야 한다.

과장해서 더 잘 보이려는 욕심이 커지는 순간, 소통불 안은 가중되고 오히려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 훨씬 더 못한 모습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히 잘 보이고 싶은 욕심도 없고 자신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소통 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타인의 시선 이란 시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능력을 과시하면 비록 그것이 사 실이라 할지라도, '뭔가 자신이 없으니까 저렇게 잘난 척하 려 드는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을 학자 들은자기과시의 역설'이라 부른다. 즉 자신의 유능함을 너 무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드러내면 아무리 그것이 사실이 라 할지라도 오히려 신뢰를 갉아먹고 유능함에 대한 의심 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사랑과 존중을 모두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만 한다.

 

나를 표현하는 두 가지 길

커뮤니케이션 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남에게 잘 보이려 는 다양한 인상관리 전략과 호감추구 전략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를 어느 정도 높이고 잘난 체하는 '자기높임 self- 거만한 잘난 척이 되어 존경도 사랑도 다 잃게 된다. 하지만 자기높임 없이는 우리의 유능함과 강점을 드러낼 길이 없 다. 자기낮춤은 겸손이나 겸양으로 나타나 다른 사람의 호 감을 얻기에는 유리하지만, 역시 지나치면 자신감이 없어 enhancement'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낮추고 겸손을 떠는 '자기낮춤self-effacement’이다

 

자기 높임형의 글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한 학기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되 어서 반갑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드리죠. 저는 제 전공 분 야에서 가장 연구 활동이 활발한 교수로 알려져 있지요. 저 는 그동안의 제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여러분에게 최고 수준의 강의를 해드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 이 과목과 비슷한 제목의 다른 강좌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고 여러 교 수님들이 강의하고 계시지만, 여러분이 제 강의를 듣게 된 것은 분명 행운입니다. 한 학기 내내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 이 수업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는 제가 쓴 책을 교재로 사용합니다. 이 책은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이며 지난 해에 '올해의 최우 수 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뛰 어난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저에게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 었습니다. 그 책을 집필하는 데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 지요. 그 책이 출간된 이후 여기 저기서 최고 수준의 강의료 를 주겠다는 특강 요청이 쇄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한 학기 동안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찍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과에서 제게 이 과목을 맡아 강의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저는 놀랐습니다. 사실 이 분야는 제 전공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박 사학위를 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기 는 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 여러분이 유익한 것을 조금이라 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학기 동안 최선을 다해 이 수업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는 제가 쓴 책을 교재로 사용합니다. 이 책이 지난 해에올해의 최우수 도서상'을 수상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심사 과정 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 충 기존의 원고를 짜깁기하다시피해서 서둘러 출간한 책이 였기에 그러했지요.

저는 지금까지도 그 도서상 심사위원들 이 실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 학기 동안 즐거운 시 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두 가지 자기제시 유형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한 국 학생들이나 미국 학생들이나 커다란 차이는 없는 것으 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즉 학생들은 겸손형에 대해서는 모두 다 유능함이 적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서 '실력이 있 음에도 불구하고 겸손을 떠는 것이다'라고 판단하지 않고 진짜 실력이 없는 교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포 니아나 하와이나 서울의 학생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편 겸손형은 호감도 획득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미국 학생들은 겸손한 교수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호감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그렇지 않 았다. 교수가 겸손하다고 해서 호감도가 상승하지는 않았 다. 즉 겸손을 떠는 교수를 한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결국 한국 학 생들은 교수들이 더욱더 존중할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란다 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기높임에서는 캘리포니아, 하와이, 한국 세 집단 모두에서 유능감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자기낮 춤에서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집단에서 호감도가 유능감보다 높게 나타났고 한국에서는 거의 차이 가 없었다. 결국 문제는 균형이다. 우리는 흔히 친구나 연인관계에 서 애정과 친밀감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자신을 낮 추는 것쯤은 불사한다. 반면 서로에 대한 존중감을 높이려살을 찌푸리는 것,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 자꾸 바닥을 바라보는 것 등이 부정적 평가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반면 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활짝 웃는 것, 미소 짓는 것 등은 긍 정적이고, 확신에 차 있고, 활기차고, 열정적이라는 느낌을 주었으며 이는 교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 호감도와 유능 감-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호감을 주면서도 존중심도 불러일으키는 소통능 력에는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말하는 방식 - 표정이나 제 스처 등 비언어적 행위들 - 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 한 긍정적인 비언어적 행위-미소,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태도, 긍정적 표정 등-는 긍정적인 정서가 습관화 되어야 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긍정적 정서의 습관화는 체계 적인 훈련과 노력을 통해 가능한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공감의 원리를 이해하고 경청을 훈련하라(공감능력)

두뇌의 거울신경계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표정이나 목소리 톤, 몸짓이나 자세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이 어떠한 생각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 지 알아채는 능력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타인을 설득 하기 위한 기본적 자질이다. 공감능력은 적극적인 듣기나 표정 따라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서 증진시킬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공감empathy에 대해 '다른 사 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감지하고 그것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대신 경험하는 인지적 과정'이라 정의내리고 있다.7 우선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감지해낸다는 것은 상대방이 지 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놀라 운 공감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뇌과학자들은 공감 능력의 핵심은 뇌의 거울신경mirror neuron에 있다고 본 다. 키저스와 그의 동료들8 MRI 기계 속에 누워 있는 피 험자에게 관을 통해 썩은 계란과 상한 버터 냄새를 맡게 했 다. 이러한 고약한 냄새는 뇌의 인슐라insula의 앞부분을 활성화시켰는데, 이 부위는 일반적으로 역겨움이나 불쾌한 감정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한 연구 에서 싱어와 그의 동료들은 16쌍의 연인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10 여성의 뇌를 fMRI로 촬영하는 동안 파트너(남성) fMRI 기계 바로 옆에 앉아서 실험에 참여했다. 기계 속 에 누워 있는 여자와 그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모두 다 오 른손을 보드 위에 올려 놓고 무고통과 고통 자극을 번갈아 받았다. 여성은 남성의 손을 바라볼 수 있어 자신의 연인이 할 수 있는데, 고통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물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본인이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거울뉴런이 활발 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이론

역지사지의 능력

거울신경계만이 공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감을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이다. 입장을 바꿔서 상대 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소통과 인간 관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이제 당신의 역지사지 능력을 잠시 확인해보자. 두 여자 어린이 샐리와 앤이 한 방에 있다. 샐리는 유모차에 인형을 넣어 놓고 방을 나선다. 방 안에 혼자 남아 있는 앤은 유모 차에서 인형을 꺼내 옆에 놓인 나무 상자 속에 넣어 둔다. 그러고는 방을 나간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샐리가 다시 방 으로 들어선다. 샐리는 인형을 찾기 위해 어디를 가장 먼저 뒤질까?(그림 참조) 답은 물론 유모차다. 그러나 이렇게 쉬운 것 같아 보이는 문제를 맞히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놀라운 능력이다.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 는 능력이다. 위의 이야기를 듣는 ''는 나무 상자 속에 인 형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샐리는 인형이 여 전히 유모차 속에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유모차를 먼저 찾 아본다는 답은 샐리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만 가능하다. 보통 만 4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위의 문제에 대해 '샐리 는 나무 상자를 뒤져볼 것'이라고 대답한다. 인형이 나무 상 자 안에 있는 것이 자기가 아는 사실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즉 어린 아이에게는 자기의 관점과 샐리의 관점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 일을 바라 볼 능력이 없는 것이다.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중에서 도 자폐증에 걸린 사람 중 80%가량이 샐리-앤 테스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학자들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마음이론TOM: theory of mind'이라 부른다. '마음이론'은 어떤 학술적인 이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음이론이 부족 한 것은 만 4세 미만의 어린 아이뿐만이 아니다. 어른 중에 도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을 헤아릴 줄 모르고 지나치게 자 기 중심적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어쩌 면 마음이론에 결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가 만 4세가 되면서 마음이론을 갖추기 시작할 때, 즉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바로 그때 우리는 분명한 자아의식을 갖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너와 나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다. 너와 구분되는 나, 나와 구분되는 너. 너의 입장을 헤아리는 순간 우리는 주체로서의 자아self를 확립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게 된다는 말은 유행가 가사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이는 사실 마틴 부 버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은 뇌과학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최근의 뇌영상 연구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 을 기울일 때 특히 쐐기전소엽 precuneus, 측두정엽TPJ: temporoparietal junction LHMPFC: medial prefrontal cortext 등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런데 이러한 부위는 우리가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도 활성 화된다

 

공감능력의 남녀 차이

공감능력은 개인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특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자의 뇌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대인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많이 깎여 나간 상태에서 출생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이나 감 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여자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남자는 공격 성향이 훨씬 높은 상태에서 태어나게 된다. 인 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남녀의 공감능력의 차 이는 남녀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갈등을 일으키는 근 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자는 상대방의 표정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잘 읽어내 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자도 당연히 어느 정도는 알 아채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는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 이러한 남자의 공감능력 부족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는 감정 표시를 해도 남자가 전혀 모르는 것은 자기에게 무 심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결국 더 큰 분노와 좌절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여자가 분노를 폭발시키면 남자는, 이 여자가 갑자 기 왜 이러지?" 하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생긴 분노를 자기에게 쏟아낸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려면 여자는 불만이나 감정의 변 화를 되도록 구체적인 언어적 메시지로 전달해줘야 한다. 또한 남자는 상대방 표정읽기에 있어 여자보다 훨씬 둔감 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혹시 여자가 갑자기 화를 내면, 내가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미처 몰랐나보구나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서로 공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이 다.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갈등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남녀가 팀을 이뤄 일을 하 거나 회의를 할 때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여자는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므로, 이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한다. 반대로 남자는 이에 둔감하므로 그저 말의 내용에만 집중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남녀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 를 하고나면왠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 을 받게 된다.

 

깊고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라(자아확장력)

긍정적 정서와 자아확장력

자아확장력이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 다고 느끼는 정도다. 자아확장력이 높은 사람은 자아 개념 속에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전제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이미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 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아확장 력은 인간의 도덕적 기본 속성으로 파 장력의 향상은 인간 교육의 기본 목표였다.

최근 긍정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아확장력의 근본은 긍정적 정서다. 긍정적 정서만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에 따르면 긍정적 정 서는 타인과 내가 하나되는 느낌을 강하게 해주는 원동력 이다.22 기쁨, 즐거움 등의 긍정적 정서가 충만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 - 로 느끼는 - 느낌을 강하게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이 긍정적 정서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사 교적 활동이 활발하며, 낯선 사람들과도 넓고 깊은 인간관 계를 수월하게 맺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긍정적 정서를 지닌 사람들은 단지 사람들을 쉽게 사귀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의미있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향 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를 유 발시키면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개 인적인 정보를 털어놓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 타났다.

그렇다면 왜 긍정적 정서는 사람들을 더 쉽게, 그리고 더 깊게 친해지게 하는 것일까? 많은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 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대 표적인 것이 교환 혹은 공유이론인데, 친한 사이란 결국 다 양한 자원과 혜택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살아가면서 좋은 것이 생기면 서로 나누는 관계가 곧 친밀한 관계의 본질이다. 한편,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는 관계가 곧 친밀한 관계라는 이론도 있다.

자신과 상대방의 관점과 인식을 공유하여 세상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상태가 곧 친밀한 관계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보다는 너의 관점에 서서 세상만사를 받아들이고 판단하 게 되는 것이 곧 진짜 친한 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만으로는 친밀한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아론과 아론23 '자아확장이론'을 제안하면서 친밀한 관계란 상대방을 나의 자아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는 대담한 제안을 하고 이를 이론화했다. ''라고 생각하는 자 아의 개념 속에 상대방을 포함시키는 것, 혹은 '라는 범 주를 넓히고 확장시켜서 상대방이 그 안에 포함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론과 아론은 사랑을 '자아의 확장expansion of self '이라고 정의내린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정한 인간관계 다. 이는 또한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으려면 나의 자아개념 을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는 상대방을 ''라는 개념 안에 포함시킴으로써 가능해진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일종의 '배경 ground'으로 파악하며,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들은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삼아 드러나는 일종의 '형상figure'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세상을 항상 나를 중심으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보다 높은 자 아확장력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에 커다란 차이가 없다. 즉 타인에게 벌어지는 일들도 마치 내게 벌어지는 일처럼 인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타인을 더 배려하게 된다. 이러한 '배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자아확장력이 높은-타인과 나를 동일 시하는 뇌의 자연스런 반응인 셈이다. -1장에서 살펴본 에미 워너의 카우아이 섬 연구의 핵심적 결론은 높은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무 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고 신뢰를 보내준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해야 아이들은 타인과 나를 동일시하는 자아확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자아확장력이야말로 세상을 타 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며 공감능력 의 원천이다.

 

사회적 관계의근본성

유아시절 엄마와의 관계가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 는지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특히 최근의

히 쪼그라 붙어 있는 상태임이 밝혀졌다.

 

가짜 어미 실험

할로우의 실험은가짜 어미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할로우는 갓 태어난 붉은털 원숭이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 어내 철사와 헝겊으로 만든 가짜 어미가 있는 우리 안에 집 어 넣었다. 할로우가 이 실험을 실시할 당시인 1960년대만 해도-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새끼들이 어미를 좋아하 - 고 붙어 있는 이유는 어미에게서 젖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또한 어린 아이를 키울 때 너무 많이 안아 주어서 의존성만 높이는 것보다는 되도록 엄마와 떨어뜨려 키우면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 여졌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이에게 젖병 하나 물려주고는 아이 침대에서 혼자 자도록 놔두는 것이 세련되고 교양 있 는 육아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육아 방침은 당시 급증하 던 워킹맘들에게 폭넓게 환영받았다. 그러나 할로우의 실험은 이러한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어미로부터 격리되어 가짜 어미가 있는 우리에서 지내게 된 어린 원숭이들은 헝겊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 하루 종일 달라붙어 있었으며, 가짜 어 미를 핥고 쓰다듬고 했다.

하지만 헝겊을 두른 가짜 어미에 게서는 젖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젖이 나오는 것은 철사 로 만든 어미였다. 어린 원숭이들은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헝겊 어미에게만 하루 종일 매달려 있었으며 철사 어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배가 고파지면 철사 어미에게 가서 젖 만 먹고는 곧장 헝겊을 두른 어미에게로 다시 돌아와서 달 라붙었다.27 어린 원숭이들은 젖 때문에 어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포근하고 따뜻한 품이 그리워서 어미를 찾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즉 새끼는 젖 이상으로 어미와의 '애착' 자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진 것이다. 할로우는 다양한 종류의 가짜 원숭이 어미를 만들어서 실험했다.

표면을 헝겊으로 덮은 가짜 어미 외에도, 나일론 이나 비닐, 심지어 샌드페이퍼까지 사용해서 가짜 어미의 피부를 만들었다. 물론 새끼 원숭이들은 포근한 감촉을 주 는 헝겊을 가장 선호했으며 비닐이나 샌드페이퍼로 만든 가짜 어미에게는 커다란 애착을 보이지 않았다. 생후 6개월 이전의 새끼는 따뜻하고 움직이는 가짜 엄마를 좋아했다.

꼭 머리나 몸 모양을 갖추지 않았어도 폭신폭신하거나 체 온이 느껴지는 정도의 온기가 있는 사물에 달라붙어 있기 를 좋아했다. 한편, 가짜 어미조차 없이 혼자 양육되었던 원숭이들은 정서적으로 대단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격리된 채 다른 원숭이들과 상호작용을 못 하는 조건에서 자라난 원숭이들 은 감정적인 불안뿐만 아니라 학습과 기억 능력에도 현저 한 저하를 보였다. 해부해보니 그 원숭이들의 뇌는 쪼그라 들어 있었다.28 사회적 상호작용 없이 자라난 원숭이들의 뇌는 제대로 발육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미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암컷 원숭이가 스스로 어미 가 되었을 때에는 자기 새끼를 어떻게 대할까? 할로우는 이 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곧 난관 에 부딪혔다. 어려서 격리된 채 양육된 암컷 원숭이는 성장 한 후에도 수컷과의 교미를 완강히 거부했다.

할로우는 할 수 없이 암컷 원숭이를 묶어 놓은 채 수컷 원숭이로 하여금 '강간'하게 했다. 이러한 실험은 말할 것도 없이 동물애호가 들의 심한 분노와 반발을 일으켰다. 할로우의 의도와는 전 혀 상관없이 동물도 강간을 할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되어 철학자들의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수많은 사회적 비난과 동물보호단체의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할로우는 실험을 계속했다.

결국 격리된 채 양육 된 암컷 원숭이가 임신을 하여 새끼를 낳게 된 것이다. 놀랍 게도 이들 원숭이는 어미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새끼를 학대하기까지 했다.29 모성애는 유전 자에 의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물 려준다는 평범한 사실이 자연의 법칙이었다. 이것은 또한 지극히 인간적인 윤리의 근원이기도 하다. 사랑을 받아야만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고 자라야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회복탄력성을 읽고

김주환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