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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인문학 : 철학_회복탄력성]책 보기#20

[철학_회복탄력성_2]

《해리 포터》의 저자인 조앤 롤링은 20대 초반에 영국에 서 포르투갈로 가서 그곳 남자와 결혼하였으나, 딸을 낳고 2년 만에 이혼하였다. 어린 딸과 함께 무일푼 신세가 되어 이처럼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역경 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성공과 도약의 발판이자 원동력이 라고 말한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경우 회복탄력성은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사람들에게도 힘 과 용기와 행복을 준다.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은 사람 중에는 오히려 이전의 삶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진정 하고 싶었던 것, 진짜 의미 있 는 일을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복의 가능성이 없어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악성 뇌 종양 환자 7명과 그의 가족 22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가 있다.4 환자들은 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 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 안에 있던 강인함과 회복탄력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환자들은 특히 가족이나 친지들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이 감사했다.

죽음을 수 개월 앞둔 이 환자들은 불치의 병에 걸리고 나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불치의 병을 통해 만약 그것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불가능 했을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어떤 환자는 시한부 생명 을 선고받은 이후에 자신의 진정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말 할 정도다. 시한부 생명 선고가 오히려삶을 천천히 되돌아 보게 하고,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 이다. 심지어 그것이나에게 도전하고 싸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주기도 한다고 말한 환자도 있었다. 시한부 생명을 선 고받은 환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처지와 주위 사람 들에게 감사하는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고통과 시 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그러한 역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아픔과 괴로움을 겪게 되면 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 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도대체 어떻게 고통과 좌절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해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다니엘 캐니만 교수는 명쾌한 답을 제공한다.

회복탄력성을 발견하다

다니엘 캐니만 교수의 대장내시경 실험 심리학자인 다니엘 캐니만 교수는 심리학자면서도 노벨 경제학 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결 코 고전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이성적 인간처럼 산술적인 이 해관계와 기계적 합리성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임으로써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는 고전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가정, 즉 사람은 자신이 무 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성적이 고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캐니만 교수에 따르면 한 인간에게는 경험 자아experiencing self와 기억 자아remembering self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두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

경험자아는 현 재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다. 이 자아는 지금 벌어 지는 기쁜 일이나 쾌락을 즐기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 려 한다. 한편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 는 자아다. 그러한 '회상'은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형 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두 자아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하 지는 않는다는 것이 캐니만 교수 이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 - 예컨대 지금 무 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은 전적으로 기억자아에 의 것이 옳고 그르냐 하는 도덕성의 문제와도 곧바로 연결된 다. 즉 위의 예에서 의사는 환자의 덜 고통스런 '기억' '행 복'을 위해 내시경을 한동안 놔두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검 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시경을 제거하는 것이 옳은가.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또 이러한 기억자아와 경험자아의 분리의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러한 경우 정치적으로 어떠한 선택이 합리적이고 정당성을 지니는가 하는 지극히 어려운 문제가 대두된다. 이 문제는 한 인간의 '자아란 무엇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 함으로써 존 롤스나 마이클 샌들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정 의 실현'에 관한 새로운 차원의 논쟁을 야기하는 정치철학 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기억하는 자아'의 문제다.

기억자아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자아다. 이 기억자아가 자신의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스토리 텔링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 람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카우아이 섬 연구의 자료 분석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 던 에미 워너는 심리학자였다.

그는 이 방대한 자료에서 우 리가 배울 것이 무언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에미 워너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특정한 어려움이 훗날 어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 인 인과관계를 찾아내려 애썼다. 예컨대, 엄마가 알코올 중 독자이면 자녀 역시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가?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 성이 더 높은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아이는 좀 더 공격 적인 성향을 보이는가? 엄마의 모유를 먹지 못한 아이는 어 떤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보이는가? 조부모와 함께 사는 대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적응성에 있어서 어떠한 편차를 보이는가 등등. 만약 이런 인과관계를 속속들이 다 밝혀낼 수 있다면, 아 이들의 출생과 양육 환경만 보고도 사회적응 가능성에 대 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사회적으로 커 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갖고 에미 워너는 전체 연구 대상 중에서 가장 열악 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을 추려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 해야 할 것은 1955년에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아이들 대 부분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단정할 수 있을 만큼

려내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녔다.

모두 극빈 층에서 태어났으며, 태어날 때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가정불화가 극히 심하거나 부모는 별거 혹은 이혼 상태였다. 엄마나 아빠가 혹은 양쪽 모두가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고위험군'이라 불리운 이 201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자 료를 분석해보니 실제로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 준의 학교 생활 부적응과 학습장애를 보였고 학교와 집에 서 여러 가지 갈등을 일으켰다. 이들이 커서 18세가 되었을 때에는 상당수가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소년원에 들락거리 거나, 이미 여러 차례 범죄 기록을 갖고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거나 미혼모가 되어 있었다. 확실히 이들은 나머지 아이 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사회부적응자가 되어 있었 다. 그러나 에미 워너는 끝내 알고 싶었던 것을 밝혀낼 수는 없었다.

이 아이들이 보이는 문제행동들과 이 아이들이 겪 었던 시련 사이에는 구체적인 대응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런 문제를 일으킨 것은 3분의 2뿐이었다. 물론 높은 비율이었지만 이 말은 나머지 3분의 1은 별 문제를 일 으키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에미 워너에게 또 다 른 골칫거리였다. 고위험군에 속한 아이들 중에서 3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72명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니, 이건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었다. 자료 조사가 사사 건건 갈등을 빚었다. 집안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이쯤 되면 마이클은 약물 중독자나 소년범 아니면 적어 도 사회부적응자가 되었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에 맞는 것 아닌가? 그래야만 이 거대한 연구의 기본 가설이 유지될 수 있다. 에미 워너 교수의 눈에 마이클은 이 거대한 연구의 기 반이 된 상식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 과적으로 마이클은 에미 워너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제 막 18세를 넘긴 마이클은 놀라울 정도로 밝고 명랑 한 매력적인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성적은 초등학교 이래 늘 상위권이었고, 독서력도 늘 자기 학년의 수준을 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의 성취도는 상당했다. SAT미국 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는 전미국 상위 10% 안에 들었 으며 학교 성적은 대부분 A였고 전교 석차 역시 10위 안에 들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교우관계도 원만해서 동아리 대표와 학생회장으로도 선출되었다. 마이클은 미국 본토의 유명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상태였다. 그는 장차 교 사가 되리라는 구체적인 진로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는 자 신의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라 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성격도 긍정적이며, 자율적이고, 도덕 적이었다. 마이클은 행복해 보였다. 마이클은 세상의 모든 부모와 학교 교육이 만들어내길 원하는 이상적 청년이었다.

에미 워너는 마이클의 자료를 다시 점검해보았으나 자료 조사는 철저했다. 다만 마이클은 상식에 반하는 경우였을 뿐이다. 마이클은 마치 그에게 닥친 모든 역경을 극복한 것 처럼 보였다. 마이클은 에미 워너로 하여금 이 연구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게 만들었다. 에미 워너 교수는 마이클의 모든 기록과 인터뷰들을 읽 고 또 읽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에 미워너 교수는 당연히 마이클의 경우가 아주 예외적인 경 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사례는 마이클뿐 만이 아니었다.

마이클과 다른 아이들의 차이점을찾던 에미 워너는 차이점을 발견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이클과 비슷한 아이들을 하나 둘 더 발견하게 되었다. 하와이계인 케이 역시 10대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났다.

엄마는 임신 때문에 학교를 떠나야 했고, 역시 10대 소년이 었던 아빠는 직장도 없었다. 이 젊은 커플은 10대 초기부터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싶어했다. 물론 양쪽 집안에서 는 격렬히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케이의 엄마는 가정법 원에 의해 호놀룰루의 구세군 가정으로 보내져서 겨우 케 이를 낳을 수 있었다.

케이의 엄마는 케이의 양육을 포기하 고 입양보내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하여 결국 그냥 키우기로 했다. 케이의 엄마 아빠는 케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 마침내 결혼했고, 5년 간격으로 두 동생도 낳았다.

어린 10대들의 결혼이 보통 그렇듯이 케이의 엄마와 아빠의 결혼 생활도 평탄하지 않았다. 늘 다투던 둘은 결국 별거하기에 이르렀다. 케이는 아빠와 살았고, 엄마가 종종 들렀다. 케이는 부 모가 여전히 서로를 좋아하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산다고 믿으며 자랐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8세 가 되었을 때 케이는 상당히 성숙하며 자존감이 높은 훌륭 한 젊은이로 성장했다. 통찰력과 가치관, 목표가 있으며 갈 등의 감정은 잘 표현하지 않았다.

사회화, 자기통제, 좋은 인상, 공동체정신, 여성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진지 하고 근면하며 차분했다. 참을성과 기본적인 상식, 판단력, 자기확신이 있고 남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았다. 야심이 많지는 않지만 자신의 능력을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서 그는나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 나는 일할 재능도 있으며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내 성격이 꽤 좋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모든 지표에서 케이 는 아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고 유능하고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마이클이나 케이뿐만이 아니었다. 메리 역시 매우 가난 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필리핀계 백인인 메리의 엄마는 여러 번 유산한 끝에 겨우 메리를 임신했다. 임신 중 에는 과체중을 비롯한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 메리를 낳을 때, 심한 가진통으로 세 번이나 입원했었고, 20시간 이상이나 산고를 겪은 끝에 겨우 메리를 낳았다. 난 산이었다. 메리의 엄마는 자주 실직 상태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메 리가 다섯 살에서 열 살이 되는 동안 메리 엄마는 큰 병에 여러 번 걸려 수술과 입원을 반복했다.

메리의 엄마는 신경 질적이었고 두 아이(메리가 20개월 되었을 때 여동생이 태어났다)에게 늘 짜증을 냈으며자신이 아이들을 해칠지 도 모른다며 스스로 두려워하기도 했다. 다섯 살부터 열 살 에 이르기까지 메리는 여러 차례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 았다.

그의 엄마는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 한 신경과민 환자였다. 그러나 메리의 기록 어디에서도 불우한 환경이 메리에 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춘기 시절 메리는 학교에서 늘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수행 능력을 보였으며 심리검사에서도 사회성, 지배, 자기수용성, 좋은 인상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메리는 외향적 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자기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대 해 배려하며 협조적이었다. 엄마와 갈등을 겪지 않느냐는 질문에 메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싸움하는 것을 싫어 해요. 엄마가 불평을 늘어놓으며 집안을 돌아다니면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조용히 일어나서 집을 나서지요. 그뿐이 에요. 엄마는 또 곧 화가 풀리니까요. 그 후에 집에 들어가 면 돼요. 저는 자식이 부모와 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항상 대화로 원만히 풀어야 한다고 믿어요." 메리는 강한 자신감과 긍정성을 보이는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랑하는 것 같지만, 저는 성격이 좋은 편이에요.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지요. 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안다고 믿지 만, 아직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슨 일이나 해낼 수 있다고 믿고, 또 정말 그렇게 되리라 생각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메리가 이렇게 긍정적이 고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 엇일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마이클, 케이, 메리 뿐만이 아니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고위험군 201명 중에서 무려 72명이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고위험군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러 가지 열악 한 환경적 조건 때문에 사회적 부적응을 보일 것이 거의 확 실시되는 아이들이었다. 이들 중 무려 72명이 마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 었으며, 긍정적이었고, 장래가 촉망되는 그야말로 정상적인 젊은이들이었다.

이들 중 단 한 명도 심각한 학습장애나 행 동장애 혹은 사회부적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떠한 어려움이나 역경도 감히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 없을 것처 럼 여겨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 었다. 고위험군의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던 것이 다. 이것은 에미 워너 교수에게 풀기 힘든 커다란 의문을 제기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이클이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케이나 메리로 하여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 이상으로 사회적응을 잘하게 만들어준 것일까? 그 당시 심리학 이나 교육학은 이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할 수 없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은 항상 뜻하지 않은 곳에 서 일어난다.

워너 교수는 별 볼일 없이 잊혀져갈 뻔한 연구 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엄청난 발견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에미 워너는 이 72명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힘의 원동력이 되는 이 속성을 에미 워너는 '회복탄력성'이라 불렀다. 에미 워너 는 무엇이 아이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만드느냐는 질문을 버 렸다. 대신 무엇이 역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느냐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카우아이 섬 연 구는 시작하고 나서 거의 30년이 지난 후에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워너 교수는 카우아이 섬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워너 교수가 40년에 걸친 연구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인 간관계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나 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점 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 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 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엄마였든 아빠였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이든 간에, 그 아이를 가 까이서 지켜봐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아이가 언 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 말대로, 사람은 결국 사랑을 먹고 산다는 것이 카우아이 섬 연구의 결론이다. 사랑 없이 아이는 강한 인간 이 되지 못한다. 사랑을 먹고 자라야 아이는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아갈 힘을 얻는 법이다.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아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아존중심을 길러가며 나 아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 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근본임을 카우아이 섬 연구는 알려준 것이다.

 

에미워너 교수는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이다.

에미 워너 교수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 자신이 마치 카우아이 섬의 아이들처럼 지독한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히틀러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무려 5년이란 세월을 지하 대피소에서 폭격을 피하며 살았다.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배고픔과 고통뿐이었다. 사춘기가 될 때까지 겨우 굶어 죽지 않을 정 도로 근근히 먹고 살았다. 나치의 핍박과 2차 대전을 겪으 면서 오빠를 비롯해서 그의 가족의 모든 남자가 다 죽었다.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게 된 에미 워너는자 이제 나는 어떻 게 살아나가야 하나?” 하고 스스로 한탄했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를 그 렇게 낙관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에 워너 교수는 가족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엄마 쪽이 유머 감각을 지닌 쾌활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늘 따뜻하고 인자했던 할아버 지에 대해서도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시절 이래 노년이 될 때까지 친분을 유지해온 절친한 친구 들도 있다. 이런 모든 사람들이 결국 그의 인생의 '완충 보 호장치'인 셈이며 회복탄력성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워너 교수는 그 앞에 앉아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40년에 걸친 카우아이 섬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람마다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 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그러나 사람마다의 회복탄력성에 는 차이가 있다. 어린 시절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헌신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높다. 그렇 다면 회복탄력성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가? 만약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평생 부모와 가정환경 탓만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이후 이루어진 많은 연구를 통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스스로의 노력과 훈련에 의해서 회복탄력성이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혀졌다. 에미 워너의 말을 들어보자. “지독한 가난, 부모의 부재, 폭력적인 이웃과 우범 지대 에서의 성장 등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이 꿋꿋이 바르게 성장하고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이들만 그러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회복탄력성 자체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 습니다. 그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닙니다. 다만 회복탄력 성의 요소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파악된 만큼 회복탄력 성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가 르칠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만 필 요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역경과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강한 사람이 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탄력성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얼 마든지 키울 수 있다. 카우아이 섬 연구 이래, 최근 긍정심 리학의 연구를 주도하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연구팀을 중 심으로 청소년과 성인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이제 그동안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회복탄력 성을 구성하는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고, 나아가 회복탄력성 을 키우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를 알아보도록 하자.

 

나의 회복탄력성 지수는 얼마인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실수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다. 그들의 뇌는 습관적으로 보다 더 과감 하고 도전적이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긍정적인 뇌의 특징이다.

 

한국형 회복탄력성 지수의 개발 회복탄력성에 대한 관심

당신의 현재 회복탄력성은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각자의 회복탄력성 수준을 측정하기 전에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회복탄력성은 다시 튀어 오르거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뜻인데, 심리학에서는 주로 '정신적 저항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나의 현재 회복탄력성은 얼마인지 각자 측정해보도록 하자.

<KRQ-53 테스트>

나의 회복탄력성 지수는

응답 방법: 각 문항을 읽은 후 다음과 같이 점수를 기록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1 / 그렇지 않다 2 / 보통이다 3 / 어느 정도 그렇다 4 / 매우 그렇다 5

1 나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

2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챈다. <>

3 논쟁거리가 되는 문제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토론할 때 내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다. < >

4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이 생기면 신바람이 나기보다는 더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 >

5 나는 내 감정에 잘 휘말린다. <>

6 때때로 내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집중하기 힘들다. <>

7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어떠한 유혹이나 방해도 잘 이겨내고 할 일을 한다. < >

8 아무리당황스럽고 어려운 상황이닥쳐도, 나는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안다.<>

9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낼 경우 나는 우선 그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다. < >

10 일이 생각대로 잘 안 풀리면 쉽게 포기하는 편이다. < >

11 평소 경제적인 소비나 지출 규모에 대해 별다른 계획 없이 지낸다. < >

12 미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

13 문제가 생기면 여러가지 가능한 해결 방안에 대해 먼저 생각한 후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

14 어려운일이 생기면 그원인이 무엇인지 신중하게생각한 후에 그문제를 해결하려고노력한다. <>

15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문제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16 나는 사건이나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다. <>

17 문제가 생기면 나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

18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원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단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19 나는 분위기나 대화 상대에 따라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 < >

20 나는 재치 있는 농담을 잘한다. <>

21 나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적절한 문구나 단어를 잘 찾아낸다. <>

22 나는 윗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

23 나는 대화중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대화 내용을 놓칠 때가 종종 있다. <>

24 대화를 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 하고 주저할 때가 종종 있다 <>

25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다. < >

26 슬퍼하거나 화를 내거나 당황하는 사람을 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 을 하는지 잘 알수 있다. <>

27 동료가 화를 낼 경우 나는 그 이유를 꽤 잘 아는 편이다. < >

28 나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때로 이해하기 힘들다. <>

29 친한 친구나 애인 혹은 배우자로부터당신은 나를 이해 못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 >

30 동료와 친구들은 내가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 >

31 나는 내 주변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

32 나는 내 친구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

33 내 주변 사람들은 내 기분을 잘 이해한다. <>

34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다. < >

35 나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싫어하게 된다. <>

36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 < >

49 내가 고맙게 여기는 것들을 모두 적는다면, 아주 긴 목록이 될 것 이다. < >

50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삶의 일부가 된 사람, 사건, 생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져간다. < >

51 나는 감사해야 할 것이 별로 없다. < > 52 세상을 둘러볼 때, 내가 고마워 할 것은 별로 없다. <>

53 사람이나 일에 대한 고마움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느낀 다. < >

 

<채점 및 점수 해석 방법> 4, 5, 6, 10, 11, 12, 16, 17, 18, 22, 23, 24, 28, 29, 30, 34, 35, 36, 40, 41, 42, 51, 52, 53번 문항에 대해서는 6에 서 자신의 점수를 빼고 계산한다. 예컨대 1이라고 적었으면 5, 3 3, 5 1.

 

자기조절능력 = 감정조절력 + 충동통제력 + 원인분석력

1번부터 6번 문항까지의 점수의 합은 당신의 감정조절 력을, 7번부터 12번 문항은 충동통제력을, 그리고 13번부터 18번까지의 문항은 원인분석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 셋 을 합한 점수가 당신의 자기조절능력 점수다.

각 하위 요소 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장에서 다룬다. 우리나라 성인 들의 자기조절능력의 평균 점수는 63.5점이다.

만약 당신 의 점수가 63점 이하라면 자기조절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만약 55점 이하라면 자기조절능력을 향 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하위 20%에 해당하 기 때문이다. 70점 이상이 나왔다면 당신의 자기조절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으며,

75점 이상이라면 아주 높은 편 - 상위 7% 이내 - 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대인관계능력 = 소통능력 + 공감능력 + 자아확장력

19번부터 24번까지는 소통능력, 25번부터 30번까지는 공감능력, 31번부터 36번까지는 자아확장력의 점수를 각각 나타낸다. 그리고 이 셋의 점수를 합친 것이 당신의 대인관 계능력 점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인관계능력 평균 점수 는 67.8점이다.

만약 당신의 점수가 67점 이하라면 대인관 계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62점 이하라면 대인관계능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하위 20%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해도 스스로 그 효과를 금방 느낄 수 있다. 만약 대인관계능력의 점수가 74점 이상이 나왔다면 당신의 대인 관계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으며,

80점 이상이 라면 당신은 대인관계와 사회성이 아주 뛰어난 편- 상위 6% 이내 - 이라 할 수 있다.

 

긍정성 = 자아낙관성 + 생활만족도 + 감사하기

긍정성은 자기 스스로의 장점과 강점을 낙관적으로 바 라보는 태도(37~42번 문항), 행복의 기본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삶에 대한 만족도(43~47번 문항), 그리고 삶과 주변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48~53번 문항)로 측정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긍정성의 평균 점수는 63.4점이다.

만약 당신의 점수가 63점 이하라면 긍정성을 높이기 위 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56점 이하라면 긍정성을 높이기 위 해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하위 20%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긍정성의 점수가 70점 이상이 나왔다면 당신의 긍정 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으며,

75점 이상이라면 당 신은 대단히 긍정성이 높은 사람 - 상위 6% 이내 - 이니 자 부심을 가져도 좋다.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의 세 가지 점수의 총합이 당신의 회복탄력성 지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점수는 195점이다. 만약 당신의 점수가 190이하라면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180점 이하라 면 당신은 사소한 부정적인 사건에도 쉽게 영향 받는 나약 한 존재다.

당신은 되튀어 오를 힘을 빨리 길러야 한다. 170 점 이하라면 당신은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존재라 할 수 있 다.

작은 불행에도 쉽게 상처를 입게 되며 그 상처는 치유하 기 어려울 것이다.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 아온 당신은 지금 당장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당신의 점수가 200점을 넘는다면 일단 안심이다.

그러나 212점 정도는 돼야 상위 20%에 들 수 있다. 220점 을 넘는다면 당신은 대단히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다.

 

회복탄력성을 읽고

김주환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