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technology harnesses the power of nature to manipulate genes, playing a crucial role in humanity's conquest of nature. It is applied in various fields, including genetic disease diagnosis and artificial organ development. Cloned pigs are an example of genetic modification to reduce rejection in human organ transplants. The advancement of artificial life forms and robots is redefining the concept of life
6장 바이오테크놀러지
우선 자연을 따르라. 그러고 나서 자연을 정복하라.[베이컨]
가장 좋은 스승은 자연이라지요. 인간의 근원과 모든 생명체의 근간은 모두 자연에서 기 인하기 때문이지요. 그 자연이 자신이 만들어낸 인간에게 자신의 능력을 조금 나누어주었 나 봅니다. 이제 인간은 단순히 자연 그 자체를 이용하는 것을 벗어나 자연의 힘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여서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두 손과 머리를 발판삼아 좀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이용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러지, 그것은 자연이 인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것에 진노한 제우스는 인간을 골탕먹일 생 각을 하게 되었지. 그래서 탄생한 것이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인데, 그는 이름은 '모든 선물이 라는 뜻이지만, 사실 그녀는 인류에게 재앙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어. 헤파이스토스가 진흙으로 판도라를 만들자, 아테나가 생명과 옷을 주었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주었으며, 헤르메스는 교황하고 배신하는 성질을 주었어. 헤르메스가 판도라를 프 로메테우스의 어리석은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주자,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신에게 받는 모든 선물을 의심하라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말을 어기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아들였어. 신들은 판도라가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 단단히 봉한 상자를 선물로 주었어. 신들은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판도라의 어린애 같은 호기심이 결국그 상자를 열게 할 것이라는 걸 말이야.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는 질병, 시기, 미움, 교만, 질투, 분노, 탐욕 등 온갖 나쁜 것이 다 빠져나와서 인간을 괴롭히게 되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 맨밑에는 희망이 남 아 있어서, 고달픈 인류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지.
31. 미래를 여는 생명공학
IT의 시대가 가고 BT의 시대가 온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들리는 말입니다. 마치 세계가 한때 전자공 학에 의해서 움직였던 것처럼, 이제는 생명공학을 하지 않으면 선진 산업의 대열에 끼지 못할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인상을 받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대학에서도 생명과학과나 생명공학과 등의 이름들 이 유행입니다. 사실 생물학과의 커리큘럼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데도(생물학과에서도 생명공학에 대해서 배우니까요) 그러한 세련된 이름에 수험생들은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죠. 식품미생물공학과가 생명공학과로 바뀌고, 기존의 생물학과, 생화학과, 유전공학과 등을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만, 어쨌든 근 10여 년 동안 생물학의 통합한 생명과학부가 새로 생기고....... 뭐랄까, 너무 시류에 편승한 인기가 상승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생명공학이란 뭘까요?
생명공학이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기술들을 산업에 응용해서 어떻게든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쓸모가 있 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즉, 생물학, 혹은 생물을 이용하지만 결국은 공학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물학과 공학의 접점 지대에 있는 것들은 과연 어떤 것일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티격태격 알 콩달콩한 사랑이 피어났습니다만, 생물학이 전자공학을 만난다면 과연 무엇이 생겨날까요? 생물학이 전자공학에 응용된 것으로 DNA 칩(DNA chip)이 있 습니다. IC 회로나 전자 칩은 들어봤어도 DNA 칩은 처음이라구요? DNA 칩은 두 가닥이 반드시 자기 짝과 만나 꼬여야 안정한 DNA의 성질을 이용해서 유전 질병을 진단하는 장치입니다. 유전 질병을 일 으키는 변형된 DNA 한 가닥을 작은 칩 위에 빽빽히 붙인 뒤, 검사자 의 몸에서 세포를 조금 채취해피 몇 방울이면 충분합니다.그 안 의 세포에서 DNA를 분리해 이 기판 위에 놓고 흔들어주는 것입니 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달라붙지 않은 여분의 DNA는 툭툭 털 고, 칩을 살핍니다. 만약 처음과 달리 칩에 두 가닥으로 안정적으로 꼬여서 붙어 있는 게 있다면, 그 DNA가 어떤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것인지를 조사해 질병의 진단이 빠르고 손쉽게 끝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DNA 칩은 현재 밝혀진 모든 유전질환의 여부를 환 자의 단 한 방울의 피로 단시간에 알아낼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법 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단백질 칩(protein chip)'이 있는데, 이것 역시 똑같은 원리로 특정 유전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단 백질을 칩에 붙여서 환자의 피를 떨어뜨려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면 형광색을 내도록 만든 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우리가 라디오를 뜯으면 볼 수 있는 '전 자회로적인' 칩을, DNA나 단백질을 이용해 만드는 것입니다. 예컨 대. 색소의 일종인 박테리오로돕신(bacteriorhodopsin)을 이용하는 단백질 칩을 살펴봅시다. 보통 전자회로 칩(우리가 IC라고 부르는)은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됩니다. 이 트랜 지스터의 역할은, 신호를 증폭하거나 ON/OFF의 스위치 기능을 해 서 전기의 흐름을 이어주거나 차단하지요. 미생물에게 있는 박테리오로돕신이란 물질은 트랜지스터 대용으 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은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마치 스 위치처럼 분자 구조를 바꾸는 특성이 있어서, 이를 이용하면 스위치 의 ON/OFF를 대신할 수 있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질은 실제로 전자회로 칩이나 기억 장치 등에 응용될 수 있는데, 그 크기와 에너 지 효율은 실리콘 칩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런 단백질 칩은 이제 단순한 유전 질환을 진단하는 것 외에도 쓸모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생명체를 모방한 생체기계를 만들 때지요. 전자 회로와 전선을 이용해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단 백질 칩으로도 기계를 만들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이용 할 수 있을지 알아보죠. 기존의 기계들은 구리나 은 혹은 정밀한 부분에서는 금 등의 금 속 전선을 사용했죠. 하지만 금속은 굵기를 가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정밀한 CPU에서도 0.1미크론(1만분의 1mm) 이하로 의 공정은 어렵지요. 단백질을 칩으로 이용하면서 여기에도 생물공 학적인 재료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가늘고, 튼튼 하며 충분히 길고, 또한 접점의 제어가 쉬운 재료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걸요. 바로 DNA죠. DNA의 굵기는 30nm(nm=1백만분의 1mm)가 안 되지만 매우 길 고 튼튼합니다. 특정 염기서열을 이용하면 원하는 곳에 착 달라붙게 할 수도 있지요. 최근까지 DNA를 이용한 전선의 실험은, DNA를 뼈대로 하여 거기에 얇은 금속의 코팅을 입혀서 전선으로 만든 것 이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가늘고 튼튼한 전선인 셈이지요. 이 방법이 칩 의 소형화를 더욱 가속시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DNA라는 뼈대를 사용할 뿐, 생리적인 활성은 완전히 겉을 코팅해버리므로 전혀 기대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최근 에는 생리적인 활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기전도를 할 수 있는 DNA 전선도 연구 중입니다. 이른바 M-DNA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소재는, DNA의 내부에 금속 이온을 포함시켜 그 안쪽으로 전 자의 흐름을 통과시키는 방법이죠. 이러한 M-DNA는 히스톤과 결합하는 등 DNA의 활성을 간직하면서도 전선의 역할을 하므로, 매우 새로운 방향으로의 연구를 전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생체 물질을 이용한 것 중 생명체의 효소를 이용한 바 이오 센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학적 센서보다도 수천 배나 민감하면서도 작고, 고효율인 센서를, 효소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마이크로폰을 이용한 인공 내이(內耳)가 개발되어, 환자의 청신경으로 직접 전 기신호를 보내 소리를 듣게 하기도 합니다. 맹인을 위한 인공 망막이 개발되고 있고, 돌고래의 피부를 연구하여 물의 저항을 가장 적 게 받는 수영복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한 한국계 과학자는, 마치 미생물들이 군 체(群體)를 이루듯, 스스로 합체하고 떨어지며 모양을 변형시켜 나 가는 로봇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신경세포의 행동을 그 대로 흉내 낸 인공 뉴런을 이용한 인공 지능의 연구도 활발하지요. 심지어 살아 있는 군소(바다달팽이)의 신경세포를 이용해 직접 회로를 꾸미는 일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너무나 방대하고 흥미로워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지요. 때로는 생물학이 이제 유기물의 한계를 넘어 무기물의 세계에까 지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유전자의 존속 욕구는 이제 자신이 만들어낸 최후의 생물이 인간을 통해서 다른 방식의 진화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모양은 변할지언정 유전자는 그렇게 최후까지 살아남 을지도 모릅니다.
관련 사이트
바이오테크놀러지 http://www.nal.usda.gov/bic
DNA 칩 http://www.genomics.pe.kr/microarray.htm
단백질 칩 http://biozine.kribb.re.kr/biozin/r&d2000-12-1.htm
피그말리온의 소원
피그말리온은 유명한 조각가였는데, 세상 여인들이 그다지 완벽하지 못한 것을 개탄하고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었어. 그 상아 처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섬세했던지, 어떤 살아 있는 여인도 그 자태를 따라갈 수 없었다. 자신이 만든 상아 처녀를 넋놓고 바라보던 피그말리 온은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차가운 그녀에게 갈라테이아란 이름까지 붙여주었지.
아프로디테의 제전이 열리던 날, 피그말리온은 사랑을 이뤄주는 아름다운 여신에게 머뭇 거리며 이렇게 기도했지. "여신이시여, 원컨대 저에게 제 상아 처녀와 같은 여인을 아내로 점지하여 주십시오" 제전에 참석했던 아프로디테는 그가 말하려고 한 참뜻을 알아챘지. 그리고 그의 소원을 들 어주겠다는 표시로 제단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세 번 공중에 세차게 오르게 했어. 기뻐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피그말리온은 그의 조각을 보러 갔어. 그랬더니 딱딱하고 차가운 상아 처녀의 피부에 온기가 돌고 부드러워진 게 아니겠어? 피그말리온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과오가 아닐까 근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 번 그의 희망 의 대상에 손을 갖다댔다. 그것은 정말 살아 있었어!
32. 인공 생명에 대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명은, 특히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범죄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취급되었죠.
1. 누군가가 당신의 손에 망치를 쥐어줍니다.
- 저 기계가 망가졌어. 이젠 쓸모없어서 버리려고 하네. 그런데 저걸 버리려면 잘게 부숴야 한다는구만. 나 대신 자네가 좀 부 숴주겠나?
2. 누군가 당신의 손에 망치를 쥐어줍니다.
- 저 개가 너무 늙어서 이젠 짐만 돼. 버려야 하는데 산채로는 안되겠네. 죽여서 토막을 내야 할텐데....... 나 대신 자네가 좀 죽 여주겠나?
만약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첫 번째 요청은 그리 이상하게 여겨지질 않지만, 두 번째 요청은 엽기적이기까지 합니다. 두 상황의 기본적인 골격은 '이제는 더 이 상 쓸모없어진 것을 부피가 짐이 되지 않도록 잘게 부수어서 버린 다'라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첫 번째는 기꺼이 해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두 번째는 어쩐지 꺼려집니다. 왜 그럴까요? 두 번째 요청에는 바로 '생명' 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나'는 어느 날, 기계를 부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러나, 작 은 강아지만한 그 기계는 '반응할 줄 아는 물체였죠. 내가 망치를 들 고 쫓아가면 그 기계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안과 공포를 표현하는 붉은빛 램프를 깜박이며 도망가고, 망치를 버리고 손을 내밀어 붙 잡으면 부드러운 가르릉 소리를 내며 편안한 빛의 초록색 불이 켜지면서 나를 환영하는 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계는 부드럽게 따뜻해 지며, 인간에게 나름대로의 친밀감을 표시합니다. '나'는 갈등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단지 기계일 뿐인데, 뭐'라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이런 기계 하나 부수지 못하는 여린 남자로 생각되긴 싫으니까요. 나는 기계를 잡아서 망치로 내리칩니다. 이런! 손이 떨렸는지 기계를 정통으로 맞히지 못하고, 한쪽 귀퉁이만을 부수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기계는 마치 어린아이가 애처롭게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피처럼 붉은 윤활유를 줄줄 흘리면서 도망가려는 시늉을 합니다. 순간, 나는 멈칫하고 내게 망치를 쥐어준 사람을 돌아봅니다.
'왜 이걸 부숴야 하죠? 이쯤에서 끝내는 게....... 그때 그가 망치를 집어들어 망설임 없이 기계를 내려칩니다. 상황 끝. 기계는 완전히 부수어졌고, 이제는 의미 없는 금속 조각과 나사 못만이 뒹굴고 있습니다. 지금껏 내가 느꼈던 '살생(殺生)'에 대한 죄책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동물 마크-3의 영혼> 중에서
앞의 이야기는 대니얼 데닛과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이런, 이 게 바로 나야!』라는 책에 등장하는 단편 <동물 마크-3의 영혼)의 줄 거리입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A.I.>는 양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린 로봇 데이비드의 이야기입니다. He has brown hair, he has blue eyes.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real.' 이라는 광고 카피가 진한 여운을 주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지능을 가지고, 사랑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이 로봇은 과연 '살아 있는 걸까요? 만약 산 것이 아니라면,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는 그 로봇의 모든 행동은 그저 좀 잘 만들어진 컴퓨터 수준에 불과한 것일까요? 반 대로 그 존재가 살아 있는 것이라면, 왜 로봇은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걸까요?
제가 이토록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생명' 이라는 개념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볼 필 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 살아 있는 것 = 생물 = 귀하고 소중한 것” vs “살아있지 않는 것 = 무생물 =가치가 덜 한 것”
이라는 공식에 아주 익숙한 편입니다. 생명은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배웠고, 살아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우월한 가치를 지닌 다고 생각해왔죠.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가장 우선하는 가치라 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개념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생명'' 의 범위부터 다시 규정지어야 하는 필요성이 생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게 진짜 살아 있는 것이고, 어떤 게 진짜 살아 있지 않은지를 구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구사나기는 뇌를 제외한 온몸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입니다. 구사나기는 시간만 나면 홀로 호수 속으로 들어갑 니다. 기계인 몸은 무거워서 한없이 가라앉고 자칫 물이 스며들어 고장이 나면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구사나기 는 그렇게 물 속 깊은 곳으로 침전합니다. 과연 나는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인지, 사실 몸의 다른 부분들처럼 뇌 역시 기억을 이식한 컴퓨 터 칩으로 바뀌었는데 자신만 모르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기계인 내가 왜 실존과 고독의 근원을 고민하는지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반 문하면서 말이죠.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구사나기가 겪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이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존의 기준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 세계 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탄소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고,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거치며, 생식을 통해 후손을 남기고, 대사 활동을 하는 것들만을 생명이라고 불 러왔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관과 기준이 변화하듯이 혹시 기존에 만들어 놓았던 생명이란 개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식의 것이 되어버려 이젠 기존의 개념에 '실리콘과 금속 원소로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자 신의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는 기계'라는 내용을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즉, 아직은 요원하긴 하지만, 생명체를 닮은 로봇이, 더 나아가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존재를 인식하는 로봇이 태 어난다면 그 로봇 역시 생명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관련사이트
영화 (A.I) http://aimovie.warnerbros.com
인공 생명 http://news.alife.org
인공지능/http://www.thinkquest.org/library/lib/site sum_outside.html?tname=2705&url=2705/basics.html
참고도서 :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21,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지음(사이언스북스)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말을 대단히 친근한 동물로 여겼단다. 그래서 그들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의 몸뚱이와 다리를 가진 켄타우로스라는 종족과 친하게 어울렸지. 이 특이하게 생긴 종족은 기원 역시 특이해, 테살리아의 왕 익시온이 감히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게 음흉한 마음을 품자, 이를 시험하기 위해 제우스는 구름으로 헤라를 닮은 형상을 만 들어 익시온에게 보냈지. 이 구름 형상인 네펠레를 진짜 헤라인 줄 알고 달려든 익시온이 흘린 정액을 흡수한 네펠레의 몸에서 반인반마 켄타우로스가 태어났다고 해. 음흉한 마음을 먹은 사 람의 자식으로 태어나서인지 켄타우로스들은 난폭한 호색꾼이 많았다지. 그 중 예외인 케이론은 의학, 수렵 등에 두루 능통하며, 아킬레우스와 이아손을 제자로 거느렸고, 그 우수함과 공정함을 인정받아 사후에는 별자리가 되었지. 그게 바로 사수자리야.
33. 복제 돼지의 탄생과 인공 장기
미국 미주리대학과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 연구진 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인체에 이식됐을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 네 마리가 건강하게 태어 났다고 밝혔다. <조선일보/IT) (2002년 1월 4일)
위 기사에서 언급한 복제 돼지는 생체 복제 기술을 응용해서 사람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한 것입니다. 그럼 체세포 복제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1. 신체 중에서 세포 하나를 떼어낸다.
2. 조심스럽게 세포에서 핵을 분리한다.
3. 건강하고 튼실한 난자를 준비해서 난자의 핵을 빼낸다.
4. 아까 준비한 체세포의 핵을, 핵을 빼낸 난자에 집어넣는다(인공 핵치환).
5.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대리 모의 자궁에 주입한다.
6. 착상이 되어 출산 때까지 무사 히 버티면 성공!
지난 1998년에 세상을 떠들썩하 게 한 복제양 돌리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태어났습니다. 이 과정은 앞 에서 언급한 대로만 한다면 간단하고 쉬울 것 같은데, 꽤나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과정이 많아서 성공율이 매우 낮은 것이 흠입니다. 돌리 역시 196번의 실패 후에 태어났다죠. 이번에 태어난 복제 돼지는 임신중 유산된 돼지 태아에게서 몇 개의 세포를 떼어내 돼지의 난자 속에 집어넣어 죽은 돼지와 유전자 형이 같은 복제 돼지를 만든 것은 위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 지만, 이 돼지들이 특별한 것은 체세포 핵을 난자에 집어넣기 전에 손질을 좀 했다는 데 있답니다. 현대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서 신체의 장기에 이상이 생기 면 건강한 다른 장기로 바꿔주는 시대까지 왔는데, 성공 율도 꽤 높아서 신장 이식의 경우에는 기대 수명을 20년 이상 늘려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기 이식기술은 매우 발달했지만,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일단, 생체 내에서 꼭 필요한 장 기는 하나(심장, 간 등)인 경우가 많고,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서 늘 공급이 달리는 상태입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인간의 것이 부족하면 그와 비슷한 동물의 장 기라도 이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럴 경우 심각한 거부반응이 문제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거의 대부분의 외부 물질을 일단 '적'으로 인식하고 덤벼들기 때문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했다 가는 심각한 거부반응으로 아예 생착 조차 못할 뿐더러 이식받은 사람의 목숨까지 위험해지고 맙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장기 이식용 사람을 병원에서 만들어낼 수 는 없는 일이니 인공 장기를 개발하거나 동물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는 수밖에 없죠. 위에서 언급한 복제 돼지는 이러한 착상에 의거해 태어났습니다. 그 전에도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 습니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내 준 불치병 환자들의 용기와 학자들의 호기심이 곁들여져 인간과 가 장 가까운 침팬지의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행해졌지만, 이식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환자는 숨지고 말았습니다. 동물의 장기가 생존을 못하는 것을 면역 거부 반응으로 보고, 의 사들은 에이즈 환자에게 침팬지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을 한 적이 있 었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경우, 면역계가 거의 파괴되었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죠. 이 환자는 결국다른 합병증으로 사망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의사들은 몇 가지를 알아냈습니다. 일단 체내에 들어온 외 부 장기는 급성과 만성의 2 단계의 면역 거부 반응을 거칩니다. 특히 문제가 되 는 것은 급성 거부 반응인 데, 이 경우 온몸의 면역세 포들이 일시에 전투에 돌입 하여 이식된 장기를 무자비 하게 공격하여 장기가 생착 되지 못하며, 이 과정에서 쇼크가 일어나 환자가 사망 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우 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이 장기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지 어떻게 알고 재빠르게 대응하는 걸까요? 도대체 세포에 이름표라도 붙어 있 어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걸까요? 답은 '그렇다' 입니다. 세포에는 진짜로 이름표가 있습니다. 사람 의 것처럼 종이나 아크릴을 깎아 만든 명찰이 아니라, 당(glucose) 성분으로 된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어두운 굴 속에 사는 개미들 이 서로를 냄새로 구별하듯이 우리 몸의 세포들은 세포 표면에 특정 한 구조의 당성분을 통해(이렇게 단백질에 당을 붙이는 것을 당화(糖化, glycosylation)라고 해요) 서로를 구별합니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돼지의 세포에는 '나는 돼지' 임 을 알려주는 듯한 당성 분(a-1,3-galactose, 알 파-1,3-갈락토오스) 때문 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이 당에 매우 민감하여 이게 감지 되었다 싶으면, 순식간에 대 군을 편성하여 총공격에 들어갑니다. 이번에 태어난 복제 돼지는 체세포 핵에서 이 알파-1.3-갈락토오스를 만드는 효소인 알파-1,3-갈락토실트랜스 퍼레이즈(a-1,3-galactosyltransferase)를 만드는 유전자(GGTA1)를 제거한 것입니다. 아예 유전자상에서 GGTA1를 없앴으니, 알파 1,3-갈락토실트랜스퍼레이즈가 안 만들어질 것이고, 따라서 알파 1,3-갈락토오스가 세포 표면에 붙지 않으므로 '돼지' 이름표를 달지 않은 돼지 세포가 만들어져서, 급성 면역 거부반응은 피해갈 수 있는 셈이지요... 이번 실험의 성공은 돼지에게 반드시 존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도 건강한 새끼 돼지가 쑥쑥 태어남으로써,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인간 장기 공급 가능성에 새 장을 열었다는 데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므로 많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숫자가 적기는 하지만, 돼지 세포에는 인간과 다른 종류의 당성분 표지가 몇 개 더 있어서 지 속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환자는 계속해서 면 역 억제제를 먹어야 합니다. 물론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도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동안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합니다. 이것 때문에 저항력이 떨어져서 다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을 평 생 안고서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합니다. 그로 인한 2차 감염의 위 험 정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죠. 또한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과정에서 돼지에게만 있는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 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떤 해로운 작용을 한다는 보고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이 아기 돼지의 탄생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연구가 순조롭게 진 행된다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이보 다 더 좋은 일이 없을테니까요. P.S. 참, 인간과 좀더 닮은 침팬지나 원숭이가 아니라 왜 하필 돼 지냐구요? 사실 원숭이는 인간에 비해 장기가 작아서 이식 대상이 되기 힘듭니다. 돼지는 일단 장기의 크기가 인간의 것과 가장 비슷 하며, 인간과 유전적 일치도도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아무 거나 먹어도 잘 크고, 새끼도 한 배에 열두어 마리씩 잘도 낳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이만한 동물이 없거든요.
관련 사이트
복제 돼지 http://bric.postech.ac.kr/bbs/daily/krnews/200201_1/20020103_8.html
PPL 세러퓨틱스 http://www.ppl-therapeutics.com
로슬린 연구소 http://www.roslin.ac.uk
복제 인간 찬성 클로나이드사 http://www.clonaid.co.kr 또는 http://www.clonide.com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