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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해]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177

Hercules attempted to gain eternal life by drinking Hera's milk but failed. Transgenic animals, like Saeromi the pig with human EPO genes, are created to produce valuable substances. Biomimetic technology mimics natural principles to create various inventions, such as bulletproof vests inspired by spider silk. Cryonics aims to preserve humans through freezing for future revival, but it has not yet been fully successful

불로장생의 묘약, 헤라의 젖

제우스는 알크메네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헤라클레스를 안고 하늘로 올라갔어. 제우스 는 이 작고 사랑스런 아이가 대신(大神)의 아들이면서도 인간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기에 운행 지워진 죽음의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는 아내인 헤라에게 미리 수면제를 먹이고 조용히 다가갔지. 헤라의 젖을 먹으면 인간의 아이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었거든. 그러나 다른 여자들이 낳은 제우스의 아이들을 눈 엣가시처럼 미워하는 헤라가 젖을 줄 리가 없어 몰래 손을 써두었지. 아기 헤라클레스가 무사히 헤라의 젖을 빨기는 했는데, 빠는 힘이 어찌나 썼던지 헤라 여 신은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어. 그러고는 놀라서 힘차게 젖을 빨고 있는 아기를 밀어내버렸어. 그런데 아기가 얼마나 젖을 세게 빨았는지 젖줄기가 하늘로 솟구쳐서 밤하늘에 하얀 감이 생겼어, , 지금도 보이지? 저 은하수가 바로 헤라가 흘린 것이야.

34 형질 전환 동물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 적이 있겠죠? 그리스 사람들은 이 은하수 가 헤라가 흘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헤라의 젖을 먹으면 영원한 삶을 약속받을 수 있다니 저 하늘 가득히 흐르고 있는 은하 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 1999, 한 동물 실험실에서 새끼 돼지 한 마리가 태어났습 니다. '새롬이' 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아기 수돼지는 한동안 생물 학계의 핫이슈가 되었고, 여전히 사람들은 그때의 충격을 기억하며 새롬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아니. 돼지 한 마리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걸까요? 겉보기에는 여느 돼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새 몸이가 창출해낼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는 은하수에 견줄 만하기 때문이죠. 새롬이는 인간의 EPO(erythropoietine, 인간의 신장에서 만들어

지는 조혈 촉진제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여 빈혈 치료제로 널리 사용 되는 물질)라는 물질의 유전자를 돼지의 염색체 속에 끼워넣어서 태어난 형질 전환 동물입니다. 형질 전환(形質轉換, transformation) 이란 한 개체의 염색체 속에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들어가는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현상은 자연계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실험실에서 인 위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구요? 생체에서만 생산 되는 여러 가지 물질을 좀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 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만 해도 당뇨병은 부자들 만 치료할 수 있는 병이었 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는 당뇨병 치료제에 쓰이 는 인슐린을 합성할 수가 없어서 인간의 인슐린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소나 돼지를 잡아서 췌장에서 인슐린을 뽑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몇백 kg이 나 나가는 소 한 마리를 잡 아봤자 인슐린은 며칠 쓸 수 있는 분량만을 추출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은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 밥과 같은 것인 데. 이래서야 제대로 인슐린 값을 대기가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1978년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기적의 해였습니다. 드디어 값싸 고 질 좋은 인슐린의 대량 생산 기술이 발명됨으로써, 당뇨 환자들 이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인슐린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서 대장균이 인슐린을 생산하도록 만들 었던 거죠. 예를 들어, 인슐린 1kg을 돼지에서 뽑으려면 돼지 1만 마 리분의 췌장이 필요하지만, 대장균은 커다란 플라스크에 배지만 부어주면 됩니다. 비용은 몇 백원 수준이고, 대장균은 20분에 한 번씩 분열하니까 배지 속의 대장균은 하룻밤만 지나면 인슐린을 가득 만들어 놓을테니까요. 형질 전환의 엄청난 유용성과 시장성이 속속 증명되면서 사람들은 인슐린 이외의 물질도 형질 전환 기술을 통해 생산해내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죠. 이제 과학자들은 질과 기능이 더 우수한 단백질을 인간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죠. 대개의 경우 돼지나 양, 염소 등의 포유동물을 이용해 이 동물의 젖을 통해 유입된 물질이 배출되도록 형질 전환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인간의 EPO의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 전환 동물입니다. 만들기가 까다로워 1g 67만 달러(한화 약 8억 원)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고부가 가치 생산물입니다. 만약 형질 전환 돼지의 젖에서 인간의 EPO가 나온다면? 황금의 젖이 나오는 돼지가 되는 것이죠. 참고!!! 위에서 언급한 새롬이는 수컷입니다. 따라서, 원하는 EPO를 얻기 위해서는 새롬이를 종돈(種豚, 씨돼지)으로 암퇘지와 교배시켜 그중에서 EPO 유전자가 유전된 새끼 암퇘지를 찾는 것입 니다. 그리고 이 암퇘지를 잘 키워서 다시 새끼를 낳게 하면, 그때는 비로소 황금의 젖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롬이의 정액은 조심스럽게 운반되어 수정되었는데, 지난 2000년 드디어 새롬이의 EPO 유전자 를 물려받은 새끼 암퇘지 5마리가 태어나 현재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질 전환된 동물은 그 한 마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 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현재 새롬이 외에도 백혈병에 쓰이 는 G-CSF를 내는 흑염소 메디. 항응혈제나 항암제인 인터페론 (interferon)을 생산하는 암소 등이 새롬이와 나란히 '황금유(黃金乳)' 종족을 이루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질 전환 동물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외부에서 유전자를 도입하는 과정, 또한 원래 세포의 유 전자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외부에서 집어넣은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발현시키는 것, 그것을 제대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새끼를 낳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난관을 뚫고 성공적인 형질 전환 동물이 제대로 태어나는 비율은 겨우 0.1~2% 정도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간신히 태어난 형질 전환 동 물 한 마리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 입니다. 이런 경우, 이 동물이 죽 는다는 것은 수십억, 아니 수천억에 달하는 생산 가능성이 고스란히 날아가는 것과 같기에, 이 동물을 그대로 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형질 전환 동물에는 개체 복제가 꼭 실 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죠.

관련 사이트

EPO 함유, 새봄이 http://dric.sookmyung.ac.kr/~news/WSN/n990527_2.htm

형질전환 동물 http://yckim.chungbuk.ac.kr/biochem/2001/20902.html

대장균을 이용한 인슐린 합성 http://members.ozemail.com.au/~ilanit/dna.htm

 

톱을 발명한 페르딕스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미궁을 만든 뛰어난 장인 다이달로스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었어. 이 누이는 오빠의 훌륭한 재능을 존경하여, 자신의 열두 살 난 총명한 아들을 맡겨 가르침을 부탁 했지. 페르딕스란 이름의 이 아이는 천재였어, 페르딕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오자마자, 길이가 똑 같은 두 쇠막대기의 한쪽을 고정시켜 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들고, 막대기의 한쪽 끝을 한 점에 고정시킨 채 다른 막대기를 돌려 원을 그릴 수 있는 기구, 즉 양각기(컴퍼스)를 처음으 로 만들 정도였지. 어느 날, 바닷가를 걷던 페르딕스는 백사장에 떨어진 물고기의 등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날카로운 쇠날에 삐죽삐죽한 이빨을 만들었지. 그렇게 해서 그는 물고기의 등뼈에서 톱을 발명 했던 거야 그러나 천재는 외로운 법 이 뛰어난 조카를 질투한 다이달로스가 페르딕스를 속여 절벽에 서 떠밀어버렸지. 불쌍한 페르딕스, 그러나 친절한 아테나 여신은 이 가련한 청년을 자고새로 변신시켰어. 그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고새는 항상 나즈막한 덤불에 둥 지를 튼다지.

 

35. 생체모방, 바이오미메틱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꿈을 꿉니다.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다거나,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 있다 거나, 돌고래처럼 한 시간씩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바다를 뚫 고 솟아오르는 꿈.

초등학교 다닐 때 김동화 씨의 『곤충소년 땡뻬』라는 인상적인 만화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괴짜 박사를 이웃으로 둔 땡삐라는 아 이가 어느 날, 박사에게서 이상한 알약 몇 개를 얻습니다. 이 알약을 먹으면 곤충의 힘을 갖게 된다는 말과 함께, , 이제 땡삐의 일상은 변합니다. 예를 들어 개미 알약을 먹었다고 합시다. 개미는 자신의 몸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기 때문에, 30Kg의 땡삐는 대략 1.5톤 이나 되는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벼룩 알약을 먹으면 자기 키의 30배 이상의 높이뛰기를 할 수 있고, 잠자리 알약을 먹으면 전후, 좌우, 상하를 모두 볼 수 있는 시력을 갖게 되는 거죠. 이렇게 줄거리는 허무맹랑했지 만, 그 아이디어만은 반짝거려 서 이후 현대 과학은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자연은 일종의 모범 교과서 입니다. 진화는 어떤 의도를 가 지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한 것만 살아남기 때문 에 현재 살아 있는 주변의 생물 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눈치빠른 이들 은 일찌감치 이 사실을 알아차 렸죠. 운동화나 스포츠 용품에 많이 쓰이는 '찍찍이(벨크로 테이프)'는 개의 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은 식물의 열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입니다. 또한 철조망 은 가시덤불 근처에는 가려고 하지 않는 양들을 본 어느 양치기의 발 명품입니다. 예로부터 자연을 모방한 시도들은 꾸준히 있어왔는데, 현재 이 분야는 '생체 모방(biomimetics)' 이라는 이름으로 생활과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단순히 겉모습을 모방하는 데에서 벗어나 좀더 세부적인 것까 지 배우려 하고, 또한 이들의 원리를 분석하여 다시 인간 세상에 접목시키려 하고 있지요. 개중에는 아주 흥미로운 것들도 많습니다. 전복 껍데기에서 탱크 가 나왔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전복 껍데기를 구성하는 성분은 분필과 같은 탄화칼슘입니다. 그러나 분필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쉽 게 부서지고 가루가 날리는 반면, 전복 껍데기는 사람이 발로 밟아 도 깨지지 않을 만큼 강하고 유연하죠.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이 전복 껍데기의 구조를 분석하여, 외부 의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아 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응용하여 어지간한 포탄의 충격에는 1끄떡도 없는 튼튼한 탱크의 외피를 만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뱀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온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센서를 모방해 불빛이 없어도 온도 변화를 통해 볼 수 있는 적외선 안경을 만들었는가 하면, 박테리아의 엄청난 번식력과 분해 능력을 이용해 폐유나 우라늄 찌꺼기를 분해하는 효소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모방할 수 있는 자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거미줄은 지름이 0.0003mm밖에 되지 않아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 는데도 같은 굵기의 강철에 비해 6배나 튼튼한, 지구상에서 가장 강 한 물질 중 하나인데다가, 충격을 받으면 파괴되어버리는 금속과는 달리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 쉽게 파손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미줄은 방탄복의 재료로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 만, 자연 상태의 거미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누에와는 달리 거미 의 실크는 지나치게 가늘고 또한 생산량도 적기 때문에, 거미 5천 마 리가 죽을 때까지 거미줄을 내어도 겨우 방탄복 하나 만들 정도의 양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지요. 바로 이 부분에서 생체 모방 기술이 필요한 거죠. 거미 자체의 실 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미 실크의 성분과 구조를 분석해서 그토록 강하고 질긴 특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 섬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생체 모방 기술의 핵심입니다. 현재 캐나다의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러지는 거미의 실크 생산 유 전자를 염소의 유방세포에 주입해 염소 젖 속에서 거미줄 구성 단백 질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염소의 젖 속에 대량 함유된 거미 단백질을 가지고 만들어진 상품이 시장에 나올 날도 멀지 않은 거죠. 이제 자연계의 생물들은 단순한 이용 대상에서 벗어나 생물공학 적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생물체를 모방하는 바이오 미메틱스의 수준에서 생물체의 자연적 능력에 인간의 기술을 적용 하는 '바이오하이브리드(biohybrids)' 단계로 차츰 옮겨가고 있습 니다. 예를 들어, 파리는 공중에서 쏜살같이 방향을 바꾸거나 몸을 180도 회전하여 천장에 붙을 줄 알지만, 아직까지 인간이 만든 어떠 한 비행기도 이렇게 세밀하고 정확하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습 니다. 귀찮게 늘어진 거미줄 역시 한 가닥이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6 배나 질기고 유연성도 좋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섬유 중에서 이를 따라갈 만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레이더라도 곤충의 더듬이를 따라갈 수 없으며, 최신식 가스누출 경보기도 10km 밖에 서도 암컷이 내뿜는 페로몬을 구별해내는 나방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한편으로 인간은 참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하찮은 파리나 나방도 하는 일을 흉내조차 낼 수 없다니. 하지만 인간은 '한 분야의 특출한 우수 성' 대신 '전 분야를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반응에 대응하는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자연은 좋은 선생이자 학습장입니다. 또한 인간이 자연에게서 아 이디어를 얻어 자연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자연이라는 하나의 존재 (가이아라고 할까요?-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에서 인용)가 인간 이라는 생물체에게 진화의 가속을 담당하는 기능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지. 그렇게 해서 자연은 스스로의 모습을 변모시키 고, 더 진화된 모습으로 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건 아닐까요?

 

관련사이트

생체 모방 http://www.rdg.ac.uk/Biomim/home.htm

거미줄 섬유 http://bric.postech.ac.kr/bbs/trend/0201/020122-9.html

 

힙노스의 궁전

김메리아인들이 사는 나라 가까이에 있는 깊은 계곡에 동굴이 하나 있었어. 이 동굴이 바로 잠의 신힙노스의 은신처인 궁전이었지. 여기에는 햇빛도 비치지 않았고, 늘 안개에 싸여 있어서 어두컴컴했어, 새벽을 알리는 닭도 없었고, 고요를 깨뜨리는 개나 그보다 더 귀가 밝은 거 위 같은 것도 없었으며, 오로지 침묵과 고요가 있을 뿐이었지. 이 동굴 밑으로는 레테의 강이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어. 레테의 강은 망각의 강으로, 맘 자(亡者)들은 여기서 이 강물을 마시고 전생의 기억을 잊고 새로이 태어날 준비를 했어. 강줄기 옆에는 양귀비를 비롯한 수많은 약초가 자라고 있었는데, 잠의 신은 이런 약초에서 즙을 뽑아 세상에 뿌려 산 것들을 잠재우는 데 썼다. 동굴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흑단 침대 위에는 깃털보다 보드라운 보료가 깔려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잠의 신 힙노스의 잠자리였어. 힙노스의 주변에는 수많은 꿈의 신들이 누워 있었어. 꿈의 신들은, 벌판에서 거둔 옥수수, 숲의 나뭇잎 혹은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그 수효가 많았다지.

 

36. 죽음 같은 잠, 생체 냉동

예전에 캐나다에서 13개월 된 아기가 영하 20도의 날씨에 기저귀 만찬 채 나갔다가 10시간 만에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 가엾은 아기는 자신이 잠들어 엄마가 잠깐 옆집에 간 사이, 잠에서 깨어 엄마를 찾기 위해 밖으로 기어 나왔다가 눈에 파묻혀버린 것이었습니다. 혼비백산한 엄마의 신고로 구조대가 출동해 10시간 만에 찾아낸 아기는 눈더미 속에 파묻혀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였습니다. 아기를 급히 병원으로 옮기긴 했지만, 그 누구도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한 아기는 의료진들이 언 몸을 녹여주자 기 적처럼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 기적의 아기는 손과 발에 동상을 입은 것 외에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 치고는 아주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해요. 이 아기가 살아난 것은 단지 '믿거나 말거나' 류의 해외토픽감일 뿐 아니라, 과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는 범죄자를 냉동시켜 그 사이 착한 인간으로 개조하는 세뇌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며, <A.I.〉의 로보트 데이비드는 자식이 병이 들어 냉동시켜 둔 부부에게 입양되어 갑니다. 이미 냉동인간 이야기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낯선 주제가 아니며, 실제 현실에서는 인간의 난자와 정자, 수정된 배이 까지는 냉동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은 생식 세포 뿐만 아니라, 스스로 영생을 얻기 위해 냉동인간(corpsicle)을 꿈꾸 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요즘 각 광받고 있는 '저온생물학 (cryobiology)'의 힘을 빌어 점 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저온 생물학의 범위는 현재 저온 보 존, 저체온 수술, 인공 동면 등 을 기본 가닥으로 하여 연구되 고 있는데, 저온 보존(생식 세포 나 수정란의 저온 보존)과 저체온 수술은 현재 시도되고 있지만, 인공 동면은 아직은 시험 단 계에 있습니다. 실제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 들의 경우에는 체온을 거의 빙 점에 가까운 3도까지 떨어뜨려 서 여러 달을 생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여기고 있지요. 사람들이 이 인공 동면 기술을 이용한 냉 동인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세에서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일지라 도 미래에 기술이 진보하면 고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삶의 지속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될 그날까지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설 사 자신의 몸을 꽁꽁 얼려서 탱크 속에 집어넣더라도 말이죠.

얼렸다가 녹인 생명체가 과연 다시 살아날까요?

의외로 이 실험은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통에 액체 질소를 준비하고 금붕어 한 마리를 여기에 넣은 뒤 1분쯤 지나 다시 꺼냅니다. 이때 금붕어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액체질 소는 아주 차갑기(영하 197) 때문에 조직이 모두 얼어붙어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금붕어가 산산조각나는(!) 기이한 현 상도 목격할 수 있거든요. 어쨌든 이렇게 꺼낸 금붕어는 하얗게 얼 어 있어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동태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 나. 이 냉동 금붕어를 미지근한 물에 다시 넣어주면 잠시 후 꼬리지 느러미를 흔들며 물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기법을 인간에게 적용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사람 들은 냉동인간을 공상과학소설에만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서 현실로 옮겨왔습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인간 냉동 주 식회사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웹사이트 www.alcor.org)' 이 영업중이며, 1967, 신장암 판정을 받 고스스로 냉동 인간이 되기로 자청했던 배드퍼드 박사를 필두로 현재 수십 명의 사람들이 캡슐에 냉동된 채,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켜 줄 미래를 꿈꾸며 잠들어 있거든요.

그렇다면 냉동인간은 어떻게 만들까요?

앞의 금붕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갑자 기 액체 질소에 담그지는 않습니다. 우선 사람이 죽기 직전 심장에 항응고제를 주입시켜 뽑아낸 피가 응고하는 것을 미리 막아둔 뒤에, 영하 72도의 냉동장치에 사람을 넣고 전신에서 혈액을 모두 뽑아낸 후에 대신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 냉동생명 보존액(인간의 혈액과 비슷한 성분을 지닌 일종의 부동액[不凍液)이랍니다)으로 갈아줍니다. 사람을 그대로 냉동시키면 체액이 얼게 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부동액으로 체액 교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체액 교환이 끝나면 액체 질소에 넣어 급속 냉동시켜 교환해준 체액이 결정화되는 것을 막고 이후 계속해서 이 액체질소 탱크에서 보존하는 것이지요. 해동의 과정은 위의 과정을 거꾸로 되풀이하는 겁니다. 해동할 때에는 인간을 액체질소 탱크에서 녹인 후, 부동액을 체액으로 바꾸어 주고 전기 충격 등으로 심장을 소생시키면 되는 거죠, 그러나, 아 직까지 실제로 해동된 사람은 없습니다. , 액체질소 탱크 속에서 영생을 꿈꾸며 잠든 사람은 있지만, 실제로 깨어나 현세로 되돌아온 사람은 없는 것이죠. 아직 냉동인간의 원래 목적인 불치병의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것 도 이유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해동이 유보되는 것은 과연 이들이 해동되었을 때 정상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 문입니다. 아직, 생체 냉동과 해동에 대한 신비가 완전히 벗겨진 것 이 아니어서 냉동 인간이 무사히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자신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아기는 비록 인공 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눈 속에 파묻힌 채 10시간을 지내고도 살아남 음으로써, 사람이 냉동되었다 해동되더라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던 거죠. 현재 냉동인간 기술은 만만치 않은 유지비용과 생명체에게 죽 음이란, 노쇠한 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해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넘 겨주는 교대 행위라는 자연 순리적인 관점으로 인해 활성화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욱더 기술이 발 달해서 냉동과 해동에 대한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자신이 죽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냉동인간에 대한 열 망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습 니다. 그들이 과연 제대로 소생할 수 있는지, 소생이 가능하더라도 과연 냉동되기 전까지의 지능과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문화적, 사회적 충격을 감당해낼 수 있는지. 왕자의 키스로 1백 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과연 그 시간이 가져다 주는 사회적 발전에 적응할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학자들조차 냉동인간을 단순히 소생시키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 지만, 기억과 지능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저온 냉동과 급속한 해동이라는 엄청난 물리적인 변화가 뇌의 정 교하고 민감한 네트워크와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따라서 혹자들은 나노 기술이 발달하여 나노 로봇이 발명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냉동인간의 시도가 어리석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다고 해서 전혀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영원히 알 수가 없으니까요. 과학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때 로는 앞장서 가보기 전에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심사숙고해서 조심스레 한발짝 내딛어서 속도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그대 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하거나 못 가게 막아서는 안 되겠죠.

과학은 소를 닮을 것,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앞을 향해서 나아 갈 것.

 

관련 사이트

저온생물학 http://my. dreamwiz.com/korean93/information/data/insik12.htm

http://www.societyforcryobiology.org

알코어 생명재단 http://www.alcor.org

나노테크놀러지 http://wwww.nanozine.com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