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에너지 입문서[수소에너지 백과사전_5]
In Hokkaido, Japan, technologies for supplying electricity and heat using green hydrogen are being implemented, along with the development of hydrogen cities and low-carbon hydrogen production utilizing waste plastics. South Korea is promoting policies for the construction of hydrogen cities but is facing challenges regarding public acceptance and production issues. To address the fine dust problem, South Korea aims to reduce ultra-fine particulate matter emissions and transition to eco-friendly transportation methods, emphasizing the use of hydrogen in ships. Hyundai Heavy Industries, Daewoo Shipbuilding & Marine Engineering, and Samsung Heavy Industries have launched a hydrogen fuel vessel R&D platform to conduct research, and South Korea seeks to establish a new ecosystem in the shipbuilding industry through a hydrogen economy, aiming to recreate the glory of its past.
핫플레이스, 수소 도시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M씨는 평소 온천에 가서 몸을 푸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최근 M씨가 자주 가는 온천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온천 시설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고 있다. 평소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네팜 Ene-Farm을 사용해 집안 곳곳에 난방과 전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온천 시설에서 사용하는 것은 천연가스를 통해 얻은 전력이나 열이 아니다. 그린수소를 사용해서 얻은 에너지다.
홋카이도는 풍력발전과 수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 수소를 이용할 수 있는 저압력 수소공급시스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홋카이도의 무로란시市, 규슈대학교 등이 전략적 파트너이다. 수소기체나 수소액체를 고체에 흡수하는 흡장 방식으로 합금탱크에 저장해서 차량으로 운송한다.
홋카이도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소도시의 씨앗을 키워가고 있다. 또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저탄소 수소를 생산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는 실증사업도 벌이고 있다. 가와사키는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해서 호텔에 설치된 연료전지에 공급하기도 한다.
일본은 이렇게 '수소도시'를 전략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수소도시는 도시에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이다. 시민은 건강하고 깨끗한 도시 생태계를 체감할 수 있다. 수소 생태계란 수소 생산에서 저장과 운송, 활용을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면 수소도시가 그려가는 미래 모습은 무엇일까?
생산과정에서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이 발전하는 단계를 예측해 포함하고 있다. 마을 곳곳과 건축물에 이 기술이 적용되어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벌이고 있는 온천 실증사업이 바로 이런 형태다.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는 액화하거나 고체 저장 기술을 활용해 대용량으로 안전하게 도시 이동,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운송한 수소는 수소 발전시설, 수소 메가스테이션 Megastation 등 핵심 기반시설을 통해 주거와 교통, 산업 등 도시활동 전반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의 수소 시범도시는 기타큐슈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수소타운이 있다. 2009년 시작된 이 사업은 신일본 야하타제철소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시가지를 통과하는 배관을 통해 일반 가정과 공공시설, 상업시설 등에 전달하고, 이 수소를 이용해 연료전지 발전으로 전기를 만든다. 각 가정과 시설은 이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일본은 수소타운 실증을 통해 향후 수소도시로 갈 때 생기는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먼저 수소 배관의 안전성 문제다. 부생수소에 부취제를 첨가했으며, 수소관 위에는 광섬유로 진동센서를 부착해 진동을 감지한다. 공사 등으로 일정 이상 진동이 감지될 경우엔 수소 누설을 확인할 수 있다. 운송 분야에서는 소형 이동수단, 즉 수소 지게차와 수소 자전거, 수소 오토바이를 주요 수단으로 운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형차 전문기업인 스즈키 Suzuki는 수소 스쿠터의 상용화를 위해 개발 중인 상태다. 일본은 재해가 많아 독립된 분산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해 대비 독립 전원으로써 수소 전기차를 이용하여 주택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고령자 임대주택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사용하고, 남는 잉여전력은 수전해장치로 보내 수소를 생산·보관한 후,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경우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 또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수소에너지 타운을 조성해서 올림픽 이후에는 일반인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수소도시가 구축된 사례는 영국, 일본, 덴마크 등이 있다. 그 외 도시는 대부분 실증 기술개발에 그치고 있다. 영국은 2014년부터 리드 시 Leeds City에서 천연가스 배관을 이용해 수소를 이송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8개 지역의 천연가스 중압 배관을 개보수하고, 1개 지역에 17bar의 신규 배관을 건설해 수소를 이송하는 것이다. 수소는 메탄을 개질해 만들고, 이 수소를 소금 동굴이었던 지하에 저장하게 된다. 도시에서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영국은 실증을 통해 몇 가지 내용을 검증하고자 한다. 천연가스를 100% 수소로 전환하기 위해서 천연가스 배관 사용이 가능한지, 도시 내 에너지 사용량을 수소로 전부 대체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시민 수용성도 검토한다. 그리고 수소 생산량이 대도시 내 에너지 사용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도 파악한다.
덴마크는 풍력을 활용해 수소도시 가능성을 평가받기도 했다. 에너지 자립섬 롤란드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적은 인구가 살고 있는 소규모 섬이어서 수소도시라는 명명은 사실상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수소도시로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 시범도시 조성을 추진하기 위해 전략을 발표했다. 수소도시로 가는 전 단계에 수소 시범도시가 있다. 수소 시범도시는 주거와 교통 분야에 집중해 수소 활용기술을 실증한다. 시범도시에서는 기술의 안전성, 경제성 등을 검증해나갈 수 있다. 공동주택 단지와 개별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냉난방과 전기를 공급한다. 수소 에너지 기반 교통체계도 구축되는데 복합환승센터, 주차장, 버스차고지 등에 수소 전기차와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 통합 운영센터도 두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 우리의 대표적인 수소도시는 울산이다. 울산은 풍부한 부생수소를 바탕으로 수소도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도시는 우리의 미래 도시상이다. 우리 역시 수소도시를 선정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 수용성, 수소 생산 등의 문제가 있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경우 에네팜이라는 세계 1위 가정용 연료전지가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는 발전용과는 달리 가정용 연료전지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계적인 수소 전기차의 선도적인 기술이다. 연료전지와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의 에네팜, 도요타와 힘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주요 자동차기업 역시 뒤늦게 수소 전기차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기술이 핵심이다. 수소 시범도시에서 수소 생산과 사용을 실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격국가가 아닌 선도 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한국, 다시 한번 조선해양 산업 강국으로!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습격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2018년 기준 61일에서 2022년까지 40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초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발전 분야를 제외하면 수송 분야이다. 수송 분야에서는 수소전기차·전기차를 필두로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어 초미세먼지 절감이 예상된다. 선박 등 도로가 아닌 곳을 이용하는 수송 분야에서도 절감이 필요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2016년 기준을 보면, 비도로 이동 오염원에서도 선박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 부문에서 가장 앞자리에 있다. 전체 부문 중 연간 미세먼지 배출량이 7,589톤,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6,995톤으로 비율이 모두 48.7%에 달한다. 위 표에서 보듯이 비도로 수송 분야 중 선박 부문(48.7%)은 건설기계 부문(39.6%)보다 약 10%나 높게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자연과학 전문 저널 '네이처(Nature)'는 초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세계 10대 항구 중 하나로 부산항을 지목했다. 또 경기도 평택항은 미세먼지 농도가 경기도 내 평균을 20%나 초과하고 있다. 이들 항구를 오염시키는 주범 역시 선박이다. 평택항에는 연간 4,000여 척에 달하는 대형 화물선이 오가는데, 이때 사용하는 연료가 가장 정제를 덜한 중유와 벙커C유이다. 원양어선은 많은 양의 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값이 싼 중유와 벙커C유를 사용한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선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기체가 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했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59차 해양 보호위원회에서는 선박 분야에서 자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승인했다. 2019년에는 IMO 산하 해양환경 보호위원회가 CO2 배출량 규제 강화를 결의했다. '2025년까지 30% 감축하기로 되어 있던 20만 톤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의 CO2 감축량을 2022년까지 50% 감축'하겠다는 강화된 내용이다. 문제는 기술이다. 선박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LNG 선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소 선박으로 이행해야 한다. LNG 선박 역시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며, 온실기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수소 선박으로의 이행은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앞으로 수소 선박의 시장 규모는 100조 원을 넘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소 선박은 어떤 분야에서 사용될까? 에너지 운송을 위한 대규모 선박뿐 아니라 유람선과 여객선, 레저용 보트 등 모든 선박에서 수소 연료전지 선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2019년 5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현대기아차·포스코·현대상선 등이 참여하는 '친환경 수소 연료 선박 R&D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수소 선박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연구센터도 설립했다. 기업들은 이곳에서 수소 선박뿐 아니라 액화수소를 운송할 수 있는 액화수소 선박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수소 선박에서 우리가 유리한 지점은 바로 현대자동차, 포스코 에너지, 두산퓨얼셀 등의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다. 이미 빅3로 수소전기차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1인자로 손꼽힌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적용한 수소 연료전지 동력 시스템을 선박에 맞게 대형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선박용 강판을 만드는 포스코도 있다. 제조업의 강자 대한민국의 기술이 수소 선박 기술에 적용되고 있다.
세계 조선 산업 선진국들도 시장을 넓히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수소 선박 산업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독일·노르웨이·일본 등 수소 기술 선진국들은 20여 건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가장 앞선 국가는 앞에서 살펴본 노르웨이다. 일부 핵심 기술은 이미 상용화 수준으로 연구되었으며, 시장 독점이 가능할 정도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 수소 연료전지 선박에 대한 기본 승인을 마친 상태다. 액화 수소 벙커링 선박은 세계 최초로 기본 설계를 마쳤다. 또한 스웨덴 맨크리요(MANCryo)의 세계 최초 '디젤 용 엔진 기관을 사용하는 액화수소 저장 공급 장치'도 국제 인증 기관인 DNV-GL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수소 선박 산업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해양 플랜트 산업으로도 이어진다.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소 생산 시설, 생산된 수소를 액화하고 저장하는 설비 등 이 모든 시설이 해양 플랜트로 세워지게 된다. 여기서 나아가 액화 수소를 목적지에 하역한 후 다시 액화하거나 저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설도 해양 플랜트의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수소 경제를 선언하고,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한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하겠다는 목표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쉘과 영국 국영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륨은 해안에서 떨어진 해양 플랜트에서 수소 생산·수소 액화를 마친 후 바로 수소를 수송하고 목적지에 저장한다. 그리고 이후 소비자에게 보내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비슷한 시스템인 LNG 밸류 체인을 구축하여 이미 가동 중이다. 기업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수송과 공급을 일괄적으로 진행, 산업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생산·액화·저장·공급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갖게 되면, 다른 나라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경제적인 이익도 클 것이다.
2000년 우리는 세계 1위 조선업 국가였다. 우리 조선해양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외 의존도가 심하다. 고급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나면 수익이 많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로 프랑스 LNG 탱크 전문 업체인 지티티(GTT)는 한국에서만 1조 원의 로열티를 챙겨가기도 했다. 수소 경제는 단순히 우리를 수소의 소비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소를 통한 산업을 성장시키고, 그 성장 속에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기업들의 탁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조선업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2000년대 조선업의 영광을 수소 선박으로 다시 실현할 수 있다. 향후 100년간 우리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 다른 나라들이 우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수소에너지 백과사전
이원욱, 이승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