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에너지 입문서[수소에너지 백과사전_3]
This article emphasizes how the United States, Japan, and Germany are pursuing various strategies to address climate change and achieve sustainable development, with the goals of transitioning to a hydrogen economy, revising nuclear policies, and reducing carbon emissions, while also highlighting that these efforts could provide opportunities for energy independence for resource-poor nations.
수소 러시
1848년, 미국 전역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한 제재소 주변에 금이 많이 있다는 소문이 동부까지 전해졌다. 많은 미국인들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모두 금을 캐기 위해 서쪽으로 달려갔다. 이 모습을 황금광 시대, 골드러시(Gold Rush)라고 표현했다. 당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하와이, 중국 등지에서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왔다. 말을 타고 흙먼지를 내며 서쪽으로 달려오거나 배를 타고 몇 달간의 긴 항해를 거쳐 캘리포니아 연안에 도착한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먼저 도착해 많은 황금을 캐는 것뿐이었다. 금을 향한 질주, 골드러시는 미국 서부 개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황금은 수많은 것을 바꾸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캘리포니아를 하나의 주로 독립시켰으며, 서부를 개척해 대륙횡단 열차선로가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생산한 금은 미국의 금본위제 화폐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의 시대는 저물었다. 1854년에는 실업자가 거리에 넘쳤고 은행들은 도산했다. 사람들은 물질주의의 비애 앞에서 타락하거나 고독에 빠졌다. 황금광 시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범죄가 만연한 도시로 변했다.
황금광 시대는 저물었지만 미국 서부는 다시 '검은 황금의 시대'를 열었다. 바로 오일러시(Oil Rush)다. 1892년, 황금 밑에 묻혀 있던 유전의 발견으로 캘리포니아에는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검은 황금인 석유는 전 세계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석유의 힘, 즉 에너지의 힘은 커져갔다. 석유가 있어 산업이 발전하고, 자동차가 다니고, 음식을 데워 먹을 수 있었다. 석유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 갔다.
19세기를 가로질렀던 골드러시와 오일러시에 이은 또 다른 러시가 시작됐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정책 전환을 이끄는 수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수소러시는 이전의 황금이나 석유와는 다르다. 골드러시나 오일러시처럼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시작해 점점 많은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자원 부국과 자원 빈국을 나누지 않는다. 의지와 기술력만 있다면 수소러시는 어떤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보고서는 앞으로 전 세계 수소 수요가 급증하여 2050년경에는 수소 산업이 연간 2조 5,000억 달러의 부가가치와 누적 3,0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활용을 통해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 소비를 감소시켜, 연간 약 6G 톤의 CO₂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도 예상하였다.
세계적인 수소러시의 시대, 가장 먼저 수소 에너지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수송 분야이다. 수소 에너지로 '탈 것'이 바뀌고 있다. 현재 수소전기차는 승용차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7,000여 대 보급되어 있다.
북미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약 3,500여 대의 수소전기차가 있으며, 대부분 승용차이다. 2019년 말까지 5,000여 대가 보급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지게차가 2만 대나 운행 중이다. 우리도 1톤 수소 트럭, 수소 열차 등이 개발되고 있어 '탈 것'의 혁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수소 충전소는 전 세계에 4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28개가 우리나라에 있다. 우리나라 국회에 만들어진 수소충전소가 수소택시 등을 확대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작용된다면, '탈 것'의 혁명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또 다른 분야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골드러시나 오일러시가 미국 서부를 변화시켰고, 나아가 세계 경제를 바꾸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 산업 혁명을 가져왔듯이 세계에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다만 골드러시나 오일러시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부를 창출하고, 독점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를 불러왔다면, 수소러시는 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독점보다는 공유 경제에 걸맞는 에너지, 기후 변화를 늦추어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수소러시! 우리는 앞에 있을 것인가, 또 다시 후발 주자로 앞에 선 국가의 뒤만을 따라가는 추격 경제를 반복할 것인가. 수소러시를 이끌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그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
'캘리포니아 드림, 꿈꾸던 그 나라로 / 달이 붉게 걸린 그곳으로 / 캘리포니아 드림, 추운 날을 떠나 따뜻한 그곳으로 가고 싶어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팝송 '캘리포니아 드림(California Dreamin')'의 가사 일부분이다. 사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우리가 꿈꾸던 그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캘리포니아 수소의 꿈'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전 세계 수소 전기차의 50%가 팔렸으며, 연료를 보급받을 수 있는 수소 충전소도 무려 50여 곳에 이른다.
캘리포니아의 꿈은 우선 '미래'라는 이름을 가진 도요타가 만든 수소전기차, '미라이'가 이루어나가고 있다. 도요타의 미라이는 3년을 사용기한으로 리스비 1만 440달러만 내면 사용이 가능하다. 연료인 수소는 무료로 충전할 수 있으며, 유지와 점검 비용도 무료다. 도요타의 전략은 연료비를 무료로 함으로써 수소전기차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이용해 수소 충전소를 많이 구축할 수 있다. 도요타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 '넥쏘' 역시 구매하거나 리스하는 고객에게 최고 1만 3,000달러를 지원한다. 주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5,000달러를 보태면 사실상 지원받는 금액은 2,000만 원이나 된다. 주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전략, 소비자의 이익이 어우러진 셈이다.
캘리포니아는 전기차의 도시였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공존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충전 시간이 전기차에 비해 훨씬 짧고, 충전소가 늘고 있어 소비자는 편하게 수소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변화는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 역시 기후 변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인류의 요구에 눈감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인에게 자동차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넓은 국토와 값싼 기름값 덕분에 자동차의 덩치는 점점 커졌고 연비와는 상관없이 강한 출력을 가진 엔진은 최대 출력으로 미국의 도로를 질주한다. 한 집에 자동차 두세 대가 구비되어 있다. 1인당 1승용차가 보편화된 나라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선두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27%를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보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30년까지 자동차의 석유 사용량을 50%로 줄이고, 2050년까지 석유 사용량과 공해물질 배출을 8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11개 주에서 무공해 자동차의 사용에 대해 일종의 포인트 제도인 '크레디트(Credi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판매업체는 2017년부터 생산된 차량의 판매량에 따라 할당된 크레디트를 취득해야만 한다. 만약 할당된 크레디트를 취득하지 못하면 1크레디트당 5천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함으로써 할당된 크레디트를 취득한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하며 크레디트를 취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친환경차의 범위도 점차 더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는 내연기관의 연비를 좋게 하거나,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등을 판매해도 크레디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그리고 수소전기차를 판매해야 크레디트를 얻을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어느 차량이 크레디트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을까? 현재 기준으로는 수소전기차가 가장 많은 크레디트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수소전기차가 친환경차 중에서도 탁월하며, 환경에 보탬이 되고 있음을 미국 정부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동차를 시작으로 점진적인 수소경제 실현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는 미국 에너지부가 세우고 있는 4단계 계획이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수소 미국(H2 USA)'을,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을 만들어 결정하고, 이들 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수소경제에 대한 대응은 정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파리협정에 대한 자발적인 준수 역시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행 정도가 달라진다.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95개국 정상들이 체결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에 불공평하고, 미국인들에게 손해를 준다는 이유였다.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세계 2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순위에도 불구하고 미국 트럼프 정부는 산업발전이라는 자국의 이익을 선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 연방정부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정부의 이해와 요구, 세계 각국의 압박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성장을 이유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수소경제로의 변화는 인류가 가야 할 숙명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
2011년 3월 25일, 일본 고베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A씨는 고베 야구장에서 열릴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야구 관람을 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개막전이 4월 중순으로 연기된 것이다. 프로야구를 즐기는 일본인들에게 개막전은 축제와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개막전을 미룬 것일까? 전력 부족이 이유였다. 금요일 야간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밝힐 라이트를 켜야 하는데 전력이 부족해 라이트를 켤 수 없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일본 모든 지역의 원자력 발전기가 일시 정지되었고 결국 전기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
에너지 문제에 있어 일본과 우리는 닮은 점이 많다. 지하자원은 거의 없지만 석유와 가스를 수입해서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석탄 발전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2011년 3월,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 동북연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 이후 쓰나미가 밀려왔고, 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선 누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일본은 원자력 중심 에너지 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2011년 10월 '일본 에너지 백서'에서 원자력의 점진적인 감축을 선언했다. 생존과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립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2014년부터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수소 사회 실현을 국가적인 아젠다로 설정하고,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소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였다.
일본의 '수소 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의 주요 내용을 보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80만 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충전소 900개소,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 발전 단가는 17엔/kWh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 사회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수소 경제가 확산되면 자국에서 생산되는 수소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수소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방식에 대해서도 로드맵에 제시하고 있다. 우선 다른 나라와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서 수소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LNG를 개질하거나 원유를 가공해 얻는 부생 수소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준비를 위해 일본 정부는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고안한 방식은 'H그리드'다. H그리드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호주에서 갈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액상 형태로 전환해 액화 수소 선박을 이용, 일본으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가스화 기술과 이산화탄소 분리 및 회수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공동으로 H그리드를 실현하기 위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국제적 액화 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수소 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리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일본은 수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오직 호주와 협력하는 것만은 아니다. 역시 천연자원으로 부를 쌓아온 나라인 브루나이와도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브루나이에는 수소화 공장을, 일본 가와사키 해안 지대에는 탈 수소화 공장을 건설하고 2020년에는 브루나이에서 생산한 수소를 유기 수소 화합물로 변환시켜 실온 상태, 대기압 상태에서 배를 통해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자국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정확히 파악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이 수소 경제를 확산하는 데 있어서도 호주나 브루나이 등 해외 자원 강국과의 협력이 없다면 그 이행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선택을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역시 자원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 이행을 위해 수소라는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우리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
"독일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990년 대비 55%를 줄이고, 이때까지 소비하는 에너지 중 3분의 2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고, 2038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독일 영화 '헬(Hel)'에는 기후 변화로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목 그대로 '지옥'인 이 영화에서 지구 기온은 10℃나 높아져 있다. 그 결과로 물은 말라갔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역시 기후 변화가 낳은 지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식량이 되는 식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니 당연히 종자도 얻을 수 없다. 인류는 결국,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영국, 프랑스 등은 기후 위기 비상선언을 통해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전 지구인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만성적 위기 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
유럽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인 독일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더욱 고민하고 있다. 독일이 우선 기후 변화 대응책으로 선택한 것은 재생 에너지였다. 2001년 독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2000년 기준 전체 소비전력의 6%에 불과하던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18년이 지난 지금 33%를 달성했다. 그중 풍력 에너지는 육상 풍력 14%, 해상 풍력 2%를 포함한 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세계 각국에 미친 영향은 컸다. 원자력 발전 중심으로 전기를 공급해 온 나라들은 원자력을 폐기하고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세계 에너지 판도가 바뀐 것이다. 독일 역시 메르켈 총리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어 나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공부한 물리학 박사다. 매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독일은 일찍이 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CO₂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를 폐기하고, 원자력 에너지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1년 5월 30일 메르켈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결정을 뒤집고 원자력 발전 폐기를 선언했다.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7명과 정책을 논의한 결과, '2022년 독일 원전 전면 폐쇄'를 선언하고 오래된 원전 여덟 기도 영구적으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저 발전이 문제였다. 재생 에너지가 가진 한계 때문에 재생 에너지를 기저 발전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현재 독일은 석탄으로 화력 발전소를 돌려 생산하는 전기보다 바람과 태양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더 많아졌지만 이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기저 발전으로 사용하기엔 무리였다. 기저 발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 에너지원 선택해야 했고, 그 에너지원으로는 원자력 에너지를 선택했지만 이마저 폐기하면 대안이 없었다. 독일은 아직 기저 발전으로 수소 에너지를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면서 수소 에너지는 더욱 더 중요해졌다.
독일은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 강국답게 수소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 공급과 저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수소 에너지가 단순한 대체 에너지가 아닌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고의 승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2006년부터 14억 유로, 약 2조 원을 투자하여 국가 기술 혁신 프로그램인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 국가 혁신 프로그램 NIP: National Innovation Program for Hydrogen and Fuel Cell Technology'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계획 하에 정부 주도로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연료전지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실증 연구 등 수소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명칭은 '수소 연료전지 클러스터 NRW: North Rhine-Westphalia'이다. 보조금 지원 정책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보조금은 마이크로 열병합연료전지의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었으며, 약 2,000대의 보급을 달성했다. 지원 금액은 설치비를 포함하여 시스템 가격의 최대 40%까지 지급하고 있다. 실제 독일의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기체 저감을 위한 고효율 마이크로 열병합 연료전지 보급 확대 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74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는데, 시스템 이용률을 97% 이상으로 높였다. 4년 동안 운전 시간 450만 시간, 발전량 250만 kWh의 기록을 달성했다.
독일의 수소경제가 돋보이는 부문은 단연 자동차다. 자동차 종주국답게 독일은 '국립 수소연료전지기구 NOW'의 지원을 통해 수소전기차 인프라를 넓혀가고 있다.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독일에는 수소버스 60대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400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연방 디지털 인프라 및 교통국'은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20년까지 100기, 2025년까지 400기, 2030년까지 1,000기의 수소충전소 구축이 예정되어 있다. 독일이 이렇게 충전소 사업을 선도적으로 벌일 수 있는 이유는 수소충전소 사업으로 유명한 독일 기업 린데가 있기 때문이다. 린데는 세계 수소충전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 이미 약 90여 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했으며, 현재 독일 수소충전소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차 수요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 정책도 강화된다. 2025년까지 4만 유로 미만인 저가 전기차에 대해 구매 보조금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2025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자동차세를 면제한다. 이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적은 전기차와 수소전기 화물자동차 구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화물운송 분야에서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연료 비중을 타 연료 대비 약 3분의 1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시스템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GLC F-CELL'을 출시하고, 현재 리스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아우디는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있다. 현대자동차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2022년 수소전기차를 출시, 판매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0년부터 다양한 수소 전기차를 선보이고, 판매할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이다.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도 자동차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독일산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독일 기업들은 뒤늦게 수소 전기차에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특유의 장인 정신과 기술력을 통해 한 번 시장에 진입하면 큰 돌파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독일은 프랑스 알스톰의 기술을 이용해 수소 열차를 도입하여 시범 운행하고 있다. 유럽연합 EU의 중요한 국가인 독일에서 수소 기차를 먼저 도입한 것은, EU가 앞장서서 수송 분야에서 친환경 정책을 적용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또한 지멘스(Siemens)가 주요 대학과 협력해서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 철도 차량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독일 교통부의 수소 철도 차량 개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소 운송에서도 독일은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운송비용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린 수소를 직접 사용하거나 메탄가스화해서 천연가스 배관에 혼합해 저장·운송하는 P2G에 주력하고 있다. 아우디의 '아-가스 E-GAS 프로젝트'를 보면,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발전을 통해 사용하고 남은 잉여전력으로 제조한 수전해 수소를 메탄가스화해서 가스 공급망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기술의 리더다. 히든 챔피언을 만든 독일 기업들은 꼼꼼한 일처리와 대를 잇는 정신으로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의 수소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독일의 수소경제는 수소전기차, P2G, 주택용 연료전지 실증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음은 기저 발전으로서의 수소 에너지 활용이다. 2022년 원자력 발전 가동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에게 기저 발전원을 선택하여 집중 투자하는 것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 대체 에너지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수소 에너지가 아닐까. 원자력 발전에서 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이룬 독일의 환경 친화라는 가치 중심적 정책이 수소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들이 이룰 눈부신 성과가 기대된다.
수소에너지 백과사전
이원욱, 이승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