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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해]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174

The battle between diseases and the immune system has played a crucial role in the evolution of life forms. Mad cow disease is caused by prions, a type of protein, and can be transmitted to humans. AIDS is caused by the HIV virus, which attacks the immune system and leads to fatal diseases. The development of AIDS treatments faces challenges due to economic reasons

5장 질병과 면역계

창조는 투쟁에 의해 생긴다. 투쟁 없는 곳에 인생은 없다. [비스마르크]

 

오래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미생물들이었습니 다. 지구가 나이를 먹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그보다 진화된 커다란 생명체들이 나타나자 이 작은 친구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눌러살 집으로 커다란 생명체들을 이용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이들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몸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놓을 순 없었겠죠. 그래서 일어난 미생물과 다세포 생물의 면역계의 싸움. 그 피할 수 없는 오랜 경쟁 속에서 우리의 면역계는 더욱더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발전해왔죠. 외부에서의 끊임없는 자극은 때로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 약이 되어주지요.

 

저녁 때 쇠고기 먹을래?

크레타 섬의 왕위 계승을 위한 싸움에서,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왕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 했지. 이에 포세이돈이 바다의 훌륭한 황소를 주어서 결국 미노스는 왕위에 오를 수 있었어. 그 는 왕위에 오른 후 이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다시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했는데, 그만 욕심이 나 고 말았어, 황소가 너무 훌륭해서 제물로 내놓기 싫었던 거지. 그래서 이 소는 숨겨두고 다른 소 를 제물로 바쳤는데, 포세이돈이 모를 리 있겠어? 화가 난 포세이돈은 그 벌로 헬리오스의 딸이자 미노스의 아내였던 파시파에가 이 황소를 사랑하게 만들었어, 황소를 사랑하게 된 파시파에는 인간의 몸으로 황소와 사랑할 수 없는 것 이 안타까워 유명한 아테네의 기술자인 다이달로스에게 속이 비어 있는 암소를 만들도록 부탁 한 뒤, 그 안에 들어가서 황소와 정을 통했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세상에나 끔찍해라. 그녀는 황소의 아들을 낳고 만 거야, 인간과 황소의 아들인 이 괴물은 몸은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소의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황소)란 이름으 로 불렸지. 이 끔찍한 괴물을 보고 경악한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명하여 왕궁의 지하에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인 라비린토스를 만들게 하고, 여기에 미노타우로스 를 가두어버렸어, 사나운 미노타우로스는 미궁에 갇혀 매년 희생물로 바쳐지는 일곱 명의 소년 과 일곱 명의 소녀를 잡아먹으며, 테세우스의 손에 죽을 때까지 그렇게 미로 속을 헤매고 다녔다.

 

25. 광우병과 프리온

옛날 사람들은 인간과 다른 동물이 결합하면 양쪽의 특징이 절반 씩 섞인 괴물이 태어나리라 믿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믿음은 현대에 들어와서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지난 2000, '광우병 파동'으로 쇠고기 매출이 뚝 떨어졌을 때가 있었죠. 그렇다면 정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도 감염될까요? 대답은 불행히도 '그렇다' 입니다. , 살코기 자체를 먹는 것은 괜찮지만, 고기에 도살된 소의 뇌조직이나 골수가 묻어 있으면 위험 합니다. 대개 인간과 동물이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에는 인수() 공통질병이라고 하여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걸리 는 병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광견병이지요. 그나마 광견병 은 백신이 나와 있지만, 광우병은 아직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불치병 이라 에이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 습니다. 광우병은 극히 최근에 와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병입니다. 광우병에 걸려 죽은 소나 사람의 뇌를 보면,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빵빵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한 뇌조직의 손실로 치매, 운동능력 상실, 통증 등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죽게 됩니다. 광우병이 유명해지기 전에도 인간에겐 크로이팬츠-야콥슨(CJD) , 쿠루병 등 광우병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병이 있었습니다. 특 히 쿠루병은 그 특이성으로 인해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습 니다. 쿠루병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에게서 만 나타나는 희귀한 병이었거든요. 쿠루병에 걸리면 광우병에 걸렸 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일단 증상이 시작된 후 2년 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었지요. 처음에 이곳에 간 사람들은 이것 이 이 부족에게만 나타나는 일종의 유전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이 병이 주로 어린아이나 여성들만 걸리고, 성인 남성들은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종류로 유전되는 질환은 보고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골머리를 앓았죠. 결국 학자들이 밝혀낸 것은 쿠루병은 유전병이 아니라 전염병이라 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음식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이라는 것.

포어족은 식인(食人) 습성이 있었습니다. 이방인을 잡아먹는 것 이 아니라, 가족이 죽으면 그 영혼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 시체를 먹었던 것이지요. 이 시체를 나누는 과정은 관습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중 뇌와 눈은 부드럽고 맛있는(!) 부위로 여성들과 아 이들의 몫이었죠. 학자들은 그들이 먹은 뇌에 있던 오염 물질에서 이런 질병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냈던 겁니다. , 무언가로 오염 된 뇌를 먹고 병에 걸려서 죽으면 그 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다시 다 큰 사람이 먹어서 병에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현재 는 포어족의 관습이 개선되어 쿠루병은 없어졌습니다). 초기의 학자들은 이것이 일종의 바이러스라고 생각했지만, 1982 , 스탠리 프루지너는 그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닌 전혀 다른 물질 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이 신물질은 이후로 프리온(prion)으로 불렸 습니다. 프리온은 일종의 단백질인데, 보통의 단백질과는 달리 스스 로 증식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것은 RNA 바이러스의 역전사 (reverse translation)가 발견되어 흔들린 샌트릴 도그마(Central Dogma)에 결정타를 가한 대단한 발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재는 늘 외로운 법. 초기에 단백질이 스스로 증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그의 논문은 세상 사람들에겐 미친 사람의 헛소리처럼 받아들여졌습니 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 錐), 세상에 천재가 알려지 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 죠, 곧이어 크로이팬츠-야콥 슨 병의 원인이 프리온이며, 이것이 1980년대 영국을 강타 하며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 는 예상이 확실시되면서 그의 명성은 높아졌죠. 결국 그는 이 공로 넣은 광우병의 원인일 것이라 로 1997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프리온은 보통의 단백질과는 다르게 핵산(DNA 또는 RNA)을 가 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생체에 감염될 수 있고, 자기 증식을 할 수 있 는 이상한 성질의 단백질입니다. 프리온의 체내 감염경로를 이야기하 자면, 먼저 광우병을 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병의 정식 명칭은 '소의 해면양 뇌병증(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로 해면, 즉 스펀지 모양으로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소가 잘 걷지 못 하고 비틀거리다 결국에는 온몸의 근육이 굳어서 죽는 병입니다. 이 런 종류의 비슷한 병을 스크래퍼(scrapie)라고 하는데, 최초의 스크 래피는 이미 2백 년 전 양에게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같은 양들 중에서도 전염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다가 병에 걸려 죽은 양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도 스크래피는 전염되지 않았 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죠. 그러나 1987년경, 영국에 서 최초로 소에게서 스크래피와 비슷한 병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아 무 곳이나 들이받는 이 '미친' 소들이 앓고 있는 병을 광우병이라 부 르게 된 것이죠. 소가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광우병이 소에게서 생겨난 원인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영국에서는 소에게 살을 찌우기 위해 양과 소 자신의 사체를 갈아서 사료에 먹이기 시작했는데, 광우병이 나타난 시기는 이런 변형 사료 를 먹인 것과 거의 때를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변형 사료와 미친 소 사이에 뭔가 연관 고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영국 정부는 부랴부랴 소의 내장을 폐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문제가 여기서 해결되었다. 면 좋았으련만!

사태를 조사하던 학자들에게 무서운 예감이 서서히 엄습해왔습 니다. 광우병이 크로이펠츠-야콥슨 병(CJD)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그것이죠. CJD는 광우병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광우 병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난 CJD 환자 중 20% 정도가 이전과 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던 겁니다. 이전의 CJD 60대 이상의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새로이 생긴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 반이었습니다. 게다가 증상은 CJD와 비슷하면서 뇌파 소견이나 뇌의 부검 결과는 다르며, 이들 거의 대부분이 소를 기르는 농부인데다가 그들의 소떼 중에는 예외없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다는 사실이었습 니다. 이렇게 원래의 CJD와 다른 새로운 증상을 vCJD(varient CJD) 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현재 광우병과 연관지어 논란을 일으키는 것 이 바로 이 vCJD랍니다. vCJD의 잠복기는 5~10년으로 매우 긴편 이며, 현재 학자들은 vCJD를 일으키는 물질이 프리온이라고 생각하 고 있습니다. 프리온은 원래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 입니다. 이것을 약자로 PrP(Prion Protein)이라고 하죠. PrP 자체 는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감염력도 없습니다. 문제는 PrP의 변형 형 태인 PrP-sc(prion protein-scrapie)입니다. 아직까지 왜 PrP-sc가 생겨나는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이것은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다른 개체로의 감염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PrP-sc 하나가 일단 몸 속에 들어오면 원래 존재하던 정상적인 PrP와 결합하여 이것을 PrP-sc 형태로 바꾸어놓습니다. 이렇게 둘이 된 PrP-sc는 다시 다른 PrP와 결합하여 다시 변형시키고 계속 세를 넓혀나가서 넷, 여덟, 열여섯, 서른둘......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번 져가다 결국 광우병이나 vCJD의 원인이 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의 vCJD가 정말 소의 광우병에서 오는지 정 확히 밝혀지지는 않았고, 게다가 어떻게 프리온이 몸 속에 들어와서 뇌까지 침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잘 모릅니다. 현재로는 도살 시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수가 취급 부주의로 고기에 섞여 있다가 인간의 몸으로 PrP-sc가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rP-sc는 일단 사람의 비장에 모였다가 비장으로 뻗어나온 말초 신 경을 타고 거꾸로 뇌로 유입되어 중추신경계의 정상적인 PTP와 도킹 하여 이들을 PrP-sc로 변형시켜 vCJD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됩니 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 무서운 가능성에 대해 반박할 근거 또한 없는 것이 현실이죠. 처음에 광우병은 단순히 소에게서만 나타나는, 이 병에 걸린 소 를 키우는 축산업자만 불쾌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1989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쥐에게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세포를 주입 시켜 이 병이 생물 종을 뛰어넘어 옮겨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심 지어는 돼지, 염소, 고양이에게도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 니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전염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소와 고양이가 같은 프리온에 감염 될 수 있다면 소와 사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강한 불안감을 막 을 수는 없습니다. 프리온의 감염 경로는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약물에 중독되는 과 정을 단백질 수준으로 축소시킨 양상을 보여줍니다. 평범하게 잘 살 던 마을 사람들 중 하나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서 또는 호기심에 약 물을 복용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몇몇만 그렇게 하는 것이라 큰 문 제가 안 되겠죠. 하지만, 그들이 주변 친구들을 꼬드겨 자신의 세계 에 편입시키려 할 때 대부분 그런 종류의 타락은 한 번 맛들이기 시 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라 그 세력은 점점 늘어만 갈 겁니다. 이제는 강제력을 동원해 주변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자포자기한 사 람들은 결국은 자신의 존재 기반을 망가뜨리고, 전체를 파멸시켜버 릴 겁니다. 너무도 비슷합니다. 정상적인 프리온이 변형프리온을 만나 변형되고 결국은 자신이 존재하던 개체 전체를 죽음에 이르게 하 는 과정이. 그러나 이들의 세력은 마을이 몰살되었다고 해서, 숙주 인 인간이 죽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약물의 유혹은 은 밀히 그러나 꾸준히 다른 마을로 전파될 것이며, 프리온도 다른 개체 또는 다른 종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질긴 생명력을 이어갈 것입 니다.

 

관련사이트

광우병과 프리온 http://www.kordic.re.kr/~trend/Content430/biology15.html

쿠루병 http://www.as.ua.edu/ant/bindon/ant570/Papers/McGrath/McGrath.htm

 

벨레로폰의 편지

벨레로폰은 실수로 코린토스의 참주인 벨레로스를 죽였어. 벨레로폰이라는 이름은 벌레 로스를 죽인 자라는 의미로 얻은 것이었고, 그의 원래 이름은 힙노스였지.

어쨌든 이 때문에 벨레로폰은 코린토스에서 쫓겨나 아르고스에 가서 그곳 왕인 프로이토 스에게 살인죄를 사면받았지. 그런데 아르고스의 왕비인 스테네보이아가 젊고 잘 생긴 벨레로 폰에게 반해 그를 유혹하려 했어. 하지만 벨레로폰은 자신의 죄를 용서해준 고마운 왕을 배신 할 수가 없어서 이를 거절했지, 자존심도 상하고 분하기도 한 스테네보이아는 벨레로폰이 자기 를 범하려 했다고 프로이토스에게 오히려 거짓말을 해버렸어, 프로이토스는 분노가 치밀었지 만,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죽였다는 오명을 듣고 싶지 않아서, 벨레로폰에게 봉한 편지 한 통을 주어 리키아에 있는 장인 이오바테스에게 보냈어.

리키아에 도착한 벨레로폰은 스테레보아아의 아버지로부터 환대를 받았어. 그는 관습에 따라 9일 동안 벨레로폰을 잘 대접한 뒤 10일째 되는 날 사위가 보낸 편지를 뜯어보있는데, 거 기에는 이 편지를 가져가는 자를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 결국 벨레로폰은 자신을 죽이 라는 내용의 편지를 가지고 스스로 적진에 뛰어든 거였지. 그래서 이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 이 자신에게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을 벨레로폰의 편지라고 한대

 

26. 탄저균과 생화학 테러

한동안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탄저균에 대한 공포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웠죠. 저 멀리 미국에서 시작된 그 파장은 태평 양 건너 우리 나라까지 영향을 미쳐 국내에서도 소포나 우편물을 열 었을 때, 하얀 가루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난리법석을 피웠죠. 2001 11, 한국 화이자 사에 하얀 가루가 든 편지가 배달되어 직원을 비롯한 의료진 모두가 격리되었던 일도 있 었구요. 이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바다 건너 먼 나 라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새삼 생 각하게 만들더군요. 2001 10 5,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탄저균에 감 염된 사람은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탄저균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사람들은 그렇게 법석을 떨며 이 사태를 받아 들이는 걸까요? 탄저(Antrax)'는 소나 양 등 초식동물에서 주로 생기는 병으로, 사람에게 자연발생할 확률은 굉장히 낮은데다가 사람 사이에서는 잘 전염되지 않습니다. 사실 탄저병이란 단어는 주로 식물의 병해를 일으키는 탄저병균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람이나 동물에게서 발생 하는 것은 탄저균에 의한 탄저입니다. 탄저는 균이 침입하는 양상이나 감염 부위에 따라 피부 탄저, 장 탄저, 폐탄저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피부 탄저는 상처를 통해서, 장 탄저는 오염된 고기를 먹음으로써, 폐 탄저는 균을 흡입 해 일어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폐 탄저균입니다. 폐탄 저균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므로 감염시키기가 쉬운데다가 세 가 지 탄저 중 치사율이 가장 높아 일단 발병하면 95%의 엄청난 사망 물을 보입니다. 이쯤 되면 왜 사람들이 생화학무기를 핵폭탄과 비슷 한 수준으로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현대전은 이제 단순히 총과 칼과 대포로 싸우는 국지전에서 벗어 나 미사일과 핵폭탄과 생화학무기(독가스나 치명적인 세균)까지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고의적이었건 우연의 일치였건 이 작은 세균들을 이용해 손쉽게 적을 점령했던 사 건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16세기 신대륙 발견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었습니다. 1518, 스페인의 깡패 정복자 에르난도 코르테즈는 단 수십 명의 병사만을 데리고, 수백 년 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인구 수만의 아즈텍 족을 누르고 잉카 문명 의 시대를 완전히 끝장냈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죠. 아무리 스페인 사람들이 총과 대포로 무장했다 하더라도 인해전술로 밀고 나가면 수만 명이 그까짓 수십 명을 당해내지 못했을까요? 도대체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에 피라미 드를 세우고, 황금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던 아즈텍이 그렇게 쉽게 무너진 것은 세계 몇 대 불가사의에 들어갈 정도로 이 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현대 학자들은 코르테즈가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미생물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이 일부러 전쟁 에 세균을 사용한 건 아니었지만, 그들은 본의아니게 온몸에 각종 세균들을 잔뜩 묻혀갔던 거였죠. 당시 중세 유럽은 페스트와 천연두 가 창궐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들이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도착했 을 때, 초대받지 않은 이 작은 손님들도 그들과 함께였던 것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대서양과 태평양에 둘러싸여 한번도 이런 세균들 과 접촉한 적이 없던 고대 잉카 제국의 주민들은 이 작은 생명체들 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신대륙의 발견 이후, 코르테즈뿐 아 니라 수많은 부랑자들이나 한탕주의자들이 신대륙에 들어오면서 잉카 문명 전체에 천연두가 창궐하기 시작했고, 현지 주민들은 외부의 침입자에 대항할 여력도 없이 천연두, 인플루엔자, 홍역 등 보이지 않는 작은 적들의 공격에 힘없이 쓰러져갔습니다. 앞의 경우에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옛사람들도 어렴풋이 '전 염' 이라는 개념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2001년에 탄저균에 의한 데 러가 기승을 떨칠 때, 미국 ABC 방송에서는 생물학적 테러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해서 방송했습니다. 이미 14세기에 이탈리아 를 공격하던 타르타르 족들이 페스트가 창궐하자, 페스트로 죽은 동 료의 시신을 자신들이 공격하던 성 안으로 던져 넣고 도망쳤다는 기 록이 있는가 하면, 18세기에는 영국 장군 암허스트가 프랑스군과 싸 우면서 그들을 돕고 있는 북미 인디언을 몰살하기 위해 천연두가 묻 은 담요를 살포해 기지를 함락시킨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 기지를 세 번 공격해서 모두 실패했으나, 천연두 담요 살포 이후 펼 친 작전에서는 기지를 탈환했다고 합니다. 이런 생물학적 무기의 사용은 19세기 들어 코흐와 파스퇴르가 세 균의 존재를 밝혀내고, 이런 세균들이 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보여 세균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만들어주었 죠. 20세기 들어서는 독일과 일본이 그 뒤를 이었는데, 독일이 유대 인을 살상할 때 염소 가스와 같은 화학무기를 이용한 것이나, 일본 의 관동 731부대가 '마루타' 라고 불리던 인체 실험 대상으로 생물학 무기에 대한 실험을 한 것은 유명합니다. 일본군은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일 때 '도자기 폭탄 개발에 열을 올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해요. 이런 생물학 무기가 되는 세균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보통 폭탄에 넣어서 터뜨리면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대부분 죽어버리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깨지도록 도자기로 폭 탄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던 것이지요.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탄저균은 생화학적 무기가 될 요건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첫째로 독성을 들 수 있습니다. 탄저균, 특히 폐 탄저는 일단 발병하면 1~2일 내에 환자의 70% 이상이 죽 는 무서운 독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이 탄저균 을 죽일 수 있는데도 이것이 생물학적 무기로 가치가 있는 것은 위낙 독성이 강해, 아차 하는 순간에 손쓸 틈도 없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탄저균 배양 기술이 무척 발달해 있습니다. 탄저균은 이미 19세기에 파스퇴르가 백신을 만들 정도로 오래전부터 다루어오던 세균이어서 대량 배양 기술이 있는데다가 일단 건조시켜 포자로 만 들면 웬만해서는 잘 죽지 않거든요. 특히 탄저균은 열에 대한 저항 성이 강해서 일단 오염되면 소각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셋째, 비용이 덜 들고 숨기기가 쉽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생화 학적 무기가 핵에 대항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입니다. 세균을 대 량 배양해 건조시키는 데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고 전문 지식을 갖춘 연구원이 필요합니다만, 핵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요, 세포 배양용 인큐베이터나 클린 벤치, 원심분리기, 동 결 건조기 등은 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습니 다. 또한 탄저균을 건조시켜 포자 상태로 만들면 하얀 분말이 되기 때문에 공항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죠. 2001 9 11, 비행기 넉 대가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WTC와 펜타곤을 공격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탄저균이 든 하 얀 편지가 아메리칸 미디어(AMI), NBC <뉴욕타임스>, 그리고 마 이크로소프트(MS)의 자회사인 MS 라이선싱에 배달되었습니다. 이 들은 미국의 문화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테러를 기획한 것이 누구든지 간에 미국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가지고 철저한 파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물 중에서 제 동족 을 이렇게나 많이, 그것도 격렬한 미움과 증오를 담아서 죽이는 종족은 아마도 인간밖에 없을 겁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증오는 결국에는 스스로를 파멸의 암흑으로 끌어들이는 수렁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관련사이트

탄저 http://www.dsmbio.com/disease/disease-5.html

생물 무기와 전염병 http://bric.postech.ac.kr/issue/

전염병과 문명의 몰락 http://home.megapass.co.kr/~seong102/disease/disease06.htm

 

바위가 된 니오베

카드모스의 왕비, 나오베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인이었어. 훌륭한 남편과 일곱 아들과 일곱 딸이 이 부는 다목한 가정, 성의 방마다 그득한 재물에 뛰어난 미모까지 겸비한 남부러울 것 없는 여인이었지. 그 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진 이가 겸손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법. 어느 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 토 여신을 기리는 행사에서 자식이 겨우 둘뿐이라는 이유로 여신께 불경한 언행을 하지. 하늘에서 오만방자한 니오베의 행동거자를 바라보던 레토 여신은 노발대발하면서 퀸토스 산정에 선 채로 아들과 딸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불러 푸념했지. 레토는 니오빠를 향해 욕지거리를 더 퍼부으려 했지만, 아들 아폴론이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았어. "그만 하세요, 어머니, 불편평하시면 불평하시는 만큼 저 여자가 벌을 받는 시간이 지체될 뿐입니다." 그의 누이 아르테미스도 오빠의 말에 동의하고, 남매신은 구름으로 몸을 가린 채 카드모스의 성으로 의 자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을 맞아 모두 쓰러졌어. 내려갔어. 곧 그들은 한 번도 목표를 놓친 적이 없는 화살을 꺼내 니오베의 아들과 딸에게 날렸어. 그녀

니오베는 찢어지는 슬픔에 후화를 거듭했지만, 그렇다고 죽은 자식들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었어. 너무도 큰 슬픔에 망연자실한 니오빠는 그저 주저앉아 눈물만 흘릴 뿐이었지.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던 니오베는 결국 바위가 되었는데, 아직도 자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대

 

27. 목숨값은 평등하지 않다, 에이즈

가벼운 감기부터 꽤 심각한 병까지 인간은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 병에 걸리기 마련입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 크고 작은 병원균들은 끊임없이 인간들을 공략해 왔습니다. 개중에는 14세기 중세 유럽을 붕괴시켜버렸던 흑사병, 천형(天刑)이라며 사람들의 냉 대와 질시 속에 죽어가게 만들었던 나병, 전유럽을 지배했던 루이 15 세도 어찌할 수 없었던 천연두 등 심각한 질병도 있었죠.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질병의 위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위풍당당했던 선배들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질병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병이 오늘날에도 있으니, 이름하여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입니다. 현대판 흑사병으로 유명한 에이즈는 현재 뚜렷한 치료약이 없이 사 망률 1%에 그 전염경로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에이즈는 직접적인 혈액이나 체액이 섞였을 때만 전염됩니다) 쉬쉬하며 숨기려하고, 당사자들은 결국 절망에 빠져듭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에이즈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봅시다.

 

에이즈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 에 의해 전염되는 병으로, 원래 아프리카 지역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풍토병이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는 아프리카 지역에만 서 식하는 푸른 원숭이의 몸 속에서만 삽니다. 지난 수천 년간 에이즈 바이러스는 푸른 원숭이의 몸 속에서 아무런 말썽 없이 조용히 살고 있었던거죠.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숲속에서 우연히 푸른 원숭이를 만나 그 발톱에 긁혔고, 화가 난 그는 그 원숭이를 창으로 찔러 죽였죠. 이 과정에서 푸른 원숭이의 피가 그의 상처 위에 떨어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때 푸른 원숭이의 몸에 조용히 살고 있던 에이즈 바이러스는 숙주를 옮겨서 인간에게 전염되었을 겁니다. 에이즈는 감 염 즉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병원체가 몸 속에 들어 와서 타인에게 전염은 가능하나,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시기) 2~1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앞 으로 태어날 자식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 직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에이즈는 직접적인 접촉으로만 전염되기 때문에 그 전파속도는 굉장히 느렸고, 수백 년간 아프리카 시골의 풍토병 정도로 여겨졌으니까요. 에이즈 바이러스는 매우 약해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 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주로 환자의 혈액이 다른 이의 몸 속으로 들어오 거나(상처를 통한 감염 또는 수혈), 성관계를 통해 점막을 접촉하거나 체액이 뒤섞이거나, 오염된 주사기, 면도기, 칫솔 등을 공동으로 사 용하는 등의 직접적인 방법으로만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의 에이즈 환자들의 전염 경로는 주로 에이즈 보균자들의 혈 액을 통한 수혈이 원인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에이즈는 잠 복기가 길기 때문에, 환자는 그 사이에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어서 헌혈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 염된 피는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살리는 대신, 그 에게 에이즈라는 무시무시한 악마의 저주를 주게 된 것이죠. 그래서 초기에는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서 1차 희생자들이 나왔습니다. 그 후, 헌혈시 에이즈 바이러스의 검사가 필수 항목이 되면서 혈액을 통한 감염은 많이 줄어들어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있을 때, 에이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서 슬금슬금 세력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희생자들은 마약을 즐기는 사람 들과 동성연애자들이었습니다. 마약중독자들은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를 여럿이 함께 돌 려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주사기에 묻어서 들어왔으며, 동성애자들의 경우 항문 성교를 통한 생식기와 항문의 상처로 자주 감염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점차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부풀려져 꽤나 오랫동안 '에이즈 환자 =마약중독자 또는 동성애자 죽어도 된다'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에이즈 환자들은 사회에서 더욱 소외되어 왔습니다. 걸리면 그저 죽 는 날만 기다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에 더해서 사회적인 천대와 질시의 시선까지도 동시에 받아야 하는 것이 바로 에이즈의 특징입니다. 에이즈는 단순한 질병을 넘어서서 한 사회에서의 소속 감마저 빼앗는 질병이 된 것입니다. 모든 에이즈 환자는 동성연애자 또는 마약중독자일 것이라는 오 해는 뿌리가 꽤나 깊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오히려 이성간의 성접촉을 통한 에이즈 전과율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배우자 외의 사람과 맺는 무분별한 성관계가 에이 즈라는 엄청난 대가를 가져오는 것이죠. 이런 경우,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불리합니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이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 경우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낮거든요. 또한 에이즈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에이즈에 걸린 여성의 증가는 그 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나아가서는 에이 즈 바이러스를 천형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아이들을 만들어낸다는 문 재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이를 수직감염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에이즈에 걸린 산모에게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출산중에 아기에게 엄마의 체액이 조금이라도 들 어가면 아기는 에이즈에 걸리기 때문에 이건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에이즈는 왜 무서운 병일까요?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간의 백혈구 중에서 T-세포를 공격합니다. 면역계의 핵심인 백혈구는 세균의 찌꺼기를 먹어치우는 대식세포, 항체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병균을 물리치는 B-세포(B-cell), 세균을 직접 죽이는 백병전 기술을 가진 T-세포(T-cell) 등 여러 가지 방어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체내로 들어온 병균을 제거합니다. 에이즈 바 이러스는 자체로는 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저 체내의 T-세포만 을 선택적으로 공격하여 죽여버릴 뿐. 마치 특수 스파이가 침투하여 민간인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군인들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것처 럼요. 그것 자체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경 을 지키는 군인들이 하나도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침입했을 때 꼼 짝없이 전멸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에이즈 자체는 병 이 되지 않지만, T-세포가 고장나면 면역계 전체가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감기도 낫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 몸에 곰팡이가 피고 살이 썩을 수도 있으며, 폐렴이라도 걸리면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에이즈가 지금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80 년대 초였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특유의 호기심으로 이 신종 바 이러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많은 과학자들이 한꺼 번에 달려들어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특징과 감염경로와 유전자의 구조까지 알아냈는데도,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 았습니다. 왜일까요? 아직까지는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아직 연구가 덜 되어서라는 말로 넘어가기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에이즈의 경제학 입니다. 초기의 에이즈 환자들은 대부분 마약중독 자. 동성애자 등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하층계급의 사람들이었죠. 에이즈 치료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 엄청나 게 비싼 치료약을 살 만한 돈이 없을 뿐더러, 그런 사람들을 살려봤 자 인간 쓰레기만 늘린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 있었습니다. 결국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경제적인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사 업이 되어버린 겁니다. 초기에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으로 돈을 대던 사람들도 함부로 수혈을 받지 않고, 콘돔을 쓰는 등 조심하면 자신들이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서서 히 등을 돌렸죠. 차라리 그 돈을 암 연구나 고혈압, 비만, 심장질환 등 자신들이 걸릴 확률이 더 높은 병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는 생 각을 한 거죠. 따라서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비는 자꾸 깎이고, 과학자들의 순수한 호기심은 이익으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 연구는 자꾸 축소되고 결국에는 흐지부지되었습니 다. 그나마 현재 나와 있는 에이즈 치료제의 치료비는 연간 1만 달러 ( 1 3백만 원) 정도입니다. 각종 약재를 섞어 먹는 칵테일 요법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80% 이상의 에이즈 환자들은 1인당 GNP가 연 200달러 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3세계 사람들입니다. 환자 대부분이 구매력이 없다는 것, 이것은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연구비를 투자하지 않게 만 들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들의 가격도 인하시키지 않게 합니다. 어차 피 사먹을 사람이 많지 않다면, 가격을 아주 비싸게 매겨 살 수 있는 사람들한테만 파는 것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거든요. 에이즈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믿을 수 있는 자신의 파트너 에게만 성실하라'는 도덕적 각성 외에도, 질병이란 그 자체의 심각성 이 아니라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질병의 경중(輕重), 연구비의 다소(多少)가 결정 된다는 사회의 냉혹함입니다. ,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 라는 것 이 인간 사회에서는 허울좋은 입발림이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관련사이트

한국 에이즈 포럼 http://medcity.com/disease/nids

세계 에이즈 퇴치 사업 http://www.worldvision.or.kr/aids/aids.html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