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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해]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173

Psyche, trying to see her husband Eros's face, accidentally drops candle wax on him and loses him. In despair, she follows Aphrodite's command to go to the underworld. The biological clock regulates our body's periodic rhythms, and melatonin is a hormone that controls the sleep cycle. Melatonin is effective in adjusting to jet lag and treating insomnia, and the biological clock is highly sensitive to light

죽음의 잠에 빠져든 프시케

프시케는 언니들의 꼬임에 빠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남편이 과물이라는 생각에 그가 잠 든 틈을 타 단도를 지니고 침실로 들어갔지. 그러나 촛불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 다웠어. 그는 바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였으니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를 자세히 보려다 그만 뜨거운 촛농을 그에게 떨어뜨렸어, 놀라 잠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자신 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프시케를 떠나버렸어. 절망한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허사였어. 프시케는 결국 아프로 디테가 살고 있는 궁전으로 찾아갔지만, 그녀는 냉정했지. 내가 요즘 어깨에 화상을 입은 아들을 간호하느라 아름다움을 잃고 말았구나. 프시케 지 금 곧 저승으로 가서 저승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서 아름다움을 조금 얻어오너라" 산 사람의 몸으로 저승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에로스를 다시 보고 싶은 소망 때 문이었지. 그러나 프시케 역시 남편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페르세포네가 절대 로 열어보지 말라던 '()의 병을 열어보고 말았어. 그리고 프시케는 쓰러졌지. 병 안에는 죽을 같은 잠 이 들어 있었어.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인간의 몸으로 죽음의 잠을 이길 수는 없었지.

 

22. 생체 시계와 멜라토닌

몇 년 전 잠깐 뉴욕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다리 하나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기내에서 갈 때 14시간, 올 때 18시간을 쭈그리고 있는 것도 힘들었지만, 역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건 시차였습니다. 처음 사나흘 동안 도무지 점심만 먹으면 졸리기 시작해서 참고 참다가 드 디어 저녁에 잠에 빠져드는데 깨어나면 꼭 새벽 3시더군요. 아는 사 람 하나 없는 이국땅에서 새벽에 홀로 깨어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죠. 그렇다면 과연 시차란 무엇일까요? 시차란 세계 각국에서 채용 한 표준시의 차이를 말합니다. 세계 표준시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 대를 기준으로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는데 우리나라는 그 리니치보다 9시간이 빠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러시아, 인도네시 아 등 동서로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들은 국내에 몇 개의 표준시를 가지고 있어서 같은 나라인데도 지역마다 시간이 다릅니다. 제가 갔

 

던 뉴욕은 우리나라와 14시간의 차이가 납니다. , 우리나라가 오 전 10시면, 뉴욕은 그 전날 오후 8시라서 밤낮이 뒤바뀌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바이오리듬이 있어 일정한 사이클로 뇌가 각성하고 잠 이 드는데, 이것이 바뀌면, 낮에는 졸음이 쏟아져 제대로 일을 못하 고, 새벽녘에는 오히려 잠이 안 와 고생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시차 에 적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가야 할 지역의 시차를 예상하고 미리 적응하는 거죠. 장거리 여행을 떠 나기 며칠 전부터 그 나라 시간에 맞춰 생활한다든지 해서요.

 

요즘에는 이런 소극적인 대처 외에도 적극적인 방법이 많이 생겨 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이용한 수 면 주기 조절법이랍니다. 수면에 들어가고 깨어나는 일련의 과정에 인체 호르몬의 일종인 멜라토닌이 관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멜라토닌은 우리의 두뇌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이란 부위에서 분 비되는 호르몬으로,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에 의해 분비량이 조절 되는데, 낮이 되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늘어나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늘어납니다. 이때 외부적으 로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인체 내부에서 인위적인 밤이 만들어지고 수면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지요.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제 불면증 치료와 시차로 인한 피로 회복 에 멜라토닌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멜라토닌은 매우 안전해서 보통 사용량의 수백 배를 복용해도 별 이 상이 없다는 것이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져,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식품의약청조차 멜라토닌 판매를 용인하는 실정입니다. 현재 멜라 토닌은 약품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1개월치가 10달 러에 불과해 미국 내에선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고 해요. , 이제 멜라토닌이 수면과 관계가 있다는 건 알았으니, 좀더 근 본적인 질문을 해보죠. 왜 우리의 몸은 굳이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 기를 원하는 걸까요?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고 있는 사실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커다란 건물이, 위풍당당하게 전세계의 경제권 을 쥐고 뒤흔들 것 같은 높은 건물 두 채가 마치 카드로 만든 집 마냥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2001. 9. 11 월드트레이드 빌딩이 무너지던 날>

간혹 이런 대형 붕괴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초점이 되는 것은 역 시 매몰된 사람들이 살아 있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무너진 건물 어딘가에 살아남았더라도 계속 그곳에 갇혀 있다 보면 결국에는 탈진해서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들을 구조하는 것은 시간 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5, 우리나라에서도 어처구니없는 대형 붕괴 사고가 일어났 습니다. 바로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였죠. 그 당시 어이없는 백화점 붕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것이 매몰된 지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박승현(당시 19) 양이었습니다. 무려 377시 간 동안이나 죽음 같은 암흑 속에서 물도 음식도 없이 버텨낸 그녀의 초인적인 생명력은 인간에 대한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면 평소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힘 을 발휘한다고 하죠, 그래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17일 동안이나 살 아 있었다는 것은 선뜻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그녀는 그 기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배꼽시계라는 말, 들어보셨죠? 굳이 시계의 도움이 없이도 일 정한 시간이 되면 배가 고파지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스꽝스 럽게 붙여준 말입니다. 생명체의 특성 중에는 일정한 사이클을 유지 하면서 반복되는 것이 많습니다. 일정한 때가 되면 졸음이 오고, 주 기적으로 배란과 월경이 일어나며, 짝짓기를 하여 자손을 번식시키 죠. 철새들은 특정 시기가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가며, 번들은 일정한 시간에만 물을 따모으러 나갑니다. 꽃들은 철을 알아서 피고시며, 동물들은 길고 긴 겨울잠을 위해 몸에 지방을 저장합니다. 이 전현상들은 외부의 영향을 받긴 하나, 대개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 므로 이를 '생체리듬(circardian rhythm)' 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빛 도 소리도 없는 곳에 고립시켜도 이 생체 시계는 계속 돌아갑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 생체 시계가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시차의 경 우입니다. 처음에 외국에 나간 사람들은 시차 때문에 고생을 합니다 만 신기하게도 며칠 지내다 보면 곧 익숙해집니다. 그러다가 돌아 오면 다시 이곳의 시간차 때문에 며칠 고생하다 적응이 됩니다. . 생체 시계는 일정 패턴은 있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죠,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원래 진화상에서 생체 시계 의 개념이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사계절이 순 서대로 찾아오는 자연의 주기에 맞추어 살기 위해서였을 테니까요.. 자연의 주기가 변화한다면 생체 시계 역시 영향을 받아 조절되어야 생존하는 데 유리하겠죠? 그렇다면 이런 생체 시계를 직접 조절하는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 요? 사람들은 생체 시계가 빛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특히 식물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빛이 중요하죠. 대개 꽃의 개화 시기는 낮의 길이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여름철 의 꽃을 겨울에 피우기 위해서는 온도도 높여주어야 하지만, 인공적 으로 빛을 밝혀 낮의 길이를 연장시켜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람에 게도 숙면을 도와주는 멜라토닌은 빛에 민감하여 깜깜한 새벽 2시경 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되고, 일찍 잠에서 깨어납니다. 겨울이 되면 일조시간이 짧아 저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멜라토닌의 분비가 늘어서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이는 새벽녘에 더 강하게 나타납니 다. 그래서 멜라토닌의 양이 많이 늘어나는 새벽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생체 시계에서 빛이 중요하다는 것을 눈치챈 과학자들이 다음에 생각한 것은 어디일까요? 바로 눈(eye)입니다. 인간의 몸에 서 빛을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신경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연구를 거듭한 결과, 양쪽 눈에서 뇌로 들어가는 신경이 교차되는 지점에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부분을 SCN (Super Chiasmatic Nuclei)이라고 부르 는데, 여기에는 1 5천에서 2만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시각 정보를 전달하여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원리는 실제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ETA사가 개발한 삼대비(somnavue)라는 일광안경이 그것인데, 착용하면 강력 한빛이 나와서 생체시계를 0(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으로 다시 맞추 개됩니다. 그래서, 삼내비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좋지 않고 야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앞의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생존자들은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 에 갇혔습니다. 만약에 빛이 비추는 곳에 갇혔더라면, 날이 새고 지 는 24시간의 패턴에 맞춰 생체 시계가 작동해서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살아 있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대개 사람이 물 없이 살수 있는 기간은 1주일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러나, 매몰자들 은 죽음과 암흑의 공포에 맞서야 하긴 했지만, 빛이 차단된 덕에 그 들의 생체 시계는 평소(24시간)보다 느리게(실제 사람의 생체 시계는 24시간이 좀 넘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24시간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주 변의 영향을 받아 24시간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돌아가서 더 오랜 기간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어둠은 멜라토닌의 분비량 을 늘려 잠을 유도했고, 수면은 인체가 가장 에너지를 적게 쓰고 생 존하는 시간이기에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지요.

 

관련사이트

멜라토닌 http://www.melatonine.nl/melatonine/

생체시계 http://www.bio.warwick.ac.uk/millar/circad.html

 

메아리가 된 에코

헤라는 남편인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계로 내려왔어, 제우스 의 행방을 묻는 헤라에게 님프 에코는 수다를 잔뜩 늘어놓으며 제우스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었지. 에코의 수다에 정신을 놓고 있던 여신은 한참 뒤에야 속은 것을 알고 분노했어. 나를 속인 그 혓바닥, 그냥 둘 줄 아느냐? 앞으로 너는, 한마디씩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이다. 그것도 남의 말을 되받을 수 있을 뿐이야." 서슬퍼런 헤라의 저주로 이때부터 에코는 누가 한 말의 마지막 한마디만을 말할 수 있게 되었 지. 어느 날, 아름다운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숲에 들어왔어. 첫눈에 반한 에코는 몇 번이나 그에게 말을 걸고, 그에게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지. 에코는 먼저 말을 걸 수 가 없었으니까. 하루종일 그를 따라다니던 에코는 순간의 격정을 참지 못해 나르키소스를 끌어안았지만, 돌아 온 것은 차가운 냉대뿐이었어. 나르키소스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콧대 높은 미남자였거든. 에코 는 나르키소스로부터 당한 모욕에 가슴 아파하며 나뭇잎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이때부터 빛이 비칠 동안은 동굴에서 나오지 않았어. 에코의 가슴에 내린 나르키소스에 대한 사랑의 뿌리는 깊어서, 그 거절에 상처받은 마음은 깊은 우물 속에 빠져 계속 여위어갔어. 나날이 수척해지면서 결국 에코의 아름답던 몸은 그만 돌로 변했어. 그렇지만 나르키소스를 잊지 못하는 목소리만은 그대로 남아서 아 직도 숲속에서는 에코를 소리쳐 부르면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대.

 

23. 우울증과 세로토닌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겨울바람처럼 살을 에이 지는 않지만 왠지 가슴속을 깊숙이 파고드는 가을바람이 불면, 가슴 한구석이 왠지 텅 빈 듯 허전해지고 인생이 괜시리 허무해지면서 어 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죠. 낙엽이 구르는 걸 보면서 내 인생도 한 줄기 담배연기처럼 무심히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 념에 잠기기도 하구요.

 

이렇듯 가을이 되면 일조량의 저하와 기온의 감소로 신진대사율 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 조심 해야 할 것이 바로 우울증이지요.

 

우울증은 15%의 사람들이 평생에 한번쯤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 진 어떻게 보면 흔한 질병입니다.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2배 정도의 높은 비율로 우울증이 발생하는데, 여성은 임신과 출산 등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겪는데다가 사회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

끼게 되죠. 앞에서 언급한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들은 세로토닌의 분 비를 억제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의 분비 이상은 세로토닌 신 경전달 세계 중 5-HT1b 자가수용체(5-HT1b autoreceptor)라는 세 포 단백질이 너무 많이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려우신가요?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랍니다. 아무튼 이 5-HT1b 자 가수용체가 많이 생기면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적어지는데, 우울증 환자를 검사해보면 이 물질이 과도한 활성을 띠고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여러모로 많은 오해를 받아온 병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오해는 우울증은 정신력의 문제로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우울증은 어떠한 계기, 예를 들어 실 연, 인간관계의 실패, 중요한 것(직장, 가정, , 신체 등)의 상실, 환 경 변화(이사, 이직, 폐경기, 정년 퇴직 등)로 인한 스트레스를 처리하 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일어나 기도 하거든요. 또한 일단 우울해지면 매사가 귀찮아지고 부정적이 되며, 이러한 생각이 다시 우울증을 심하게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사람들은 흔히 몸과 정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몸은 몸이고 마음은 마음이라는 이원론적인 생각은 종교의 영향이 랍니다. 종교에서는 육체는 필멸()하는 존재인 반면, 영혼은 불 멸(不滅)하는 존재로 보기 때문이죠. 그러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은 진리입니다. 정신 활동이란 뇌의 프로세싱의 산물로 결국 뇌 역시 우리 몸의 일부이므로 몸과 정신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는 힘듭니다. 현재 우울증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 닌의 저하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감 정은 뇌에서 나오는 다양한 호르몬에 의해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은 흥분을, 엔케팔린뷰는 행복과 극치감을 느끼게 해주고, 아 드레날린은 긴장과 날카로운 느낌을 가져옵니다. 세로토닌도 비슷한 작용을 하며 뇌에서 그 분비가 적어지면, 사람들은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이렇듯, 우울증은 스트레스가 원인이긴 하나 그 결과 몸에서 확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서 우울한 기분 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나와 있 는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Prozac) 나 파실(Paxil) 등은 세로토닌 분비량을 놀려줌으로써 사람들을 우울한 기분에 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실제 이런 우울 중 치료제들의 효과는 아주 좋아서, 80% 이상의 환자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 고 하더군요. 두 번째 오해는 우울증은 위험하지 않은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항우울제의 효과도 좋고, 치료도 잘 되는 편이지만,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재발 가능성이 많은 편입니다. 또한, 우울증 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자살 시도인데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자살을 시도하고, 15%는 실제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증 에서의 자살은 자신, 또는 자신을 이렇게 우울하게 만든 세상을 응징하는 의미도 있고, '내가 이렇게 힘드니까 나를 좀 봐달라'는 의미 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만 잘 살펴보면 자살할 생각이 있는 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해요. 환자들은 대개 자살을 시도하기 전 에 자신을 구원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죠.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괜시리 감상적으로 변하고 우수에 젖 습니다. 구르는 낙엽만 봐도 서글프고 파랗고 맑은 하늘조차 왜 그 리 안타까운지....... 사람들은 괜히 우울해지고 감상에 젖으며 가벼 운 우울증에 걸리게 되죠. 이는 낙엽 때문도 아니고 하늘 때문도 아 닌, 바로 일조량의 변화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의 분비량은 일조량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누구 나 가벼운 우울증을 느끼게 되죠, 그래서 북구의 추운 지방에는 우 울증 환자가 많으며, 일년 내내 태양이 빛나는 플로리다 지방에서는 그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죠. 만약 아무런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하다면, 따뜻한 야외로 나들이를 나가보세요. 우울한 기분을 날려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과 같 이 나간다면 금상첨화고, 그렇지 않더라도 따사로운 햇살을 흠뻑 받 으면 우울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테니까요.

관련사이트

우울증 http://mentalhealth.kihasa.re.kr/disease/index.html

프로작 http://www.lillykorea.co.kr/product/product/medicines prozac.htm

참고도서 : 브레인 밸리 세나 히데아키 지음(바다출판사)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

 

어느 날 제우스는 넥타르를 마시며 헤라와 노닥거리고 있었어. "사랑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게요, 여자 쪽에서 보는 재미가 나올테니까." 제우스의 희롱에, 헤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대, 이들은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남자 와 여자, 즉 양성으로 사랑을 경험했다는 현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했지. 이 테이레 시아스는 굵은 뱀 두 마리를 지팡이로 때려서 7년간 여자가 되었다가, 다시 뱀으로 인해서 남 자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지. 테이레시아스는 다분히 장난기가 있는 두 신의 논쟁을 평론할 입장에 몰리자 남신을 편들 어 제우스 쪽이 옳다고 말했다. 실수한 거지 뭐. 별것 아닌 이 말 한 마디에 헤라는 불같이 화를 내고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거든. 불쌍한 테이레시아스 이로 인해 참으로 염치 가 없어진 것은 제우스였지. 그러나 신들의 세계에서는 한 신이 매긴 짖값을 다른 신이 없애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주었어. 이후 테이레시아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현자이자 예언자가 되었지.

 

25. 환경 호르몬

몇 년 전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 호르몬이 녹아나왔다는 기사가 소개되면서 환경 호르몬이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유명해졌습니다. 환경 호르몬은 우리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물질이 생체 내로 들어와서 기존의 '호르몬' 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말로써, 학 술 용어로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ers)' 이라고 합 니다. 이런 물질의 특징은 생태계 내에서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가 되지 않으면서, 생체 내로 유입되면 극히 적은 양으로도 기존 호르 몬의 작용을 비슷하게 모방하거나 호르몬이 아예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현재(2000)까지 알려진 환경 호르몬은 67종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환경 호르몬이 왜 문제가 될까요? 그것은 이 호르몬이 생 체 내에서 성장과 발육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각종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생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1. 1970년대 초 생물학자들은 바다갈매기 암컷들이 묘하게도 한 둥지에 모여 사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동성연애 갈매기 라고 지칭했다. 번식을 통한 유전자의 존속이 삶의 목표인 동물 에게서 동성연애라니?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 지은 죄의 대가였 다. 60년대 살충제로 큰 인기를 끌었던 DDT 때문에 수컷 바다 갈매기들이 화학적으로 거세당함으로써 교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암컷들끼리만 짝을 이룰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2.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앨리게이터(alligator, 악어의 일종) 농장의 농장주들은 울상을 지었다. 평균 70~80%인 악어알의 부화율이 5~20%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어난 새 끼들도 절반 정도가 2주 내에 죽어버렸다. 플로리다 대학의 내 분비학자 루이스 굴릿은 원인을 추정하는 데 착수했다. 이 지역의 악어들은 암컷은 정상치보다 두 배나 높은 에스트로겐(여 성 호르몬) 함량을 나타냈고, 수컷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 몬)을 전혀 지니지 않음을 발견했다. 악어들이 사는 아포프카 호수 주변의 타워케미컬사 공장에서 흘러나온 디코플이라는 물질이 악어들을 여성화시켰던 것이다.

3. 1980년대 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참굴 암컷에 수컷 생식기인 페 니스가 달린 기현상이 보고되었다. 원인을 일으킨 주범은 TBT 임이 밝혀졌다. TBT는 선박 밑부분에 생물이 달라붙지 못하도 록 페인트에 섞어 사용되는 부착방지제의 원료로, 이것이 바다 에 흘러들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환경 호르몬 물질들은 동물의 생식 기능에 영향 을 미칩니다. 이것은 동물들의 발생 과정의 미묘한 조절 기능이 아주 작은 영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동물의 암컷과 수컷은 유전자의 대부분이 같으며(상염색 체), 단지 성염색체에서 XX XY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처음에 난자와 정자가 수정에 성공해서 발생을 시작할 때에는 성적인 분화 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그대로 발생이 진행된다면 개체 는 암컷이 되고, 이때 수컷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에서 어떤 신호가 발생되어 '남성으로 발생하는 스위치'가 켜지면, 개체는 남성 호르 몬으로 목욕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수컷이 됩니다. 염색체상으로는 XX임이 분명한 여성이라도 이 시기에 남성 호르몬에 지나치게 노출 되면, 생식기가 수컷으로 분화되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아무리 수컷일지라도 이 시기에 남성 호르몬이 모자라면 암컷으로 발생 되어버릴 만큼 이 시기는 성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간의 경우는 임신 3~4개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난답니다). 환경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 Y염색체의 '남성 스 위치가 켜질 때입니다. 이 스위치에는 대단히 민감한 고감도의 센 서가 있어서, 1피코그램(pg)의 물질만 작용해도 켜질(Turm-on) 정 도랍니다. 피코그램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죠? 피코(pico) 10"를 뜻하는 단위로, 1조분의 1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50m길이 의 수영장(50×20×1m=1,000)에 물을 가득 채우고 거기에 우유 한 방울(1mg)을 떨어뜨렸을 때가 바로 1pg입니다. 얼마나 적은 양 인지 짐작이 가죠? 환경 호르몬은 바로 이 순간에 작용하여, 성분화를 엉망으로 만 들어놓기 때문에 이들 개체에서는 성기의 이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성욕을 거세당해서 뜨거운 피가 흘러야 할 젊은 수컷들이 예쁜 암컷 들의 구애에는 관심도 없이 빈둥거리는 기가 막힌 현상이 발생합니 다. 그 뒤에 불임과 약한 새끼의 탄생으로 인한 어린 개체의 사망률 증가가 뒤따르게 됩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신경계와 면역계의 이상을 가져와 아토피와 각 종 암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지요. 특히, 다이옥 신의 경우, 생체 농축 현상이 극심해서 더욱 문제를 가중시킵니다. 또한 환경 호르몬은 일단 한 번 만들어지면 자연분해가 매우 더디기 때문에 처음부터 만들어내지 않는 방법 외에는 현재로는 뚜렷한 예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환 경 호르몬 기능을 하는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 며(현재, 전기 절연체로 쓰였던 'PCB'는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비스페놀 A로 인한 깡통의 내부 코팅도 현재는 잘 쓰이지 않습니 다)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특 성을 밝혀내고 부작용을 예방하 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 다. 호르몬은 생체 내에서 반드 한 균형이 깨지면 파장은 엄청납니다. 애초에 환경 호르몬을 세상에 시 필요한 물질이지만, 그 미묘 내놓은 것이 인간이지만, 그 결과는 바다갈매기부터 시작하여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고 말았으며, 인간 역시 그 영향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 인간 남성의 정 가 있으며, 이에 대해 환경 호르몬은 그 협의를 쉽게 벗어날 수 없어 보입니다. 천식과 알레르기의 증가 및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생식 기 관련 암의 증가에 있어서 환경호르몬이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음 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호르몬은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지 요. 이들이 생체 내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키를 자라게 하고, 노화를 액에 들어 있는 정자수는 1백 년 전의 절반으로 감소되었다는 보고 방지하며,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우울증에서 해방시켜주기도 하지 만, 통제되지 않는 무분별한 호르몬의 유입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와 결국 멸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이지요.

 

관련사이트

환경 호르몬 http://www.ehormon.wo.to

생태농축 http://www.ecol.or.kr/data/dioxin/990831s1.asp

참고도서 : '도둑맞은 미래 테오 골본 지음(사이언스북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