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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해]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169

The peacock's elaborate tail is a result of evolution to attract females, despite being a survival disadvantage. In polygamous societies, males evolve such traits to spread their genes. Conversely, females have evolved to have duller colors for better protection of their offspring. This evolution is a result of survival and reproductive strategies.

10. 진화의 붉은 여왕

어릴 적 동물원에서 본 여러 가지 동물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은 기다랗고 무거운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공작새였습니다. 공작 은 덩치에 걸맞지 않은 꼬리깃 때문에 오히려 더 볼품없어 보이는 새입니다. 그러나 그 꼬리깃을 활짝 펼치는 순간, 작고 초라한 새는 순식간에 위풍당당하고 근사한 귀족으로 변모합니다. 그렇다면 공 작은 엄연히 '' 인데 날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커다랗고 화려한 꼬 리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옛사람들도 그것이 궁금했나 봅니다. 여러분들도 특히 길고 아름다운 꼬리깃을 활짝 펴고 당당하게 고 개를 들고 있는 수컷을 한 번쯤은 보셨을 거예요. 공작의 수컷은 이 렇게 화려하고 자기 과시적인 반면, 암컷은 수수하고 볼품없이 생겼 답니다.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화려한 수컷과 수수한 암컷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장끼와 까투리, 수탉과 암탉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 데, 이렇게 암수의 모양이 현저하게 다른 동물들을 살펴보면 대개의 경우 일부다처제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어떻게 종족을 보존하는 방식을 선택했느냐에 따른 진화의 결과인 것이죠. 공작 역시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종족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수 컷은 많이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태학에서는 새끼를 직접 낳을 수 있는 암컷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야생생태학 의 경우, 가임 가능한 암컷이 몇 마리 있느냐에 따라 그 집단의 크기 를 결정하곤 합니다. 가임 가능한 건강한 암컷만 많다면 크고 강하고 생존력이 질긴 유전자를 지닌 수컷은 몇 마리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론상으로는 훌륭한 유전자를 지닌 수컷은 한 마리만 있어도 가임 가 능한 암컷들이 충분히 있다면 그 집단은 다음 세대에 번성하게 될 것입니 다). 공작은 날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타조나 에뮤처럼 빨리 달 리고 덩치가 커서 적들이 함부로 덤비지 못할 만큼 위협적인 것도 아 니고, 순발력이 좋아서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꼬리깃이 화려하고 길수록 암컷을 유혹하는 데는 좋지만, 생존에 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유사시에는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숫공작들은 기를 쓰고 무거운 꼬리깃 을 매달고 다닐까요? 꼬리깃이 화려하고 무거우면 그만큼 생존 확률은 떨어집니다. 그 렇지만,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크고 잘생긴 꼬리깃을 가진 수컷일수 록, 이런 낮은 생존 확률에도 성체가 되어 생식이 가능한 순간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유전자가 그 핸디캡을 보상할 만한 힘을 가 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더군다나. 공작을 해부해보면, 꼬리깃의 색이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다운 것일수록 내장에는 온갖 기생충 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해요. 기생충의 침입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 개체의 면역력이 다른 것들에 비해 월등하고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제 왜 공작의 암수의 모양이 그토록 다른지, 그리고 수컷만이 그렇게 화려하게 진 화해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 립니다. 암컷의 경우, 새끼를 전담해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거추장스런 꼬리는 필요없습 니다. 오히려 주변의 풀숲과 흙빛과 닮은 보호색을 가져야 만 천적의 눈을 피해 새끼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수컷에 비해 볼품없는 모습으로 진 화해왔을 겁니다. 하지만 수컷의 경우, 자신의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튀어야 했습니다. 좀더 화려하고 아름다우면 천적의 눈에도 띄기 쉽겠지만, 암컷 역시 자신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숫공작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시키기 위해 꼭 목숨을 걸면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에 깃털색이 다르지 않은 경우, 즉 암수가 똑같이 생긴 동물들. 예를 들어 앵무새를 봅시다. 그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평 생 같이 삽니다. 이런 새들의 경우, 짝이 죽으면 살아 있는 다른 한 마리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암수의 모양이 다른 새들은, 그런 경우 대개 새로운 짝을 찾아나서는 것과 는 대조가 되지요.

공작새는 신화 속의 아르고스의 허망한 운명처럼, 잔인한 생존 경쟁을 통해 지금껏 살아온 존재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 입니다. 진화란 생존의 처절한 투쟁이고, 우리는 그 투쟁의 정점에서 생태계를 유린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요. 그렇다면 과 연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우리는 앵무새의 생존 방식을 아름답다고 여깁니다.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 을 채워주며 살아가는 삶.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공작의 생태처럼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역시 암수의 모양이 다른 생물종에 속하니까요. 공작의 방식이든 앵무새의 방식이든 생존 방식에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릴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생 존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왔으며 그만큼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되겠지요. 거기서 조금 더 생각한다면, 우리 인 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자연이 수천만 년 동안 진화해온 모양을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방식은 어느 쪽을 닮게 될 까요?

관련사이트

생태학 가상 강의실 http://inhavision.inha.ac.kr/~ghcho/bbs

서울대공원 사이버 동물백과 http://grandpark.seoul.go.kr/zoo/cyber.jsp

 

아탈란테의 선택

아름다운 처녀 아탈란테는 혼자 사는 것이 좋다는 신탁을 받았어.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빼어난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지. 사방에서 청혼자가 줄을 이었고, 그 들을 거절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그녀는 혹독한 조건을 내걸었어. "나와 달리기를 겨뤄서 나를 이기면 그 상으로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면 그때는 목 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녀는 여신의 권능으로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결혼을 꿈꾸며 경주에 참가 한 수많은 청년들은 모조리 경주에 패해 목이 잘리고 말았어. 이 소문을 듣고 경주를 보러 온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의 미모에 반해 목숨을 거는 청년들을 아주 한심하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탈란테가 경주를 위해 웃옷을 벗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어,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거든.

결국 히포메네스 역시 그녀와의 경주를 신청했어, 경기장에 도착한 아탈란테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 었어. 그녀 역시 젊고 생기있는 이 청년에게 호감이 있었던 거야. 어떤 남자도 자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아탈란테는 경주를 해서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미안했어.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어, 역시나 아탈란테는 히포메네스를 앞질러 달리기 시작했어. 그때, 히포에 네스는 미리 준비했던 황금 사과를 꺼내 아탈란테 앞에 던졌어. 말일을 지나 굴러가는 황금 사과를 본 순 간, 아탈란테는 망설였지, 황금 사과는 팀이 났지만, 그림 주우러 뛰어가면 경주에 이길 수 없잖아. . 과연 아탈란테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11. 유전자의 도박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아슬아슬 한 기회의 순간에서 사람들은 어떤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되고 더 유리할지를 머리를 굴려 살펴보고, 결국 자신에게 더 낫다 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하 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역시 수억 년 동안 진화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끊 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선택을 했을 것입 니다. 대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경우가 환경에 대한 적응성을 높여 주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겠지만,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고,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도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적자생존의 기본적 원칙으로 인해 유전자의 진화는 분명진보쪽으로 쏠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착각을 합니다. , 생물의 특성은 반드시 훌륭한 것만이 선택되고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그런 경우가 많긴 합니다. 자연 선택과 약육강식의 생태 계에서는 좀더 나은 형질의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확률이 높은 것뿐이지 절 대적이지는 않다' 라는 겁니다. 대표적이고도 재미있는 사례가 바로 우리의 '' 입니다. 40~50대가 되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한쪽 눈 이 안 보이거나 커튼에 가려진 것처럼 양쪽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가끔 생깁니다. 그런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망막의 혈관이 떨어지는 경우니까요. 빛은 눈의 가장 표면에 있는 각막을 지나 수정제를 통과하여 안쪽의 망막에 상을 만들어 우리가 '볼 수 있게 합니 다. 카메라와 같은 원리지 요.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 는 건전지의 에너지원을 이 용해 움직이지만 우리의 눈 은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그 영양분 을 공급해주기 위해서는 혈 관들이 눈에 분포해야 합니 다. 게다가 '본다' 라는 감 각은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혈관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혈관들의 분포입니다. 이들이 망막의 바깥쪽에 서 망막을 감싸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인간의 눈에서는 어째서인지 이 혈관이 망막의 안쪽, 즉 수정체와 망막 사이에 존재 하는 형태로 진화해왔습니다. 망막의 안쪽에 혈관이 있으니 당연이 시야가 가려집니다. 망막에 혈관이 비치기 때문이죠. 눈은 이런 시야의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늘 미세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고정된 창살은 시야를 가리지만, 차 를 타고 속력을 내면 창살이 마치 없는 것처럼 너머의 풍경이 보이 는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눈은 사야의 노이즈를 없애려고 끊 임없이 떨리는데 여기서 아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꾸 떨리므로 붙어 있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나이가 들면 가끔씩 망막 안쪽 의 혈관이 망막에서 와르르 떨어져버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부 위는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므로 시야가 막히게 되는 거구요. 인간의 눈이 왜 이렇게 거북스럽고 멍청한 구조로 진화되었는지 는 모릅니다. 눈의 구조만 놓고 본다면 오징어들의 눈이 훨씬 더 좋 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그들의 혈관은 망막을 밖에서 감싸는 형 태를 띠고 있거든요. 분명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진화를 시작할 때 그런 열등한 구조의 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쇄할 만한 더 좋은 유전형질이 있었기에 '자연이 그를 선택 했을 것이라고밖에 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이처럼 좀더 나은 유전 형질을 가지는 대가로 상당한 위험을 감 수하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 cell anemia)이라는 병이 있지요. 이 병 은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지만, 아프리카 흑안들에게는 상당수 발 생하는 유전병의 일종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봅시다. 인간의 혈액이 붉은 이유는 혈액 속에 적혈구가 존재하고, 그 적혈구에 있는 해모글로빈이 철(Fe)을 기본 구조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쇠가 녹이 슬면 빨갛게 변하는 거 아시죠? 혈액 속의 적혈구는 산소와 결합하는 형태, 즉 산화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빨간색으 로 보입니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을 가진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원반 모양입니다. 사람의 적혈구는 책이 없기 때문에 이런 모양을 하는데, 이 구조는 산소와의 결합력을 높여서 조직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전달하기 쉽게 합니다.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유전자에는 모두 146개의 아미노산이 있는데, 그 중 딱 하나,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발린(valine)으로 바뀐 것 때문에 이 빈혈증에 걸립니다. 146분의 1의 확률에 해당하는 아미노산 의 치환으로 단백질의 구조가 바뀌면서, 적혈구의 모양은 낫 모양(그래서 겸상 [낫 모양]이라는 말이 붙었죠)이 되 고 쉽게 파괴되거나 종종 혈관에 혈전(血栓)을 만들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각종 조직에 순환 장애가 생기 며, 빈혈, 황달, 백혈구 증가, 복통, 심장 비대, 신경증상, 골 변형 등 이 일어나서 대개의 경우 오래 살지 못합니다. 이 병의 경우 열성유전 되기 때문에 보인자들이 이 유전자를 계속 후대에 전달하 되죠. 그런데, 인종에 따른게 유전적 특이성을 조사하다 보 면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흑 인들의 경우, 월등히 많은 겸 상빈혈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 그들에게서는 이 병이 많이 발병할 뿐 아니라, 보인자도 많아요. 단순한 확률의 소 치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보인자가 존재합니다. 그럼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더운 여름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하는 건 뭘까요? 습도? 따가운 직사광선? 또 하나 있어요. 바로 모기입니다. 여름철에 땀이 나서 끈 적거리는데다가 모기까지 덤벼들면 무척 괴롭습니다. 이 모기가 말 라리아를 옮기는 매개체가 된다는 건 아시죠?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 의 침을 타고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와 적혈구 속으로 파고 들어가 서 성장하다가 때가 되면 적혈구를 용혈(터뜨리는 것)시켜 나오게 된 답니다. 우리에겐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아프리카 지방의 풍토병안 말라리아는 엄청난 사망율을 보입니다. 그런데 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적혈구의 모양이 변형되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지게 되지요. 이것은 발병한 환자뿐 아니라, 보인자도 마찬가지랍니다. 유전자는 위험한 줄다리기를 한 겁니다. 두 개가 모두 정상이라면(TT) 겸상적혈구빈혈증엔 걸리지 않겠지 만,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확률이 더 크지요. 만약 두 개가 모두 이상이 생겼다면(tt) 말라리아에는 안 걸리겠지 만, 자체의 독성으로 훨씬 더 일찍 죽어버릴 겁니다. 그러나 하나만 이상하다면(Tt) 겸상적혈구빈혈증으로 죽지도 않고, 말라리아에 대 한 저항성까지 얻은 셈이 되니 일석이조라고 할까요. 따라서 유전자 는 겸상적혈구빈혈증으로 죽을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서도 말라리아 로부터 숙주(인간)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대안을 선택한 것이지요. 만약 여러분들이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관련사이트

겸상적혈구 빈혈증 http://www.emory.edu/PEDS/SICKLE

한국인의 유전병 http://cau.ac.kr/~koreangd

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안과 정보 http://wwww.eyemd.co.kr

 

키클롭스의 눈은 어느 쪽에 있을까?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는 덩치가 산만하고 굉장히 거친 족속이었어. 오만방자하여 올림 포스산들에게도 도전을 했던 그들은 보기에도 흉측한 외모를 하고 있었지. 그중에서도 가장 무 서운 건 이마 한가운데 박혀서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외눈이었어. 빗나가는 예언을 하는 법이 없는, 저 에우리모스의 아들인 예언자 텔레모스가 여행중에 잠 시 시켈리아에 들러 아이트나에 왔었다. 거기서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 중 하나인 폴리페모스 을 만난 그는 이렇게 경고했어, "그대의 이마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 눈이 머지않아 오디세우스의 손에 멀게 되리라." 결국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 일행은 하마터면 폴리페모스에게 잡아먹힐 뻔했지만, 오디세우스의 기지로 커다란 통나무를 깎아 만든 뾰족한 끄트머리로 폴리 페모스의 하나밖에 없는 눈을 찔러 그가 고통과 분노로 미쳐 날뛰는 틈을 타서 무사히 탈출했 다지.

 

12. 심장이 왼쪽에 있는 이유

만약 당신이 오디세우스처럼 무인도를 헤매다가 외눈박이 거인 을 만났다면, 과연 그 거인의 눈은 어디에 붙어 있다고 말하겠습니 까? 대부분은 '이마'라고 대답하거나. '뒤통수' 혹은 '머리 위 좀 특이한 분들은 '' '가슴' 등이라고 대답하시겠죠. 그런데 자세 히 보니 눈이 왼쪽 눈자리에 있다라고 한다면? 왼쪽 혹은 오른쪽 외눈박이 거인이 기괴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 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칭성'의 규칙을 썼기 때문입니다. 하나 뿐인 것은 '가운데', 두 개인 것은 '양쪽'에 놓인다는 대칭의 규칙 말이에요. , , 배꼽은 가운데에, , , 팔다리는 양쪽에 놓인다 는 식으로요. 물론 이게 일반적인 대칭성이긴 하지만, 우리 몸은 그 렇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내장기관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간 은 오른쪽에, 심장은 왼쪽에, 쓸개, 이자, 맹장 등 많은 기관들이 좌 우 비대칭입니다. 보기에는 대칭인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뇌 역시 비대칭입니다. , 이 경우는 기능적 비대칭이죠. 좌뇌는 수리적인 것을 다루고, 우뇌는 창조적인 것을 다루니까요. 그렇다면 세상에는 왜 이러한 비대칭이 존재하며 그 원인은 뭘까 요? 만약 심장이 어느 한쪽에 놓여야만 했다면, 왜 하필 왼쪽이었을 까요?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이와 관련 된 많은 연구가 있어왔죠. 관련된 많은 돌연변이와 임상 사례들은 있습니다. 예컨대 몸의 좌우가 뒤바뀐 사람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 고, 장기의 일부만 좌우가 바뀐 경우도 있죠. 또한 초파리 실험에서 는 어떠한 유전자가 고장나면 좌우의 위치가 바뀌는지도 알아냈죠. 그러나 애초부터 왜 좌우가 구별되어 비대칭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비대칭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좌우비대칭성의 원리가 무엇인 지부터 먼저 알아보죠. 아마 고등학교 때 화학을 배우셨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화 합물들이 '광학이성질체(光學異性質體)'라는 것을 배우셨을 겁니다. 우리가 끼는 장갑이 왼쪽과 오른쪽이 있듯, 많은 화학물질들이 그들 의 거울상을 가진 '반대짝' 분자를 갖는다는 거지요. 이러한 성질은 세균학자인 루이 파스퇴르가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이들을 구별하 기 위해서는 빛을 이용합니다. 물질에 빛을 투과시키면 왼쪽 장갑 물질들은 빛을 왼쪽으로 회전시키고, 오른쪽 장갑 물질들은 빛을 오 른쪽으로 회전시킵니다. 이걸 좀 어려운 말로 광학활성(光學活性)이 라고 하죠. 물론 화학물질들이 모두 좌우의 짝을 갖는 건 아닙니다 만, 대부분의 유기화합물들은 광학활성이 있지요. 이들 화합물은 모 양이 완전히 거울상이라서, 거울대칭이긴 하지만 겹쳐지지는 않습 니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으로 악수를 할 수 없듯이 말이죠. 이런 성질이 왜 중요하냐 하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물질은 유기화합물이고, 이들 역시 광학활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같 은 물질이 좌우 두 벌 존재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짝이 맞지 않으면 생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못하거든요. 왼손에 오른쪽 장갑을 끼면 잘 들어가지 않는 정도지만, 왼손 소화효소는 오른손 단백질을 만나면 아예 소화를 시킬 수가 없답니다. 만약 모든 음식물에 좌우 단백질 이 똑같이 존재한다면, 한쪽 효소만 있다면 음식의 절반을 낭비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의 효소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거의 모든 생화학 반응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효소는 한 가지 방향만을 가질 뿐입니다. 왜냐 구요? 지구상의 유기물질은 대부분 좌나 우. 한 가지로 대부분 편중 되어 존재하거든요. 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아미노산의 경 우. D형과 L형이 존재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는 L형 아미노 산으로만 되어 있어요. 왜 이러한 편중이 일어났을까요? 다양한 설 이 있지만, 아마도 진화 초기에 우연히 생겼던 선점이 증폭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우연히 조금 우위를 점한 쪽이 계속 시장을 잠 식해 나가는 것과 같지요." 아미노산이나 다른 유기분 자들도 그런 게 아닐까요? 최초 에 조금 선점한 형태를 이용하 는 생물체가 더 많아지고, 이들 이 또 그런 특징을 가진 분자들 을 만드니까 계속 증폭되는 겁 니다. 결국 오늘날처럼 완전히 한쪽으로 편중되어버린 거지요. 실제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L형과 D형은 똑 같이 50:50의 비율로 합성됩니 다. 이러한 분자의 좌/우선성은 거시적인 생물체의 전체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분자 수준의 비대칭은 DNA나 단백질의 구조의 비대칭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고차적인 구조의 비대칭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만약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유기분자의 좌우가 현 재와 반대로 바뀐다면, 우리의 심장은 분명히 오른쪽에서 뛸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분자의 초기 선점이 순전히 우연적인 결과였 올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재미있고 또 그 럴듯한 이론 한 가지만 소개할까 해요. 우리의 좌우 선택은 우주로 부터 왔다는 학설이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명이 우주에서 왔다는 뜻이 아니라, 분자의 초기 선점 조건에 우주의 영향력이 발휘되었다 는 말입니다. 화학물질의 합성과정은 대단히 미묘해서, 외부로부터 의 미세한 자극에도 바뀔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화학 반응시에 특정한 방향의 편광을 쬐여주면. 화학반응이 촉진되거나 저해되는 식으로요. 따라서 특정 방향으로 편광된 광선은, 화학물질의 생성시에 좌선성, 혹은 우선성으로 합성 되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좌측 편광, 혹은 우측 편광을 쬐여줌으로써 화합물의 비대칭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지요. 다시 말해, 화학적 진화의 초기에, 외부(우주)로부터 특정 방 향으로 편광된 빛(전자기파)이 쬐여진다면, 지구의 화학반응의 대칭 성이 한쪽으로 편중될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이러한 편광이 우주의 어디로부터 올 수 있을까요? 이 넓고 넓은 우주의 구석진 곳 에 있는 작은 지구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세기가 강한 편광 이 있을까요? 학자들은 존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펄사나 중성자성 등을 꼽습니다. 이들은 회전하면서 매우 강력한 편광전자기파를 주위로 방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또한 이들의 광선은 상당히 강력해서, 수십 혹은 수백 광년 이상 필 어진 곳까지도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결정적인 시기에 이러 한 천체에서 보낸 강력한 광선이 지구에 다다랐다면, 그때 막 생성 되기 시작한 지구의 화합물들의 좌우가 편중되고, 그로 인해 결국 우리의 심장이 왼쪽으로 가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이 우주도 과연 어느 쪽으로 편중되어 있 올까요? 예전에 학자들은 '오즈마 프로블럼(Ozma problem)'에 대 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스운데요. 우리가 외계인을 만났을 때, 과연 좌우를 설명할 수 있느냐에서 시 작한 문제입니다. 중력이 존재하는 행성에서 위/아래를 설명하는 것 은 쉽습니다. 중력의 방향이 아래이고, 반대가 위쪽이라고 하면 됩 니다. 그런데 외계인에게 '왼쪽'을 설명해보세요. 심장 위치로는 안 되죠. 외계인의 심장이 어느 쪽인지도 모르거니와 과연 심장이 있을 지도 의문스러우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느끼시겠지만, 이건 극 도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좌와 우는 애초부터 임의적인 개 념, 즉 상하(上下)와 전후(前後)를 구별하고 편의상 나눈 것이 좌우 (左右)라는 개념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우주는 본래 좌우대칭입니다.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 을 구별하려 하니 어려울 수밖에요.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교신하려 는 '오즈마 프로젝트(Ozma project)'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뜻밖 에도 외계인에게 좌와 우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 문제에 '오즈마 프로블럼'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자, 그 들은 좌우대칭인 우주에서 방향성을 표시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 동이라고 결론내렸지요. 결국, 좌와 우란 개념은 임의적이므로 결정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 문제를 슬쩍 넘겨버린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1950년대에 터졌습니다. 우주가 좌우대칭이 아니 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지요. 이 사실은 당시 모 든 물리학자들에게는 일대의 충격이었습니다. 이는 우주의 완전무 결성과 대립되는 결과였으니까요. 학자들이 알아낸 바로는 우주는 왼손잡이였던 것입니다. 이 결과 덕분에 절대로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오즈마 프로블럼 을 해결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주가 좌우 대칭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해서, 줄줄이 전하 대칭과 시간 대칭 등이 한꺼번에 깨지고 말 았거든요. 이들 세 대칭은 마치 그림 맞추기의 조각과 같아서, 하나 가 찌그러지면 다른 두 개도 같이 찌그러지는데, 이를 'CPT (Charge, Parity, Time)붕괴' 라고 하지요. 결국 우리는 왼손잡이의 찌그러진 우주에서 살고 있었던 셈입니 다. 하지만 정말로 우주의 대칭이 완전히 깨어진 걸까요? 만약 우리 의 우주와 대칭이 되는 우주가 있다면, 아마 그 우주는 오른손잡이 우주일테니까 그것도 대칭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약간 억지스 럽긴 하지만, 그런 상상력이 과학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겠죠,

 

관련 사이트

오즈마 프로젝트 http://www.seti-inst.edu/ozma.html

입자물리학 http://myhome.hananet.net/~ugha/unm/start.htm

 참고 도서 : 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마틴 가드녀(까치)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