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물학에 대해]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165

Life begins aging the moment it is born, continuing a cycle that passes through generations. The first life emerged from chaos and found order in nature, with humanity created through mythological processes. Human birth involves fierce competition among sperm and eggs, followed by ongoing survival struggles even in the womb. This endless cycle of life and death is an essential part of nature, illustrating the inseparable relationship between existence and mortality.

1장 생명의 탄생과 노화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그 시간은, 그 생명을 빼앗기 시작한다. [세네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왕후장상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이랍 니다. 생명체는 탄생과 성장과 노화를 거치면서 인생의 흐름을 경험하고는 자신이 누렸던 삶과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죽음을 맞이하며 생명의 환()을 닫게 됩니다. 자신이 선대의 삶을 그렇게 물려받았듯 이 순환의 고리는 세대를 이어주며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드넓은 우주에 늘 아름답게 별이 반짝이는 것은 하나의 별이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기 때 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별이 지고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밤의 하늘도 어젯밤과 변 함없이 별빛으로 반짝이긴 하지만, 늘 우린 새로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카오스에서의 탄생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아테나 여신]

태초에 세상은 막막한 카오스 상태였는데, 이는 생명이 없는 퇴적물, 사물로 굳어지지 못 한 모든 요소가 구획도 없이 밀치락달치락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했지. 이런 혼돈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자연이라는 신이었어,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끈적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놓았어. 자연은 이들을 떼어내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지.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자, 세상은 만들어졌어.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겠지.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고,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으며, 대지는 짐승들의 몫으로 돌아갔어,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새 식구로 맞아들였어. 그러나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 에 가까우면서 지성을 갖추고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아직 없었어. 인류가 창조된 것은 아마 이즈음이었을 거야.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하는 자)가 보이오 티아의 파노페이아에서 발견한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지. 손재주가 뛰어난 그가 진흙으로 인 간의 모습을 빚고, 지혜의 아테나 여신이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자 비로소 인간이 탄생했단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

생명은 때로는 깊고 깊은 바닷속 해초 줄기 사이에서도, 저 높은 산꼭대기의 나무둥지에서도, 한 가닥의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운 동 굴 속에서도 탄생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요? 공간적으로는 당연히 엄마 뱃속이 기원입니다. 인간 역시 포유류 의 일종이기에 암컷(여성)의 자궁을 빌어야만 수태와 생명의 발생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 수정 되어, 엄마의 자궁에서 열 달, 280, 40주 정도를 지내다가 태어 나게 되지요. 그러나 늘상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과정 뒤에는 엄청난 희생과 치열한 경쟁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포유 류처럼 어느 한쪽 성()이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불공평 한 구조에서는 이 과정은 거의 필사적인 사투를 방불케 합니다. 먼저 물고기의 경우를 볼까요? 물고기들은 체외 수정을 하기 때 문에 암컷이든 수컷이든 정자와 난자를 셀 수 없이 많이 낳아서 그저 흩뿌립니다. 그리고 떠나버리면 그뿐. 가시고기 등 부모가 새끼를 돌 보는 몇몇 종을 제외하곤 그것으로 부모의 도리는 끝이 납니다. 냉혹 한 자연의 법칙 속에서 살아남으면 다행이고, 잡아먹혀도 어쩔 수 없 다는 듯, 그들이 새끼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라곤 좀더 알을 많이 낳 아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을 조금 낮춰주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물 속에만 존재하던 동물이 육지로 올라와 체내 수정 을 하게 되면 문제는 좀 달라집니 다. 이제부터는 수컷과 암컷의 생 존 방식이 극명하게 달라지거든 요. 암컷이든 수컷이든 자신의 유 전자를 후세에게 딱 1/2씩 전해 줄 수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만, 그에 따라 치뤄야 하는 대가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특히 인간 을 포함한 포유류의 경우 수컷은 정자만 만들어서 난자와 수정만 시 키면 되지만, 암컷은 그 이후의 오랜 임신 기간을 견뎌야 하고, 출산 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태어난 새끼가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만 큼 자랄 때까지 수유와 육아를 담당해야 합니다. 수컷과 똑같이 자신 의 유전자의 1/2만을 남기는 대가로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대신 암컷은 수정에서 육아까지 수많은 단계에서 새끼의 도태와 생존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고귀해 보이기조차 하는 숭고한 모성이란 자신의 유전자가 충실히 전해질 수 있는 개체 를 지키려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발로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죠. 그럼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요?

 

인간도 여타의 포유류들과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우선 남성 의 경우를 볼까요? 남성은 1회 사정시 정액 속에 1~3억 개의 정자 (요즘은 환경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만)를 배출합 니다. 보통 한 번에 2~4cc 정도가 배출되므로, 계산해 보면 1cc 4,000만 마리 이상은 있는 셈이지요. 일단 이 숫자를 만족시키고, 그 중에서 50% 이상이 정상이면(정자는 워낙 많은 수가 한꺼번에 만들어 지기 때문인지, 기형이거나 운동성이 없는 것들이 꽤 많이 있답니다) 건 강하다는 진단을 내립니다. 거꾸로 말해서 정자수가 이 수치보다 적 거나 50% 이상이 기형이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고, 나아가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병원을 찾는 불임 부부 중에서 남편에 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20%, 양자에게 모두 이상이 있는 경우가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별 이상이 없는 한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만을 배출합니다. 여성은 자궁을 중심으로 양쪽에 두 개의 난소를 가 지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각 난소에서 번갈아가며 난자를 배출 합니다. 여기서 남성과의 차이는, 여성은 평생 동안 배출할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며, 단지 미성숙한 난자를 성숙시켜서 내보내는 것일 뿐, 새로이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성의 경우, 직접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 자가 후대로 이어지는지를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생식세포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그 중에서 하나라 도 걸리길 바라는 심정으로 도박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 일등 복권 당첨을 위해 판매소의 복권을 몽땅 사버리는 것처럼요. 그러나 여성 은 일단 수정이 성공하면 나머지 유전자의 반쪽이 누구 것이든 간 에, 뱃속에 든 아이의 절반은 분명히 자신에게서 유래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은 이미 복권 당첨 번호를 알고 시작 하는 것이죠. , 그럼 한 인간을 만들어볼까요? 출발선에는 수많은 정자들이 난자와 만나서 수정을 통해 진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몸을 풀고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긴장되는 순간, 그렇다면 '' 하고 출발 신호가 울리면 모든 정자들이 한꺼번에 난자에게 돌진하는 걸 까요? 그럼 최소한 1억 마리가 한꺼번에 난자에 달려드는 셈이네요. 인기가 많은 것도 좋지만, 이 정도가 되면 골치 좀 아프겠는데요? 그 러나 수억에 달하는 정자 중에서 정작 난자 주변에 가까이 도달하는 건 겨우 수십 마리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질과 자궁 입구에서 분 비되는 점액의 산도(酸度)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립니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1억 마리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좀더 거슬러 올라가보죠. 우리가 아직 '숲속의 인간' 이던 시절, 발정기를 맞은 암컷을 수컷들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겁니다. 발정기에만 교미가 가능한 경우, 수컷들은 단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암컷과 관계를 맺으려 할 테고, 암컷의 몸 속에 여러 마리의 정 자가 섞일 수도 있었을 테죠. 이때, 정자들은 눈물겨운 동족애를 보 여준답니다. 정자의 머리 부분에는 첨체(acrosome)라는 주머니가 있는데, 이 속에는 단백질을 녹일 수 있는 효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원래 첨체는 난자를 만났을 때 두꺼운 난막을 녹이고 내부로 침입할 때 필요한 것이죠. 그러나 많은 수의 정자들이 이 기능을 다른 정자 를 죽이는 데 사용합니다. 실제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정자를 섞어 놓으면 상당수의 정자들이 상대 정자를 공격해 구멍을 뚫어 죽여버 리거든요. 이런 기능을 하는 정자를 살상 정자(killing sperm)라고 하는데, 이는 과거 난교를 하던 버릇에서 생겨난 수컷의 생존 전략 입니다. 물론 살상 정자는 수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난 막을 뚫고 들어갈 기능을 소비해버렸으니까요. 즉 이들은 자신의 몸 을 던져 적군을 죽이고 동료들에게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넘겨주며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죠. 비정상적인 정자들의 경우에도 임무는 있 습니다. 곤충의 경우, 머리가 둘 혹은 꼬리가 여러 개이거나 운동성 이 없는 정자들은 그들끼리 뭉쳐서 암컷의 질 입구에 일종의 마개 (교미마개)를 형성하여 다른 정자의 침입을 막습니다. 이렇게 든든한 동료들의 비호를 받으며 수정 능력을 담당하는 정 자들은 열심히 헤엄쳐 난자 주위에 빽빽히 달라붙습니다. 난자의 난 막에는 ZP3(Zona Pellucida 3)라는 층이 있어서 정자와 결합하게 되는데, 여기에 너무 힘껏 결합해버리면 오히려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기에, 성급한 정자들은 눈앞에 목표물을 보고도 목적을 이루 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튼튼하고 빠르고 머리도 좋 은 정자만이 내부로 침입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답니다. 이 운좋은 정자 하나가 난자의 내부로 성공적으로 들어간 순간, 순식간에(1초 이내) 난막에 전기반응이 일어나 나머지 정자는 가을 낙엽이 지듯 우 수수 떨어집니다.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나머지 정자들이 다시 난 자에 다가간 순간, 그들은 절망합니다. 난자의 막이 굳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정자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하고, 난자는 수정 란으로 다시 태어난답니다. , 여기까지가 정자가 헤쳐온 험난한 세월이었습니다. 우리는 주로 이 과정만을 크게 주목하 여 '몇억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살아났다고들 합니다. 그것은 정자 안에 생명이 존 재하고 있다는 구시대적인 사 고방식에서 나온 착각이 죠. 정자는 그저 우리 몸에 존 재하는 세포, 즉 좀 잃어버려 도 아깝지 않고 그다지 문제 될 것도 없는 세포입니다. 진짜 생존 경쟁은 이제부터입니다. 정자 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을 이룬 후, 이제부터 이 자그마한 '인간'은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장치해놓은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고 살 아남아야 하는 진짜 생존 경쟁에 뛰어든 거죠.

 

관련 사이트

발생학 기초 노트 http://biology.yonsei.ac.kr/dev/lecture.htm

전성설과 후성설 http://home.donga.ac.kr/~cnchung/course/develop/short-history.htm

어류의 생활상 http://home.dreamx.net/kas90

동물의 짝짓기 http://user.chollian.net/~bbi/sci005.htm

 

2. 어머니 살려주세요,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멜레아그로스가 태어났을 때,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가 그의 운명을 예견한 적이 있었어. 그중 두 여신은 아기의 용기와 영광을 예언했으나, 세 번째 여신은 난로의 장작이 모두 타는 것과 동시에 그도 죽 을 것이라고 예언했어. 어머니 알타이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장작을 꺼내 불을 끄고 소중하게 보관했지. 그로부터 20여 년 뒤, 칼리돈에 사납고 커다란 멧돼지가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사람들이 모 두 두려워하던 차에, 처녀 사냥꾼 아탈란테가 활을 쏘아 멧돼지에게 상처를 입히자 사람들은 용기를 얻 었고, 결국 멜레아그로스가 멧돼지를 죽여 그 가죽을 상으로 받았어. 멜레아그로스는 아탈란테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멧돼지 가죽을 주려 했지. 이에 샘이 난 멜레아그로스의 외삼촌들이 훼방을 놓으며 아탈란테를 모욕했어. 그러자 화가 난 멜레아그로스가 외 삼촌들과 싸움을 한 끝에 그들을 죽이고 말았지. 멜레아그로스가 자신의 형제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알타이아는 그 장작을 꺼냈어. “내가 너를 낳음으로써 너에게 첫 번째 삶을 주었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나무등걸을 꺼내 두 번째 삶까지 주었다. 그러나 너는 내 피붙이를 죽여 나에게 고통을 주는구나. 이제 내가 너에게 두 번 준 생명 을 그만 끝내야겠다. 사랑스럽고도 미운 내 아들아." 말을 마치고, 그녀는 보관해두었던 장작을 꺼내 불 속에 던져넣고 말았어. 멜레아그로스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왜 죽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불길에 타죽고 말았지. 그는 죽어가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결국 알타이아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끝에 결국은 목을 매 죽었 다지.

 

모체와 태아의 생존 경쟁

수많은 경쟁을 뚫고 성공한 난자와 정자의 랑데뷰. 하지만 아직 생존은 보장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인간이 탄생한다는 게 결코 만 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 자그마한 수정란이 얼마나 생존 본능이 강 렬한지, 생존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 짚고 넘어가면서 탄생과 죽음 을 통한 생명의 존재 의의와 가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하죠. 이미 말했듯이 수정란이 성체가 되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 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주 많습니다. 그 첫 관문은 모체와의 싸움입니다. 태아에게 엄마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호자인데 싸움이라뇨? 물론 태아에게 모체는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근원이자 세상 전부입니다만, 그만큼 자신의 생존을 시시때때로 위협하는 존 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세포덩어리인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 해서 태반을 형성하여 모체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흡수하기 위 해 모체와 티격태격 벌이는 군비 경쟁, 모체의 거부반응과의 투쟁 등 은 조금 과장하면 체험 수기 '난 이렇게 살아남았다' 수준입니다. 태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성장 발달을 위해 모체로부터 에너 지를 가급적 많이 빼앗으면서도 모체가 자신에게 안정된 생활 터전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임신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반대로, 모체의 입장에서는 1/2은 타인의 유전자로 이루어진 태아를 자신이 받아들여 키울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이후에 임신은 유지하 면서도 태아의 엄청난 식욕과 성장욕에 대항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에 관심을 가집니다. 따라서, 모체는 임신 기간 내내 양면적 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태아를 위해 생존할 장소와 성장할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죠. 이렇게 초반부터 서로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시작했으니, 수정란에겐 자궁에 착상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 은 아닙니다. 이는 태아가 본질적으로 모체와 절반의 동질성과 절반 의 이질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정자와 난 자의 도킹은 자궁 내가 아니라, 자궁과 난소를 잇는 나팔관에서 이 루어집니다. 도킹에 성공한 수정란은 이제 자신을 40주 동안 키워줄 자궁으로 이동해야 하죠.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은 약 일주일, 이 시간 내에 약 70%의 수정란이 착상에 성공하지 못 하고 죽어버린다고 해요. 지난해 논란이 되었다가 결국 국내 시판이 허가된 사후 피임약 '노레보'의 경우가 이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이 약을 먹으면 자궁내막이 파괴되어 수정란이 내려왔을 때 착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수정란이 자궁까지 내려왔을 때, 여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자궁벽이 부드럽고 영양분이 풍부한 상태이면 착상이 가 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수정란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합니 다. 절반의 성공을 위해 더 큰 대가를 치룰 수는 없기 때문에 모체는 이 아이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키워도 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테스트를 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암사자가 새끼를 벼랑에서 굴러 떨어뜨려 살아난 놈만 키우듯 말입니다. 또한, 모체는 아기의 유전자에 들어 있는 절반의 이물질을 외부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서 아기를 공격하기도 하지요(자세한 내용은 수 혈과 예방주사 편 참조). 이 경우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Rh- 혈 액을 가진 여성의 출산입니다. Rh-의 혈액을 가진 여성이 Rh+의 혈액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여 Rh+ 혈액을 가진 아기가 생기면, 엄 마의 면역계는 Rh+를 항원으로 인식하여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에는 항체를 만드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첫 아이는 무 사히 태어날 수 있습니다만, 둘째 아이부터는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Rh+ Rh-를 비교해보면 Rh+가 우성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는 또다시 Rh+ 타입의 아기가 생겨나기 쉬운데, 이번에는 엄마의 몸 속에 기존에 만들어뒀던 항체들이 아기가 생기자마자 마구 공격 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저항할 힘이 부족한 아기는 대개 자연유산되 며,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적아세포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Rh- 타입의 여성이 Rh+인 남성과 결혼할 때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세밀하게 점검하고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 이 좋답니다.

 

모체 쪽에서 가혹할 정도로 공격을 시도하면, 태아는 그저 가만 히 앉아서 당하기만 할까요? 작고 여리기는 하나 태아 역시 생명체 이기 때문에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태아에게 도 강렬한 생존에의 열망이 있거든요. 태아는 모체가 가하는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 살아남기 위해 나름 대로의 방어 전략을 세웁니다. 그것이 바로 태반을 만드는 것이지 요. 태반을 형성함으로써 태아는 모체의 혈액이 직접 자신과 맞닿는 것은 피하면서 모체에게서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취하게 된답니 다. 태반은 선택적 투과성이 있어 모체에게서 해로운 물질이 넘어오 는 것은 방지하면서 성장에 필요한 물질들은 흡수하고 노폐물은 넘 기도록 발달되어 왔습니다. 태아의 혈액과 모체의 혈액이 직접 섞이 지 않고, 태반을 통해 물물교환만 하기 때문에, 태아와 엄마의 혈액 형이 달라도 태아는 문제 없이 생존할 수 있답니다. 태반은 임신 4 개월경이면 거의 완전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자연유산의 경우, 4개월 이 지나면 그 발생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해요.일단 태반이 완전히 형성되면 태아는 모체가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일차적인 방패막이를 만든 셈이 됩니다. 이제 한숨을 돌린 태아는 본격적으로 성장을 위한 에너지 사냥에 나서죠. 그동안 꼼짝없이 당 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며 의기양양해합니다. 태아는 모체에게 서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좀더 많이 얻어내기 위해 hPL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것은 모체 내의 인슐린의 작용을 저해하여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 그럼 어떻게 될까요? hPL이 많이 나오면 자연히 인슐린의 작용이 방해를 받고,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하면 혈당치가 높아지는 데, 이는 엄마의 혈액 속에 더 많은 영양분이 흐르게 된다는 뜻이니, 태아는 여기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엄마도 자신의 에너지를 그대로 도둑맞도록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엄마 역시 태아에 대항해 더 많은 양의 인 슐린을 분비하죠. 태아는 그럴수록 hPL의 분비량을 늘리게 마련이어서, 임신 중 모체의 혈액 속에는 정상인 의 1,000배에 가까운 hPL이 흐른다 고 해요. 이는 마치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소양 강대국이 벌였던 군비확장 경쟁과 비슷하죠. 미국이 미사일을 만들면 소련은 더욱 강한 미사일을, 거기에 대항해 미국은 다시 더 강력한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악순환, 모체와 태아 사이의 이러한 경쟁은 임신성 당뇨를 가져올 뿐 아니라, 결국에는 전체적인 혈류량을 증가시켜, 모체는 임신성 고혈압을 앓을 가능성 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원래부터 고혈압을 앓았던 산모들이 때때로 위험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태아의 모체 침식은 이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임신 중기를 넘 어서면서 태아 세포들은 본격적으로 자궁벽을 뚫고 침입하여 모체 가 자궁으로 보내는 혈류량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듭니다. 따라서, 임 산부들은 이로 인한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고, 이들이 자궁 근처의 신장까지 침범하는 경우, 신장염을 앓기도 합니다. 자그마한 태아가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만들어주고 지켜주는 세계로부터 생존 요건 들을 얻어내려는 욕망은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모체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이 생물을, 고통을 감수하면서 받아들이면 태아는 무사히 열 달을 견뎌낸 뒤, 좁은 산 도를 기어 내려와 세상 빛에 눈을 뜨게 되고, 그제서야 다시 한 번의 생()을 시작하는 것이죠.

 

관련 사이트

hPL 증가로 인한 임신성 당뇨 http://mcn.healthis.org/pih/PIH2.htm

임신과 출산 http://netdoctor119.com

적아세포증 http://www.dongeui.ac.kr/~plantp/chik/lec04/bio104.html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