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ing Destiny (順命篇): People should live according to their destiny (Mandate of Heaven), avoiding greed and embracing their given roles. Empress Zhangsun of the Tang Dynasty refused superstitious healing rituals, emphasizing that life and death are beyond human control.
Filial Piety (孝行編): Filial piety is the foundation of all virtues, requiring sincere respect and care for parents. True filial duty goes beyond providing material support; it means honoring and following parental wishes. Throughout history, many individuals have exemplified this virtue, inspiring society.
순명편(順命篇)
- 하늘로부터 주어진 천명을 따르라
순(順)은 '따르다.' '순종하다.' 명(命)은 '천 명', '운명' 등을 뜻하며 순명은 '천명에 따르 다.' '운명에 순종한다.' 란 의미를 지니고 있 다.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려 있고, 부하고 귀한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전제 아래 천 명에 따라 자신이 타고난 분수껏 살 것을 권유 하고 있다. 천명에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수동 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다. 천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허황된 욕심을 버리 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서 의미 있는 삶을 개척하라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고, 부유하고 귀한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 - 공자
死生이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니라. 사생 유명 부귀 재천
한자 풀이]
死(죽을 사) 生(날 생) 有(있을 유) 命(목숨 명) 富(부유할부) 貴(귀할 귀) 在(있을 재) 天(하늘 천)
어휘 풀이]
死生(사생): 죽음과 삶. 富貴(부귀): 부유함과 귀함.
주제 엿보기
당나라 태종의 장손황후는 당시 중국 천하에서 가장 부귀롭고 복받은 사람이었다. 남편은 황제, 장남은 태자가 되었고, 나라는 갈수록 부국강병 해지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였고 그녀 의 나이 34세 때인 서기 634년에 그녀는 당 태종과 함께 구성궁(九成宮)을 순행하다가 병을 얻어 자리에 눕 게 되었고 병세는 갈수록 점점 깊어만 갔다. 태자는 어머니를 위해서 죄수들을 대사면하고 그들을 도교의 사찰로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장손황후의 쾌유 를 빌도록 해 줄 것을 당태종에게 간청했다. 일찍이 뭇 신하들도 황후의 훌륭한 인품에 감동받은 바가 많은 터 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찬성했다. 정직하고 솔직하여 미신을 믿지 아니한 신하 위징마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손황후 자신이 오히려 반대하여 말하길,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있는 것이고, 부유하고 귀 한 것은 하늘에 달렸으므로, 사람의 힘으로 능히 좌지 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복을 닦아서 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저는 종래로 악한 일을 하지 않았습 니다. 선행을 해도 명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복을 빌어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죄수를 사면하는 것은 국가 의 대사입니다. 도교의 사찰도 청정한 곳인데, 저 때문 에 더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저 한 여자 때문에 천하의 법도를 어지럽혀서는 안 됩니다!" 이에 불복한 황제와 신하들이 지극 정성으로 천하의 명약을 구하고 명의를 찾아서 그녀를 간병했지만 결국에는 2년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부유하고 고귀한 존재라도 죽고 사는 문제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주제 요약] 사람마다 하늘에서 부여받은 수명은 사람 스스 로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살아 있는 동안에 바른 생활을 하여 비명횡사하는 일이 없도록 최 선을 다해야 한다. 또 부유롭고 귀해지는 것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룩할 수 있지만, 재벌 총수처럼 큰 부자가 되거나 대통령처럼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단순히 욕심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귀머거리와 말 못 하는 벙어리라도 집은 큰 부자일 수 있고,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라도 집은 도리어 가난할 수 있다. 해와 달과 날과 때가 모두 정해져 있으니, 따져보면 삶은 명에 달려 있지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다. 열자(列子)
癡聾瘖啞도 家豪富요 智慧聰明도 却受貧이라.
가호부 지혜총명 각수빈 치롱음아
年月日時가 該載定하니 算來有命不由人이니라.
연월일시 해재정 산래유명불유인
한자 풀이
癡(어리석을 치) 聾(귀머거리 롱) 瘖(벙어리 음) 啞(벙어리아) 家(집가) 豪(호걸, 귀인 호) 富(부유할부) 智(슬기 지) 慧(슬기로울 혜) 聰(총명할 총) 明(밝을 명) 却(도리어 각) 受(받을 수) 貧(가난할빈)該(그, 모두 해) 載(실을 재) 定(정할 정) 算(셀산) 來(올래) 命(목숨 명) 由(말미암을 유)
어휘풀이
癡聾(치롱): 어리석은 귀머거리.
瘖啞(음아) : 말 못 하는 벙어리.
算來(산래): 헤아려보다. 有命(유명) : 명에 달려 있다.
주제 엿보기
중국 고대에 도가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열자는 자유 분방하게 살았다. 그러나 평소 가난하여 늘 굶주린 기 색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나그네가 그 나라의 최고 권 력자인 정자양에게 말했다. "열자는 도를 갖춘 선비입니다. 당신의 나라에 거하 면서 빈궁하다면 당신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 닙니까?" 이에 정자양이 곧 관리를 시켜 열자에게 곡식을 보냈 다. 열자가 나가서 관리에게 두 번 절을 하고 사양했다. 열자가 안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그를 바라보고 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첩이 들으니 '도가 있는 사람의 처자는 다 안일하면 쾌락을 얻는다.' 라고 했습니다. 이제 굶주린 기색이 있 어서 임금이 대우하는데 선생은 받지 않으시니, 어찌 명(命)이 아니겠습니까?" 열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임금은 스스로 나를 아는 것이 아니오. 남의 말로 나에게 곡식을 보냈으니, 그가 나를 죄 주게 될 때도 남의 말로 할 것이오. 이것이 내가 받지 않는 까닭이오" 훗날, 마침내 백성들이 난을 일으켜 정자양과 그 일 당을 죽였으나 열자는 무사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주제 요약]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경우에 벗어난 행동을 삼간다. 그 까닭은 부유함과 귀 함은 대개 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명이란 소극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분수를 지키고 주어진 삶 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사하게 천수를 누 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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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편(孝行編) 어버이에게 효도하라
효(孝)는 '효도', 행(行)은 '행실', '실행' 등을 뜻하며, 효행은 '효도를 실행하라.' 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으로 그 마음을 더욱 넓혀 형제와 주변의 어른에게 미루어 적용하면 제(悌)가 되고, 사회와 나라에 적용하면 충(忠)이 된다. 따라서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하는 것이니, 힘써 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아버님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 나를 기르셨네. 애틋하고도 애틋한 우리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느라 애쓰셨다네. 그 큰 은혜를 갚으려고 해도 하늘처럼 높고 높아 끝이 없다네.
父兮生我하시고 母兮鞠我하셨네.
부혜생아 모혜국아
哀哀父母여!生我劬勞하셨네.
애애부모 생아구로
欲報之德이라도 昊天罔極이로다.
욕보지덕 호천망극
<시경(詩經)>
한자 풀이]
父(아비 부) 兮(어조사 혜) 生(날 생) 我(나아) 母(어미모) 鞠(기를 국)劬(수고로울 구) 哀(애틋할 애) 勞(일할로) 欲(하고자할 욕) 報(보답할 보) 德(큰 덕) 昊(하늘 호) 天(하늘 천) 罔(없을 망) 極(다할극)
어휘풀이
生我(생아) : 나를 낳다. 鞠我(국아): 나를 기르다.
劬勞(구로): 애쓰고 수고하다.
欲報(욕보): 보답하려 하다.
昊天(호천) : 하늘. 罔極(망극): 끝이 없다.
주제 엿보기
효(孝) 자는 아들 자(子)가 흙 묻은 괭이 노(老)자를 어깨에 맨 형상이다. 그 뜻은 자식이 농사를 지어 부모를 봉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또 늙을 노(老)와 아들. 자(子)를 합쳐 만든 글자로써 늙은이를 젊은이가 받들 어 모시는 뜻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효란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일체의 행동 양식으로, 모든 종류의 사랑 중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숭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초나라의 효자인 노래자는 평생 효성을 다하여 두 어버이를 봉양했다. 그는 나이 칠십이 되었어도 어버이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재롱을 부리느라 오색 색동 옷을 입기도 했다. 또 물을 떠가지고 당(堂)에 오르다가 넘어져 어린 아이처럼 울기도 하고 새 새끼를 잡아가지고 어버이 곁에서 희롱을 떨기도 하며 어버이를 기쁘게 해드리려 했다. 이와 반대로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불효와 관련 된 '풍수지탄'의 글이 나온다. 즉 '돌아가신 뒤의 진수 성찬, 살아 계실 때의 술 한 잔만 못 하다. 나무는 조용 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어버이를 봉 양하고자 하나,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버리면 되돌아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 돌아가시면 따를 수 없는 것 이 부모님이네.'
주제 요약] 부모님 살아 계실 때에 최선을 다하여 효도해도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다 갚기 어려우니 평소에 노력과 정성을 다하여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해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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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가 부모님을 섬길 때는 이렇게 한다. 거처하실 때는 공경을 다하고 봉양할 때는 즐겁게 해드리고, 병드셨을 때는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셨을 때는 마음 깊이 슬퍼하고, 제사지낼 때는 엄숙하게 해야 한다. - 공자
孝子之事親也는 居則致其敬하고 養則致其樂하고
효자지사친야 거즉치기경 양측치기락
病則致其憂하고 喪則致其哀하고
병즉치기우 상즉치기애
祭則致其嚴이니라.
제즉치기엄
한자 풀이
居(있을 거) 則(곧 즉) 致(다할 치) 其(그기) 敬(공경할 경) 養(공양할 양) 樂(즐거울 락) 病(병들 병) 憂(걱정할 우) 喪(죽을, 잃을 상) 祭(제사제)
어휘 풀이
事親(사친) : 부모를 섬기다. 친(親)은 양친(兩親)을 의미하 는데, 즉 모친(母親)과 부친(父親)이다.
주제 엿보기
2006년 10월, 공자의 고향인 중국의 산동성 취푸에 사는 교포 권혁범 씨가 한국의 '지게 효자'로 알려진 이군익 씨와 그 아버지를 초대했다. 이군익 씨는 2006 년 6월부터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금강산·덕유산 등 명산을 올랐던 유명한 효자이다. 이들이 취푸에 도착하여 태산에 오르니 현지 중국 언 론들은 '한국의 효자, 취푸에 오다.' '효가 사라진 중국 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며 이 씨의 사연을 자세히 전 했다. 특히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산둥 TV는 주요 뉴스 로 이 씨 소식을 다루고 수차례 방송했다. 그리고 이 씨 부자 사진을 벽에 걸어두고 스스로를 닦는 징표로 삼겠다는 사람부터 '공자'를 가르치는 공 학관 교장, 취푸 사범대학 유학생부 관계자, 쉐리민 취푸 시인협회장 등도 이 씨와 만나고 싶다며 이른 아침 부터 숙소로 찾아왔다. 취푸 시인협회 부회장인 궈위 씨는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휴대전화로 이 씨의 효행을 기린 7언시를 적어 보내기도 했다.
이군익 선생의 효행에 세상 사람 감동하고[軍翼孝行 感世人]/ 권혁범 선생의 초청하는 뜻 또한 참된 마음이로다.[赫 範義舉清亦眞]/ 공자의 옛 고향에 아름다운 이야기 전하니[孔子故里 傳佳話]/ 중국과 한국 두 나라에 효심은 모두 같구나.[中國韓國 同此心心]
과거 산둥성에는 이 씨와 유사한 효자가 있었다. 즉 중국 제(齊)나라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당시 수도였 던 임치 마을에 살던 강혁이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업 고 피란길에 올랐다. 그런데 중도에 모자가 도적과 맞 닥뜨려 오돌오돌 떠는데 도적이 되레 눈시울을 붉혔다. "내 어머니는 피란길에 돌아가셨는데........" 그리하여 무사히 풀려난 모자는 난리가 끝난 뒤 귀향 길에 또 그 도적을 만났다. 도적은 강혁에게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수레를 내 주었다. 이때 강혁이 거절했다. "어머니는 푹신한 제 등을 더 좋아하십니다." 이처럼 효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인에게 존경 받았던 것이 인지상정이다.
주제 요약] 자유(子遊가 공자에게 효를 물은 적이 있었다. 공자께서 '오늘날의 효자는 부모를 돌보는 것을 효라고 알고 있으나 개와 말에 이르기까지 모두 돌 볼 줄 안다. 공경하지 않으면 무엇이 다른가?' 라고 한 적이 있었다. 부모를 진실로 공경하고, 즐겁게 만들 줄 알고, 병이 나고 초상과 제사 때에 진심으로 걱정하고 슬퍼할 줄 알아야 진정한 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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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멀리 놀러가지 말고, 놀러가더라도 반드시 가는 곳을 말씀드려야 한다. - 공자
父母在어시든 不遠遊하며 遊必有方이니라.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한자 풀이]
在(있을 재)遠(멀원) 遊(놀유) 必(반드시 필) 有(있을 유) 方(모, 방위 방)
어휘 풀이]
遠遊(원유): 멀리 나가 놀다. 有方(유방): 방향이 있다.
주제 엿보기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멀리 나가 놀지 말고, 놀러 가더라도 반드시 가는 곳을 말씀드려야 한다.'는 말은 대 단히 지키기 쉬운 것 같아도 기실 어려운 때가 많다. 특 히 성장하여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떤 지방이나 외국 등 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된다고 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과거 선조들 중에는 이 말을 잘 실천한 효자들이 많았다. 고려 공민왕 때 김과는 임금의 신임을 받아 친군위, 도사 등의 벼슬을 거쳐 호조좌랑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관직에서 잠시 물러나와 성심 성의를 다해 여막살이로 3년상을 마쳤다. 이 무렵 그는 다시 제주 판관에 임명되었다. 이에 김과는 임금 이 계시는 북쪽을 향하여 감사의 절을 하고 오랫동안 걱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렸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상감마마께서 신을 아껴 여러 벼 슬을 골고루 주시니, 그 은혜의 크기를 이루 말할 수 없 사옵니다. 즉시 부임지로 가고자 하였사오나, 큰 걱정거리가 한 가지 있사옵니다. 어미가 올해 75세이온 데, 늙고 병약하여 옆에서 봉양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 이옵니다. 옛말에 '효도를 미루어서 충성을 한다.' 하였사옵니다. 지금 신의 나이 38세입니다. 그러므로 신하로서 상감마마를 섬길 수 있는 날은 길고, 자식으로 서 늙은 어미에게 효도할 수 있는 시일은 짧사옵니다. 늙은 어미의 봉양을 마친 뒤에는 비록 변방에 임명하더 라도 그 복무를 마다하지 않겠사옵니다. 상감마마께서 는 효도로써 세상의 다스림을 밝히신다면, 군신의 의리 와 모자의 정리를 함께 참작해 주시리라 믿사옵니다." 김과의 상소를 받아본 임금은 그의 지극한 효성에 감 동하여 청을 들어 주었다.
주제 요약
오늘날의 관점에서 출세의 길을 포기하고 부모의 봉양을 우선시하여 그 곁을 떠나지 않은 선 조의 고사는 다소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출세 의 목적을 살펴보면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식을 먹여살 리며 사회나 국가의 유용한 인물이 되고자 함이다. 그 중에서 부모와 처자식을 도외시하고 사회나 국가에 유 용한 인물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선조 들은 효자 중에서 충신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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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서 명하여 부르시면 곧바로 대답하고 머뭇거려선 안 된다. 음식이 입 안에 있으면 뱉어야 한다. - 공자
父命召어시든 唯而不諾하고 食在口則吐之니라.
부명소 유이불락 식재구즉토지
한자풀이]
父(아비 부) 命(목숨 명) 김(부를 소) 唯(오직, 발어사 유) 諾(허락할, 느리게 대답할 락) 食(먹거리 식) 在(있을 재) 口(입구)則(곧즉) 吐(토할 토)
어휘풀이]
命召(명소) : 명하여 부르다. 吐之(토지) : 뱉다.
주제 엿보기
정약용이 1801년에 효자 정관일을 추모하여 쓴 글 이다. 정관일이란 이는 도강현 사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성품이 매우 착하여 그 부모를 지극히 사랑했다. 여섯 살 되는 해에 그의 아버지가 밭을 돌아보러 나갔는데, 밤이 되어 추워지자 효자는 그 어머니에게, "밭에 움막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어머니가, "없다." 라고 대답하자, 효자는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어 머니가 말하기를, "늦은 밤에 어린아이가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하니 효자는, "아버지가 들에서 떨고 계시는데 자식은 방에서 따뜻하게 있으니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라고 했다. 어머니가 굳이 말리니 효자는 창문 아래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온 뒤에야 편히 쉬었다. 몇 년 뒤에 그의 아버지가 멀리 장사를 나가 있으면 서 집에 보낸 편지에 '평안하다.'고 했는데, 효자는 그 편지를 품에 안고 울었다. 그 어머니가 괴이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효자는, "아버지께서 아마 병을 앓고 계시나 봅니다. 글자의 획이 떨렸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는데, 그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물어보니 병 이 위독했다고 한다. 또 그 아버지가 설사병이 나서 거 의 죽게 되어 차(茶)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차 있는 곳을 가르쳐 주어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 아버지가 먼 곳을 다녀올 때면 비록 밤늦게 돌아 오더라도 언제나 따뜻한 밥을 반드시 준비하여 놓았다. 아버지가 이상히 여기니 그 어머니가 말하기를, "아이가, 오늘 저녁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고 하여 나는 그 말대로 했을 뿐입니다." 라고 했다. 열두 살 때에 아버지가 병이 드니 효자는 이 슬을 맞아가며 하늘에 기도하여 아버지의 병이 낫게 했다. 이상은 그가 유년 시절에 보여 준 행실의 백분의 일 정도이다. 장성해서는 학문에 힘써 경사(經史)를 섭렵하고 곁들 여 병법의술에서부터 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집 이 가난하여 약을 팔아 부모를 봉양했다. 그가 죽을 때, 처음에는 경미한 병을 앓아 집사람들이 근심을 하지 않았는데 며칠이 지나자 위독해졌다. 효자는 그 아버지를 자신의 곁으로 오시게 했다. 아버지가 그를 세 번 부르자 세번 다 대답하고 한참 뒤에 다시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낮과 밤이 바뀌는 것과 같으므로 군 자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 이런 일이 있으리 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 달과 날짜는 알지 못했는데, 지금 맥박이 이미 어지러우니 약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게는 두 아이가 있으니, 원컨대 이들로 마음을 위로 하소서.” 라고 했다. 3일 후에 죽으니 나이 겨우 서른 살이었다. 한 달을 넘겨 절도영(節度營) 동쪽 7리쯤에 있는 시루 봉 아래 유좌(西坐)의 언덕에 장사 지냈으니, 이곳은 효 자가 옛날에 스스로 보아두고서 손수 소나무와 떡갈나무를 심어 그 부모의 장지로 하려던 곳이다. 그의 아버지는 관을 묻을 때 곡하며 말했다. “네가 한 번 죽음으로써 나는 세 가지를 잃었다. 아들을 잃고 친구를 잃고 스승을 잃었다." 외사씨(外史氏)는 논한다. 부자는 천성 지친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대개 가슴을 치고 피를 토하며 그 아들을 하늘에 호소하는 자가 있 는가 하면, 지위가 높고 재물이 많아 아첨하는 말을 빌 어 훌륭하게 꾸며 '꿩이 부엌에서 울고 잉어가 얼음에 서 뛰어나왔다.' 고도 하는데, 모두 믿을 수 있겠는가? 비록 손가락을 잘라 부모의 병을 치료하고 장딴지를 저며 부모를 봉양하여 선행을 표창하기 위해 세운 문설주 가 즐비하다고 한들, 역시 증자(子)·민자(閔子)가 했던 일은 아닌 것이다. 정 효자는 죽어서 그 아버지가 아 들의 효를 기록하여 벼슬에서 물러나 있는 나에게 말하 게 되었는데, 한결같이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빛이 애연 히 얼굴에 나타났으니 이는 정말 부끄러울 것이 없겠다. 아들은 정말 효자이며, 그 아버지 또한 인자한 아버지 였다.
주제 요약] 음식이 입에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면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나를 부른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물며 부모님이 나를 부르는데, 음식이 있 다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던가 입에 담고 어물어물 대답 하면서 짜증을 부린다면 예의 바른 행동이 아니다. 효자 정관일은 죽을 병에 걸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아버지가 세 번 부르니 걱정 하실까 두려워 곧바로 세 번 대답했다. 걸핏하면 부모에게 반항하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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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모님께 효도하면 자식도 나에게 효도하나니, 자신이 이미 효도하지 않는데 자식이 어찌 효도하겠는가. -태공(太公)
孝於親이면 子亦孝之하나니
효어친 자역효지
身既不孝면 子何孝焉이리오.
신기불효 자하효언
한자풀이]
孝(효도 효) 親(친할, 어버이 친) 子(아들, 자식 자) 身(몸신) 旣(이미기) 何(어찌하)
어휘풀이]
孝於親(효어친): 부모님께 효도하다.
주제 엿보기
고려 말기의 학자인 김구용(金九容 1338~1384)의 어 머니는 여흥군 부인 민씨이다. 공민왕 10년(1361) 겨울 에 홍건적이 쳐들어와서 백성들은 남쪽으로 피란했다. 민씨도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떠났는데, 피난길에도 집안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편안히 모셨다. 그 후 여흥으로 다시 돌아와 더욱 극진히 모셨으나 세월이 지나자 친정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민 씨의 아들과 사위는 서울로 가서 모시려고 했다. 이에 민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어머니의 무덤을 여기에다 두고 내가 서울로 가 면 성묘할 사람이 없을 터인데, 내가 어찌 떠날 수 있겠 느냐? 아들과 사위는 초하루 보름이 돌아올 때마다 자신 들이 성묘하겠다고 권유했지만 민씨는 끝까지 듣지 아니했다. 어느 날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난 구용이 민씨에게 문안을 드리려고 방에 찾아갔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 래서 부엌으로 갔는데, 민씨가 아궁이에서 치맛자락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들은 어머니가 음식을 만 들려다 물을 쏟았겠지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도 민씨는 방 안에 있지 않고 부엌 에서 치마를 말리고 있었다. 아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몰래 어머니의 행동을 살폈다. 민씨는 첫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단정 하게 하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아들이 궁금하여 뒤따라가니 민씨는 집 앞에 있던 개울을 건너 외할머니 의 산소에 가서 절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아시면 무안해 할 것 같아서 몰래 되돌아왔다. 또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 지극히 효성을 올리는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슬픔을 느꼈다. 민씨는 매일 아침마다 무리하게 성묘를 하다가 병이 들어 56세에 세상을 떠났다. 구용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슬픔으로 3년 동안 어머니의 무덤 옆에 여막을 지어 놓고 살았다. 세상 사람들은 민씨가 비록 여자이지만 아들처럼 친 정어머니에게 효성을 다하고, 그 아들 또한 효성을 다 하는 것을 어질게 여겨 세상에 본보기로 삼고 칭송했다. 고려의 대문인이었던 이색(李穡)은 민씨 가문의 아름다 운 행적을 다음과 같은 시로 읊었다.
육체는 근본으로 돌아가지만 그 삶은 영원하리 여흥 민씨는 그 속에 묻혀 있다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니 어찌 끝이 있으리오 그처럼 길이길이 아름다움 전하리라
주제 요약]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부모가 효성스러우면 자연히 자식도 효성스럽게 된다. 또 그 자식의 후손도 역시 효성스러워질 것이고, 그러 면 그 가문은 대대손손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이 될 것이다.
명심 보감
추적 지움/ 김영진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