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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소설에 대하여] 오만과 편견-341

 

Elizabeth learns from Aunt Gardiner’s long letter that Darcy tracked down Lydia and Wickham in London, arranged their marriage, paid debts, and secured a commission;
reading his framing of the deed as duty and responsibility, she is flooded by gratitude, respect, and shame;
she checks the thought that love for her may have moved him;
she keeps the peace with Wickham on a walk, avoiding open quarrel;
after Lydia’s departure and her mother’s theatrical gloom;
news breaks that Bingley returns to Netherfield;
Jane maintains composure yet betrays tremors in glance and silence;
Elizabeth gauges Bingley’s intent and polices her hope about Darcy;
Bingley and Darcy visit Longbourn;
Mrs. Bennet’s noisy welcome to Bingley and cold formality to Darcy sharpen social contrast;
Darcy is reserved and contemplative, heightening Elizabeth’s mingled gratitude and awkwardness;
Bingley’s precise recollections hint at a steady flame for Jane;
and the men accept a dinner invitation, politely setting the stage for rekindled ties.

 

엘리자베스는 만족스럽게도 기대 가능한 가장 이른 시일에 답신을 받았다. 편지를 손에 넣자마자 다른 사람의 방해가 거 의 없는 작은 숲으로 가 벤치 위에 걸터앉아 행복감을 맛볼 준 비를 했다. 무엇보다도 그 편지 길이로 미루어 거절이 아님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처치가,

9 6일 사랑스런 조카에게.

네 편지를 받아보았다. 한두 줄로는 해야 할 말을 다할 수 없 기 때문에 아침나절 꼬박 걸려 회신을 쓰기로 했다. 사실은 너의 문의를 받고 깜짝 놀랐구나. 설마 네가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 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화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 아다오. 다만 너에게 그런 일을 물을 필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 조차 못했음을 알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만약 내가 말하고자 하 는 점을 양해 못한다면 나의 이 무례를 용서해다오. 외삼촌도 나 못지않게 놀라고 계시다. 너 또한 이 일에 관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신 것이다. 네가 정말로 단순하 게 아무것도 모른다면 난 너에게 분명히 말해 두어야 한다. 내가 롱본에서 돌아오던 날 외삼촌은 전혀 예기치 못한 손님의 방문 을 받았다. 다아시 씨가 찾아와 몇 시간 동안 외삼촌과 단 둘이 있었단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벌써 일이 다 끝났기 때문에 내 호기심은 지금 네가 겪는 것만큼 괴롭지는 않았지. 다아시 씨는 네 동생과 위컴이 있는 곳을 찾아냈으며,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거야. 위컴과는 여러 차례, 리디아와는 꼭 한 번, 그 분은 그 일에 관해 외삼촌께 알리러 왔던 거야. 내 생각에 다아 시 씨는 우리보다 꼭 하루 늦게 더비셔를 떠나 두 사람을 찾으려 고 런던에 왔던 모양이다. 위컴이 별 볼일 없는 인간임을 세상에 알려서 점잖은 집안 처녀가 사랑하거나 믿게 되는 일이 없게끔 하지 못한 게 자기 탓이라고 여겨서 그랬다더구나. 그분은 관대 하게도 모든 일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면서, 그 전에 위컴의 사적인 행동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품위에 어긋나는 걸로 생각 했다고 고백했어. 그 사람의 인품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누구 나가 다 알게 될 것으로 여겼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행 동에 옮김으로써, 자기 때문에 생겨난 해악을 수습하려고 노력 하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말했단다. 만일 다른 동기가 있다고 해도 결코 그분에게 수치스런 일은 못 됐을 거다. 런던에 온 지 며칠 안 돼서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었고, 우리보다 수색의 단서 같은 것을 더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그 점을 고려한 것이 우리 뒤를 따르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이고, 영부인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얼마 전에 다아시 양의 가정교사로 지내다가 뭔가 불미스러운 일로 해서 해고당했다는 거야, 물론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은 에드워드 가에 큰 집을 사서는 그 후 하숙을 치며 생계를 유지해 왔던 모양이야. 이 영부인이란 사람이 위컴과 절친한 사이임을 알기 때문에 런던에 도착하자 곧 위컴의 정보를 들으러 그녀를 찾아갔던 거야.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알고 싶던 일을 들은 것은 2, 3일이 지나서였지. 매수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을 도저 히 돌릴 수 없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그 여자는 자기 친지가 어 디에 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위컴은 런던에 도착하자 즉 시 그녀에게 갔던 모양이야. 그래서 그 여자가 두 사람을 자기 집에 들여놓을 수만 있다면 그곳에다 거처를 정해 버렸겠지. 아 무튼 궁극에 가서는 우리의 친절한 벗은 소원 성취를 한 셈이다. 두 사람은 모처에 있었단다. 그분은 위컴을 만났고, 리디아도 만 나고 싶다고 요구했단다. 그애를 만나고 싶은 첫 번째 목적은 그 분도 인정하지만, 그애를 설득해서 현재의 치욕스런 처지를 떠 나 집안 사람들이 그애를 받아들일 것을 승낙만 한다면 그 길로 그들 품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만큼 원조를 하겠다고 했대. 그러나 리디아의 마음이 절 대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것임을 알았대. 그애는 친한 사람들의 간섭이 귀찮고, 그분의 원조는 원치 않으며 위컴 곁을 떠난다는 것은 듣기조차 싫다고 했단다. 틀림없이 두 사람은 언젠가는 결 혼할 것이며,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그다지 문 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그녀의 감정이 그렇다면 남은 일은 결 혼을 확정짓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길밖에 없다고 그분은 생각했 지만 위컴과 처음 이야기를 나누고서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사실 은, 그런 생각을 장본인인 그 사람은 꿈에도 하고 있지 않더라는 것이었어. 그는 매우 절박해진 도박 빚 때문에 연대를 떠날 수밖 에 없었노라고 고백하면서 리디아가 도망친 일로 해서 야기된 재앙은 깡그리 그녀 한 사람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서슴지 않 고 말하더라는 거야.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사임해 버리고 싶지 만 장래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단다. 어디엔가 가 야겠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으며, 먹고 살 여지가 전혀 없 음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아시 씨가 왜 곧 리디아와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었나 봐. 베넷 씨가 원래 대단한 부자는 아니지만 그를 위해서는 손을 쓸 것이며, 결혼하면 그의 입장도 유리해질 것 이 틀림없다고 타일렀던 것 같아. 위컴은 어딘가 다른 지방에서 결혼함으로써 좀더 착실하게 재산을 만들어보겠다는 희망을 여 전히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궁지에 빠져든 처지에 당장 구제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이겨내지는 못한 모양이야. 몇 차례 그들 은 서로 만난 것 같아.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겠지. 위컴은 물론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상의 많은 재산을 원했지만 결국 적당 한 선으로 깎이고 말았어. 당사자간에 모든 문제가 일단락되었 고, 다아시 씨의 다음 조처는 외삼촌께 그 사실을 알리는 일이었 지. 내가 귀가하기 전날 밤에 처음으로 그레이스처치 가를 방문 한 것이란다. 그러나 너의 외삼촌과 만나지를 못한 채 다아시 씨 가 더 알아본 결과, 네 아버지가 아직 함께 계시고 이튿날 아침 에 런던을 떠나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분은 너의 아버지 가 외삼촌만큼 적당한 의논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곧 아버 지의 출발 후까지 외삼촌을 만나는 것을 연기하기로 하셨다는 거야. 이름을 안 밝히고 간 탓에 다음날까지 어떤 신사 분이 용 무로 찾아오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단다. 마침내 토요일에 그 분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래서 나도 그분을 만났지. 월요일에 비 로소 만사가 해결되었고 그 길로 롱본으로 속달을 띄웠던 거다. 그러나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은 옹고집이었어. 이건 내 생각이 다만 리지야, 완고하다는 점이 바로 그분 성격의 결점이다. 그분 은 때를 달리하여 많은 종류의 결점을 비난받아 왔지만 이것만 은 속절없는 결점이다. 해야 하는 일은 모조리 자기 손에서 이루 어져야 한다고 도무지 뜻을 굽힐 줄을 모르더라. 실은 외삼촌께 선 마음에서 우러나서 사건 해결을 전담할 작정이셨다. 그렇다 고 이것은 생색내는 말이 아니니 이 점에 대해선 아무 말 말아 라. 두 분은 그 문제에 대해 장시간 티격태격했는데, 그 일에 관 련된 두 남녀를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한 가치도 없는 문제였지. 그리고 마침내 외삼촌께서 양보를 안 하실 수 없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조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끔 허용하는 대신 단지 그 일 에 대한 그럴 듯한 명예를 뒤집어쓰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었 지만, 그거야말로 외삼촌의 성미에 안 맞는 일이었지. 그러니까 오늘 아침 너의 편지는 외삼촌한테서 헛된 명성을 벗겨드리고 제자리에 칭찬을 돌려야 할 설명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외삼촌 께서는 매우 기뻐하고 있단다. 그러나 이 얘기는 리지야, 너만 알고 있거나 아니면 제인한테 만 알리도록 하여라. 그 젊은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너는 잘 알고 있을 줄 안다. 그 사람이 진 빚은 1천 파운드를 족 히 넘는 줄 알고 있다만 그것을 변제하기로 돼 있으며, 곁들여서 리디아에게 분배될 그애의 몫에 1천 파운드를 더 얹어서 보내기 로 했고, 나아가 장교의 지위마저 사주기로 돼 있었다. 왜 이만 한 일을 그분 혼자 도맡아 하는지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 다. 위컴의 성격이 그토록 잘못 이해됨으로써 그와 같은 대접을 받고 남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 때문이라는 것 이고, 요컨대 자기가 침묵을 지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여기엔 얼마간의 진실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과연 그분의 침묵에 있는지, 또 다른 누구의 침묵에 달려 있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한단다. 하여 튼 리지야, 이 모든 그럴듯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넌 충분히 확 신해도 좋을 거야. 우리가 그분에게 이 일에서 또 다른 이익을 얻게 해준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네 외삼촌이 절대 물러서지 않 았을 거라는 걸 말이다. 이 모든 게 정해지자 그분은 아직 멤벌 리에 머무는 자기 친구들한테 돌아갔다. 그러나 결혼식이 치러 질 때, 다시 한 번 런던에 와서 금전 문제를 그때 모두 처리하기 로 합의한 거지. , 이만하면 모든 것을 다 얘기한 것 같다. 넌 이걸 알고 나면 매우 놀라운 얘기라고 하겠지. 그러나 난 적어도 네가 불쾌하지 않기를 바란다. 리디아는 나한테 왔었고, 위컴도 무상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단다. 그 사람은 하트퍼드셔 에서 알았던 그대로였지만 나한테 머무는 동안의 그 아이 행동 거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미 요전 수요 일의 제인의 편지를 보고 그애가 귀가한 뒤의 행적도 여전하다 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너에게 새삼 이런 얘기를 하더라도 무슨 새로운 고통을 주지 않음을 알지 못했다면 이런 편지는 쓰지 않 았을 거다. 난 정말 진지하게 몇 번이고 그 아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나쁜가, 가족에게 어떠한 불행을 초래했는지에 대해 십분 이해가 되도록 타일러 주었다. 그애에게는 마이동풍 격이겠 지만, 내가 한 말이 귀에 들릴 정도라면 꽤나 다행스런 일이겠 지. 난 이따금 크게 분개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랑스런 엘리자 베스나 제인이 생각나서 그애의 행동에 꾹 참아 왔단다. 다아시 씨는 약속한 대로 시간을 지켜서 돌아왔고 리디아가 말한 것처럼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다. 이튿날 우린 식사를 함께 했는데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다시 런던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 어. 리지야, 이번 기회에 내가 그분을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느 냐고 묻는다면(전에는 이런 말을 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만) 넌 나한테 화를 내겠느냐? 우리에게 보인 그분의 태도는 전부 더비 셔 때에 못잖게 기분 좋은 느낌이었단다. 그분의 이해력과 분별 력은 정말 썩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되더라. 모자라는 것이 있다 면 쾌활함뿐인데, 그 점은 만일 신중한 결혼을 하는 경우에 아내 가 가르쳐 주면 되는 문제이다. 난 그분이 매우 능청스럽다고 생 각했다. 너의 이름은 죽어도 안 비쳤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능청은 요즘 유행인가 보더라. 내가 너무 주제넘은 말을 했다면 용서 해 주기 바란다. 적어도 날 펨벌리에서 몰아내는 형벌만은 가하 지 말아주길 빈다. 난 바로 그 저택을 다 돌아보기 전에는 완전히 행복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작고 잘생긴 두 필의 망아 지가 끄는 나직한 사륜마차 같으면 정말 안성맞춤이라 생각된 다. 그러나 이젠 더 쓰지 못하겠다. 반 시간 내내 아이들이 나를 부르고 있구나.

외숙모 M. 가드너 씀.

이 편지 내용은 엘리자베스를 설레게 했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 기쁨과 고통의 어느 편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단정 짓기 어려웠다. 다아시 씨가 동생의 결혼을 추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주지나 않았나 하는 막연하면서도 불안한 의심이 어렴풋이 싹트긴 했다. 하지만 설마 그랬으랴 싶을 정도로 엄청난 선행과 친절이어서 그쪽으로 생각하기 두 려웠고, 또 신세지는 괴로움 때문에 아니기를 빌었다. 그런데 그 의심이 뜻밖에도 모두 사실로 판명될 줄이야! 그는 일부러 런던까지 두 사람의 뒤를 뒤쫓았으며 그러한 탐색에 따르게 마 련인 노고와 굴욕 같은 것을 전부 한몸에 짊어진 것이다. 그 과 정에는 혐오하며 경멸해 마지않았음이 분명한 한 여인에게까 지 부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테고, 평소에는 되도록 회피 하고 싶었으며, 그 이름을 입에 담기조차 고통스러운 남자와도 만나야 했고, 그것도 자주 만나 경우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며 끝내는 매수까지 해야만 한 것이다. 그는 이만한 일을 호의도 갖지 않았던 한 사람의 여성을 위해 해낸 것이다. 그는 그 일을 자기를 위해 해준 것이라고 그녀의 가슴은 속삭였다. 그러나 그러한 희망도 다른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금방 억제되고 말았 다. 왜냐하면 이미 그의 청혼을 거절해 버린 자기가 위컴과 친 척 관계가 된다는 사실에서 오는 극히 당연한 혐오감을 이겨 가면서까지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기대하기에는 자기의 허영 심으로도 별다른 도리가 없음을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컴의 동서가 된다고! 그러한 연분에는 자존심이란 자존심이 들고 일 어나 반항하게 될 것이 너무나 뻔한 노릇이었다. 과연 그는 큰 일을 치러준 것이다.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을까 생각할 때마 냥 부끄럽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개입한 데 대해서는 그다지 무리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이유를 말해 놓 고 있었다. 그가 자기의 과실로 느낀다는 것은 순리에 맞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너그러운 면이 있었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도 있다. 그가 그런 일을 한 주요 동기로 그녀는 자기를 내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 마음의 평화에 실질적으로 좌우될 문제를 위해 그가 발 벗고 나선 데에는 그녀에 대한 미 련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 에게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정 말 괴로운 일이었다. 리디아를 되찾고 그녀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덕분이었던 것이다. , 그에게 대해 함부 로 불태웠던 무례한 감정과 그에게 함부로 내뱉었던 당돌한 말 들이 통렬하게 사무쳤다. 그녀는 겸손해지면서 그가 자랑스러웠다. 동정심과 명예를 위해 스스로를 억제할 수 있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외숙모가 그를 칭찬하는 대목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보았다. 그것 으로서는 흡족치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기쁘게 해주었다. 다 아시 씨와 그녀 사이에 여전히 애정과 신뢰가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삼촌과 외숙모도 얼마나 믿는지 알게 되자, 그녀는 후회의 감정이 뒤섞이긴 했어도 어느 정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벤치에서 몸 을 일으키면서 상념을 거두었다. 옆의 작은 길로 들어서기 전 에 위컴이 뒤쫓아왔다. "혼자 걷는 데 혹시 방해가 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처 형?" 그녀 있는 데까지 와서 함께 걸으며 그가 말했다. "바로 아셨어요." 그녀는 웃음을 띠며 대꾸했다. “그러나 방해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방해가 된다면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우린 항상 좋은 사이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이상이겠죠." "그래요. 다른 분들께선 다들 나가셨나요?" "모르겠네요. 장모님과 리디아는 마차를 타고 메리턴으로 가려나 봐요. 그런데 처형, 외삼촌 내외분 말씀을 들어보면 처 형께선 직접 펨벌리에 가보셨던데."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에겐 부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과분한 거겠죠. 나도 뉴캐 슬로 가는 길에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나이 든 가정부를 만나셨겠네요. 가엾은 레이놀즈 부인, 그 사 람은 언제나 나를 좋아했거든요. 그러나 물론 그분이 저의 이 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겠죠." "아뇨, 말했어요." "뭐라고 말하던가요?" "댁이 군대에 입대했는데, 어쩐지 결과가 뭔지 잘못된 것 같 다고요. 거리가 그만큼 떨어지고 보면 소문이 잘못 날 수도 있 으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엘리자베 스는 그만하면 그의 입을 봉해 버렸거니 했는데 그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전 달에 놀랍게도 런던에서 다아시 씨를 만났지요. 몇 번 서 로 지나쳤습니다. 그 사람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 겠어요." "드 버그 양과의 결혼 준비라도 하나 보지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이맘때쯤의 계절에 런던에 가다니 꽤나 특별한 용무가 있었겠지요." "틀림없습니다. 램턴에 가셨을 때 그 사람을 만났습니까? 전 가드너 씨 내외분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래요, 자기 누이에게도 소개해 주셨어요." "그래 마음에 드시던가요?" "들고말고요." "그분도 한두 해 동안에 매우 훌륭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지 난번 만났을 때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는데. 그녀를 좋아한다니 정말 기쁜 일입니다. 그녀가 잘되길 바랄 뿐입니다." "잘될 거예요. 가장 견디기 힘든 나이는 지났으니까요." "킴프턴 마을을 통과하셨나요?" "기억에 없는데요." "그 말을 하는 이유는, 제가 살았어야 마땅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좋은 곳입니다! 훌륭한 목사관이지요! 모든 점에서 저에겐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설교하는 일을 좋아하셨나요?" "그럼요. 아주 좋아했죠. 내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 길을 위 한 노력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니까요. 불평해 봤자 소 용없지만, 어김없이 저에겐 최상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유유자 적한 생활은 저의 행복관을 완전히 충족시켜 주었을 텐데! 그 러나 그렇게 되질 못했습니다. 처형께서 켄트에 체류할 때 혹시 다아시 씨가 그 사정을 말하던가요?" "제 생각엔 믿을 만한 소식통한테 들었지만, 성직은 조건부 에 불과했고, 현재의 후원자 의사에 달려 있다고 하던데요." "들으셨군요! 그랬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억하 시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내용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또 들은 말이 있어요. 설교를 하는 일이 지금 생각하시는 것 보다 댁에게는 맞지가 않는 때도 있어 결국 성직을 얻지 않겠 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 일은 끝장나고 말았다는 내용 이지요." "그렇게 들으셨군요! 그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닙 니다. 처음 처형에게 말씀드렸을 때 제가 그 점에 대해서 말한 것을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두 사람은 거의 문간까지 와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서 벗어 나려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위해 그를 자 극하고 싶지 않아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 위컴 씨, 우리 한 식구잖아요. 지난 일로 해서 입씨름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앞으론 말이에요,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길 바라요."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그는 눈길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 지만, 다정하고 은근한 태도로 손에다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위컴 씨는 이 대화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 화제를 끄집어내 다시 난처해진다든지 엘리자베스의 기분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 정도면 그를 잠자코 있게 하기 에 충분했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그와 리디아가 떠날 날이 다가왔다. 베넷 부인은 가 족 모두가 뉴캐슬을 방문하자는 계획에 남편이 동참하지 않았 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일 년은 지속될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 귀여운 내 딸 리디아."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언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니." "어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마 앞으로 한두 해는 안 될 거야

“자주 편지해라, 애야." "되도록 자주 할게. 그런데 결혼한 여자한테 편지 쓸 시간이 많이 있으려나. 언니들은 나한테 쓸 수 있을 거야. 별로 할 일이 없을 테니까." 위컴 씨의 작별 인사는 자기 처보다 훨씬 다정했다. 웃음 짓 고 예절 바른 태도로 듣기 좋은 말을 많이 남겼다. "저토록 괜찮은 인물을 만나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집밖 으로 사라지자마자 베넷 씨가 비꼬듯 말했다. "싱글싱글 능글 맞게 웃는 품이 마치 우리에게 연애라도 거는 것 같구나. 나는 저 사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윌리엄 루커스 경께서도 이보 다 잘난 사위를 구하진 못할 거다." 베넷 부인은 딸이 안 보이자 매우 침울한 나날을 보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안끼리 헤어지는 것만큼 마음 쓰라린 일은 없을 것 같다.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만큼 고통스 런 일은 없을 거야." "딸을 시집 보낸 결과가 이런 거예요.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나머지 넷이 그대로 미혼이니 나쁘지 않잖아요." "그런 게 아냐. 리디아가 결혼해서 우리하고 멀리 떨어져 산 다는 게 아니고 그애 남편 연대가 어쩌다가 먼 거리에 있기 때 문이지. 좀더 가까우면 그애와 이별이 이렇게는 빠르지 않았을 지도 몰라." 그러나 이 일로 인한 의기소침 상태에서 그녀는 곧 회복되었 고, 그맘때쯤 퍼진한 정보에 의해 그녀의 마음은 다시 한 번 막 연한 충동을 향해 줄달음쳤다. 네더필드의 가정부는 주인이 몇 주간 수렵을 하기 위해 하루 이틀 사이에 내려갈 테니 영접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받은 것이다. 베넷 부인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제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웃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를 흔들어보기도 했다. "그래, 그래, 마침내 빙리 씨가 오는 거지, 동생." (필립스 부 인이 맨 처음 그 소식을 전해 왔으니) "그래, 참 좋은 일이구나. 그렇다고 내가 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건 아냐. 그분은 우 리하곤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말이야. 난 정말 그분하고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가 않아. 그나저나 그가 바란다면 네더필드 에 오는 것은 대 환영이야. 더욱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겠어! 그렇더라도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겠지. 집에선 이 문제 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거든. 그건 그렇다 치고 그분이 오는 건 확실한 건가?" "확실히 믿어도 좋아요." 필립스 부인이 대답했다. "가정부 니콜즈 부인이 간밤에 메리턴에 있었으니까. 지나가는 것을 보 고서 그게 사실인지 일부러 확인해 본 거예요. 그랬더니 사실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늦어도 목요일이나, 아니 아마 수요일쯤을 거라나요. 수요일에 맞게 고기를 주문하러 푸줏간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는데, 마침 잠기에 적당한 오리를 여섯 마리 나 샀다나 봐요." 베넷 양은 그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자 안색이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몇 달 동안 엘리자베스에게 그의 이름을 말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단 둘이 있게 되자 그녀가 말했다. "오늘 필립스 이모가 이 소식을 알려왔을 때, 리지야, 네가 그때 내 쪽을 바라보는 것을 알았어, 내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 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쑥스런 일이 원인이 됐다고 상 상하지 말아다오. 관찰당할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그 순간 약간 당황했을 뿐이야. 난 그 소식을 듣는다고 해서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을 분명히 말해 두마, 한 가지 기쁜 일이 있다면 그분 혼자서 오신다는 거야. 그러면 우린 그분을 덜 자주 만날 테니 말이야. 내 마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두려운 거야." 엘리자베스는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몰랐다. 더비셔에서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가 오는 목적은 이미 알려진 것 외에 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제인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친구의 허가를 얻고 오는 건지, 아니면 대담하게 허락도 없이 오는 건 지,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려운 일이야 그분은 합법적으로 인정된 셋질에 드는데 이토록 억측이 뒤따른다니! 엘리자베스는 때때로 그렇게 생 각했다. 나라도 그냥 내버려둬야지 그가 오는 일에 대해 언니는 자신의 감정을 명백히 선언해 고 또 그럴 거라고 믿지만 엘리자베스는 언니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쉽사리 인정할 수 있었다. 그토록 마음속에 혼란 이 일어나고 동요가 이는 것을 지금까지 자주 보지 못했기 때 문이다. 일 년 전쯤 양친 사이에서 그토록 격렬하게 거론되던 일이 지금 다시 제기되었다. "빙리 씨가 오면, 당신 물론 인사하러 갈 거지요. 여보" 베넷 부인이 말했다. “안 갈 거요. 작년에 억지로 날 방문하게 해놓고, 만일 내가 가면 그 사람은 우리 집 딸 중의 하나와 결혼하게 된다고 했잖 소. 그런데 그 일이 허사가 됐으니, 두 번 다시 바보스런 심부름 은 안 하겠소." 그의 부인은 빙리 씨가 네더필드에 되돌아온 이상, 이웃 남 자들은 그만한 예의 정도는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경멸하는 예법이 바로 그런 것이오." 그가 말했다. "우리하고 교제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찾아오면 될 것 아니오 우 리 집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 테니까, 이웃들이 가고 올 때마다 따라나서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단 말이요." "아시겠지만, 당신이 방문을 안 한다면 아마 실례가 되고 말 거예요. 그렇다고 우리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려는 저의 결심 은 안 변할 거고요. 곧 물 부인과 굴딩 집안의 사람을 초대해야 해요. 다 합하면 모두 열세 명이니까 그분 자리 하나는 비어 있 는 셈이죠." 이런 질의로 마음을 달래면서 그녀는 남편의 무례함도 그럭 저력 참을 수 있었다. 비록 남편 때문에 이웃 사람들이 자기들 보다 먼저 빌리 씨를 만날 것이라 생각하니 몹시 마음이 아팠 지만 말이다. 빌리 씨의 도착 날짜가 다가오자, 제인은 동생에 게 말했다. "그분이 오는 것이 왠지 싫어지는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닐 테고, 그분에게는 아주 냉정한 입장에서 만날 수는 있을 것 같 다. 그런데 이머니한테 그런 일을 귀가 아프도록 듣게 되니 견 딜 수 없구나. 어머니는 호의로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 말 때문 에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모를 테고, 그 누구도 모를 거야. 그분이 네더필드를 아주 떠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언니에게 위로될 만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엘리자 베스가 대답했다. "그런데 전혀 그런 힘이 나에겐 없어, 언니도 그걸 알아줘, 고민하는 사람에게 인내하라고 설교함으로써 만 족하는데 난 그게 안 되거든, 언니는 강한 인내심을 지니고 있으니까." 빙리 씨가 도착했다. 베넷 부인은 하인들의 도움으로 정보를 빨리 입수할 수 있었지만, 그래봤자 자기가 그토록 걱정하고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기간을 늘리는 셈이었다. 그녀는 초대장 을 보낼 수 있게 되기까지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 손꼽아 세어보았다. 암튼 조만간에는 그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러나 그가 하트퍼드셔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그녀는 화장실 창문을 통해 그가 말을 타고 목장으로 들어서며 집 목 으로 접근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딸들을 불러들였다. 제인은 단호 한 태도로 식탁을 지키고 있었으나, 엘리자베스는 어머니를 좀 족하게 해주기 위해서 창가로 갔다.또 한 사람의 남자 분이 함께 오는데요, 엄마." 키티가 말했 다. "대체 누구지?" "누군가 아는 사람일 테지,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일 거야“ "어머나!" 키티가 대꾸했다. "전에 함께 다니던 그분 같아요! 이름이 뭐라더라, 왜 키 크고 거만한 사람 말이야." ”세상에! 다아시 씨야! 그래, 틀림없어, 뱅리 씨의 친구 분 같 으면 누구든지 우리 집에서 환영받겠지만, 친구만 아니라면 저 사람에게는 콧등 보는 것도 싫다고 말해줄텐데" 제인은 놀라움 반, 걱정 반으로 엘리자베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비셔에서 두 사람이 만났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동생이 그의 해명 편지를 받고 나서 처음 만나는 것이 매우 어 색한 일이 되리라 여겼다. 두 자매의 심정은 산란한 상태였다. 저마다 서로의 마음을 위해 신경 썼으며 동시에 스스로를 위해 서도 그렇게 했다. 어머니는 계속 다아시 씨가 싫지만 빙리 씨 의 친구이기에 정중하게 대해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두사 람의 어느 편도 들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에 게는 제인이 감지할 수 없는 불안이 있었다. 가드너 부인한테 서 온 편지를 제인에게 보여준다든가 다아시 씨에 대한 자기의 감정이 변했다는 것을 이야기할 용기가 지금까지 없는 것이다. 제인의 눈에는 그 사람이 동생에게 결혼을 청했다가 거절을 당 했으며, 얕잡아볼 만큼 값어치 없는 존재에 불과하겠지만, 사 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엘리자베스 입장에서 볼 때에는, 가족 누구나 가장 중요한 물질적인 은혜를 입은 사람이며, 아주 상 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제인이 빙리 씨에 대해 느끼 는 것만큼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관심을 그녀 자신이 품고 있는 대상인 것이다. 그가 오고 있다는 사실, 네더필드로 해서 롱본 으로 해서 스스로 자기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녀 의 놀라움은 더비셔에서 변한 그의 태도를 처음 보았을 때 느 낀 것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졌던 혈색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의 애정과 원망이 아직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쁨의 웃음 이 그녀의 눈에 광채를 더해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안심하지 못했다. "먼저 어떤 행동으로 나오는지 그것부터 보기로 하자. 그때 가서 기대한다고 늦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자수에 정신을 쏟았으며, 눈을 치켜뜨지 않았으나 하인이 문턱에 가까이 왔을 때에는 불안한 호기심 때문에 언니 쪽을 바라보았다. 제인은 평소보다 약간 창백해 보였으나, 엘리자베스가 생각한 것보다는 침착했다. 남 자들이 나타나자 안색이 상기되긴 했지만 꽤 태연하면서도 원 망하는 기색 없이, 그렇다고 불필요한 애교를 보임도 없이 예 절 바른 태도로 그들을 맞아들였다. 엘리자베스는 실례되지 않 는 한도 내에서 말수를 줄였으며, 자리를 잡고서는 다시 수예 를 시작했고, 필요 이상으로 열의를 쏟았다. 꼭 한 번 용기를 내 어 다아시 씨 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심각한 표정이었고, 멤벌리에서 만났 을 때보다 하트퍼드셔에서 많이 보던 표정에 가까웠다. 아마도 어머니 앞에서는 외삼촌이나 외숙모 앞에 있을 때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추측 치고는 괴로운 추측이었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었다. 빙리 씨 쪽으로도 그녀는 슬쩍 시선을 돌렸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즐거우면서도 어색해하는 그 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베넷 부인한테 과하다 싶을 만큼 요란한 영접을 받았는 데, 그의 친구에 대한 그녀의 냉랭하고 의례적인 인사와 대조 해볼 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귀여운 딸을 돌이 킬 수 없는 오명에서 구해준 은혜를 다아시 씨에게 입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엘리자베스는 이 뒤바뀐 차별 대우 를 보고 고통스러울 만큼 마음이 쓰렸다. 다아시 씨는 엘리자베스에게 가드너 부부의 안부를 물어 당 황스럽게 하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 옆에 앉아 있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행한 일 때문에 잠자코 있는 것 같 았는데, 더비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에는 그녀에게 말을 안 건넬 경우 친척에게 말을 걸곤 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는 데도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끔 엘리자베스는 호기심 때문에 눈을 치켜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제인과 자기 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 하릴없이 마룻바닥만 내려다 보기도 했다. 지난 번 만났을 때보다 훨씬 사색적이고, 호감을 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낙담했고, 그런 자신에게도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밖에는 될 수 없었던 거야!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여길 왜 온 거지?' 그녀는 그 이외의 누구하고도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말을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이동생의 안부를 묻고 나서 그 이상의 말은 할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빙리 씨." 베넷 부인이 말했다. "떠나가 신후로 말예요." 그는 즉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난 혹시 전혀 안 돌아오시는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웃 사 람들이 당신이 미가엘 축일에는 여길 완전히 떠날 거라 하더군 요. 그러나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떠나시고 난 후에 여기 선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루카스 양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 었고, 내 딸 아이도 결혼을 했어요. 소문을 들으셨겠지만, 신문 에서 틀림없이 보셨을 거예요. <타임즈>지와 <쿠리어>지에 실 렸으니까요. 하긴 자세히 기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최근 조지 위컴 님은 리디어 베네트 양과 화촉을 올렸음' 정도만 실리고, 그애 아버지에 관해서도 출신지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이 없었 다니까요. 그 원고마저도 제 동생 가드너가 초안을 잡았지 뭐 예요. 그런데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아하더군요. 혹시 읽어보셨나요?" 빙리 씨는 보았다고 대답하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엘리자베 스에게는 눈을 치켜 뜰 용기조차 없었다. 그래서 다아시 씨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딸을 좋은 데로 시집 보내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지요." 어머니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빙리 씨, 딸을 빼앗 기니 마음이 쓰리기는 하더군요. 그애들은 뉴캐슬인가 하는 북 쪽 거의 끝에 있는 지방에서 사나 보던데, 거기서 얼마나 오래 살지 그것마저 확실치 않아요. 사위의 연대가 거기에 있나 봐 요. 그 사람이 ㅇㅇ주 연대를 떠나 정규군에 들어갔다는 것을 들어 알고 계시겠지요. 정말 고마운 일이지 뭐예요! 친구 몇 사 람이 있는 모양 이에요. 사람 됨됨이로 봐서 많은 게 당연하긴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 말이 다아시 씨를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리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 러웠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다른 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지 만 그것으로 인해 말해 보려는 의지가 생겼다. 그녀는 빙리 씨 에게 당장 앞으로 얼마나 더 시골에 머물 것인지 물었다. 그랬 더니 2, 3주 정도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댁의 새를 다 쏘고 나거든 빙리 씨." 베넷 부인이 다시 끼어 들었다. "제발 이곳 베넷 저택에서 마음껏 쏴보도록 하세요. 우 리 집 주인께서도 기꺼이 도우려 할 것이고, 댁을 위해 제일 좋 은 메추리 떼를 남겨둘 테니 말예요." 그렇게 불필요하고 공연한 배려 때문에 엘리자베스의 비참 한 심정은 정도가 심해졌다! 설사 일 년 전에 자기네를 들뜨게 한 것과 같은 기대가 지금 다시 생겨나더라도, 만사가 전과 같 이 안타까운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순간 그녀는 행복한 세월이 몇 해 더 지속된다 해도 제인이나 자기에게는 그 같은 고통스런 순간을 보상할 수는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이 두 사람 중 누구하고도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두 사 람하고 교제한다고 해서 이토록 비참한 심정을 보상해 줄 만한 기쁨은 결코 얻을 수 없을 거야!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라도 다시 는 보지 말아야 하는 거야. 그러나 그런 비참한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의 아름다 움이 옛 애인의 열렬한 감성에 다시 불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충분히 구제될 수 있었다. 처음 들어섰을 때에는 거의 말을 건 네지 않았으나, 그녀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록새록 더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여전히 아름다우 며, 작년만큼 말을 하지는 않아도 변함없이 마음씨가 아름답고 순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제인은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조금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 으며,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마음속을 오가는 생각이 하도 많아 자기가 잠자코 있는 것을 항상 깨닫고 있는 것은 아 니었다. 두 신사가 돌아가려 했을 때 베넷 부인은 평소에 준비해 둔 대로 그들을 정찬에 초대했으며, 두 사람은 2, 3일 내에 통본에 서 식사하기로 언약했다. "빙리 씨, 나한테 방문해야 할 빚을 지고 있어요." 그녀가 말 을 이었다. "왜 지난 겨울에 런던으로 떠나면서 돌아오는 대로 우리 집안끼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잖아요. 난 안 잊고 있어 요. 때문에 돌아오지도 않고, 약속도 안 지켜서 무척 실망했답 니다." 빙리 씨는 이 비난에 대해 짐짓 쑥스런 표정을 지으며 일이 생겨 약속을 못 지키게 된 점을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 은 떠났다. 베넷 부인은 오늘이라도 남아서 함께 식사를 하자 고 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언제나 풍성한 요리 준비 를 하는 그녀로서도 두 코스 정도로서는 사위로 맞아들이고 싶 었던 남성을 대접하기에는 미흡하고, 매년 1만 파운드나 벌어 들이는 사람의 식성과 자부심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 각했다.

 

Adapters stage this stretch as a “letter–montage” device that visualizes Darcy’s unseen rescue;
cross-cutting Elizabeth’s bench close-ups with London searches (inns, lodgings, bribing Mrs. Younge);
the voiceover thins to ambient nature, amplifying inner turmoil;
the Wickham walk plays as a two-hander tightening from two-shot to over-shoulder, compressing subtext (avoidance, closure);
Lydia’s farewell skews comic with brassy flourish, then snaps to a held quiet for aftertaste;
“Bingley returns” arrives via social montage—maid gossip, market chatter, housekeeper lines;
the Longbourn call uses blocking (Bingley–Jane proximity, Darcy–Elizabeth distance) and Mrs. Bennet’s excess for cringe-comedy;
Darcy’s restraint is acted in micro-gestures—gaze routes, finger tension, floor glances;
Bingley’s exact-date recall lands with a subtle push-in and brief music drop as a love signal;
the dinner acceptance is symbolized by inserts of plates, candles, and the invitation—promise made tangible;
stage versions fracture the letter into ensemble recitative to contrast rumor and truth;
and the sequence advances the arc “covert salvation → courteous reentry → rekindled attachment” with smooth emotional propulsion.

 

제인 오스틴 지음오영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