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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소설에 대하여] 오만과 편견-322

Darcy writes a letter while Caroline fusses,
Elizabeth listens and spars wittily about penmanship and “speed,”
Bingley’s humility is teased and Darcy calls it covert self-display,
Elizabeth joins the banter and exposes differing creeds on friendship and influence,
music follows as Caroline performs and Darcy’s gaze drifts to Elizabeth,
a teasing invite to dance a reel is declined with cheerful defiance,
a garden walk becomes a three-abreast snub that Elizabeth neatly sidesteps,
pride versus vanity is defined and Darcy admits his unforgiving temper,
evening reading, yawns, and Caroline’s staged strolling fail to hook him,
Jane rallies; Elizabeth bundles her to the drawing room and Bingley fusses tenderly,
plans to depart bounce between Mrs. Bennet’s delay and the sisters’ resolve,
Caroline’s jealousy spikes, Darcy retreats into cool silence, and farewells are made,
the sisters return to Longbourn to a dry welcome from their mother, warm from their father,
while Mary moralizes and Kitty–Lydia flood the room with fresh militia gossip.

 

그날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흘러갔다.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은 오전 내내 환자와 보냈다. 환자는 더디게나마 차도 가 있었다. 저녁에는 엘리자베스가 응접실로 가서 그들의 모임 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루 게임을 하지 않았다. 다아 시 씨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빙리 양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의 누이동생에게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 달라면서 다아시 씨의 주의를 흐트러 놓았다. 허스트 씨와 빙리 씨는 피케(카드 놀이 의 한 종류)를 하고 있었고, 부인이 그것을 들여다봤다. 엘리자베스는 뜨개질을 하면서 다아시와 빙리 양이 나누는 대화에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여자 쪽에서 계속하여 남자의 필체나 일정한 줄, 또는 편지의 길이 등을 칭찬한 반면, 남자는 이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대화가 매우 이상하게 이어졌 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은 두 사람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생각과 정확히 같았다. "이 편지를 받으면 동생이 얼마나 기쁘겠어요?" 다아시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척 빨리 쓰시는군요." "잘못 보신 겁니다. 난 느린 편입니다." "한 해 동안 쓸 편지가 무척 많겠어요! 더욱이 사무적인 것도 있을 테고....... 나라면 그런 편지를 쓰는 게 정말 싫을 텐데!"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편지를 써야 하는 게 당신이 아 니라 나니 말이죠." "누이동생 분에게 제가 무척 보고 싶어 한다고 적어주세요." "그 말씀은 벌써 넣었는걸요." "펜 상태가 맘에 안 드시나 봐요. 제가 좀 만져 드릴게요. 펜 손질에는 재주가 있거든요." "고맙기는 하지만 손수 만지는 게 제 버릇이어서요." "어쩜 그렇게 고르게 글을 쓰시나요?" 그는 말문을 닫았다. "누이동생 분의 하프 연주 솜씨가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기뻐했다는 말 좀 전해 주세요. 또 직접 만든 작고 아름다운 테이블 도안은 진짜 눈부실 정도라고도요. 제가 보기엔 그랜틀리 양이 한 것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요." "그 눈부심을 다음 편지에서 전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지금은 그 얘길 담을 적당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네요." "저런! 그다지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요 뭐. 정원이면 만날 테 고. 그런데 누이동생 분께 늘 지금처럼 장문의 매력적인 편지 를 쓰시나요, 다아시 씨?" "보통 제 편지가 길기는 합니다만, 그게 매력적인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장문의 편지를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은 편지를 잘 쓴다는 게 제가 발견한 법칙입니다." "그건 다아시 씨에 대한 칭찬이라고 할 수 없어. 캐롤라인." 그녀의 오빠가 큰소리로 말했다. "다아시는 결코 편지를 쉽게 쓰는 사람이 아니야. 네 음절로 된 단어(라틴어 투의 어려운 낱 말)를 쓰려고 무척 애쓴다고, 그렇지 않나, 다아시?" "나랑 자네는 글 쓰는 방식이 매우 다르기는 하지." "어머!" 빙리 양이 소리쳤다. "세상에 찰스보다 멋대로 글을 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단어를 다 쓰지도 않는 데에다 절반 은 빼먹고, 나머지는 잉크투성이로 만들어 지저분하거든요." "생각이 지나치게 빨리 나오니까 글을 채 쓰기도 전에 지나 가 버린다니까. 그래서 편지를 받는 사람에겐 정작 아무 생각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네." "무척 겸손한 척하기보다....... 다아시 씨가 말했다. "더 사 람을 속이는 건 없지. 겉으로는 겸손해 보여도 다만 성의가 없 거나 간접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럼 자네는 방금 내가 보인 겸손을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 나?" "간접적인 과시지. 사실 자네는 멋대로 글을 쓰는 걸 자랑스 럽게 여기거든, 자네는 생각을 빨리하는 데에다, 표현을 얼렁 뚱땅 하기 때문에 잘못이 생기는 것이라 여기면서, 이를 매력 이 아니라도 무척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야. 어떤 일이든 재빨리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항상 그런 능력을 자랑 스럽게 생각하면서, 그 때문에 생기는 결함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마련이지. 자네는 오늘 아침 베넷 부인한테 만약 자 네가 네더필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면 오 분 이내에 출발할 거라고 말했네. 그때에도 자네는 스스로에 대한 찬사와 자화자 찬으로 그런 말을 한 거라고, 그렇게 서두를 경우 반드시 처리 해야 할 일들을 놓아두고 갈 것이고, 그러면 자신이나 남들에 게 별로 득이 되지 않을 텐데, 그걸 두고 무슨 칭찬을 할 수 있 겠나?" "저런!" 빙리 씨가 소리쳤다. "자네는 말을 아주 심하게 하는 군. 아침에 한 시시한 말들을 저녁때까지 전부 새겨뒀다가 뭐라 그러니. 하지만 내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말이 사실 이기 때문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믿고 있다네. 그러니 단지 숙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연히 서두는 성격을 가장한 건 아니란 말일세." "나 역시 자네가 솔직하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자네가 그렇게 다급하게 떠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자네의 행동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거든. 만 약 자네가 말에 올라타는데 친구가 '빙리, 다음 주까지 있어 주 게나? 한다면 자네는 어쩔 수 없이 그 말대로 할 걸세. 떠나지 않을 거야. 자네 친구가 한 번 더 말리면 한 달을 더 머물지도 모르지." "그 말씀으로 확실해진 건......" 엘리자베스가 소리쳤다. "빙리 씨가 상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뿐이 네요. 자신이 그렇다고 한 것보다 훨씬 추켜세운 것 같다는 생 각이 듭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빙리 씨가 말했다. "친구가 한 말을 두고 제 성격을 칭찬해 주시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저 친 구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다아시는 제가 그런 상황에서 친구의 부탁을 보기 좋게 거절하고, 가능한 한 빨리 말을 타고 떠났다면 저를 더 높이 평가할 게 분명하니까요." "그럼 다아시 씨가 경솔한 결정을 한 번 내린 다음에 그걸 끝 까지 밀고 나가야 경솔함이 없어진다는 건가요?" "난 도무지 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군요. 다아시가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야겠네요." "자네 마음대로 내 의견이라 말해놓고는 인정하지도 않은 내 생각을 설명하라니! 베넷 양, 상황을 말 그대로 놓고 보더라 도, 빙리가 친구를 말렸을 때 단순히 자기가 바란다고 했지, 그 렇게 하는 게 더 나은 까닭을 설명하진 않았다는 걸 기억하셔 야 합니다." "친구가 설득할 때 이유를 묻지 않고 선뜻 받아들이는 게 좋 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친구 말이라고 조건 없이 따른다면 어떤 경우이든 사려 깊 은 행동이라는 얘긴 못 듣겠지요." "제 생각에는 당신이 우정이나 애정의 영향력을 좀처럼 인 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네요. 다아시 씨, 존경하는 사람이 어 떤 부탁을 해온다면 때론 이유를 알 수 없어도 그것에 따를 수 있을 텐데요. 이건 당신이 빙리 씨에 대해 말한 경우에만 해당 되는 얘기는 아니에요. 아마 빙리 씨가 한 행동이 신중한 것인 지 아닌지를 가리려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 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보통 한 친구가 다른 친구한 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결심을 바꿔달라고 했을 때에 상대가 이유도 묻지 않고 곧바로 그걸 수락할 경우 그 사람에게 문제 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얘기를 끌고 가기 전에, 그 요청으로 인해 지장을 받게 될 일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또 상대와 얼마나 가까운 사 이인지 좀더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게 좋겠네." 빙리 씨가 소리쳤다. "하나하나 사안을 모두 따져봅시다. 두 친구의 키와 몸집의 상대적인 차이를 빼면 안 돼요. 정말로 베넷 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거든 요. 사실 다아시의 키가 제 키보다 저렇게 크지 않았다면 저는 다아시를 지금의 반만큼도 존경하지 않았을 겁니다. 분명히 말 해서 때와 장소에 따라, 특히 다아시의 집에서나 특별히 할일 이 없는 일요일 밤에 제게 다아시만큼 두려운 상대가 없을 정 도입니다." 다아시 씨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 가 오히려 불쾌해 하는 느낌이 들어 웃음을 참았다. 빙리 양은 오빠가 다아시 씨를 모욕했다고 화를 내면서 시시한 소리를 했 다고 오빠를 나무랐다. "자네 속내를 알 것 같네, 빙리." 다아시 씨가 말했다. "자네 는 따지는 것을 싫어하지. 그래서 우리 얘기를 막으려는 거야." "그럴지도 몰라. 따지다 보면 논쟁으로 넘어가기 일쑤거든. 자네와 베넷 양이 내가 이 방에서 나갈 때까지 논쟁을 멈춘다면 무척 고맙겠네. 내가 나간 다음엔 어떤 말을 해도 개의치 않 겠네." "그 부탁은.......”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제겐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다아시 씨도 편지를 마저 써야 할 테고요." 다아시 씨는 곧 그녀의 말대로 편지 쓰기를 마쳤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다아시 씨는 빙리 양과 엘리자베스에게 노래를 들려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빙리 양은 서둘러 피아노 옆으로 간 다음 엘리자베스에게 먼저 치라고 간청했지만, 엘리자베스 역시 정중하면서도 강력하게 사양하자 결국 자신이 먼저 피아 노 앞에 앉았다.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이 같이 노래를 불렀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엘리자베스는 피아노 위에 놓인 노 래 책을 뒤적거리다가 자신을 향한 다아시 씨의 눈길을 의식했` . 그녀는 자신이 그런 훌륭한 남자의 찬미 대상이 될 수 없다 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싫어하기 때문에 쳐다본다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주의를 받고 있는 이유는, 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자신에게 무언가 주변의 누구보다 잘못 된 점이 많고 비난받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속상할 일은 없었다. 그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런 사람이 자신을 인정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빙리 양은 이탈리아 노래를 몇 곡 친 다음에 경쾌한 스코틀 랜드 가곡으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내 다아시 씨가 엘리자베스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베넷 양, (스코틀랜드 고지대 사람들이 추는 경쾌한 춤)을 출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요?" 그녀는 살며시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 가 말이 없자 조금 놀라며 질문을 되풀이했다. "!" 그녀가 말했다. "아까 내게 물으신 것은 들었어요. 그 런데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어요. 제가 ''라고 하길, 그래서 제 취향을 경멸하며 즐거워하길 바라셨음을 아니까요. 하지만 저는 항상 그런 계획을 품은 사람을 되치지요. 그렇게 해서 경 멸의 기회를 슬쩍 빼앗아 버리는 걸 즐긴답니다. 그래서 저는 *릴 춤을 출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니 "어서 경멸해 보세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가 맘이 상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정중한 태도를 보이자 다소 놀랐다. 그러나 상냥함과 교환 함이 뒤섞인 그녀의 태도는 누구를 모욕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다아시 씨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매혹적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 녀의 집안이 그렇게 처지는 편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무척 위기 에 몰렸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모습은 빙리 양이 충분히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절친한 제인이 어서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다. 그녀는 이따금 다아시 씨와 엘리자베스가 앞으로 결혼할 거라느니,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거라느니 떠벌이면서, 다아시 씨는 엘리자베스를 싫어하도록 자극했다. "제가 볼 수 있는......." 이 머릿속 숲과 함께 음악하면서 빙리량이 말했다. "그런데 경사가 있으면 당신 장모님께 몇 가지 암시를 주어 잠자코 있다고 하는 것이 유익할까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처제가 장교들을 따라다니는 짓도 그만두도록 하세요. 그리고 예산으로 건드리기는 뭐하지만 당신의 부인이 될 몇 가지 결함, 뭐랄까, 자만과 무례함이 암시하는 그 무 엇도 고치도록 힘쓰세요." "우리 가족의 행복에 대해 더 내 놓을 의견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필립스 이모부님은 내외의 초상을 펨벌리의 회랑에 꼭 걸어 놓으세요. 판사님은 증조부에게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아시다시피 같은 직종에 몸담았잖아요. 그걸 보고 다 아닐 수도 있죠. 대신 엘리자베스의 남편은 그릴 생각도 하지 마세요. 어떤 화가가 그 예쁜 눈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요?" "정말 눈의 매력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죠? 하지만 머리카락과 모양, 그리고 눈에 띄는 아름다운 속눈썹 등을 그릴 수 있을까요?" 때마침 그들은 다른 쪽 랩로로 로커 오던 허스트 부인과 엘리자베스와 마주쳤다. "두 곳에 있는 랩할 줄은 몰랐네요." 빙리가 그의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봐 조금 짜증나게 사장님. ", 그런 리가 어디인가요." 허스트 부인이 말했다. "말도 없 이 빠져 나가다니 두 사람 모두 잘못될 거예요." 그녀는 다아시 씨의 다른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우며 엘리자베타가 혼자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길은 세 사람이 걷는 데 비좁았다. 다아시 씨는 예의에서 뜯어내는 생각에 얼른 말을 꺼냈다. "이 길은 함께 걷고 비좁네요. 가로수 길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살짝 웃음이 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계속 거기 계세요. 세 지역처럼 걸으세요. 정말 좋아 보이네요. 네이면 구도가 헝클어져 있어요. 먼저 가겠습니다." 쾌적한 거리로 걸어가는 그녀는 점점 멀어졌다. 그녀는 곧 귀가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제인은 그날 저녁 두 시간이나 응접실에 있을 예정으로 많이 회복되었다.

 

만찬이 끝난 뒤 숙녀들이 자리를 뜰 때가 되자 엘리자베스는 언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춥지 않도록 두터운 옷을 입혀 응접실로 데려갔다. 제인의 두 친구는 여러 차례 기쁨을 표현하며 그녀를 환영했다. 그들은 전에 없이 기분 좋게 대했 다. 놀라운 화술로 그녀들은 연회 광경을 세밀하게 그려냈고, 우스운 얘깃거리를 끄집어냈으며, 몇몇 사람을 즐겁게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신사들이 들어오자마자 제인은 그들의 관심에서 밀 려났다. 빙리 양은 곧장 다아시 씨 쪽으로 시선을 던졌고, 그가 몇 걸음 다가오기도 전에 말을 꺼냈다. 정작 다아시 씨는 베넷 양에게 가서 정중하게 축하 인사를 했다. 허스트 씨 또한 가볍게 목례하며 '무척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빙리 씨는 장황하 고 열렬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행동은 배려와 친절로 가득 차 있었다. 방을 바꾼 그녀가 더 이상 추위를 타지 않도록 반시 간 정도 지나 장작을 더 올려 불을 지폈다. 또한 문에서 떨어져 앉도록 제인을 벽난로 반대쪽으로 옮겼다. 그런 다음 그녀 곁 에 앉아 그녀하고만 말을 주고받았다. 엘리자베스는 건너편 구 석진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하면서 이 모든 광경을 즐거운 마 음으로 지켜보았다. 차를 다 마시고 허스트 씨는 처제에게 카드 놀이 준비를 하 자고 운을 뗐으나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빙리 양은 다 아시 씨가 카드 놀이를 하고 싶어 하지 않고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허스트 씨가 공개적으로 제안 했을 때에 이내 거절했다. 그녀는 카드 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말했는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그 말이 타당한 듯 들렸다. 결국 허스트 씨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는 소파에 편안히 기대앉아 잠드는 일만 남아 있었다. 다아시 씨는 책을 골랐고 빙리 양도 따라했다. 허스트 부인은 자신의 팔찌와 반지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따금 동생과 베넷 양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간섭했다. 빙리 양은 자기가 읽는 것에 비해 다아시 씨와 그가 얼마만 큼 책을 읽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녀는 계속 질문을 하다가 그의 책을 넘겨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대화에 참 여하도록 하지는 못했다. 그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면서 계속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빙리 양은 다아시 씨가 읽는 책 이 두 번째 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른 책을 읽으며 즐기려는 계획이 어긋나자 크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저녁 시간을 보내니 참 좋군요. 누가 뭐래도 책 읽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 다고요! 책 말고는 전부 싫증 날 뿐이지요. 다음에 자기 집을 갖 더라도 훌륭한 서재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 거예요."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한 번 하품을 하며 책을 옆에 치운 채 다른 즐길 거리를 찾아 방 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러다 오빠가 베넷 양에게 무도회 얘기를 꺼내는 걸 보고 불쑥 돌아보며 말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찰스 오빠, 정말 네더필드에서 무 도회를 열 계획이에요? 결정하기 전에 여기 계신 분들 생각을 들어보면 좋겠어요. 사람에 따라 무도회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벌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던데 잘못 생각한 건가요?" "다아시 말이냐?" 그녀의 오빠가 큰소리로 대꾸했다. "그럼 무도회가 시작되기 전에 자러 가도 되겠지. 하지만 무도회는 예정대로 열 거야. 니콜스가 흰 스프를 충분히 만들면 곧바로 초대장을 보낼 거란다." "무도회가 좀 색다르게 열린다면.......” 그녀가 대답했다. "훨씬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런 모임을 진행하는 방식이 너무 지 루해서 견딜 수 없어요. 춤추는 대신 이야기나 한다면 훨씬 합 리적일 텐데." "훨씬 합리적인 건 분명하겠지, 캐롤라인. 그런데 그럼 무도 회라고 할 수 없지 않니." 빙리 양은 대답하지 못하고 일어나 방을 거닐었다. 그녀의 자태는 우아했고 걸음걸이 또한 훌륭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봐주어야 할 다아시 씨는 줄곧 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외줄 기를 탄 심정으로 그녀는 한 번 더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로 마 음먹었다. 그녀가 엘리자베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라이자 베넷 양, 나처럼 이 방을 한번 돌아보는 게 어때 요?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가 걸으면 아주 정신이 맑아져여 뜻밖의 제안이다 싶었지만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일어났다. 빙리 양은 예의를 갖춘 그 행동을 통해 현실적인 목표물을 얻 는 데에 성공했다. 다아시 씨가 고개를 들어 자신들을 바라보 았던 것이다. 다아시 씨 역시 엘리자베스만큼이나 빙리 양의 태도가 엉뚱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책을 덮었다. 이내 함께 걷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다아시 씨는 그 녀들이 함께 방안을 거닐기로 한 까닭을 두 가지로 추측했는 데, 자신이 같이 걸으면 두 가지 목적에 모두 위배될 거라고 말 했다. '무슨 속셈일까?' 빙리 양은 그것이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에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물 었다. "글쎄요." 그녀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릴 비난하 는 것일 테니, 다아시 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묻 지 않는 게 낫겠네요." 그러나 어떤 일이든 다아시 씨가 실망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 었던 빙리 양은 그 두 가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졸라 댔다. "그걸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가 말할 기회를 주기 무섭게 그가 말했다. "두 분이 같이 걷기로 한 건 둘이서 남몰 래 의논할 일이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자태가 걸 을 때 제일 아름다움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첫 번째 경 우라면 제가 방해가 되겠죠. 다음 경우라면 난롯가에서 두 분 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훨씬 낫겠지요." "어머, 어떻게 그런 말씀을!" 빙리 양이 소리쳤다. "그렇게 망측한 말은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혼내주면 좋겠죠?"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사람을 괴롭히거나 혼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약을 올린다 든지 비웃는다든지, 친한 사이니까 어떤 게 가장 좋은지 방법 을 잘 아시겠죠." "하지만 나는 정말 몰라요. 그런 것까지 알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니까요. 저렇게 침착하고 냉정한 사람을 약올려서 뭐하겠 어요. 안 돼요. 그래 봤자 헛일이지요. 그리고 비웃어준다지만 웃음거리가 없는데 비웃다가 우리만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 잖아요. 다아시 씨만 좋아하겠죠." "다아시 씨를 비웃지 못한다고요?" 엘리자베스가 소리쳤다. "그건 찾기 힘든 장점이네요. 제 생각으로는 그런 분을 계속 찾 기 어려웠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을 많이 알면 나한테 무척 손해가 될 테니까요. 나는 웃는 걸 매우 좋아한답니다." "빙리 양은.......” 다아시 씨가 말했다. "나를 과분하게 칭찬 하시네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 그런 사람의 행동 중에서 아주 똑똑하고 훌륭한 처신이라 할지라도 웃는 걸 목표로 삼은 사람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확실히." 엘리자베스가 받았다. "그런 사람이 있긴 해요. 그 런데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면 좋겠어요. 똑똑하거나 대단한 걸 비웃은 적도 없었으면 좋겠고요. 멍청한 행동이나 말도 안 되는 짓, 변덕스럽고 모순된 것을 보면 즐거워요. 그건 그래요. 사실 그런 걸 비웃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 편이죠. 그런데 그런 결함들이야말로 바로 당신이 지니지 않은 것이겠죠." "아마 누구라도 그런 결함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요. 하지만 저로서는 지나치게 똑똑한 게 되레 웃음거리가 되는 그런 약점 을 피하는 게 평생의 과제인 셈입니다." "허영이나 오만 같은 것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허영은 정말 약점이지요. 그런데 오만은....... 정말 탁월한 지성을 갖췄다면 항상 그것을 잘 아우를 수 있을 테고, 그건 오만이라기보다 자긍심이라고 해야겠지요." 엘리자베스는 웃음을 감추려고 돌아섰다. "다아시 씨를 잘 검토한 것 같은데요.” 빙리 양이 말했다. "그럼 결과를 알려주세요." "검토 결과 저는 다아시 씨에게서 어떤 결점도 찾을 수 없음 을 확실하게 믿습니다. 다아시 씨 본인도 감추지 않고 인정하 는 바이지요." "아닙니다." 다아시 씨가 말했다. "그렇게 주장한 적은 없어 요. 제게도 결점은 있습니다. 허나 그게 지적 능력과 연관된 게 아니길 바란다는 겁니다. 저 역시 성격이 좋다고 할 수 없지요. 고집이 센 편이니까요. 세상 사는 데에 불편할 정도로 말입니 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이나 결점, 내 잘못된 행동 따위는 서둘러 잊는 게 좋은데, 나는 그러지 못합니다. 감정이 쉽게 영 향을 받지 않아요. 아마 꽁한 성격 탓이겠죠. 나한테 한번 잘못 보이면 그대로 끝장나는 셈이죠." "그건 그야말로 결점이네요!" 엘리자베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한번 어긋나면 늘 꽁하다는 건 분명히 성격 결함이에요. 헌데 결점을 무척 잘 고르셨네요. 그런 성격을 비웃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 생각에는 누구나 특별히 단점으로 다가오는 성격이나, 훌륭한 교육으로도 넘어설 수 없는 결점을 타고나게 마련인 것 같은데요." "그럼 당신의 결점은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경향의 성격이 네요." "그럼 당신의 결점은......." 다아시 씨가 살짝 웃음 지으며 말했다. "타인의 말을 곡해해서 듣는 습관이군요." "그냥 노래나 듣기로 해요." 빙리 양이 대화에 끼어들지 못 하고 짜증내며 말했다. "루이자 언니, 형부를 깨울까요?" 그녀의 언니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피아노 뚜껑이 열렸 다. 다아시 씨는 대화가 끊긴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마음을 가 다듬었다. 엘리자베스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닌 지 차츰 걱정스러워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언니와 의논한 끝에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 그날 중에 마차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배넷 부 인은 두 딸이 다음 화요일까지 네더필드에 묶어야 예정대로 일 주일이 지나므로 그 이전에 발들을 반갑게 맞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엘리자베스 입장에 선 어머니의 그런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베넷 부인은 화요 일 이전에는 마차를 보낼 수 없다고 회답한 것이다. 더욱이 빙 리 씨와 누이가 더 머물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 라는 말을 추신으로 썼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머물 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그런 요청이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스레 오랫동안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근심하였다. 그래서 곧바로 제인을 설득해 엘리 씨의 마차 를 빌리자고 했다. 결국 그날 아침, 그들은 내더필드를 떠나려 한다고 뱅리 씨에게 알리고 마차를 빌려보기로 했다. 이런 의지를 밝히자 빙리 씨 쪽 사람들은 여러 차례 염려의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짧아도 하루는 더 머플러야 한다고 만류하는 바람에 세인은 결심이 흔들렸다. 마침내 그들의 출발 은 다음날로 연기됐다. 그러자 밸리 양은 그들에게 더 있으라 고한 것을 후퇴했다. 엘리자베스에 대한 질투가 제안에 대한 애정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집주인 뱅리 씨는 그들이 빨리 돌아가려는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제인에게 자금 돌아가는 건 무리라고 하면서,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았 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인은 자신이 옳다고 하면 믿어 붙이는 성격이었다.타아시 씨 입장에서 그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네더필드에서 이미 있을 만큼 충분히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바 라는 것 이상으로 그녀가 마음을 훔쳤다는 것을 알았다. 더욱 이 밍리 양은 엘리자베스에게 불친절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을 귀찮게 했다. 이제는 자신이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품 있음을 암시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약 그녀가 그런 종류의 희망을 품는다면, 그것을 확인시키거나 포 기하도록 하는 데 자신의 행동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계획을 충실하게 실행하기 위해 그는 토요일 내내 열 마디도 채 하지 않았다. 30분 정도 단둘이 있을 때에도 가능한 한 독서에 열중했고, 그녀를 보지 않으려고 애 썼다. 일요일 아침, 식사 후 모든 사람이 고대하던 기분 좋은 작별 이 있었다. 빙리 양이 엘리자베스에게 베푼 친절은 제인에 대 한 애정만큼 달아올랐다. 헤어질 무렵, 빙리 양은 제인에게 롱 본이나 네더필드에서 다시 만난다면 굉장히 기쁠 거라고 강조 하면서 그녀와 다정하게 포옹한 뒤 엘리자베스와도 악수를 나 누었다. 엘리자베스도 전에 없이 명랑하게 그들과 작별했다.어머니는 딸들이 돌아오자 그다지 반갑게 맞이하지 않았다. 베넷 부인은 그들의 귀가를 의아해했으며, 빙리 씨한테 마차까 지 빌려 너무 큰 폐를 끼친 데다, 제인이 다시 감기에 걸렸을 거 라고 추측했다. 그와 반대로 아버지는 간결하지만 진심으로 그 들을 반겼다. 그들 존재가 가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 꼈다. 저녁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 그들이 없으니 이야기가 시 들하고 나아가 의미조차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메리는 평소처럼 화성학의 통주 저음법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몇 군데 구절을 인용하여 식구를 놀 라게 하고, 진부한 도덕론에 관한 느낌을 늘어놓기도 했다. 캐 서린과 리디아는 다른 소식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부터 연대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해 얘깃거리가 되었는 데, 즉 장교 몇몇이 이모부 댁에서 식사를 했으며 졸병 한 명이 매를 맞았고, 포스터 대령이 곧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 다는 것이다.

 

How this material is used in film/plays — one sentence (EN)
Stage and screen (e.g., BBC 1995; Wright 2005) mine these scenes for character grammar: the letter-table and parlor blocking sharpen Caroline’s thwarted courtship, Elizabeth’s quicksilver wit, and Darcy’s guarded watchfulness; the “reel” refusal and three-abreast walkway become visual jokes about manners and exclusion; the pride-vs-vanity exchange and Darcy’s “resentment once lost is lost forever” shade his arc; Bingley’s tender fussing over Jane builds the counter-romance; the farewell montage contrasts Netherfield polish with Longbourn bustle—turning talk, music, and tiny snubs into kinetic engines of class satire and slow-burn attraction.

 

제인 오스틴 지음/ 오영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