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ennet’s modest, entail-bound estate frames the Bennet sisters’ social orbit;
Meryton’s nearby militia dazzles Kitty and Lydia while their parents spar about prudence;
Caroline Bingley’s note lures Jane to Netherfield in rain, where she falls ill;
Elizabeth, refusing a carriage, walks three miles through mud to nurse her;
her arrival shocks Caroline and Mrs. Hurst but earns Bingley’s warm regard and Darcy’s reluctant notice;
the morning brings physicians, polite visits, and Caroline’s two-faced solicitude;
dinner reveals Caroline’s class snobbery and Hurst’s indolence as Bingley alone is consistently kind;
Elizabeth declines high-stakes cards, choosing books and Jane’s bedside;
Caroline and Darcy pronounce on the “accomplished woman,” exposing standards and vanity;
Elizabeth’s wit pricks their pretensions while her mother later embarrasses all with rustic boasts;
class barbs escalate to slurs about the Bennets’ mercantile relations;
Lydia bluntly extracts a promise of a ball once Jane recovers;
and amid gossip, illness, and propriety tests, Bingley–Jane soften as Darcy–Elizabeth spark.
베넷 씨의 재산은 연 수입 2천 파운드 정도의 토지가 전부였 다. 그나마 아들이 없는 탓에 남자인 먼 친척에게 양도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었다. 어머니의 재산은 신분에 비추어 넉넉했지 만 아버지를 도울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부친은 메 리턴의 변호사였는데, 4천 파운드를 물려주었다. 그녀에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었다. 여동생은 아버지의 서기 노릇을 하다가 일을 물려받은 필립스라는 사람과 결혼했고 남 동생은 런던에 자리 잡아 그럴듯한 사업에 종사했다. 롱본은 메리턴에서 1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시 말해 메리턴은 베넷 집안 아가씨들이 놀러 다니기에 적당 한 거리인 셈이다. 보통 일주일에 서너 번 그곳으로 가서 이모 집에 들르거나 모자 가게를 찾았다. 어린 편인 캐서린과 리디 아가 특히 신경을 썼는데, 생각이 짧은 탓에 별일이 없을 때에 메리턴으로 놀러 가는 일이 즐거운 오전 시간을 보내게 하고, 저녁 이야깃거릴 만드는 데에 꼭 필요했다. 시골이라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더라도 그들은 항상 이모에게서 무언가를 끄집 어냈다. 요즘 부근에 군부대가 도착했다는 새 소식과 함께 즐 거움도 얻었다. 그 부대는 겨우내 주둔할 예정이었고 본부는 메리턴에 있었다. 필립스 부인을 찾아가면 그야말로 흥미로운 소식이 넘쳐났 다. 날마다 장교들의 이름이나 신상에 대해 한 가지라도 더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된 것은 물론 직접 만나기까지 하였다. 필립스 씨가 그들을 모두 방문했고, 그것이 조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그녀들은 장 교들 이야기만 했다. 어머니에게는 솔깃하게 들리는 빙리 씨의 막대한 재산도 그녀들에게는 소위의 군복과 비교하면 형편없 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캐서린과 리디아가 그 주제로 시끄 럽게 떠드는 걸 듣고서 베넷 씨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희 말을 들어보니 너희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이로구나. 예전부터 그래 왔지만 변함이 없어." 캐서린은 기가 죽어서 대꾸하지 못했다. 리디아는 꿋꿋이 카 터 대위를 추켜올리며 그가 이튿날 아침 런던으로 가기 전에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떠들어댔다. "여보, 난 놀랐어요." 하고 베넷 부인이 말했다. "어떻게 자 기 자식에게 어리석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지요. 욕하고 싶 으면 다른 집 애들한테나 하지 자기 자식에게 그럴 수 있나요." "내 자식이 어리석다면 그걸 알고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 쳐도 우리 애들은 전부 똑똑하거든요." "당신 의견과 다른 게 그것뿐이라 다행이오. 내겐 밑으로 두 딸이 바보 중에 바보라고 생각되니 당신과 생각이 전혀 다르다 는 걸 인정하지." "여보, 아직 어린애들에게서 어떻게 우리 같은 분별력을 기 대하겠어요. 애들도 우리 나이가 되면 장교들은 쳐다보지도 않 을 거예요. 나 역시 붉은 제복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고요. 아 직도 마음속으로는 그렇기도 하고요. 일 년에 5, 6천 파운드를 버는 젊은 소령이 내 딸 가운데 하나를 바란다면 난 수락할 거 예요. 그날 밤 윌리엄 경 집에서 본 포스터 대령의 제복 입은 모 습이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엄마.” 하고 리디아가 소리쳤다. "이모가 그러던데 포스터 대령하고 카터 대위가 처음처럼 자주 왓슨 양 집에 들르지 않 는대요. 이모가 말하기를 그분들이 클라크 서점에 자주 간다더 군요." 베넷 부인이 대꾸하려는 순간 하인이 베넷 양에게 쪽지를 건네려고 들어왔다. 네더필드에서 온 것이었다. 하인이 답장을 받아가려고 기다리는 동안 베넷 부인의 눈에 기쁨이 넘쳤고, 어쩔 줄을 몰라 외쳤다. "제인아, 누가 보낸 거니? 무슨 얘기가 적혔어? 어서 제인아. 말해 줄래?" "빙리 양이 보냈어요"라고 말한 다음 제인은 소리 내어 쪽지 를 읽었다.
친애하는 벗에게.
만약 루이자와 제 처지를 동정해서 함께 식사하지 않으면 우리 둘은 두고두고 서로 미워할지도 몰라요. 온 종일 두 여인이 머리를 맞대면 싸움으로 끝나기 십상이니까요. 편지를 받는 대 로 곧장 와주세요. 오빠와 다른 남자들은 장교들하고 식사하러 간답니다. 이만 총총.
캐롤라인 빙리.
"장교들하고라니!" 하고 리디아가 외쳤다. "이모가 왜 그걸 말해 주지 않으셨을까?" "식사하러 갈 거라니." 하고 베넷 부인이 받았다. "정말 안됐구나." "마차 좀 타고 가도 될까요?" 제인이 물었다. "안 된다. 얘야, 비가 올 것 같으니 말을 타고 가렴. 그럼 밤새 거기 있어야 할 테니까." "좋은 생각이네요." 하고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쪽에서 언니를 데려다주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그렇지만 남자들이 빙리 씨의 마차로 메리턴까지 갈 거고, 허스트 내외에게는 다른 마차가 없잖아."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럼 큰 마차로 가고 싶은데요." "근데 아버지가 말을 여러 마리 내주시진 않을걸. 농장에서 필요하니까. 그렇지요 여보?" "농장에서야 내가 다 대주지 못할 정도로 언제든 말이 필요 하지." "그래도 아버지가 오늘 벌써 말들을 대셨다면 엄마 목적은 이룬 거지 뭐."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 말은 아버지에게 노는 말이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제인 은 말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날씨가 악화될 조짐 이 농후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딸을 배웅했다. 어머니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제인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걱정하는 동생들과 달리 어머니는 기뻐 어쩔 줄 몰 랐다. 비는 밤새 계속 내렸고 제인이 돌아오지 못하는 건 확실 했다. "정말 좋은 계획이었어!" 베넷 부인은 비가 마치 자기 때문에 내린 것인 양 몇 번이고 되뇌였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이 올 때까지 그녀 자신도 그 계획이 얼마나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 는지 몰랐다. 아침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네더필드에서 온 하인이 엘리자베스에게 쪽지를 전했다.
사랑하는 리지.
아침에 보니 몸이 좋지 않아. 어젯밤 비를 너무 많이 맞은 탓 인가 봐. 이곳에 있는 분들이 낫기 전에는 못 간다며 말리는구 나. 부득이 존스 씨도 만나봐야 한다고 그러네. 그분이 이곳에 왔다 갔다는 얘길 듣더라도 놀라지 마라. 목이 아프고 머리가 좀 아픈 것 외에는 다른 문제는 없다. 이만 총총.
"그럼 여보." 엘리자베스가 쪽지를 다 읽고 나서 베넷 씨가 말했다. "만약 우리 딸이 몹쓸 병에 걸려 죽기라도 하면, 그게 모두 당신 지시에 따라 빙리 씨를 쫓아다닌 탓이라고 위안 삼 을 만하겠구려." "참내! 죽기는 왜 죽는다고 그러세요? 감기 정도로 죽는 사 람은 없어요. 간호도 제대로 받을 테고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좋을걸요. 마차만 준비되면 나라도 가볼 텐데." 엘리자베스는 정말 걱정이 되어 마차가 준비되지 않더라도 언니를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말을 탈 줄 모르 는 탓에 걸어서 가야만 했다. 엘리자베스가 그런 계획을 밝히 자 어머니가 곧바로 야단쳤다. "넌 정말 바보 같구나. 길이 온통 진창일 텐데 그런 생각이나 하고! 그곳에 닿으면 네 꼴이 얼마나 우습겠니." "제인을 보는 데에는 지장 없어요. 난 그걸 바랄 뿐이고." "마차를 타려는 게냐, 리지야?" 하고 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아니요, 걷는 게 좋아요. 그만한 까닭이 있으니 거리는 문제 되지 않아요. 겨우 3마일인데요. 뭐, 저녁때까지는 돌아올 거예요." "언니로서 사랑을 베푸는 것은 존중하지만." 하고 메리가 거 들었다. "모든 감정은 이성으로 통제해야 해. 내 생각을 말하자 면 행동은 늘 바라는 바와 비례해야 한다는 거야." "메리턴까지 우리가 동행할게." 캐서린과 리디아가 말했다. 엘리자베스의 동의로 셋은 함께 출발했다. "얼른 가면 카터 대위가 가기 전에 잠시라도 볼 수 있을 거 야." 함께 걸으며 리디아가 말했다. 메리턴에서 그들은 헤어졌다. 동생 둘은 한 장교 아내의 집 으로 갔고, 엘리자베스만 계속 걸었다. 잰걸음으로 들판을 연 거푸 가로지르고, 재빨리 울타리 계단을 뛰어넘고, 웅덩이를 건너뛰면서 드디어 그 집이 보이는 곳에 닿았다. 발목의 힘이 다 빠지고 양말은 더러웠으며 얼굴에 열기가 달아올랐다. 엘리자베스는 식사하는 곳으로 안내됐다. 그곳에는 제인 때 고 모든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 모두 놀라는 기색이 었다. 그토록 이른 시간에, 또 그토록 궂은 날씨에, 게다가 홀 로 3마일을 걸어왔다는 것은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에게는 믿 기 힘든 상황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까닭에 그들이 자신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긴 해도 아주 정중하게 대접을 하긴 했다. 특히 빙리 씨의 태도에는 진지함 이상의 무언가가 내재돼 있었다. 바로 친절함과 선의였다. 다아시 씨는 거의 아 무 말도 하지 않았고, 허스트 씨는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다아 시 씨는 운동 덕분에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칭찬하는 한편, 홀로 그렇게 먼 길을 올 만했는지 되새겨보았다. 허스트 씨는 오 직 식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언니 중세가 어떤지 물어보았지만 신통치 못 한 대답만 얻었다. 베넷 양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아침에도 열이 많아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언 니가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내심 바라면서도 그녀가 공연히 놀라거나 부담스러워할까 봐 삼갔던 일이라 제인은 무척 기뻤 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하기는 무리였다. 빙리 양이 둘만 남 기고 나갈 때에 보살펴 줘서 고맙다는 말을 겨우 했을 정도였 다. 엘리자베스는 조용히 언니 곁을 지켰다. 마침 조찬을 마친 빙리 자매가 들어왔다. 엘리자베스는 제인 에게 애정 어린 위로를 아끼지 않는 그들에게 호감을 가졌다. 의사가 와서 진찰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심한 감기에 걸렸다 고 했다. 그는 제인에게 침대로 돌아가서 약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제인은 열이 오르고 머리가 몹시 아파 그 충고에 따랐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제인을 두고 잠시도 떠날 수 없었다. 빙리 자매도 자주 비우지는 않았다. 남자들이 떠난 뒤여서 달리 할 일이 없기도 했다. 세 시가 되자 엘리자베스는 내키지 않는 소리로 집으로 돌아 가야겠다고 말했다. 빙리 양이 마차를 준비한다고 해서 거의 수락하려던 참에 제인이 동생과 헤어지는 것을 매우 꺼려하자 빙리 양은 네더필드에 그냥 머물러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무척 고맙게 생각하며 응낙했고, 하인이 롱본으 로 돌아가 더 머문다는 사실을 알리고 옷가지를 가지고 돌아 왔다.
다섯 시에 빙리 자매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을 나왔다. 엘 리자베스는 여섯 시 반에 정찬에 참석했다. 그녀가 들어서자 조심스런 질문이 이어졌다. 그중에 빙리 씨가 유난히 걱정스러 워했는데, 그다지 좋은 대답을 전할 수 없었다. 제인의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빙리 자매는 자신들이 얼마 나 마음 아파하는지, 독감에 걸리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병에 걸리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되풀이해 말하고 나서, 제인 일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제인이 앞 에 없다고 무관심해지는 그들에게 혐오감이 생겼다. 오직 빙리 씨만이 어떤 부담도 주지 않았다. 그는 제인을 진 심으로 염려했다. 엘리자베스에게도 정중하게 대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자신이 불청객임을 되새기지 않아도 되었다. 단지 그만이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빙리 양 은 다아시 씨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그녀의 언니도 덜하지는 않았다. 엘리자베스 옆에 앉은 허스트 씨는 오직 먹고 마시고 카드 놀이하는 데에 정신이 빠진 한량이라, 그녀가 라구(고기 와 채소를 곁들인 프랑스식 스튜)보다는 담백한 요리를 좋아한 다고 한 것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엘리자베스는 곧장 제인에게 돌아갔다. 빙리 양 은 그녀가 자리를 뜨자마자 험담을 늘어놓았다. 매너를 전혀 갖추지 못한 데다, 오만하고 건방질 뿐만 아니라 말솜씨도 없 으며, 품위나 미적 감각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허스트 부 인도 맞장구치며 거들었다. "정말이지 걷기를 잘하는 걸 빼면 별 볼일 없는 애야. 아침에 그 꼴 좀 보라지. 평생 못 잊을 거야. 얼마나 막돼먹었는지." "맞아, 루이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느라 혼났다니까. 여기 온 것 자체가 잘못이지. 언니가 감기 걸린 것 가지고 왜 자 기가 총총거리며 달려와야 해? 머리는 풀어헤쳐 날리면서!" "정말 그래. 게다가 그 페티코트는 어땠는지 알지? 진흙 때 문에 6인치나 엉망이 돼 있더라고, 내가 분명히 봤거든, 아무리 드레스를 내려서 감추려고 해도 그게 되나." "그건 정말 매우 사실적인 묘사이긴 하군요, 루이자." 빙리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하나도 눈에 띄지 않더군, 엘 리자베스 베넷 양이 아침에 이 방에 나타났을 때 매력 있다고 생각했지, 지저분한 페티코트 따윈 눈에 안 띄었어." "다아시 씨, 물론 당신은 보셨겠지요. 빙리 양이 말했다. "당신 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겠지요? "물론입니다." "3마일, 아니 4마일, 5마일....... 도대체 몇 마일이든 그렇게 먼 길을 걸어오다니요. 진흙투성이로 말이야. 게다가 혼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자립심이라고 하기에 그건 진짜 끔찍한 오만이지. 시골뜨기라 해도 격식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짓이라고." "언니를 무척 사랑해서겠지. 그런 건 매우 보기 좋아." 빙리 씨가 말했다.. "헌데 다아시 씨.” 빙리 양이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모험 탓에 그녀의 예쁜 눈을 칭찬한 당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 을까 걱정되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아시 씨가 대꾸했다. "운동을 해서 그 런지 더 반짝이던데요." 얼마간 침묵이 지속되다가 이번에는 허스트 부인이 끼어들었다. "나는 제인 베넷이 무척 좋은 아이라고 생각해, 정말 귀여운 애지. 결혼도 잘하기를 바라지, 하지만 부모는 물론이고 친척도 그렇게 천박하니 결혼을 잘하기는 그른 것 같아." "그 처녀들 삼촌이 메리턴의 변호사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 는데." "그래, 삼촌 하나가 더 있는데 그는 치프사이드(런던 상업 지 역 부근 주택지, 상업적 수익을 기반으로 살기 때문에 천하게 여기는 의미) 근방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 그렇군요.” 그녀의 동생이 거들었고, 자매는 마음껏 웃어댔다. "치프사이드가 그 아가씨들 친척으로 가득 찬다고 해서.” 빙 리 씨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 아가씨들 매력이 줄어들지는 않 겠지." "그런데 그런 이유 때문에 지위 있는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 은 조금 줄어들 거야." 다아시 씨가 끼어들었다. 빙리 씨는 아 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누이들은 다아시 씨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며 자기들 친구의 천한 친척을 요리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나 그들은 온정이 살아났는지 식당을 나와 제인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커피가 준비될 때까지 그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제인은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늦 게까지 그녀 곁을 지키려 했고, 그녀가 잠들자 홍미보다는 예 의상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응접실에 들어가 보니 모두 루(브리지와 유사한 카드 게임 일종)를 하다가 그녀더러 함께 하자 고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판돈이 커지는 것을 보고 언니에게 언제쯤 가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를 대고 방에 머물면서 책 이나 좀 읽겠다고 말했다. 허스트 씨가 놀라며 그녀를 보고 말 했다. "놀음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세요? 정말 신기하군요." "일라이자 베넷 양은." 빙리 양이 말했다. "카드 놀이를 경멸 한다고요. 책읽기를 무척 즐기는 데에다 그것 말고는 관심이 없지요." "그렇게 칭찬도, 비난도 제에게 하실 필요 없어요." 엘리자 베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 니고, 그것 말고도 즐길 게 많으니까요." "언니의 간호를 즐기시는 건 확실한 것 같더군요. 빙리 씨가 말했다. "언니가 쾌차해서 그 즐거움이 배가되었으면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책이 몇권 놓인 탁자로 갔다. 그는 곧바로 자기 서재에 있는 다른 책까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제가 책을 더 많이 가졌더라면 당신에게도 더 좋고, 저 역시 좀더 자랑스러웠을 텐데요. 하지만 워낙 게으른 편이거든요. 어쨌거나 실제로 읽은 것보다는 많은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안심시켰다. "나도 정말 놀랐다니까." 빙리 양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물 려주신 책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펨벌리에 그렇게 좋은 서재가 있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다아시 씨!" "그곳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대대로 꾸 며놓은 것이니까요." "다아시 씨도 거기에 많은 책을 보탰잖아요. 늘 손수 마련하 시고." "요즘 같은 때에 가문의 서재를 소홀히 한다는 건 이해가 되 지 않지요." "소홀히 한다니요! 당신은 그 훌륭한 저택을 더 멋있게 꾸미 려고 많은 신경을 쓰는 게 틀림없어요. 찰스, 오빠도 이제 집을 직접 지을 때 멤벌리의 반만큼이라도 멋있는 집을 지었으면 좋 겠어요." "그렇게 한다면 정말 좋지." "하지만 나라면 펨벌리 부근에 땅을 사고, 집 또한 흉내 내서 지으라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어요. 잉글랜드 지역에서 더비셔 보다 나은 주는 없으니까요." "정말 그래, 다아시가 팔기만 한다면 아예 펨벌리를 사버릴 생각도 있지." "가능성이 있으니 하는 얘기라고요. 찰스." "하지만 캐롤라인, 펨벌리를 소유하고 싶다면 흉내 내는 것 보다 사는 게 더 가능성 있는 방법이지."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얘기에 신경 쓰다 보니 자기 손에 든 책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내 책을 내려놓고 카 드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빙리 씨와 그의 누이 허스트 부인 사 이에 앉아 카드 놀이를 구경했다. "다아시 양은 봄보다 많이 자랐지요? 키가 나만큼 자랄까?" 빙리 양이 말했다. "그걸 것 같네요. 지금도 엘리자베스 베넷 양만큼, 아니 더 클지도 모르죠." "다아시 양을 얼마나 다시 보고 싶었는지! 그토록 마음에 드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 용모와 태도라니!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정말 훌륭한 교양을 갖추었지요. 피아노는 또 얼마나 잘 치는지." "놀라운 일이야." 빙리 씨가 말했다. "젊은 여인들에게 그런 교양을 모두 갖출 인내심이 있다는 게. 안 그런 아가씨들이 없으니 말이야." "어머 세상에! 오빠, 무슨 소리예요. 젊은 아가씨들이 모두 교양을 갖추었다니!" "그렇지 않아? 내 생각엔 모두 그렇던데, 대부분 화판에 그림 정도는 그럴 줄 알고, 수도 놓고, 손 주머니도 짜고, 내가 아는 아가씨 중에는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 게 다가 어떤 아가씨가 얘깃거리가 됐을 때 대단한 교양을 갖추었 다는 말을 안 들어본 적이 없다니까." "자네가 예를 든 정도로 교양을 갖추었다고 한다면.......” 다 아시 씨가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이야. 손 주머니나 짜고 수를 놓는 일 말고 어떤 교양도 갖추지 못한 여성들에게도 대개 교 양 있다고들 하니까. 하지만 난 자네가 아가씨들 전반을 그렇 게 평가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네. 네가 아는 아가씨들을 전부 따져봐도, 제대로 교양을 갖춘 사람은 여섯 명도 안 되거든." "그건 저도 동감이에요. 정말." 빙리 양이 말했다. "그러면." 엘리자베스가 끼어들었다. "당신은 교양 있는 여 성이라는 개념에 무척 많은 것을 포함시키는군요." "그럼요. 당연히 매우 많은 걸 포함시키죠." "물론, 그래야겠죠." 그의 충실한 조수가 소리쳤다. "진짜 교 양 있는 여자라 평가받으려면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야지요. 적어도 음악, 노래, 그림, 춤, 그리고 몇 개의 외국어를 완전히 소화해야죠. 이외에도 걸음걸이, 음성의 높고 낮 음, 말솜씨까지 남달라야지요. 그렇지 않다면 교양을 모두 갖 추었다고 할 수 없죠." "그 모든 걸 갖춰야 한다고." 다아시 씨가 덧붙였다. "게다가 여러 방면의 책을 읽고 지성을 쌓음으로써 실속 있게 내면을 가꾸어야죠." "말을 듣고 보니 교양 있는 여성을 여섯 명밖에 모른다고 말 한게 납득이 되네요. 오히려 그런 여인을 한 명이라도 알고 계 신다는 게 놀랍군요." "그렇게 모든 것을 갖춘 여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만큼 여 성에 대해 가혹하신가요?" "난 한 번도 그런 여성을 본 적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그런 능력에 그런 취향, 그런 학구열에 품위까지 갖춘 사람은 본 적 이 없어요."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은 엘리자베스의 회의적인 태도가 옳 지 못하다면서, 두 사람 모두 그런 교양을 갖춘 여인을 많이 안 다고 말했다. 이때 허스트 씨가 두 사람이 카드 놀이에 집중하 지 않는다고 불평하자 모두들 잠잠해졌다. 덕분에 모든 대화가 끊겼고 이내 엘리자베스가 방을 나섰다. "일라이자 베넷은......" 그녀가 나간 뒤 문이 닫히자 빙리 양이 말했다.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다른 여자들을 무시하 는 부류의 여자로군요. 그런 게 통하는 남자도 많겠지만 내 생 각엔 그건 형편없는 수작이자 비겁한 술책이에요." "확실히......." 빙리 양이 한 말을 받아 다아시 씨가 말했다. "여자들이 신사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따금 벌이는 술책이 비열하긴 하지요. 교활함을 감춘 것이라면 비슷한 거라도 당연히 경멸할 테고요." 빙리 양에게는 그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대화는 더 이 상 이어지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다시 응접실로 돌아가 제인의 상태가 더 나빠 져 언니 곁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빙리 씨가 존스 씨 를 부르자고 제안했으나 그의 누이들은 시골 의사라 그다지 도 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런던의 이름난 의사를 서둘러 데려오자 고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럴 것까지 없다면 잘라 말했지만 빙 리 씨가 꺼낸 말이라면 굳이 거절할 까닭이 없었다. 결국 상태 가 크게 좋아지지 않으면 아침 일찍 존스 씨를 데려오자는 데 에 동의했다. 빙리 씨가 무척 불안해하자 누이는 그에게 우울 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빙리 씨가 가정부에게 환자와 그 여동생에게 될 수 있는 한 친절히 시중 들라고 지시하는 것 외 에는 마음을 달랠 방법이 없었지만, 반면 누이들은 저녁식사 뒤에 이중창을 부르며 걱정을 달랬다.
엘리자베스는 그날 밤,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면서 제인 곁에서 언니를 지켰다. 이튿날 아침 일찍 빙리 씨가 하인을 보 내 언니의 안부를 물었다. 얼마 뒤 빙리 씨 누이들의 시중을 드 는 세련된 여자 두 사람이 병세를 물었을 때 괜찮다고 대답할 수 있어 마음이 좋았다. 그런데도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직접 찾아와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롱본에 보내달라 고 했다. 메모는 바로 전해졌고 취지대로 즉시 실행됐다. 빙리 댁의 아침식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넷 부인이 두 딸 을 데리고 네더필드에 도착했다. 제인의 상태가 정말 심각했다면 베넷 부인이 몹시 염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위중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빨리 호전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제인이 좋아진다면 네더필 드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제인이 집으로 데 려가 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려 했다. 사실 그녀와 거의 같은 시각에 온 의사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권할 만한 일이 아 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세 딸은 한동안 제인 곁에 서 상태를 지켜본 뒤 빙리 양이 청하자 함께 식당을 향했다. 그 들을 맞이한 빙리 씨는 베넷 양이 어머니께서 우려한 것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생각보다 좋지 않군요." 그녀는 대답했다. "상태가 무 척 심해 데려갈 수 없겠네요. 존스 선생도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말라더군요. 죄송스럽게도 신세를 더 져야 할 것 같아요" "데 려가다니요!" 빙리씨가 소리쳤다. "그런 생각은 아예 마십시 오. 제 누이라도 분명히 말릴 겁니다." "염려 놓으시지요. 부인." 빙리 양은 예의를 갖추었지만 차 가운 말투로 말했다. "베넷 양이 여기 있는 동안 저희가 성심껏 돌봐드릴 테니까요." 베넷 부인이 길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아 니었다면 우리 애가 어떻게 됐을지, 그애 역시 무척 힘들어하 니 말이에요. 물론 누구보다 잘 참는데, 늘 그렇지요. 재만큼 괜 찮은 아이도 드물지요. 다른 애들한테도 종종 큰언니에 비하면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요. 방이 무척 예쁘네요. 빙 리 씨, 정원을 가로지른 자갈길도 보이는 등 전망도 좋고요. 제 상식으로 근방에서 네더필드만한 집은 없을 거예요. 급히 떠나 실 예정은 아니시겠지요? 짧은 기간 세를 든 것으로 알고는 있 지만." "저는 어떤 일이든 재촉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가 말했 다. "그래서 네더필드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 5분이 지나 지 않아 가버릴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 입니다." "역시 짐작한 대로이네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제 속을 꿰뚫어보시는군요. 그런가요?" 그가 그녀 쪽을 돌 아보며 말했다. "네, 물론입니다. 당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싶긴 한데, 자기 속내가 쉽게 읽혀지 는 건 좀 유감이군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속내가 깊고 복잡한 사람이라고 해서 당신보다 성격을 더 짐작하기 쉽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지요." "리지야!" 어머니가 소리쳤다.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집에 서처럼 아무렇게나 구니?" "미처 몰랐습니다." 빙리 씨가 곧바로 말을 받았다. "사람들 의 성격을 탐구하고 계신 줄은...... 매우 흥미롭겠는데요." "그렇지요. 하지만 흥미로 친다면 복잡한 성격이 으뜸이지 요. 그런 성격의 사람은 적어도 재미있다는 이점이 있으니까 요." "시골에서는......." 다아시 씨가 말을 꺼냈다. "그런 연구 대 상이 별로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이웃끼리의 모임 역시 변화가 없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잘 변하니까 늘 새로운 것을 관찰할 수 있 지요." "그래요. 정말!" 시골 이웃을 폄하하는 다아시 씨 말에 심기 가 불편해진 베넷 부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런 일은 시골이 나 런던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긴다고요." 모두 깜짝 놀랐다. 다아시 씨는 잠깐 베넷 부인을 보다가 말 없이 돌아섰다. 베넷 부인은 그를 완전히 눌렀다고 여기고 당 당하게 말을 이었다. "런던이 시골보다 뭐가 특별한가요? 상점과 공원을 빼곤 말 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빙리 씨?" "제가 시골에 있을 때에는......." 그가 대꾸했다. "늘 시골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런던에 있을 때에는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요. 시골이든 런던이든 각각 장단점이 있 고, 어느 곳에 있거나 행복은 한결같습니다." "그래요. 그건 당신의 품성이 바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 분은 시골은 형편없는 곳이라 여기는 것 같군요." "어머, 엄마. 오해하신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어머니 때문 에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다아시 씨가 한 말을 잘못 이해한 거예요. 다아시 씨는 시골에서는 런던에서처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 것뿐이에요. 그걸 인정하셔야죠." "얘야, 누가 뭐라니? 하지만 우리 마을에 이웃이 많지 않다 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 마을보다 이웃이 많은 곳도 드물단다.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집안이 스물넷이나 되니 말이다." 빙리 씨가 웃음을 참은 건 오로지 엘리자베스를 배려했기 때 문이었다. 그와 달리 배려심이 부족한 그의 누이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다아시 씨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자기가 이곳에 온 다음 샬럿 루카스가 롱본을 갔었는지 물었다. "그래, 어제 그의 아버지와 왔었어. 윌리엄 경이야말로 정말 좋은 분이지. 그렇지요, 빙리 씨? 정말 품위와 매력이 있으며. 여유 만만한 성격이라 어떤 상대에게나 그에 걸맞는 얘깃거리 를 꺼내 대화를 해. 교양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지.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라 여기면서 침묵하는 작자들이야말로 착각하는 거지." "샬럿하고 같이 식사를 하셨나요?" "아니, 민스파이(고기를 얇게 썰어 다진 파이)를 손수 만들러 가야 한다더군. 나는 늘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하인들 을 두고 있지요. 내 딸들에게 요리를 가르치진 않았어요. 하긴 누구나 각기 생각이 다르니까. 루카스 댁 딸들 정도면 좋은 숙 녀죠. 예쁘지 않은 게 유감이지만 딱히 샬럿이 못생겼다고 생 각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애는 우리와 각별하죠." "무척 좋은 분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빙리 씨가 말했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애가 무척 못생겼다는 건 인정해야지 요. 루카스 부인도 종종 그렇게 말하면서 제인을 보고 예쁘다 며 부러워한다니까요. 자랑은 아니지만 분명히 제인 이상 가는 미인은 흔치 않지요. 모두 그렇게 말한다니까요. 내가 엄마라 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요. 제인이 열다섯 살 때에 런던에 사는 제 아우인 가드너의 집에 한 신사가 묵었는데 제인한테 반하 자, 제 올케는 그분이 떠나기 전 제인에게 분명 청혼할 거라고 생각했다니까요. 실제로 청혼을 하지는 않았죠. 너무 어렸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분이 제인을 위해 시를 몇 편 썼는데 정 말 멋있었지요." "그리고 그 시들과 함께 그분의 사랑도 끝났지요." 참다못한 엘리자베스가 끼어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사랑이 끝난 예는 많지요. 시가 사랑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이란 걸 누가 찾아냈 는지 알 수 없네요!" "저는 늘 시가 사랑의 양식이라 여기는데요." 다아시 씨가 말했다. "탁월하고 단단하며 건강한 사랑일 경우에는 그렇겠지요. 본래 강력한 사랑은 무엇이든 빨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헌데 알량하고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지은 소품 시라면 모두 말라 버릴 게 뻔해요.." 다아시 씨는 입을 다문 채 슬며시 웃음 지었다. 침묵이 흐르 자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다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만한 소리를 할까 봐 가슴을 졸였다. 그녀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얼마 뒤 베넷 부인은 빙리 씨에게 제 인한테 베푼 친절에 감사하고 리지까지 신세를 져서 미안하다 는 말을 거듭했다. 빙리 씨는 거짓 없는 공손한 말로 대답했고 누이동생에게도 적당한 예의를 갖추라 일렀다. 사실 빙리 양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태도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베넷 부인은 만족해하며 마차를 준비시켰다. 그녀들은 네더필드에 있는 동안 줄곧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는데, 결국 막내인 리디아 가 나서고 말았다. 빙리 씨에게 처음 이사 왔을 때에 네더필드 에서 무도회를 열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조른 것이다. 리디아는 피부가 좋고 튼튼하며 발육이 잘된 열다섯 살의 소 녀로, 어머니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딸이었다. 그래서 어린 나 이임에도 사교계에 발을 디뎠다. 그녀는 드센 편인 데에다 자 만심을 타고났다. 일전에 이모부가 베푼 만찬에서 자연스러운 태도가 사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 을 빌미로 그녀의 자만심은 커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빙리 씨 에게 불쑥 무도회 얘기를 꺼내 다그친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 었다. 더욱이 그녀는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한 빙리 씨의 대답은 그녀 어머니의 마음에 꼭 들었다. "물론 약속을 지키고말고, 언니가 다 나으면 바라는 대로 그 날 바로 무도회를 열지요. 하지만 언니가 아파서 누워 있는 동 안 춤추길 바라는 건 아니지요?" 리디아는 만족스러웠다. "당연하지요! 언니가 완쾌될 때까지 기다려야죠, 그때쯤이면 카터 대위도 메리턴으로 돌아올 테고, 또 빙리 씨께서 무도회를 열고 나면......."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분들 역시 무도회를 열어 달라고 조를 게 분명해요. 포스터 대령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얘기 할 거예요." 그러고는 베넷 부인과 딸들은 떠났다. 엘리자베스는 자신과 가족의 행동이 두 숙녀와 다아시 씨의 얘깃거리가 되는 것을 놓아둔 채 곧바로 제인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다아시 씨는 빙 리 양이 '아름다운 눈' 이라는 표현을 두고 온갖 재치를 동원해 놀렸는데도 엘리자베스를 험담하는 데에는 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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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ations (notably the 1995 BBC series and Joe Wright’s 2005 film) treat this sequence as a tonal hinge: the “muddy hem” entrance visualizes Elizabeth’s loyalty versus Caroline’s classism; sickroom two-shots grow Bingley–Jane’s tenderness; drawing-room blocking and reaction cuts stage the “accomplished woman” debate and mercantile slights; Mrs. Bennet’s gauche volley provides comic-discomfort; Lydia’s ball demand resets stakes—together converting gossip and illness into engines for romance, class satire, and Darcy’s dawning fascination.
제인 오스틴 지음/ 오영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