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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소설에 대하여] 오만과 편견-320

 

Jane, newly candid, praises Bingley’s kindness, manners, and cheer;
Elizabeth agrees yet distrusts his sisters’ hauteur;
a sketch of Bingley’s fortune, easy temper, and recent lease of Netherfield contrasts with Darcy’s proud acuity;
the Meriton ball is re-read through gossip, with Jane singled out as the evening’s beauty;
the Lucases trade quips that sharpen class and vanity;
networks of calls and returns deepen Bingley’s attention to Jane while Elizabeth remains cool to his sisters;
Charlotte counsels strategy—signals matter lest affection evaporate;
Elizabeth insists on sincerity over tactics and tallies mere “occasions” as insufficient knowledge;
meanwhile Darcy, against intention, notices Elizabeth’s lively eyes and playful wit;
at Lucas Lodge Sir William tries to present them for a dance, which Elizabeth pointedly refuses;
Darcy’s interest grows under Caroline Bingley’s teasing about imaginarily imminent marriage;
thus courtship, pride, and performance braid together, setting the stakes for love, class, and misjudgment.

 

제인과 엘리자베스 단 둘이 남자 그동안 빙리 씨를 칭찬하는 데 인색하던 제인이 동생에게 그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에겐 정말 모범적인 분이야." 하고 그녀가 말했다. "사려 깊고, 성품 좋고, 명랑하고 말이야. 그렇게 멋진 매너 역시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어쩌면 그렇게 꾸밈 없고 교양이 몸에 배었을까!"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잖아. 젊은이의 모범답게." 엘리자 베스가 덧붙였다. "바란다고 미남이 되는 것도 아니니 완벽한 셈이지." "그분이 두 번째로 춤추자고 했을 때 정말 기뻤어. 그렇게 특별하게 대해 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거든." "그래? 난 그분이 언니한테 그만한 대우쯤은 해줄 거라 생각 했어. 언니와 나의 다른 점이 바로 그거야. 특별한 대우를 받으 면 언니는 늘 놀라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그분이 언니한테 또 춤을 청한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그분도 언니가 무도회 에 참석한 어떤 여자들보다 다섯 배쯤은 더 아름답다는 걸 모를 리가 없잖아. 어쨌든 그분은 참 좋은 사람 같아. 그러니까 좋 아해도 된다고 허락할게. 언니는 그분보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여럿 좋아했으니까." "너도 참!" "언니도 알잖아. 언니는 누구나 다 좋아하려고 한다는 거. 상 대가 누구건 간에 나쁜 점을 잘 보지 못해, 언니 눈엔 세상 사람 들이 모두 좋게만 보이지. 살아오면서 언니가 남을 나쁘게 말 하는 걸 보지 못했거든." "섣불리 남을 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항상 내 생각대로 말하니까." "나도 알아. 그래서 더 놀라워. 언니같이 양식 있는 사람이 상대방이 어리석고 말도 안 되게 행동하는 것을 어쩜 그리 모 를 수 있냐고, 남의 흉을 보지 않는 척하는 경우는 흔하지. 온통 그런 사람 천지니까. 하지만 선입견이나 속셈 없이 남을 욕하 지 않는 건......….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장점을 더 좋게 봐주고 단점을 조금도 안 보는 사람은 언니 한 사람뿐이야. 그래서 말인데, 언니는 그분 누이들도 좋아하지, 안 그래? 누이들은 매 너가 그분에 못 미치던데." "얼핏 보아도 그건 그래. 하지만 이야기해 보면 정말 좋은 사 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빙리 양은 오빠하고 살면서 살림 을 도맡아 할 작정이래. 빙리 양은 앞으로 멋진 이웃이 될 거야, 내가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말없이 듣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수긍할 수 없었다. 무도회에서 본 그들에게서 남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너는 언니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깐깐하여 누가 칭찬 한다 해서 판단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을 좋게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세련된 숙녀로서 기분 좋을 때에 는 싹싹하게 행동하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상냥해질 수 있었지만 거만하고 잘난 척을 했다. 그들은 런던의 일류 사립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재산이 2만 파운드 정도 있으며, 낭비 도 심한 데다가 지위가 높은 사람들 하고만 사귀려고 하였다. 때문에 모든 면에서 자신을 높였으며 남들을 천하게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잉글랜드 북부의 양갓집 출신으로서, 그 사실을 뇌리에 깊숙이 새기고 있었다. 빙리 씨는 아버지에게서 10만 파운드에 이르는 재산을 물려 받았다. 그의 부친은 시골에서 땅이 딸린 큰 저택을 살 예정이 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운명했다. 빙리 씨도 생각이 같아적당한 지역을 둘러보곤 했다. 그런데 이제 좋은 저택을 구입 하였고, 수렵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얻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성격이 느긋하기 때문에 남은 삶을 네더필드에서 보내고, 땅을 시는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넘길 거라고 추측했다. 빙리 씨의 누이들은 그가 땅과 저택을 소유하기를 간절히 바 랐다. 사실 이제 겨우 셋집에 정착했을 뿐이지만 빙리 양은 그 의 살림을 돌봐주는 일을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허스트 부인 역시 재산보다 지위를 보고 결혼했기 때문에 형편에 맞는다면 그 집에 눌러 살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빙리 씨는 성년이 된 지 2년쯤 지났을 때 우연히 누군가의 소개로 네더필드 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30분 동안 집 안팎을 둘러본 그는 집의 위치와 잘 배치된 방들이 마음에 들었다. 집 주인도 자랑을 하도 많이 하 여 바로 얻어버렸던 것이다. 빙리 씨와 다아시 씨는 성격이 서로 다른데도 꾸준히 우정을 지켜나갔다. 다아시 씨는 빙리 씨의 유연하고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성격이 자신과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그 렇다고 해서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빙리 씨 역시 다아 시 씨의 우정을 깊이 신뢰했으며, 그의 판단력을 존중했다. 지 적 능력은 다아시 씨가 좀더 뛰어났지만 빙리 씨도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다아시 씨는 똑똑했다. 게다가 건방지고 음험 한 데에다 까다로웠다. 또 매너가 훌륭했지만 호감을 주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빙리 씨가 훨씬 나았다. 그는 누구 에게나 친밀감을 심어주었지만 다아시 씨는 남의 기분을 상하 게 하곤 했다. 두 사람이 메리턴 무도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 역시 그런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빙리 씨는 지금까지 그렇게 기분 좋은 사람들이나 예쁜 여인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 이 자신에게 친절했고, 관심을 가졌으며, 격식을 지나치게 차 린다거나 어색하게 굴지도 않았고, 자신 역시 금세 모든 사람 들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인의 경우, 천사라도 그녀 보다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다아시 씨는 무 도회에서 괜찮은 인물 대신 매너가 형편없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았을 뿐이었다.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인 사람도 없었으며, 상대가 관심을 보이거나 즐거움을 주는 일도 없었고, 제인 역시 예쁘기는 하지만 웃음이 너무 헤픈 것이 흠이라고 말했다.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은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를 칭찬 하고 좋아했다.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라 스스럼없어 사귀고 싶 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제인은 사랑스러운 여자로 낙착되었다. 빙리 씨는 그들의 찬사를 얼마든지 베넷을 좋아해도 된 다고 인정받은 것으로 여겼다.

롱본과 가까운 곳에 베넷 집안과 절친한 가족이 살고 있었 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메리턴에서 장사를 하면서 굉장히 많 은 재산을 모았으며, 시장직을 맞으면서 국왕에게 인정을 받아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이러한 영예에 그는 깊은 감명을 받 은 듯했고, 자신의 일터와 자택이 싫어졌다. 결국 그는 가족과 함께 메리턴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저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 곳을 '루카스 로지'라 이름 붙이고, 자신의 지위를 즐기면서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일에 열중했다. 신분이 높아져 조금 우쭐거리기는 했어도 거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에게 나 예의를 갖추었다. 본디 사람 좋고, 다정하며, 자상한 성격인 그는 세인트 제임스 궁(런던의 왕궁)에서 왕을 알현한 탓에 정중함을 지닐 수 있었다. 루카스 부인은 착했고, 영악하지 않은 까닭에 베넷 부인에게 는 소중한 이웃이었다. 그들은 자식을 여럿 두었다. 맏딸은 스 물일곱 살로 분별 있고 엘리자베스와 막역한 사이였다. 루카스 집안 딸들과 베넷 집안 딸들이 서로 만나 무도회 얘기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도회 다음날 아침 루카스 집안 딸들이 롱본으로 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젯밤에는 시작이 좋았어. 샬럿." 베넷 부인이 시치미를 떼며 루카스 양에게 상냥스럽게 말했다. "빙리 씨가 처음 선택 한 사람이 너잖아." "맞아요. 하지만 그분은 두 번째로 선택한 사람을 더 좋아하 는 것 같던데요." "아하, 제인 말이구나. 그애하고 두 번이나 춤을 추었지. 분 명히 좋은 인상을 가졌던 것 같더라. 그렇긴 해도 그것에 대해 좀 들은 말이 있어.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몰라, 로빈슨 씨에 관 한 무슨 얘기던데." "제가 그분하고 로빈슨 씨 얘기를 엿들은 것 말인가요? 로빈 슨 씨가 그분한테 메리턴 무도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방에 예쁜 여자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중에서 누가 가장 아 름다운 것 같냐 하고 물었는데, 글쎄 마지막 질문에 대해, '말 할 것도 없이 제인 양이죠. 그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입니다. 하고 말이죠." "어머나! 그럼 그건 정말 확실한 생각이고………………. 그게 행여 나...... 그렇다고 반드시 무슨 일이 생기란 법은 없으니까." "일라이자(엘리자베스 애칭), 네가 들은 거보다 내가 들은 게 더 쓸모 있어." 샬롯이 말했다. "다아시 씨 말보다 친구 말이 더 귀기울일 가치가 있어. 안 그러니? 저런, 안됐구나, 간신히 봐 줄 만한 처지가 됐으니." "그분의 냉대로 리지가 괜히 속을 썩이지 않았으면 좋겠구 나. 밉상스러운 그런 사람한테 호감을 얻었다면 되레 재수 없 는 일이지. 롱 부인의 말에 따르면 그분이 자기 옆에 30분이나 앉아 있으면서 말 한 마디 안 했다더라." "정말이에요, 엄마?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제인이 붙었 다. "다아시 씨가 롱 부인에게 말하는 걸 분명히 봤는걸요." "그래, 참다 못한 롱 부인이 네더필드가 마음에 드는지 물었 더니 억지로 대답했다더라. 하지만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정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는구나." "빙리 양 말로는, 그분은 친한 사람들 아니면 별로 말을 하지 않는대요." 제인이 말했다. "그런데 친한 사람한테는 무척 상 냥하게 군다고 하더군요." "믿기지 않는구나, 얘야. 그렇게 상냥한 사람이라면 롱 부인 에게 말을 걸었겠지. 하지만 왜 그랬는지 짐작은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분이 거만하다고 하던데, 롱 부인이 무도회에 타고 갈 마차가 없어서 전세 마차로 왔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게 분명해." "롱 부인한테 말을 걸었든 걸지 않았든 상관은 없어요. 하지 만 일라이자와 춤을 추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샬럿이 말했다. "다음에는 말이야 리지야." 어머니가 말했다. "내가 너라면 그따위 사람하고 춤을 추지 않을 거다." "절대 그런 사람하고 춤추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다른 때와 달리 그 사람이 오만한 것이 그리 거북하지만은 않더라." 샬롯이 말했다. "그럴 만하잖아. 가문 좋고 재산이 많 은 청년이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건 없잖 아. 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 그분은 오만할 권리가 있다고나 할까." "그건 그래." 엘리자베스가 말을 이었다. "그분이 내 자존심 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그건 용서될 수 있는 일이지." "오만은 어쩌면 가장 흔한 단점이야." 메리가 자신의 통찰력 을 으스대며 말했다.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오만이란 실제로 매우 일반적이며, 사람의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고, 보 이든 안 보이든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자만심을 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허영과 오만은 때때로 같은 말로 쓰이지만 뜻이 다르지. 허영심이 약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 은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관련이 있거든." "나는 다아시 씨처럼 재산이 많더라도 오만과는 거리가 멀 거야." 누이들과 함께 온 루카스 댁 아들이 외쳤다. "사냥개를 여러 마리 기르고, 날마다 포도주 한 병씩 마실 거야." "술을 그렇게 마셔대면 못 써." 베넷 부인이 말했다. "내 눈 에 띄기만 하면 바로 병을 뺏을 거야." 소년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고, 베넷 부인은 그럴 거라고 으 름장을 놓는 논쟁이 이어진 뒤 그들의 방문은 끝이 났다.

 

롱본의 아가씨들은 곧 네더필드를 방문했다. 적절한 답례 방 문인 셈이었다. 붙임성 있고 예의 바른 제인의 태도에 허스트 부인과 빙리 양도 호감을 느꼈다. 어머니는 참을 수 없었고, 동 생들 역시 말할 가치는 못 느꼈지만 두 언니에게는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인은 그러한 관심이 더할 나 위 없이 기뻤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그들 자매가 사 람들을 거만하게 대한다고 생각했고, 언니 역시 그러한 태도에 서 예외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을 좋아할 수 없었다. 제 인에게 친절한 것 역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빙리 씨의 칭찬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무척 높았기 때문이었다. 만날 때마다 빙리 씨가 제인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제인 역시 처음부터 그에게 좋은 감정을 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엘리자베스도 언니가 어느 정도 사랑에 빠져 있음 을 확신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눈치 채 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제인은 감성이 풍부하며, 그것이 침 착한 태도와 명랑한 성격에 어우러져 있어 간섭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의심을 품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친구인 루 카스 양에게 자신의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런 경우 사람들 눈을 속이는 것이 재미있을 거야." 하고 샬럿이 대답했다. "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어. 여자가 그런 기술로 자기 감정을 상대에게 감 추면 그 사람을 붙잡을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거든. 그럼 사 람들 역시 아무것도 모르리라 여기지만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 을 거야. 대개의 경우, 애정에는 고마움이나 허영심이 많이 작 용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스스로 발전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안전하지 못해. 시작은 누구나 부담 없이 하지. 어느 정도 호감 을 지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호감이 전혀 고무되 지 않는데도 진실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우리 중에 별로 없을 거야. 여자라면 대체로 자기 감정 그 이상 을 보여주는 게 낫지. 빙리 씨가 네 언니에게 호감을 지닌 것은 분명해. 하지만 그가 계속 좋아하도록 언니가 돕지 않으면 단 지 좋아하는 것만으로 끝날지 몰라." "그래서 언니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기는 해. 나도 언니가 좋 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분이 눈치 채지 못한다면 정말 어리석 은 일이지." "일라이자, 그분이 제인의 성격을 너만큼 알지 못한다는 사 실을 되새겨 봐." "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애써 숨기지 않 는다면 당연히 눈치 채겠지." "아마 그럴 거야. 남자가 여자를 자주 본다면 말이지. 그렇지 만 빙리 씨와 제인은 자주 만나기는 해도 오랜 시간 같이 있지 는 않아. 늘 여러 사람과 함께 있어서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 누는 것도 어렵고....... 그러니까 그분의 관심을 이끌려면 30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해. 이때 사랑을 이 끌어내면 나중에 얼마든지 거기에 빠질 수 있을 거야." "그런 계획은 오로지 시집을 잘 가고 싶은 욕심을 채울 경우 에 적합하겠지."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재산가인 남편을 얻 는다거나 반드시 결혼을 해야겠다면 나 역시 그 방법을 택할 거야. 하지만 언니의 감정은 그런게 아니야. 계획 따윈 필요 없 는 거니까. 언니는 지금까지 자신이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호 감을 주는지, 그게 얼마나 분별력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 어. 그분을 안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어. 언니는 메리턴에서 네 번 춤추고, 그분 집에서 아침에 한 번 본 적 있고, 그 뒤로 식사를 네 번 함께했어. 그 정도 가지고 언니가 그분 성격을 다 알 수는 없지." "일리 있는 말이네. 단지 식사를 한 것뿐이라면 그분 식욕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낸 것 말고 뭘 더 알 수 있겠니? 헌데 네 번 이나 밤 시간을 같이 보냈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건 대단한 일 아니니?" "그래, 네 번의 밤을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코머스보다 뱅텅 (카드 게임 이름)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겠지. 하지만 그것 말고 두 사람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을 거야." "글쎄." 샬럿이 말했다. "난 진정으로 제인이 사랑을 이루기 를 바라거든, 그리고 제인이 내일 그분에게 시집 가서 행복해 질 확률이나 일 년 이상 그분 성격을 따져본 뒤 시집 가서 행복 해질 확률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해. 결혼 생활에서 행복이란 오로지 운에 달린 거야. 상대의 취향을 서로 잘 알거나, 또는 무 척 유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행복이 커지는 건 아니지, 취향 이란 자주 바뀌는 것이라 뒷날 누구든 짜증이 날 만큼 달라질 수 있어. 평생 함께 살 거라면 되도록 조금 아는 편이 낫겠지. "웃기지 마, 샬럿, 그건 올바른 생각이 아니야. 올바르지 않 다는 건 너도 잘 알 거야. 너 역시 그렇게 할 리 없고." 빙리 씨가 언니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살피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빙리 씨 친구에게 관심 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다아시 씨는 애초에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무도회에서 보았을 때에 도 별로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음번에 그녀를 만났 을 때에도 결점만 보였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가 별 달리 예쁜 구석이 없다고 강조한 다음에야 그녀의 검은 눈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표정이 남달리 지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깨 달았다. 이어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또 다른 깨달음이 다가왔 다. 그녀의 몸매에서 균형미를 흐트러뜨리는 부분을 날카롭게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주 활달한 데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그녀가 상류층의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장난 기 섞인 태도에 매혹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엘리자베스는 전 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아시 씨는 언제 어디서나 기분 나쁘게 행동하고, 자신이 함께 춤출 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생 각하는 남자 중에 하나였을 따름이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 언제 한번 이야기를 나눌까 생각하며 그녀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그녀가 알아차렸다. 윌리엄 루카스 경의 집에 많은 사 람이 모였을 때였다. "포스터 대령과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니 다아시 씨가 왜 그럴까?" 그녀가 샬럿에게 물었다. "그거야 그 사람만 해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이지." "계속 그러면 무슨 의도인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겠어. 그렇게 빈정대는 눈빛을 보니, 내가 먼저 무례하게 나 가지 않는다면 이내 그가 무서워질 것 같아."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별로 말을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는 듯이 그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루카스 양은 엘리자베스에게 아까 한 말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그게 오히려 엘리자베스를 자극하고 말았다. 그녀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다아시 씨, 방금 제가 포스터 대령에게 메리턴에서 무도회 를 열면 어떻겠냐고 부탁했을 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 지 않으셨나요?" "정말 열의가 대단하시더군요. 대체로 숙녀 분들은 그런 화 제에 관심이 집중되지요." "무척 가혹한 말씀을 던지시네요." "이제 엘리자베스가 성가시게 됐네요." 하고 루카스 양이 말 했다. "엘리자베스 내가 피아노 뚜껑을 열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지?" "넌 진짜 이상한 친구야. 늘 장소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연주 를 하고 노래를 하라고 하니 말이야! 내 허영심이 음악 쪽으로 조금만 기울었어도 넌 내게 소중한 존재겠지만, 지금 어떤지 보라고, 평소에 일류 연주자의 음악을 듣는 데에 익숙한 분들 앞에서 연주한답시고 앉아 있기는 정말 싫어." 루카스 양이 계 속 고집을 부리자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좋아, 꼭 해야 한 다면 하지." 그리고 다아시 씨를 진지한 눈길로 흘끔 보고는 "유명한 속담이 있는데 모두 아실 거예요. '죽을 식히려면 숨 을 죽여라(공연히 참견하지 말라는 뜻의 속담)' 그러니 제목 소리를 틔우려면 숨을 죽여야겠지요." 그녀는 노래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웬만큼은 한다 는 인상을 주었다. 한두 곡을 부르고 난 뒤, 더 불러달라는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동생 메리가 얼른 나서서 피아노 자리를 차지 했다. 메리는 식구 중에서 못생긴 편이라 지식과 교양을 쌓으 려 열의를 다했으며 늘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메리에게는 재능도 소양도 없었다. 허영심 때문에 열심이기 는 해도 늘 아는 척하고 잘난 척했다. 그런 태도라면 훌륭한 연 주마저 훼손시킬 지경이었다. 연주 실력은 엘리자베스가 반도 못 따라가기에 자연스러운 선율에 모두 즐겁게 귀를 기울인 것 이다. 긴 협주곡을 마친 메리는 동생들이 바라는 대로 스코틀 랜드와 아일랜드 민요를 연주하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 하고 칭찬을 받았다. 그동안 동생들은 루카스 집안 사람들과 두세 명의 장교와 방 한쪽에서 열심히 춤추었다. 그들 가까이 선 다아시 씨는 말은 안 했지만, 그런 식으로 별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었다. 그는 골 똘히 생각에 잠겨 있어서 윌리엄 루카스 경이 말을 걸어올 때 까지 그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흥미로운 오락입니까. 다아시 씨. 결코 춤만큼 좋은 것은 없지요. 춤이야말로 사교계의 세련되고 으뜸가는 오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그리고 덜 세련된 사회에서도 유행할 수 있는 게 춤의 이점이지요. 야만인도 춤을 출 줄 아니까요." 윌리엄 경은 가볍게 웃음 지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빙리 씨가 춤추는 사람 틈에 껴드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친구 분 춤추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다아시 씨도 춤 솜씨가 훌륭하 리라 믿습니다." "아마도 제가 메리턴에서 춤을 추는 걸 보셨겠지요." "그럼요, 그걸 보고 꽤 즐거웠답니다.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도 종종 추십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장소에 바치는 적절한 찬사가 바로 춤이라고 생각하 지 않습니까?" "피할 수만 있다면 그러한 찬사를 아무 데서도 쓰고 싶지 않 습니다만." "저택이 런던에 있습니까?" 다아시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한때 시내에 자리를 잡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 다. 상류 사회를 선호하니까요. 하지만 그곳 공기가 아내에게 맞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며 말을 끊었다. 그러나 다아시 씨는 계 속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때 엘리자베스가 다가오자 그는 친절을 베풀 생각으로 그녀를 불렀다. "일라이자 양. 왜 춤을 안 추시죠? 다아시 씨, 이 숙녀 분을 매우 좋은 상대라고 소개하는 것을 허락하셨으면 합니다. 이렇 게 아름다운 분이 있는데 춤추기를 거절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 습니다만." 그러면서 윌리엄 경은 그녀의 손을 잡아 다아시 씨 에게 건네려 했다. 깜짝 놀란 다아시 씨는 그걸 마다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엘리자베스가 곧장 비켜나 머뭇거리며 윌리엄 경 에게 말했다. "전 춤추고 싶은 생각이 정말 없습니다. 제가 상대를 구해 보 려고 이쪽으로 왔다고는 생각지 마세요." 다아시 씨가 예의를 갖추고 춤출 영광을 달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상태였다. 윌리엄 경이 설득하려 해도 막무가내였다. "일라이자 양, 그렇게 춤 솜씨가 훌륭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 볼 기쁨을 허락하지 않으니 무정하군. 이쪽에 계신 신사 분은 춤추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30분 정도 우리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을 거절할 까닭이 없어 보이는구먼." "다아시 씨는 무척 예의가 바른 분이니까요." 엘리자베스가 살짝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 일라이자 양, 상대를 보건대 이분이 정중하다 는 건 놀랄 일이 아니지. 누가 이런 분을 마다하겠나?" 엘리자베스는 짓궂은 표정을 짓더니 획 가버렸다. 그렇게 당 했는데도 다아시 씨는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하며 그녀를 생각할 때 빙리 양이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짐작이 가네요." "모를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식으로 숱한 밤을 지내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 시지요?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말이죠. 저도 같은 생각이 에요. 이리도 짜증이 날 수 없어요. 지겹고, 시끄럽고 전부 보잘 것없으면서도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꼴이라니! 뭐라 비난해도 다 들어드릴 수 있어요." "짐작이 완전히 빗나갔군요. 좀더 기분 좋은 일을 생각했거 든요. 예쁜 얼굴에 아름다운 두 눈이 전하는 기쁨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빙리 양은 곧바로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것을 떠올리게 한 여 인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다아시 씨는 대담하게 말했다. "엘리자베스 베넷 양입니다." "엘리자베스 베넷이라고요!" 빙리 양이 되받았다. "정말 놀 랍군요. 언제부터 그 여자가 그렇게 맘에 드셨나요. 언제 축하 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거죠?" "그렇게 물을 줄 알았습니다. 여자의 상상력은 빨리 진행되 는 데다 매우 풍부하군요. 감탄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결혼 으로 순식간에 건너뛰지요. 축하해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심각하게 말씀하신다면 그 문제는 이미 정해 진 것이네요. 그렇게 되면 장모 되실 분도 좋은 분이고 언제든 펨벌리로 가서 함께 살 수 있겠지요." 그녀가 혼자 떠벌리는 동안 그는 무척 초연하게 들었다. 그런 다아시 씨의 태도가 확신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계속 재 치 있는 말을 이었다.

 

How this material is used in film/plays — one sentence (EN)
Stage and screen adaptations (e.g., the 1995 BBC series and the 2005 Wright film) deploy this stretch to pivot from public spectacle to private vectors—two-sister confidences, Charlotte’s pragmatic creed, and the Lucas Lodge “refused dance”—using close two-shots, reaction cuts, and ballroom blocking to externalize attraction and pride; Caroline’s needling supplies comic irony, Darcy’s watching supplies subtext, and the sequence functions as a hinge that deepens Bingley–Jane while re-framing Darcy–Elizabeth from slight to spark.

 

제인 오스틴 지음/ 오영숙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