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05, Samsung faced a CRT-dominated TV market and uncertainty about when digital TVs would become mainstream. Rather than compete on existing features, Samsung formed a cross-functional “Million-Seller Project” aiming to sell one million units within a year and break even in six months. Customer research revealed that buyers wanted TVs not merely as devices but as stylish, wall-mounted “digital objects” that complemented home décor.
Samsung used a Blue Ocean “ERRC Grid” to eliminate expensive, underused features like complex remotes and to reduce production costs. They simultaneously raised screen quality, slimness, and aesthetic appeal by positioning the TV as an interior element rather than just an appliance. In April 2006, Samsung launched the Bordeaux TV, which sold 2.5 million units in nine months and captured 3.9% of global digital TV sales. This success propelled Samsung to the number-one global TV manufacturer position for the first time in 34 years. Over the next decade, Samsung maintained its lead by continually applying Blue Ocean principles—reinventing TV design, reducing costs, and emphasizing emotional value. The Bordeaux TV case exemplifies how reimagining a product’s role—shifting from “flat screens” to “living-space objects”—creates new market space and drives sustained leadership. Samsung’s decade-long dominance demonstrates the power of Blue Ocean Strategy to achieve rapid growth, profitability, and ongoing innovation.
한국의 블루오션 시프트 사례 [한국블루오션연구회 집필]
삼성전자, TV를 재정의하다
삼성전자 보르도 TV는 블루오션 전략을 실제로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로서, 전략의 수립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블루오션적으로 생각하고 풀어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블루오션 시프트를 제대로 실천하고 싶은 조직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 TV는 2006년 3/4분기를 시작으로 10년이 넘은 2017년 말 까지 단 한 분기도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실제로 삼성전 자 보르도 TV는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해 상품을 기획했다. 삼성전자 TV 사업부가 어떻게 10년 연속 글로벌 넘버원의 역사를 열었는지 블 루오션 시프트의 관점을 가지고 풀어서 설명해보기로 한다.
제1단계: 시작한다.
2005년, 프로젝션 TV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삼성전자도 위기에 봉착했다. 반면 소니는 가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브라비아 Bravia라는 새 브랜드의 디지털 TV를 연말에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TV 시장 은 디지털 TV가 곧 대세가 되겠지만, 그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2004년 기준으로 전체 TV 중 CRT TV 비중은 여전히 888퍼센트에 달했다. 디지털 TV 기술인 LCD와 PDP 중 어느 쪽 이 우세한지 판단이 어려워 전략적 방향성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 였다. 아직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한 디지털 TV 업체들은 원가도 비 싸고 판매가도 비싸다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밀리언셀러를 목표로 하는 대담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보르도 TV를 기획한 시점은 2005년, 본 격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 팀이 출범한 것은 2005년 6월 말이었다. 이 것이 얼마나 대담해 보이는 목표인지는 당시의 여러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가장 많이 판매된 삼성전자 LCD TV('로마 프로젝트')의 판매량이 60만 대 정도였다. 삼성전자 평판 TV 판매량을 다 합쳐도 100만 대에 못 미쳤다. 100만 대면 2004년 전 세계 디지털 TV 총 판 매량의 6.7퍼센트'에 이르는 수치였다. 그해 삼성전자 TV의 시장점유 율은 매출 기준 4.6퍼센트', 디지털 TV 전체 중 6.5퍼센트'였다. 판매 대수 100만 대라는 목표에 더해 6개월 이내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 겠다는 목표도 함께였다. 그러나 개척자적인 자세로 프리미엄 LCD TV에 도전한 보르도 TV 는 2006년 4월 출시 후 9개월 동안 약 250만 대를 판매한 빅히트 제 품이 된다. 2006년 전 세계 디지털 TV 판매량의 3.9퍼센트, 전 세계 LCD TV 판매량의 4.6퍼센트에 해당한다. LG전자를 비롯해 소니, 파 나소닉, 샤프 등 일본의 가전 명가와 필립스 같은 서양 강자의 틈바구 니에서 보르도 TV 단일 모델로 기적 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결과적 으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블루오션 추진 과제에 적합한 전략적 공 간을 선택한 것이다.
적절한 팀 구축하기
보르도 TV 프로젝트는 당시 삼성전자가 전사적으로 추진한 10여 개 의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어 전사 조직인 글로벌마케팅 팀Global Innovation Marketing Operation(이하 'GMO') 및 가치혁신 프로그램 센터 Program Center(이하 'VIP센터')와 협업하게 된다. GMO는 마케팅 관련 업 무를 총괄하는 부서로 'MDC 전략상품"이라는 시범 과제를 각 사업 부별로 한 개씩 운영하도록 주관하는 부서였고, VIP센터는 상품전략, 상품기획, 마케팅, 디자인, 기구, 회로, 소프트웨어 등 각 부문 전문가 가모여 CFT Cross Punctional Team 기반의 혁신을 주관하는 부서였다. 이들이 VIP센터에 상주하면서 밀리언셀러 TV상품 전략을 구상해 나갔다. 당시 블루오션 전략적 사고의 첫 번째 단계는 목표에 대한 질 문이었다. 팀원들은 여러 난상토론 끝에 1년간 100만 대의 TV를 파는 것이 '밀리언셀러 프로젝트'의 목표임을 서로 합의했고, 후에 이러한 합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제2단계: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한다
현재의 전략 캔버스
블루오션 시프트의 두 번째 단계는 현재의 전략 캔버스를 통해서 현 재의 위상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를 모든 팀원이 함께 그려나가는 것이다. 당시 보르도 TV 프로젝트의 팀원 역시 현재 의 위상을 이해하기 위해 전략 캔버스를 그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CRT TV가 전체 TV 시장의 88.8퍼센트에 점유한 주력 모델이었기 때문에 CRT TV와 LCD TV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이들 의 전략 캔버스를 먼저 그렸다. 이외에도 일본의 샤프가 LCD의 명가 였기 때문에 이를 상대로 전략 캔버스를 그리는 등 다양한 대상과 비 교한 전략 캔버스를 그려 현 위치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전략 캔버스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시프트에 대한 합의
당시 화질과 내구성은 CRT TV가 우세한 반 면, 연결성과 디자인, 공간성은 LCD TV가 우세했다. 장단점이 교차하 기 때문에 LCD 시장을 새롭게 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가 격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각의 장단점에 비해 LCD TV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아직 프 리미엄 혹은 럭셔리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디지털 TV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을 시도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혁신 팀 은 샤프와 비교한 전략 캔버스에서 화질, 음질, 디자인, 가격 모두 차이 가 없거나 유사한 수준라고 판단했다. 다만 브랜드에서는 샤프가 삼성 보다 현저히 우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경쟁 요소에 서 삼성이 샤프를 훨씬 능가한다 해도 브랜드파워에서 밀리기 때문에 샤프를 누르고 물량적 우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결론 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샤프도 할 수 없는 밀리언셀러를 삼성전자가. 그것도 1년이라는 기간 내에 달성하기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 VIP센터 가치혁신 매니저(블루오션 프로젝트의 '팀장' 같은 역할 담당)가 샤프, 소니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의 경쟁을 무력화하 는 방법에 도전해보자고 제안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프로젝트 팀원 들은 이를 수락한다. 보르도 TV 프로젝트는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제3단계: 어디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상상해본다
구매자 효용성 지도
이 팀은 고객의 현존하는 요구와 욕구, 문제점과 희망사항 등을 찾아 내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예를 들면 2차 조사인 문헌조사와 인터넷 검색, 마케팅 회사를 동원한 포커스그룹 토 론, VIP센터 인턴 대학생들과의 인터뷰와 토론, 용산 등지의 TV 판매처 관찰 등이었다. 이 팀은 조사와 관찰 활동의 결과로 고객이 생각하 는 TV와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TV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공감하고 이해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그림 2>의 구매자 효 용성 지도와 같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기업은 TV 시청을 위한 고객의 생산성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방송이 디지털화되면 모든 TV 방송 콘 텐츠를 HD급으로 볼 수 있게 되니 이를 위해서는 먼저 TV의 HD급 화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기업은 DNIe, WEGA 등 각자의 기 술을 대대적으로 광고·홍보했다.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 연결성 또 한 중요해진다. 각 기업은 하드디스크, HDMI, 메모리카드 등과의 연 결성에서 자사의 강점을 내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음장감이 좋은 돌 비. SRS, 우퍼 기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 또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들의 문제점과 희망사항은 따로 있었다. 고객들은 TV가 디지털화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리모컨이 더 복잡해졌다고 불평했 다. 어르신들은 TV를 켜기도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리모컨 버튼을 잘 못 눌러 TV 화면에 메뉴가 뜨면 어떻게 다시 꺼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도 많았고, 메뉴를 오작동해 화질이 이상해졌지만 다시 변경할 수 없 어서 그대로 보는 고객도 있었다. 희망사항도 많았다. 벽에 걸린 얇고 고급스러운 TV를 사서 친구들 을 초대해 자랑하고 싶다. 이사하거나 가구를 교체할 때 인테리어와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디지털 TV를 보지 않을 때는 당시 유행하던 컴 퓨터 화면보호기인 수족관을 TV에서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드물게는 TV를 음성이나 제스처로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문제점, 희망사항에 대해 TV 제조업체의 입장은 아주 단호했다. 일례로 리모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이 도전 했지만, 성공한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개인의 취향을 타는 기기였다. 수도꼭지를 올려서 물이 나오는 게 좋은지, 내 려서 물이 나오는 게 좋은지와 마찬가지로, 볼륨 버튼과 채널 버튼에 대한 취향도 아주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갈렸다. 더군다나 리모컨은 무료로 주지 않으면 많은 고객이 분노할 아주 까다로운 옵션이었다. 이에 더해 벽걸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시 기술로 만들 수 있는 TV를 벽걸이 형태로 걸려면 10센티미터 정도의 볼품사나운 철제 프레임이 필요했다. 그 철제 프레임만 보거나, TV가 매달려 있는 옆모습을 본다면 TV를 벽에 걸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였다. 희 망사항 중 하나만 더 설명하고 넘어가자. TV에서 수족관 화면보호기 를 작동시키려면 당시 기준으로 수십만 원에 달하는 CPU가 필요하다. 수족관을 보겠다고 TV 가격이 수십만 원 더 비싸지는 것을 원하는 고 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디지털 TV에 CPU가 장착되면 이것이 TV인 지 컴퓨터인지 당시로서는 정체성에 혼란까지 발생할 터였다. 많은 조사와 토론 끝에, 혁신 팀은 기업이 팔려는 TV와 고객이 사려 는 TV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비고객의 세 계층
당시에 디지털 TV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다. 더욱이 PDP는 전력 소 모가 커 전기요금 부담이 있었고, LCD는 스포츠 중계 같은 빠른 화면 에 잔상이 남는 화질 문제가 있었다. 혁신 팀은 이 밖에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CRT TV 입장에서의 비고객을 고민했다. CRT TV의 첫 번째 비고객은 디지털 TV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다. 당시까지는 대부분 디지털 방송이 송출되기 전이라 DVD 같은 별도의 미디어로만 HD 화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만 시작되면 바로 디지털 TV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을 1차 비고객으로 상정했다. 이들은 특별한 기능이나 감성 없이도 새로운 디지털 방송을 새로운 디지털 기기로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얼리 어 답터caly adopter 였다. 이 시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뒤따라오는 고객층 majority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1차 비고객의 마음을 잡 는 것은 중요한 과제였다. 두 번째 비고객은 가격과 비용의 경제적 문 제를 고려하는 고객이다. 가격은 수요가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로 원 가를 낮춰 해결할 수 있을 터였으나, 전기요금 등의 비용은 기술적 이 슈 때문에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 가 열세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더욱 얼리 어답터(첫 번째 비고객)를 어떻게 선점할 것인가가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또 다른 2차 비고객은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계층, DMB만으로도 TV 시청에 불편함이 없 다는 부류였다. 당시 노트북으로 TV를 시청하는 트렌드를 두고 의견 이 엇갈렸는데, 하물며 핸드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럼에도 10대, 20대가 대부분인 이 비고객층은 10년 후 신혼살림 장만, 20~30년 후 가족용 TV 구매로 미래 디지털 TV의 주요 고객이 될 것 이기에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세 번째 비고객층은 TV를 볼 생각이 아예 없거나 앞으로 TV를 치우고 그 자리에 서재를 만들거 나 미술품, 인테리어 소품을 놓기를 원하는 계층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지금 TV가 있는 자리에 TV를 놓지 않는다면 무엇을 놓으시겠습 니까?'라는 질문에 어느 비고객층이건 모두 다른 제품, 물건 무엇인가 를 답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의 마음에 TV의 대체품 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상의 시각적 자각visual awakening을 마친 혁신 팀은 프로젝트를 포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어딘가에 길 이 있을 것이라는 혁신프로그램 매니저의 독려를 믿고 다음 단계인 시 각적 탐험visual exploration의 여정을 이어간다.
제4단계: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다
여섯 가지 경로 프레임워크
시각적 탐색의 프레임워크는 서로 다른 여섯 갈래 길로 목적지에 도 달하는 방법을 상상하고 그 내용을 고객의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전략 캔버스에 표현하는 것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이 여섯 가지 길을 미리 여행해보기 위해서 혁신 팀은 전자상가, 대리점, 가정은 물론 청담동 거리 등을 헤맨다. 각 경로의 여정을 살펴보자. 첫 번째 경로는 산업의 경계를 넘는 것이었다. 혁신 팀은 TV가 가구 및 영화관의 대안재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재미나 현장감은 영 화관에 못 미치지만 가족과의 유대감이나 접근성이 뛰어나고, 개인 공 간과 애착이라는 면에서 가구에 준하는 TV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즉TV라는 디지털 매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 일부를 팔면 좋겠다고 상상해본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전략 그룹의 경계를 넘는 것이었다. 이 여정은 브랜 드파워가 밀린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출발하였기에 이를 떨쳐내기가 너무도 어려운 여정이었다. 이를 완전히 배제한 전략은 아니었지만 TV가 당시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지향하는 고급 공간을 창출하는 해기여한다면 고객이 받아줄 것 같았다. 세 번째 경로는 구매자 체인을 넘는 것이다. 글로벌 유통에서 파워 가별로 없었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단계에서도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타깃Target이나 베스트바이 BestBuy 같은 유통 의 구조를 변화시키겠는가. 당시에 TV를 살 의사가 있어도 어떤 TV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매장에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매장에 와 서 판매사원에게 여러 모델의 설명을 듣고 구매를 결정하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자료를 검색하거나 주변 의견을 묻고 매장을 재방문해 구매하는 행태였다. 따라서 매장 직원의 영향력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었지만, 매장 직원이 생각하는 삼성전자 TV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 은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아이팟처럼, 매장에 와서 판매사원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애플 제품을 구매하듯 보르도 TV를 살 마음을 굳히고 매장에 가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만들 방법이 무엇인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고객 만족을 위해 유통도 만족시 켜야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다는 방향성은 혁신 팀 전원이 인지하고 합의하게 되었다. 네 번째, 제품·서비스의 경계를 넘어 상상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트 랜스포메이션과 플랫폼 비즈니스가 화두인 2017년 같으면 이번 경로 에서 수화물이 많았을 테지만, 당시는 아이폰도 아닌 아이팟이 세계를 석권하던, 즉 영상이 아니라 음성이 세계를 석권하던 시절이었기 때문 에 충분한 상상을 하기에 제한적이었다. 다섯 번째, 기능과 감성의 영역을 넘는 영역에서 그동안의 에너지 가 폭발해 드디어 블루오션의 임계점을 넘었다. 생산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TV 디자인과 소비자가 추구하는 TV의 이미지는 현격하게 다른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 던 때였기 때문에 모두 IT, 디지털 이미지를 강조한 TV를 판매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앞의 구매자 효용성 지도에서 표현되 었듯이 집 안이나 인테리어, 주변 가구와 어울리는 TV를 원했다. 고객 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차가운 디지털 TV에서 따뜻한 감성이 뿜어 나 오기를 원했다. 이제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 되었지만 2005년만 해도 아이팟 외에 이러한 감성의 디지털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전무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디지털 TV 제품으로는 보르도 TV의 삼성 전자가 가구 이미지의 디지털 감성을 창조하고 판매한 최초의 회사가 된 것이다. 그 전략 캔버스는 <그림 4>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시간의 경계를 넘는 경로다. 여기서는 최고 기술로 최 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고가의 프리미엄으로 판매하는 전략보다는 고객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도 비싸지 않아서, 즉, 차별화 및 저가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블루오션적 프레임워크에 맞는 '트렌드' 창조 전략 을 고민했다.
네 가지 액션 프레임워크(ERRC 그리드)
보르도 TV의 미래의 전략 캔버스를 살펴보면 샤프의 LCD TV보다 화 질 기능을 증가시키고 인테리어 이미지라는 요소를 창출하면서 프리 미엄 이미지를 함께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다기능, 볼륨감과 음 장감에는 투자를 제한했다. 이는 경쟁 요소를 감소시켜 프로젝트의 목표 비용을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샤프를 상대로 브랜드 우위를 점하기에 역부족이라 판단되었지만, '평면에서 공간으로'라는 강력한 태그라인을 활용하면 샤프를 추월 해 최초로 디지털 TV를 100만 대 이상 팔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넘쳤 다. 그리고 보다 새로운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네 가지 액션 프 레임워크를 활용해 다음과 같은 ERRC 그리드를 완성해 가면서 보르도 TV의 미래의 전략 캔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보르도 TV에 담긴 디지털 감성을 디자이너의 표현을 빌려 한마디 로 표현하면 '오브제'다. 보르도 TV는 방송의 종속물인 평면의 TV 에서 탈피해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디지털 오브제'로 재정 의한 최초의 TV로 탄생되었다.
제5단계: 실행한다
두 번째 시각적 탐험 단계를 마친 혁신 팀은 세 번째 단계인 블루오션 품평회를 연다. 혁신 팀은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설득하여 최종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고, 드디어 2006년 4월 판매를 시작한다. 보르도 TV의 판매 성과는 앞서 본 대로다. 이 성과에 힘입어 삼성 전자는 TV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비로소 세계 1위 메이커가 된다. 그것도 소니 브라비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샤프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한 바로 그 시기에, 뒤늦게 출시한 약점을 극복하고 등극한 1위 자리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르도 TV는 디지털 TV로의 진 화, 그 서곡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삼성은 '터치 오브 컬러' Touch of Color, '1인치의 미학' 등의 콘셉트로 야심차게 꿈꾸어온 TV 일류화 전략을 현실에서 실현했다. '영원한 위기"라는 기치 아래 삼성전자 TV사업부 는 지속적인 전략적 목표에 도전하고 이를 달성하면서 10년 연속 글 로벌 넘버원이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의 성공이 앞 으로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TV사업부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블루오션 시프트가 필요할 것이다. 토요일 아침 파리 레퓌블리크역, 네 명의 한국인이 프랑스에 서 가장 오래된 벼룩시장인 생투앙 플리마켓으로 향한다. 아기자기한 골목마다 즐비한 상점은 루이 14세가 앉았을 법한 호화로운 소파부터 나폴레옹 시대의 시계, 20세기에 생산된 빈티지 카메라까지 프랑스의 과거 생활상을 전시한 야외 박물관 같다. 플리마켓을 구경한 후엔 몽 마르트 언덕에 오르며 근처 원단 시장을 구경하고, 파리에서 맛있기로 손꼽히는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를 마신다. 파리지앵이 즐길 법한 주말 같은 여행, 사실 이것은 파리에서 미술 을 공부하고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수 씨가 마이리얼트립을 통 해 제공하는 여행 상품이다. 최대 여덟 명이 참여할 수 있는 유지수 씨 의 '반나절 투어'에서는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소개하듯 파리의 소 소한 일상을 나누며 그곳의 숨겨진 모습과 역사, 문화가 얽힌 사회상 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숙박업의 새로운 시장을 연 에어비앤비와 누구나 운전기사가 될 수 있는 우버가 즐비한 파리에 기존의 패키지여 행이나 자유여행과 다른 형태의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풍데자르 웨딩 스냅촬영을 하고, 파리지앵처럼 무다리에서 인 대여 자전거 '벨리브'를 타며 센 강변을 활주하는, 가이드북에 없는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이다.
블루오션 시프트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안세민 옮김 김동재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