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양정치철학]군주론-214

A ruler should ideally appear virtuous—faithful, compassionate, and religious—but must be prepared to deceive and act immorally when necessary, using both the cunning of a fox and the strength of a lion to maintain power, avoid hatred and contempt, and ensure stability by managing public perception and satisfying the people while neutralizing ambitious nobles.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군주가 신의를 지키며 기만책을 쓰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칭송받을 만한 일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에 따르면 우리 시대 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들은 신의를 별로 중시하 지 않고 오히려 기만책을 써서 인간을 혼란시키는 데에 능숙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신 의를 지키는 자들에게 맞서서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었 습니다. 그렇다면 싸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법에 의지하는 것이고, 다 른 하나는 힘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첫째 방법은 인간 에게 합당한 것이고, 둘째 방법은 짐승에게 합당한 것 입니다. 그러나 전자로는 많은 경우에 불충분하기 때문 에, 후자에 의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군주는 모름지기 짐승의 방법과 인간의 방법을 모두 이용할 줄을 잘 알 아야 합니다. 이 정책을 고대의 저술가들은 군주들에게 비유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아킬레스나 고대의 유명한 많은 군주들이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육되었고, 그의 훈련하에서 교육받았다. 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인반수를 스승으로 섬겼 다는 것은 군주가 이러한 양면적인 본성의 사용법을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그중 어느 한 쪽을 결여하면 그 지 위를 오래 보존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 리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 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혼내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자의 방식에만 의지하는 자 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 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 며 또 지켜서도 안 됩니다. 이 조언은 모든 인간이 선하 다면 온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사악하 고 당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 신 자신이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군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유 를 항상 둘러댈 수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근래의 무수한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얼마나 많은 평화 조약과 약속이 신의 없는 군주들에 의해서 파기되고 무효화되 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우의 방식을 모방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 다. 그러나 여우다운 기질을 잘 위장해서 숨기는 방법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능숙한 기만자이며 위장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은 매우 단순하고 목전의 필 요에 따라서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기만자는 많은 사람 들이 쉽게 속는 것을 항상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의 한 사례에 대해서 침묵하고 싶지 않습니 다. 알렉산데르 6세는 사람을 어떻게 기만할까 하는 데 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사람들이 쉽게 기만 당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렉산데르만큼 모든 일을 강력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약속하면서도 그 약속을 지 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사의 이런 측면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그의 기만은 항상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성품을 실제로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갖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심지어 저는 군주가 그러한 성품을 갖추고 늘 실천에 옮기는 것은 해로운 반면에, 갖춘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유용하다고까지 감히 장담하겠습니 다. 예컨대, 자비롭고 신의가 있고 인간적이고 정직하 고 경건한(종교적인/역자)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을 뿐 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달리 행 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정반대로 행동할 태 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 다. 그리고 군주는, 특히 신생 군주는 좋다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처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합니 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력(stato)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는 종종 신의 없이, 무자비하게, 비인도적으로 행동하 고 종교의 계율을 무시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운명의 풍향과 변모하는 상황이 그를 제 약함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그것에 맞추어 자유자재 로 바꿀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제가 앞에서 말한 것 처럼, 가급적이면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말아 야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악행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군주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앞에 서 이야기한 다섯 가지의 성품들로 가득 차 있도록 조 심해야 합니다. 그를 대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지극히 자비롭고 신의가 있으며 정직하고 인간적이며 경건한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경건한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으로 만져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마련 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볼 수는 있지 만,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 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밖으로 드러낸 외양을 볼 수 있는 반면에 당신이 진실로 어떤 사람인가를 직접 경험 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수는 군주의 위엄에 의해서 지지되는 대다수 의 견해에 감히 도전하지 못합니다. 모든 인간의 행동에 관해서, 특히 직접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는 군주의 행 동에 관해서 보통 인간들은 결과에만 주목합니다.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가를 보존하면, 그 수단은 모든 사람에 의해서 항상 명예롭고 찬양받을 만한 것 으로 판단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외양 과 결과에 감명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사람들은 대다수가 보통 사람들일 뿐입니다. 대다수와 정부가 하나가 될 때 소수는 고립되기 마련입니다. 이 름을 굳이 밝히지는 않겠지만, 우리 시대의 한 군주는 실상 평화와 신의에 적대적이면서도, 입으로는 항상 이 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를 말 그대 로 실천에 옮겼더라면, 그는 자신의 명성이나 권력을 잃 었을 것이며, 그것도 여러 번 잃었을 것입니다.

 

[경멸과 미움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

군주가 경멸을 받는 것은 변덕이 심하고 경박하며, 여 성적이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한 인물로 생각되는 경우 입니다. 군주는 마치 암초를 피하듯이 경멸받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서 위엄, 용기, 진지 함, 강건함을 과시해야 하며, 신민들과의 사사로운 관 계에서 그가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 니다. 그는 이러한 평판을 유지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그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그를 기만하려고 술책을 꾸밀 엄두를 못 내게 해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성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미 논의했기 때문에, 저는 다른 성품들을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주제로 간단히 논하겠습니다. 곧 군주는 이미 앞에서 부분적으로 설명한 것처럼, 그 자신이 미움을 받거나 경멸을 받는 일은 무엇이든지 삼가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를 피하면 그는 자신이 해야 할 바를 한 것이 고, 비난받을 다른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는 위험 속에 자신을 몰아넣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군주가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제가 말한 대로, 탐욕적이어서 신민들의 재산과 부녀 자를 강탈하는 것입니다. 이런 짓만은 피해야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산과 명예를 빼앗기지 않으면, 만족해서 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야심 있는 소수를 잘 다루기만 하면 되는데, 그들은 다양한 방법 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그러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데에 성공 한 군주는 드높은 명성을 누릴 것이며, (그가 매우 유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민들이 그를 크게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한) 그에 대해서 음모를 꾸미거나 그를 공 격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군주에게는 두 가지 큰 걱정이 있는데, 하나는 대내적인 것으로 신민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적인 것으로 외세에 관한 것입 니다. 외세의 위협에 대해서는 좋은 군대와 믿을 만한 동맹 이 효과적인 방어책입니다. 그리고 좋은 군대는 항상 믿 을 만한 동맹을 얻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대외적 인 관계가 굳건하게 안정되어 있을 때, 대내적인 문제는 그 국가가 음모에 의해서 이미 교란되지 않았다면 별다 른 곤란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대외적인 정세가 불안정하더라도 제가 권고한 대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 고 정무를 처리하며 그리고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군 주는 어떠한 공격이라도 항상 격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제가 논의한 것처럼 스파르타의 나비스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신민들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심지어 대외적인 소란 이 없더라도 군주는 그들이 몰래 음모를 꾸미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미움과 경멸을 피하고 인민이 그에게 만족하도록 한다면 군주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효과 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앞에 서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이 점은 군주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주가 음모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책들 중 하나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모자들은 항상 군주의 암살이 인민을 만족시킬 것 이라고 믿고 일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들 의 소행이 인민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 하면, 음모자들은 일을 도모하는 것을 무척 주저할 것 입니다. 음모에는 항상 무수한 어려움과 위험이 따르 기 때문입니다. 많은 음모가 있어왔지만, 경험상 성공 한 음모는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음모자는 단독으로 행동할 수 없으며, 불평분자로부터 도움을 구하지 않 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평분자에게 자신의 음 모를 털어놓는 것은 그에게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기 회를 주는 셈입니다. 이제 그는 충분한 보상을 확실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음모를 폭로 하는 데 따른 확실한 이익이 예상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음모에 가담하는 것이 수많은 위험과 불확실한 이익 만 예상될 때, 실로 그가 음모자인 당신의 비밀을 지킨 다면, 그는 당신의 둘도 없는 친구이거나 또는 군주와 불구대천의 원수임이 분명합니다. 요컨대 음모자에게는 오직 발각이나 배신의 공포와 끔찍한 처벌의 전망만 있 는 데에 반해, 군주는 자신의 지위에 상응하는 위엄, 자 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법과 정부의 자원은 물론 동맹 국의 지원에 의해서 뒷받침됩니다. 이 모든 이점(利點)에 다 인민의 선의마저 가세한다면, 그렇게 경솔하게 음모 를 꾸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음모자는 통상 범죄를 수행하기 전에 두려워해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 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음모자가 이에 못지않 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도모했던 일을 끝낸 후에도 인 민이 그에게 적대적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그런 인민에 게서는 어떠한 도피처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들 수 있습 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선대에 일어난 사건 하나를 예시하는 데에 그치겠습니다. 현재의 안니발레 영주의 조부로서 볼로냐의 군주였던 안니발레 벤티볼리오는 칸네스키(Canneschi) 가문의 음모에 의해서 살해되었습 니다.” 유일한 아들인 조반니는 당시에 갓난아이였습니 다. 그가 암살당하자 즉각적으로 인민이 들고일어났으 며 칸네스키 가문을 모두 참살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 시 벤티볼리오 가문이 인민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신망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안니발레가 죽은 후 그 나라를 다스릴 만한 사 람으로서 그 가문의 누구도 볼로냐에 남아 있지 않자 피렌체에 벤티볼리오 가문의 누군가"(그때까지만 해도 대장장이의 아들로 알려져 있었습니다)가 살아 있다는 풍문을 듣고, 볼로냐인들은 그를 피렌체에서 데려다가 도시의 통치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반니가 통치 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그곳을 통치했습니다. 따 라서 인민이 군주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면 군주는 음 모에 대해서 걱정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지만, 인민이 적 대적이고 그를 미워한다면, 매사에 그리고 모든 사람을 두려워해야만 한다고 결론짓겠습니다. 질서가 잡힌 국가와 현명한 군주는 귀족들이 분노 하지 않도록 또 인민이 만족하도록 항상 세심한 주의 를 기울여왔습니다. 이것야말로 모든 군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프랑스는 근래에 가 장 질서가 잘 잡히고 잘 통치되는 왕국들 중의 하나입 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왕의 자유 및 안전의 기초가 되는 수많은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그중 으뜸가는 제 도가 엄청난 권위를 누리고 있는 고등법원(parlamento, parlement)입니다. 그 왕국을 개혁한 사람은 귀족들의 야심과 거만함을 익히 알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 해서 귀족들의 입에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 습니다. 반면에 그는 인민(universale)이 귀족(grandi)을 두려워하고 미워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을 보 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견제 역할을 왕의 특별한 임무로 삼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민들 에게 호의를 가졌다는 이유로 귀족들에게 미움을 사거 나, 귀족들에게 호의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민들에게 미 움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그는 왕이 직접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는 중립적인 제3의 심판기관)을 내세워 귀족들을 견제하고 인민들 을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군주와 왕국 자체를 강화하 는 데에 이보다 더 신중한 조치나 적절한 제도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는데, 군 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군 주는 귀족을 존중해야 하지만 인민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로마 황제들의 삶과 죽음을 검토해보면 제가 제시 한 견해와 상반된 증거를 얻을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 할 사람들이 아마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몇 몇 황제들은 항상 감탄할 만한 삶을 살고 정신의 위대 한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자신의 수하들의 음모로 권력 을 잃거나 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론에 대해 서 저는 그 황제들의 성품을 고려하고, 그들이 실패한 이유(제 주장과 모순되지 않습니다)를 생각해보라고 대 답하겠습니다. 저는 또한 그 당시의 행적들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할 만한 요소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로부터 시 작하여 막시미누스 황제에 이르기까지 간단하게 검토하 겠습니다. 곧 마르쿠스, 그의 아들인 콤모두스, 페르티 낙스, 율리아누스, 세베루스, 그의 아들인 안토니누스 카라칼라, 마크리누스, 헬리오가발루스, 알렉산데르 그리고 막시미누스를 검토하겠습니다. 첫째로 지적할 사실은 다른 군주국에서는 귀족의 야 심과 인민의 무례함만을 염두에 두면 되었지만, 로마 황제들은 또하나의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입니다. 곧 그 들은 군인들의 잔인함과 탐욕에 대처해야 했습니다. 이 는 매우 힘든 문제로서 많은 황제들을 몰락시켰습니다. 군인과 인민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려웠기 때 문입니다. 그 이유는 인민은 평화로운 삶을 좋아하고, 그 결과 온건한 군주를 원하는 데 반해, 군인은 호전적 인, 곧 오만하고 잔인하며 탐욕스러운 군주를 좋아하 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인들은 군주가 인민을 거칠게 다 루어서, 그 결과 그들의 보수가 올라가고 그들의 탐 욕성과 잔인성을 만족시킬 배출구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 (천부적인 재질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군인과 인민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평판을 확보하지 못한 황제들은 항상 몰락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황제들은 (특히 새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상반되는 욕구들 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군인들을 만족시키려고 애썼을 뿐, 인민이 박해를 당하 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군주는 어느 한편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 에, 그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다수 집단의 사람들에게 서 미움을 받는 일만큼은 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 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그 결과 (신생 군주이기 때문에 특히 강력한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던 황제들은 인민들보다 군인들의 비위 를 맞추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그들에게 유익한 것이었는지는 그들이 군인들의 존경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이유들로 마르쿠스, 페르티낙스, 알렉 산데르는 모두 절제하며 살았고, 정의를 사랑하고 잔 혹함을 피했으며, 모두 인도적이고 인자했음에도 불구 하고 (마르쿠스를 제외하고는)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습 니다. 단지 마르쿠스만이 명예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 는데, 그는 세습에 의해서 황제의 지위를 물려받음으로 써 자신의 권력에 관해서 군인들이나 인민들에게 신세 를 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많은 훌륭한 성품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단히 존경받았으며, 그의 재위 기간 내내 군인과 인민을 통제할 수 있었고, 미움받거나 경멸받는 일을 항상 피했습니다. 그러나 페르티낙스는 군인들의 뜻에 반해서 황제가 되었는데, 군인들은 콤모두스 치하에서 기분내키는 대 로 사는 데에 익숙해져서 페르티낙스가 그들에게 부과 하려고 한 절제 있는 삶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 여 그는 미움을 받았고, (더욱이 연로해서) 동시에 경멸 을 받았기 때문에, 제위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몰락하 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 언급하고 지나갈 것은 악행은 물론 선행도 미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18) 국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종종 선하지 않게 행동하도록 강요당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 각되는 일정한 집단(인민이건, 군인이건, 귀족이건)이 부 패되어 있으면, 당신은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들 의 성향에 비위를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선 행은 당신에게 해롭습니다. 알렉산데르의 경우로 돌아가보면, 그는 너무나 선량 해서 그가 한 많은 일들은 칭송을 받았습니다. 대표적 인 사례의 하나로, 재위 14년 동안에 그가 재판 없이는 단 한 사람도 처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약해서 어머니"의 치마 폭에 싸인 인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경멸을 받게 되었 고, 군대는 모반을 일으켰으며, 결국 피살되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인 콤모두스, 세베루스, 안토니누스 카라 칼라, 그리고 막시미누스의 성격을 고찰해봅시다. 그들 은 모두 지극히 잔인하고 탐욕스러웠습니다. 군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인민들에게 갖은 비행을 저 지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며, 그 결과 세베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습니다. 세베루스는, 비록 인민들을 탄압했지만, 다양한 역량 에 의해서 군대를 그에게 우호적으로 유지하면서 끝까 지 성공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역량으로 인해서 세베루스는 군인들과 인민들의 눈에 탁월한 인 물로 비쳤는데, 인민들은 어떻든 놀라움과 경외감을 가 지고 그를 바라보았고, 군인들은 그를 존경했으며 만 족스럽게 여겼습니다. 세베루스의 행적은 매우 탁월하고, 신생 군주에게는 주목할 만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군주에게 모방할 필 요가 있다고 말한 여우와 사자의 기질을 그가 얼마 나 잘 사용했는지를 간략히 검토해보기로 합시다. 세베 루스는 율리아누스 황제의 무능함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슬라보니아에서 지휘하고 있던 군대에게 로마로 행군하여 친위대에게 피살당한 페르티 낙스의 죽음을 복수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이를 핑계로 삼아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어하는 진심을 숨긴 채 그 는 군대를 거느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군하여 그가 슬라보니아를 떠났다는 소문이 나기도 전에 이미 이탈 리아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로마에 도착했을 때, 겁을 먹은 원로원은 그를 황제로 선출하고 율리아누스를 처형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연후에 세베루스는 전 제국을 장악하기 위해서 두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 하나 는 아시아에서 그곳 군대의 지도자인 페스케니우스 니 게르가 스스로를 황제로 선포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쪽에서 알비누스 역시 제위를 넘보고 있었다는 것입니 다. 세베루스는 이들 두 사람에게 동시에 적의를 보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선 니게르만을 공격 하고 알비누스를 속이기로 결심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알비누스에게 서한을 보내 원로원이 자신을 황제로 추 대했지만 자신은 그 지위를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 습니다. 그러고 나서 알비누스에게 카이사르(Caesar, 副 皇帝)의 칭호를 보내면서 원로원의 결정에 의해서 알비 누스 역시 공동 황제로서 즉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 비누스는 이를 진실로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베루 스는 니게르를 격파하여 죽이고 제국의 동부지역을 평정 한 후 로마에 돌아와 원로원에서, 알비누스는 그가 받 은 은혜에 대해서 전혀 감사하는 마음이 없이 부당하게 자신을 살해하고자 시도했기 때문에 그의 배은망덕을 처벌하기 위해서 출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탄핵했습니 다. 그러고 나서 세베루스는 프랑스에 있는 알비누스를 공격했으며, 그의 지위와 생명을 동시에 박탈했습니다. 세베루스의 행위를 면밀히 검토해본 사람이라면, 누 구나 그가 매우 사나운 사자이자 매우 교활한 여우였 고,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 었으며 군대의 미움을 받지 않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 니다. 따라서 신생 군주로서 그가 그토록 거대한 제국 을 지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못 됩 니다. 그의 엄청난 위세가, 인민이 그의 탐욕스러운 행동으로 인해서 그에게 품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미움으 로부터 그를 보호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들 안토니누스 역시 많은 탁월한 성품들을 지 녔기 때문에 인민들로부터는 크나큰 칭송을 받았고, 군 인들로부터는 대단한 호감을 샀습니다. 그는 어떤 역경 이든 견딜 수 있는 강건한 전사로서 사치스러운 음식과 모든 부류의 유약함을 경멸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서 그는 모든 군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야만적이고 잔 인한 행위를 저질렀는데, 수많은 개인들을 살해한 것은 물론 로마 주민 대다수와 알렉산드리아 주민 모두를 살해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의 측근조차도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는 어느 날 자신의 군대 한가운데에서 한 백인대장(百人隊長)에게 살해되 었습니다. 여기에서 원한에 사무친 적의 단호한 결심에 의해서 저질러진 그러한 암살은 군주라고 하더라도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라면 누구나 군주를 죽일 수 있기 때문입 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군주는 그것을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군주는, 안토니누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를 모시는 측 근이나 궁정 신하들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모욕하지 않 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안토니누스는 매우 악독한 방법 으로 그 백인대장의 형제를 죽였고, 지속적으로 그마저 위협했으나, 그에게 여전히 경호업무를 맡겼습니다. 이는 매우 경솔한 결정이었고, 그가 파멸할 수 있는 원인 이 될 수 있었는데, 실제로 현실화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콤모두스 황제를 살펴봅시다. 그는 아 버지인 마르쿠스로부터 제위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아 주 쉽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단지 아버지의 행적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 며 그랬더라면 군인과 인민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것입 니다. 그러나 그는 천성적으로 잔인하고 야수적인 인물 이었기 때문에, 인민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의 탐욕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군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이 제 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황제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몸가짐을 삼가지 않았 습니다. 그는 종종 몸소 투기장에 내려가서 검투사들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야비하고 황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다른 많은 일들도 저질렀기 때문에 군인들 에게 경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인민들에게는 미움 을 받았고 군인들에게는 경멸을 받았기 때문에 음모에 의해서 살해되었습니다. 이제 막시미누스의 성격을 살펴봅시다. 그는 지극히 호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군인들은 (제가 이미 말한 것 처럼) 알렉산데르의 유약한 행동을 매우 싫어했기 때 문에, 그를 살해한 후, 막시미누스를 황제로 추대했습 니다. 그러나 그는 제위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는데, 두 가지 일이 그를 미움과 경멸의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 입니다. 그 하나는 그가 매우 미천한 신분 출신으로 원래 트라키아 지방의 목동이었다는 사실입니다(이 사실 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로 인해서 그는 매우 경멸당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가 통치 초기에 로마 로 가서 제위에 오르는 것을 지연시켰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지연으로 인해서 그는 잔혹하다는 평판을 얻었 는데, 왜냐하면 그의 지방장관들이 로마와 제국의 여러 곳에서 수많은 잔인한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모든 사람들이 그의 미천한 태생에 대해서 분 노하고 그의 잔인성을 두려워하여 그를 매우 미워했기 때문에, 먼저 아프리카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뒤이어 로 마의 원로원과 인민이 들고 일어났으며, 급기야 이탈리 아 전역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자신 의 군대도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군인들은 당시 아퀼레 이아를 포위, 공격하고 있었는데, 매우 어려운 작전이라 서 지쳐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은 황제의 잔 혹함에 화가 나 있던 참인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 에게 들고 일어난 것을 알고, 별 두려움 없이 황제를 살 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헬리오가발루스, 마크리누스 및 율리아누스는 모두 경멸을 받았고, 따라서 제위에 오른 뒤 얼마 안 되어 살해되었기 때문에 이들에 관해서 는 논의하지 않고, 이 개괄적 논의를 종결짓겠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의 군주들은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 서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군인들을 만족시켜 야 할 필요성 때문에 시달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들은 군인들을 주의해야 하지만, 어떤 문제든지 신속히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군주들은, 로마 제국의 군대처럼 오랫동안 일정 지역에 주둔하면서 그 지역을 지배하고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그러한 군대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인민들보다 군인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더 많 았는데, 이는 군인들이 보다 더 강력한 세력이었기 때문 입니다. 투르크와 이집트의 술탄을 제외한 오늘날의 모든 군 주는 이제 군인보다 인민이 더 강력하기 때문에 군인보 다는 인민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투르크의 술탄 을 예외로 삼은 이유는 항상 12천의 보병과 15천의 기병이 술탄을 보호하고 있으며, 24 왕국의 안전과 권력 이 이들 군사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군 대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누구보다도 그들에게 더 많 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집트의 술탄 왕국도 전적으로 군인의 수중에 있기 때문에, 술탄 역시 인민들이 원하는 바를 생각하기보다는 군인들에게 우 호적이 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술탄 국가는 많은 점에서 그밖의 다른 군주국과 다릅니다. 그 국가는 교황 제도와 유사하며, 세습 군주국이라고도 신생 군주국이라고도 할 수 없습 니다. 왜냐하면 상속자가 되어 군주가 되는 이들은 이 전 군주의 아들들이 아니라 선거권을 가진 자들에 의해 서 선출된 자가 군주의 지위를 승계하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것이고, 신생 군주국이 직면하는 문제들이 없기 때문에 그 나라를 신생 군주국이라 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비록 그 군주가 분명히 새로운 인물일지라도, 국가의 제도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선출 된 군주를 마치 세습된 군주인 것처럼 맞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주제로 되돌아갑시다. 지금까지 제가 언급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미움이나 경멸이 한결같이 앞에서 검토된 황제들을 몰락시켰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 다. 그들 중의 한 그룹은 이런 식으로, 다른 그룹은 저 런 식으로 처신했는데, 각 그룹에서 한 황제는 성공적이 있으나, 나머지는 전부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페르티낙 스와 알렉산데르는 신생 군주였기 때문에 세습 군주인 마르쿠스처럼 행동하는 것이 그들에게 오히려 백해무익 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카라칼라, 콤모두스, 막시 미누스가 세베루스를 모방하는 것은 그들이 그의 행적 을 따를 만한 역량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었습니 다. 따라서 신생 군주국의 새 군주는 마르쿠스의 행적 을 모방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세베루스의 행적을 모방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에는 세베루스를 모방해 야 할 것이고, 이미 오랫동안 확립된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서 적합하고 영광스러운 조치를 취해야 할 때에는 마르쿠스를 모방해야 할 것입니다.

 

군주론 지은이 : 니콜로 마키아밸리

옮김이 : 강정인,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