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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정치철학]군주론-213

A prince must always focus on military affairs, training, and preparation even during peace.
In politics, practical reality matters more than ideal virtue, and rulers must be ready to act immorally when needed.
Generosity can drain resources and harm authority, so a wise prince should not fear being labeled as miserly.
It is safer for a ruler to be feared than loved, and mercy should be applied carefully.

[군주는 군무에 관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군주는 전쟁, 전술 및 훈련을 제외하고는 그밖의 다 른 어떤 일이든 목표로 삼거나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 며, 또 몰두해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예 (arte)야말로 통치하는 자에게 적합한 것이기 때문입니 다. 이러한 역량은 세습적인 군주로 하여금 그 지위를 보존하게 하는 것은 물론, 종종 일개 시민을 군주로 만들 만큼 효과적인 것입니다. 반면에 만약 군주가 군 무(軍務)보다 안락한 삶에 더 몰두하면 권력을 잃으리 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군주가 권력을 잃게 되는 주된 이유는 군무를 게을리 한 탓이며, 권력을 얻게 되는 이 유는 군무에 능통한 덕분입니다.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는 무력을 가졌기 때문에 일개 시민에서 밀라노(공국/ 역자)의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의 자손들은 군무를 소 홀히 했기 때문에 군주의 지위에서 시민의 지위로 전락 했습니다. 무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다른 나쁜 결과는 차 치하고라도) 경멸을 받게 되는데, 나중에 설명하겠지 만, 이는 모름지기 현명한 군주라면 경계해야 할 수치 스러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무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합니다. 무력이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기꺼이 복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또 무력이 없는 군주가 무력이 있는 부 하들 사이에서 안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후 자는 경멸을 할 것이고 전자는 의심을 품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양자가 서로 협력하여 일을 잘 하는 것은 불가 능합니다. 따라서 이미 언급한 다른 불리한 점 이외에 도, 군무에 정통하지 않은 군주는 자신의 병사들로부 터 존경받지 못하며, 군주 역시 그들을 신뢰할 수 없습 니다. 이런 이유로 군주는 항상 군무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평화시에도 전시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를 실천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훈 련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입니다.” 훈련에 관해서 말하 자면, 군대의 기강을 잡고 병사를 잘 훈련시키는 일 이 외에도 군주는 평소에 자주 사냥에 몰두함으로써 신 체를 단련하여 고난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한편 동시에 자연지형을 익혀야 합니다. 즉 강과 늪의 특징은 물론 이고 산은 어떻게 솟아 있고, 골짜기는 어떻게 전개되 며, 평야는 어떻게 펼쳐져 있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군주는 이러한 사안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실제적 지식은 두 가지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 다. 첫째, 자국의 지형을 잘 알게 되어 국방에 도움이 되 고, 둘째, 지리에 밝게 되어 처음 접하는 지방의 새로운 지형의 특징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 면 예컨대 토스카나에 있는 언덕, 골짜기, 평야, , 늪 은 많은 점에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비슷하 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지역의 지형을 숙지함으로써 용이하게 다른 지역의 지형에도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전문지식을 결여한 군주는 장군의 자질을 구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군주는 그러한 지식을 전쟁에 유리한 방법으로 활용함으로써 적을 추적하고, 적절한 야영장소를 물색하며, 군대를 인솔하여 적을 향 해 진격하고, 전투를 준비하며, 요새나 요새화된 도시 를 포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가들이 아카이아 동맹의 지도자였던 필로포이멘 을 찬양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평화시에도 그가 항상 군무를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부하들과 야외에 나 갔을 때도, 종종 발을 멈추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 지곤 했습니다. “적이 언덕 위에 있고 우리 군대가 여기 에 있다면, 누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가? 우리가 적절한 진형을 유지하면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는 방도는 어떤 것이 있는가? 후퇴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후퇴할 수 있 는가? 그들이 퇴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추격해야 하는가?” 부하들과 같이 다니면서, 그는 군대가 처 할 수 있는 모든 우발적인 상황을 그들에게 이야기하 곤 했습니다. 그는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으며, 이유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의 견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관찰과 토론 덕 분에, 그가 군대를 통솔하여 출전했을 때, 그가 대책을 강구할 수 없었던 예상밖의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 습니다. 지적인 훈련을 위해서 군주는 역사서를 읽어야 하는 데, 특히 위인들의 행적을 조명하기 위해서 읽어야 합니 다. 그들이 전쟁을 수행한 방법을 터득하며, 실패를 피 하고 정복을 성취하기 위해서 그들의 승리와 패배의 원 인을 고찰하고, 무엇보다도 우선 위대한 인물들을 모방 해야 합니다.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 역시 찬양과 영광의 대상이 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그들의 선배들을 모 방하려고 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킬레스를 모방했고,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를 모방했으며, 스 키피오는 키로스를 모방했다고 이야기되는 것처럼 항상 선배들의 행적을 자신들의 모범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크세노폰이 저술한 키로스의 생애를 읽은 사 람이라면 누구나 스키피오의 생애와 행적을 고려할 때, 크세노폰의 저작에 기록된 대로 키로스를 모방함으로 써 스키피오가 영광을 성취하는 데에 얼마나 커다란 도 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스키피오의 성적인 절제," 친절 함, 예의바름, 관후함이 얼마나 많이 키로스의 성품을 모방함으로써 얻은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현명한 군주라면 항상 이와 같이 행동하며, 평화시에 도 결코 나태하지 않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부지런 히 자신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역경에 처할 때를 대비 합니다. 그 결과 운명이 변하더라도 그는 운명에 맞설 만반의 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군주가 칭송받거나 비난 받는 일들]

이제 군주가 자신의 신민들 및 동맹들에게 어떤 식으 로 행동해야 마땅한가를 고찰하기로 하겠습니다.” 저 는 많은 논자들이 이 주제를 논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제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이 제안 한 원칙들과 특히 이 문제에 관해서 크게 다르기 때문 에, 제가 건방지다고 생각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것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 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 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을 상상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 가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 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행하지 않고, 마 땅히 행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가 십상입니다. 어떤 상황 에서나 선하게 행동할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선하지 않 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의 몰락은 불 가피합니다.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 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군주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밀 쳐두고 실제로 일어나는 것들을 고려하겠습니다. 사람 들을, 특히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군주들을 논할 때, 그들은 다음과 같은 성품(qualità, quality)을 가졌다고 칭송받거나 비난받게 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인심이 후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인색하 다는 평을 받습니다(우리 말의 아바로[avaro]는 탐욕적 인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 데에 반해서 자신의 소유물을 사용하는 것을 무척이나 꺼리는 사람을 미세로[misero] 라고 부르기 때문에, 저는 토스카나 말인 미세로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베푸는 사람과 탐욕적인 사람, 잔인 한 사람과 자비로운 사람, 신의가 없는 사람과 충직한 사람, 여성적이고 유약한 사람과 단호하고 기백이 있는 사람, 붙임성이 있는 사람과 오만한 사람, 호색적인 사 람과 절제하는 사람, 강직한 사람과 교활한 사람, 유연 한 사람과 완고한 사람, 진지한 사람과 경솔한 사람, 경건한 사람과 신앙심이 없는 사람 등으로 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주가 앞에서 말한 것들 중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성품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 가장 칭송받을 만하며, 모든 사람들이 이를 기꺼이 인정할 것이라는 점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갖추는 것 이 가능하지 않고, 게다가 인간의 상황이란 그러한 성 품들을 전적으로 발휘하는 미덕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권력 기반을 파괴할 정도의 악덕으로 인해서 악명을 떨치는 것을 피하고, 또 정치적으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악 덕일지라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러나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후자의 악덕은 별다른 불안을 느끼지 않고 즐겨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 덕 없이는 권력을 보존하기가 어려운 때에는 그 악덕으 로 인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 할 것입니 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 일견 미덕 (virtú, virtue)으로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반면, 일견 악덕(vizio, vice)으로 보이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반영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후함과 인색함]

앞에서 말한 성품(qualità, quality) 중에서 우선 첫 번 째 것을 논한다면, 저는 관후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 람직하기는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관후하다는 평판을 얻을 정도로 관후하게 행동한다면, 당신에게 해가 된다 고 주장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만약 그 덕을 현 명하게 그리고 제대로 행한다면, 그것은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당신이 그 반대의 악덕"을 행한다는 비 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관후하다는 평판을 얻으려고 한다면, 사치스럽고 과시적으로 재물 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군주는 그렇게 함으로써 불가피하게 자신의 모든 자원을 호화로운 자기 과시를 위해서 소모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계속해서 그런 평 판을 원하면, 그는 궁극적으로 탐욕적이게 되고, 인민 들에게 아주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게 되며, 가능한 모 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민들을 수탈하지 않을 수 없습 니다. 그리하여 그는 신민들에게 미움을 받기 시작할 것이며, 또한 궁핍해졌기 때문에 별로 존경을 받지 못하 게 될 것입니다. 그의 관후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단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주었기 때문에 그는 (다수의/역자) 불만의 징조를 느끼게 되며, 그의 권 좌에 대한 최초의 진정한 위협이 그에게는 중대한 시련 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가 이 점을 깨닫고 그의 처신 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는 즉각적으로 인색하다는 악 평을 듣게 될 것입니다. 군주는 자신에게 해를 자초하지 않으면서 관후함의 미덕(virtú del liberale, virtue of generosity)을 행하고 동 시에 관후하다는 평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애당초 인색하다는 평판에 신경을 쓰지 말아 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 그의 검약함으로 인해 서 그를 공격하는 어떠한 적에 대해서도 방어할 만큼 그 리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인민들에게 특별세를 부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의 재정이 충분하다는 점을 사 람들이 깨닫게 되면, 궁극적으로 그가 더욱 관후하다고 생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관후하게 행동한 셈이 되는데, 왜냐하면 그 들의 재산을 건드리지 않았고, 그가 아무것도 주지 않 은 단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인색하게 행동했기 때문 입니다. 우리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사람들은 모 두 인색하다는 평판을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실패했습니다. 율리우스 교황은 교황이 되 기 위해서 관후하다는 평판을 키웠지만, 교황이 된 후 에 그는 전쟁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러한 평판을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프랑스 왕은 검 약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신민들에게 특별세를 부과하 지 않고도 수많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전 비를 항상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스페인 왕기 이 관후하다는 평판을 누리고 있었더라면, 그는 그토록 많은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신민들의 재산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기 위해서, 가난하여 경멸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탐욕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야 합니다. 인 색함이야말로 통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악덕들 중의 하 나이기 때문입니다. 카이사르는 넉넉한 씀씀이로써 권력을 얻었고 많은 다른 사람들 역시 씀씀이가 넉넉하고 또 그렇다고 생각 되었기 때문에 높은 지위에 올라갔지 않았느냐는 반론 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는 당신이 이미 지배자가 되었는가 아니면 지배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인가에 따라서 다르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전자의 경 우, 넉넉한 씀씀이는 유해하고, 후자의 경우, 씀씀이가 넉넉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카이사 르는 로마에서 권력을 추구했던 인물들 중의 한 명이었 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한 다음에 생존할 수 있었 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씀씀이를 줄이지 않았다면, 그 는 자신의 권력을 잃었을 것입니다. 무척 관후하다고 생각된 많은 군주들이 괄목할 만 한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저는 군주는 그 자신의 또는 신민의 소유물을 쓰거나 아니 면 타인의 것을 쓰게 되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인색해야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가급적 씀씀이가 넉넉해야 한다 고 대답하겠습니다. 전리품, 약탈물, 배상금 등으로 군 대를 지탱하는 군주는 타인의 재물을 처분하여 씁니다. 이 경우 그는 씀씀이가 넉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이 그를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키로스, 카이사르 그리고 알렉산드로스가 그랬던 것처 럼 당신이나 신민들의 것이 아닌 재물로는 아주 후하게 선심을 써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의 것을 후하게 주는 것은 결코 당신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높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해가 되는 경 우란 단지 당신의 것을 함부로 주는 경우입니다. 관후함처럼 자기 소모적인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 미덕을 행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 미덕을 계속 실천 할 수 없게 됩니다."" 당신은 빈곤해져 경멸을 받거나, 아니면 빈곤을 피하려는 당신의 노력으로 인해서 탐욕 적이게 되고 미움을 받게 됩니다. 군주란 모름지기 경멸 당하고 미움받는 일을 경계해야 하는데, 관후함은 이 두 길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비난은 받되 미움은 받지 않는,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방 책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관후하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서 결국 악평은 물론 미움까지 받게 되는, 탐욕스 럽다는 평판을 얻게 되는 처지에 봉착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잔인함과 인자함, 그리고 사랑을 느끼 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은가]

앞에서 언급한 다른 성품들로 돌아가서," 저는 모든 군주들이 잔인하지 않고 인자하다고 생각되기를 더 원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자비를 부적절한 방 법으로 베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체사레 보르자 는 잔인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그의 엄격한 조치들은 로 마냐 지방에 질서를 회복시켰고, 그 지역을 통일시켰고 또한 평화롭고 충성스러운 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만 약 보르자의 행동을 잘 생각해보면, 잔인하다는 평판 을 듣는 것을 피하려고 피스토이아(Pistoia)가 사분오열 되도록 방치한 피렌체인들과 비교할 때, 그가 훨씬 더 자비롭다고 판단될 만합니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신민들의 결속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 인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너무 자비롭기 때문에 무질서를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데에 반해 군주가 명령한 처형은 단지 특정한 개인들만을 해치는 데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신생국가는 위험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군주들 중에서도 특히 신생 군주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디도의 입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가혹하고 내 왕국은 신생 왕국이어서 나는 그런 조치를 취했고  국경의 구석구석을 방어했노라. 그렇지만 군주는 참소를 믿고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우유부단해서도 안 됩니다. 군주는 적절하게 신중하고 자애롭게 행동해야 하며,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서 경솔하게 처신하거나 의심이 너무 많아 주위 사람들 이 견디기 어려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 는 것 중에서 어느 편이 더 나은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제 견해는 사랑도 느끼게 하고 동시에 두 려움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 나 동시에 둘 다 얻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굳이 둘 중 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안 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간 일반에 대해서 말해줍니다. 즉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 하며 위험을 피하려고 하고 이익에 눈이 어둡습니다. 당 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당신에게 온 갖 충성을 바칩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막상 그럴 필 요가 별로 없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서 피를 흘리 고, 자신의 소유물, 생명 그리고 자식마저도 바칠 것처 럼 행동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정작 그러한 것들을 필 요로 할 때면, 그들은 등을 돌립니다. 따라서 전적으로 그들의 약속을 믿고 다른 대책을 소홀히 한 군주는 몰 락을 자초할 뿐입니다. 위대하고 고상한 정신을 통하지 않고, 물질적 대가를 주고 얻은 우정은 소유될 수 없으 며, 정작 필요할 때 사용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감사의 관계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악하 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관계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항상 효과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 며, 실패하는 경우가 결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 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움을 받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 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군주가 시민과 신민들의 재산과 그들의 부녀자들에게 손을 대는 일을 삼가면 항상 성취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처형이 필요하더라도, 적절한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합니 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 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 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 다. 게다가 재산을 몰수할 명분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 다. 약탈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군주는 항상 타인의 재 산을 빼앗을 핑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숨 을 앗을 이유나 핑계는 훨씬 더 드물고, 또 쉽게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군주는 자신의 군대를 통솔하고 많은 병력을 지휘할 때, 잔인하다는 평판쯤은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대란 그 지도자가 거칠다고 생각되지 않으 면 군대의 단결을 유지하거나 군사작전에 적합하게 만 반의 태세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니발의 활약 에 관한 설명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가 비록 수많은 종족들이 뒤섞인 대군을 거느리고 이역'에서 싸웠지만, 상황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없이, 군 내 부에서 또 그들의 지도자에 대해서 어떠한 분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그의 많은 다른 홀 륭한 역량과 더불어, 그의 부하들로 하여금 그를 항상 존경하고 두려워하도록 만든 그의 비인간적인 잔인함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잔인 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다른 역량 역시 그러한 성과를 거 두는 데에 충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별없는 저술가 들은 이러한 성공적인 행동을 찬양하면서도 그 성공의 주된 이유를 비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습니다. 한니발의 다른 역량들로는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 는 저의 논점은 스키피오가 겪은 사태에서 입증됩니다. 그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매우 훌륭한 인물로 평가 받았지만, 그의 군대는 스페인에서 그에게 반란을 일 으켰습니다." 그 유일한 이유는 그가 너무나 자비로워 서 적절한 군사적 기율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것보다 도 더 많은 자유를 병사들에게 허용했기 때문이었습니 다. 이로 인해서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원로원에서 그를 탄핵하면서 로마 군대를 부패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 했습니다. 그리고 로크리(Locri) 지방12)이 스키피오가 임 명한 지방장관에 의해서 약탈을 당했을 때, 스키피오는 그 주민들의 원성을 구제해주지 않았으며, 또한 그 지 방장관은 자신의 오만함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았 습니다. 이 모든 것은 스키피오가 너무 자비로웠기 때문 입니다. 실로 원로원에서 그를 사면하자고 발언한 인물은, 사람들 가운데는 타인의 비행을 처벌하기보다는 스 스로 그러한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 데에 탁월한 사람들 이 있는데, 스키피오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라고 변 호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군대 지휘 방식이 견제받지 않 고 방임되었더라면, 그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서 스키피 오의 명성과 영광은 빛이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원로원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유해한 성품 이 적절히 억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의 명성에 기여했습니다.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 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저는 인간이란 자신의 선택 여하 에 따라서 사랑을 하지만, 군주의 행위 여하에 따라서 군주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타 인의 선택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결 론을 내리겠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군주론 지은이 : 니콜로 마키아밸리

옮김이 : 강정인,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