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nt to give up on math, lower your expectations and continue studying little by little. Instead of completely quitting, reduce the pressure and maintain a natural study habit to avoid frustration and achieve better results in the long run. Focus on steady progress rather than scores and comparisons, keeping a relaxed mindset at your own pace.
15. 수학 포기할래요
포기하고 싶을 만큼 싫고 어려운 과목이 있다면 기대를 낮추자./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고 약한 부분이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보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크게 칭찬해야 한다.
주영이는 수학에 자신이 없다. 시험을 보면 점수 도 제일 낮고 수학 때문에 늘 골치가 아프다. 중 3 2학기가 되자 몇몇 친구들은 고등학교 수학책을 들고 다니기 시작하는데 자신은 1학년 수학에도 모르는 것이 많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선생님, 저 수학 포기할래요." "고등학교 가려면 해야 한다며?" "수학 점수 좀 안 나와도 고등학교는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포기하는 거야 쉽지. 그런데 네가 스스로 포기했다는 좌절감을 갖지 않을 수 있겠어?"
일주일간 수학을 1분도 공부하지 말아 보자
수학 때문에 골치가 아픈 학생이라면 '수학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어차피 해도 점수가 안 오르는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겠는가. 그런데 수학을 포기하면 정말 속이 시원할까, 수학 포기를 '연습'해 보기 위해 주영이에게 특별한 숙제를 내줬다. 일주일 동안 수학 공부 1분도 하지 않기. 일주일 공부 계획 중 '수학' 이라고 되어 있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놀거나 다른 과목을 공 부하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나 주영이를 다시 만났다. "수학 공부 안 하니까 어때?" "그냥 수학 공부했어요." "정말? 일주일 동안 계속?" "계속은 아니고요. 수학 공부할 시간에 학교 숙제도 하고 만화책도 보고 그랬는데요, 시간이 좀 남거나 특별히 할 거 없을 때는 그냥 공부했어요." 수학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더 묻지 않았다. 자신이 포기하겠다고 해 놓고 공부를 또 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민망할 텐데 선생님이 말을 더하면 '수학 포기'에 대한 생각이 점점 선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 이든 민감한 곳에는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최고다. 두 시간 공부를 마친 후 다음 주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수학 공부는 한 주 더 쉬어 보는 게 어때?" "(끄덕끄덕)" 다음 주에도 주영이는 수학 공부 시간을 그냥 비워 놓고 했다가 안 했다가 하며 보냈다. "주영아, 공부란 게 그런 거야. 시간을 정하고 수학 공부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답답하지. 그 시간에 맞춰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공부해, 포기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공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수학을 포기하면 포기했다 는 좌절감 때문에 더 스트레스가 심해질 거야. 수학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하면 평균이 올라갈 것 같지? 그렇지도 않아. 지금 포기하면 고등학교 때 에는 어떻게 하나 걱정이 더 늘 거야. 다시 시작할까 어쩔까, 다시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하나,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니까." 주영이의 수학 공부는 계속 포기한 척하며 이어 나가기로 했다. '포기하는 것보다 낫지'라는 생각으로 지금처럼 편하게 하는 것이다. 점수가 좀 덜 나오 면 '포기했으면 이 점수라도 안 나왔을 거야. 장하다'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자신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풀어 나갔다.
포기에 앞서 기대를 낮추어 보자
학생들이 취약 과목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왜 받을까? 성적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스스로 정해 놓은 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선(기대에 못 미치면 좌절해서 그만 둔다. 그러나 포기도 쉽지 않다.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조금이라도 하는 게 속 편하다. 중요한 것은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생각을 씻어 버리는 것이다. '국·영·수·과를 다 같은 학원에서 배우는데 왜 수학만 유독 점수가 이 모양일까' 라든지 '언니가 중3 때는 안 이랬는데, 언니만큼은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수학을 힘들게 만드는 거다. 그 정도 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스스로 정해 두고(이것은 부모의 영향도 크다) 힘들어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또 있을까. 포기하고 싶을 만큼 싫고 어려운 과목이 있다면 기대를 낮추자, 나에게 있 어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고 약한 부분이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보다 세심 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크게 칭찬해야 한다. 그 과목의 공부를 꾸준히 해 나가 고 있다는 안도감이 다른 과목 공부에도 힘이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주영이는 오히려 수학이 편해졌다고 한다.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다 함께 어려워졌으니 수학 점수가 유독 낮은 것도 아니 란다. 수학은 조금씩이라도 계속했던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오히려 공부하기 가 편한데 다른 과목은 여전히 중학교 때처럼 시험 직전 벼락치기를 하고 있 으니 더 골치라나.
포기 직전의 과목 다스리는 법
중학생들의 공부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자신만만하던 초등학교 시절을 벗 어나 '진짜 공부'에 몇 대 맞고 정신 좀 차리나 싶으면 특목고 대비 어쩌고 에 또 휘말려 학원 몇 달 다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벼락치기 하다 보면 고 입이 코앞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중학 시절 나만의 공부 습관을 몸에 익히 지 못하면 고등학교 가서도 아무 생각 없이 수능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모든 과목을 똑같이 잘하게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점수를 올리는 것 보다 각 과목을 대하는 태도를 정해 두는 것도 꼭 익혀야 할 자기 관리 방법 이다. 그렇다면 포기하고 싶은 과목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공부할 시간을 정해 두되 너무 얽매이지 말자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해도 좋고 놀아도 좋다. 그렇더라도 '이 과목 공부 안 했는데'라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 두면 그 과목을 공부하기 싫어 일부러 숙제를 오래 하는 등의 비효율적인 공부가 없어진다.
점수와 상관없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하기 싫은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노력하는 것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과목은 난이도를 높이려는 욕 심보다 내가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모두 다 푼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 과목을 공부하며 마음이 편해야 한다.
다른 과목과 비교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교당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적표 를 보며 과목끼리 점수를 비교하면서 평균을 다 깎아 먹네, 지난번보다 떨어 졌네, 하며 한탄을 한다. 각 과목은 하나하나 달리 대해야 하는 인격체와 같 다. 한꺼번에 공부하고 같은 잣대로 비교하지 말자.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짓' 아닌가. 모든 과목을 다르게 공부하고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자.
16. 영어 문법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영어를 문법 따로, 독해 따로, 단어 따로 공부하는 건 의미가 없다./ 시험에 나올 만한 문법 사항을 골라 따로 공부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험이 가까웠을 때나 해야 할 짓이지 평소에 그것도 한창 영어를 즐기며 배워야 할 중학생이 할 공부는 아니다.
중학교 2학년 유진이는 영어 문법에 대한 스트레스, 더 정확히 말하면 열등 감이 있었다. 영어 문법은 아무리 공부해도 모르겠단다. 단과 학원에 등록해 서 문법만 따로 강의를 들었는데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학원 선생님은 그날 배운 것을 예문까지 모두 다 외워 버리래요. 그래서 진 짜 노트에 있는 걸 줄줄 외운 적도 있어요." "외웠더니 어땠어?" "그래도 문제 풀면 다 틀려요. 나중에 해설 보면 다 배운 건데도 문제를 풀 때는 그게 생각이 안 나요, 정말 바본가 봐요. <성문 기초영어>부터 다시 봐야 할까요? "음...... 그건 좀 슬프다. 네가 영어 문법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도 자신 없는 영어 문법에 열등감의 쐐기를 박은 것은 외고반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서 본 시험이었다. "시험 보다가 울 뻔했어요. 영어 문법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 인 줄은 몰랐거든요. 풀 수 있는 문제가 진짜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도 한 두 문제는 쉬운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그냥 안 풀고 나왔어요." 유진이는 그 말을 하면서도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얼굴까지 빨개졌다. 외고반 등록을 포기한 것은 물론이고 더불어 외고 진학의 막연한 기대도 버 렸단다. 그러나 유진이의 영어 실력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라 고 해도 학원에서는 어려운 문법책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수준의 내용들도 모두 공부를 한 상태였다(물론 유진이는 다 까먹었다고 한탄했지만), 시 험에 종종 등장하는 전치사, 시제 변화, 관용구, 복수형 등은 외우다시피 하 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데 뭘 그래." "그런데도 문제를 보면 생각이 안 난다니까요. 그리고 시험에서는 이렇게 뻔하게 안 나오잖아요." 유진이의 말도 맞다. 문법 지식을 모두 알고 있어도 문제를 봤을 때 그것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일부 교재에서는 학생들이 풀지 못 하는 문제가 좋은 문제인 양 매우 '더럽게' 꼬아 놓은 문제들이 많다. 유진이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 비정상적인 문제들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문법 따로, 독해 따로, 따로 국밥식 영어 공부는 그만
"유진아, 너 오늘부터 영어 공부 열심히 해라." "네." "그 대신 문법 공부는 따로 하지 마." "네?" "영어를 문법 따로, 독해 따로, 단어 따로 공부하는 건 의미가 없어. 넌 우리 말 배울 때 문법을 따로 배웠니? 너, 국어책에 나오는 문장들을 문법적으로 분석할 줄 알아? 영어 중에서 문법만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야. 너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 문법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네가 못하는 것만 일부러 찾아내서 '역시 난 못해하고 있는 거야. 영어 문법책 다시 볼 생각 하 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해 보자." 가장 첫 번째 과제는 유진이의 관심사를 영어 문법에서 그냥 영어로 옮기는 일이었다. 영어는 그냥 영어로 익히면 되는 일이지 문법을 따로 떼어서 공부 한다고 문법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험에 나올 만한 문법 사항을 골라 따로 공부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험이 가까웠을 때나 해야 할 '짓'이지 평소에, 그것도 한창 영어를 즐기며 배워야 할 중학생이 할 공부는 아니다.
영어 읽기의 재미를 느껴 보자
유진이와 나는 문법에 대한 걱정을 묻어 두고 신나게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택한 것은 유진이가 갖고 있던 독해 문제집과 (The Secret)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원서)'였다.. 주로 독해 문제집으로 공부를 하고 (The Secret)은 내가 먼저 읽어 보고 좋은 내용이 있는 단락을 골라 유진이와 함께 읽었다. 독해 문제집을 볼 때에도 초점은 독해 지문에 두었으며 문제는 풀지 않았다. 문제를 풀다 보면 문제를 맞혔는지의 여부에 따라 감정이 들쑥날쑥 해서 영어 지문을 읽는 재미는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읽고 그 내용에 푹 빠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지문에 포함된 단 어들과 문장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문제 푸는 데 정신없는 학생들은 이렇게 충분히 즐기는 공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만 맞추면 그 지문을 다 아는 것이라 착각을 하게 된다. 얄팍한 공부, 그래서 실력이 쌓이지 않는 공부, 영 어 공부 따로 사고력 키우는 공부가 따로인 공부, 그러다 보니 항상 공부를 하면서도 늘 무언가 허전한 '쫓기는 공부'는 악순환만 되풀이할 뿐이다. 독해집의 지문 중에서도 신문 기사, 연설문 등이 공부하기에 좋았다. 처음에 는 순서대로 읽어 나갔는데 나중에는 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것을 골라 읽었 다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처음에는 대충한 번 읽고 무슨 내용인지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다. 해석이 아니라 핵심 내용에 대한 요약이다. 유진이는 읽은 것을 자기의 생각으로 재구성하고 자신 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 셈이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 무슨 내용인지 파 악이 안 될 때는 이 요약이 불가능하다. 그럴 때에는 모르는 단어를 찾고 다시 읽어 본다. 지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진이가 몰랐던 단어 가우리의 '수다' 중 어떤 내용과 연결되는지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문제 풀이에 한정되지 않는 영어 읽기'에 속도가 붙자 유진이는 점 점 많은 지문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읽다 보면 문장 속에 자신의 문법 노트에 적혀 있던 '공식' 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문법들을 반가워하며 우리 는 또 읽어 나갔다.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면 잘못된 문장은 절로 보인다.
중간고사가 닥쳤다. 읽는 대상은 교과서로 바꾸고 시험을 위한 문법 공부도 조금 했다. 그렇더라도 문법 사항들을 따로 외우지는 않았다. 교과서에 나오 는 문법들도 본문에 나왔던 문장들로 설명하고 있으니 그 문장들을 외우듯 여러 번 읽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교과서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평가 문제 집을 반복해서 풀었다.. 시험 결과는 훌륭했다. 빈칸에 뭐가 들어가야 할지 한눈에 보이고, 잘못 쓰 인 문장이 무엇인지도 쉽게 찾아냈다고 한다. 학원에서 문법을 배울 때에는 전체의 문장을 보지 않고 그저 문법만을 공부했으니 조금만 모아도 풀 수가 없었는데, 문장 자체를 여러 번 보아서 익숙해지니 시험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 을 잘 볼 수 있다'는 경험이 필요했던 유진이에게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 다. 수능, 토플이라고 다를까? 중간고사보다 범위가 넓을 뿐 시험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니 문법 공부하느라 진을 뺄 필요는 없다. 유진이는 영어 문법을 더욱 잘하고자 나를 찾아왔으나 나는 생뚱맞게도 문 법은 잊고 영어 자체를 공부하도록 조언했다. 유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 문법 공포증은 평가 방법이 만들어 낸 기우일 뿐이다. 신기하 게도 영어 문법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더 틀리지 않고 공부를 한다 해도 더 맞지 않는다. 문법 문제라고 나온 것들도 잘 살펴보면 관용구나 숙어, 주 어에 맞는 동사 등, 영어 자체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들 이다. 좋은 영어 문장이 익숙해지면 어색한 문장들은 자연스럽게 눈에 거슬 릴 것이다. 영어 시험에 나오는 문법 문제들은 그렇게 풀면 되지 않을까, 왜 어색한지 설명할 수 없더라도 언어적 직감으로 잘못된 문장임이 느껴진다면 완전한 문법의 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는 과목, 어떻게 해결할까
공부를 하다 보면 숨이 '혹' 막히는 순간이 있다. 요리조리 생각을 해 봐도 똑 떨어지게 해결이 나지 않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생들은 그 문제를 꽁꽁 잘 싸서 나에게 가져오지만 내가 무슨 하나님인가, 한번에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거다. 문제에 폭 빠져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저 '영문법이 어렵긴 어렵구나. 그래도 어쩌겠니, 열심히 해야지'라는 뻔한 답밖에 얻지 못 한다.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내 마음속에 뒤섞여 있는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내가 영문법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그야 영어 점수 잘 받기 위해서지.' '영어 시험에 문법만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어 문법만 힘들게 공부할 필요는 없잖아! 수능 시험도 독해가 대부분이고 문법 문제보다 듣기 문제가 훨씬 더 많아. 문법을 못하면 다른 걸 더 열심히 해서 점수를 올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 '뭐야, 나 문법 공부 안 할래. 괜히 복잡하기만 하고,' '그래, 하지 말자. 대신 독해랑 듣기나 더 열심히 하자.'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서자
이런 식으로 그 문제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아주 간단하다. 대부분 공부를 하며 부딪히는 고민들은 별것도 아니다.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해서 겁을 주는 우리나라 입시 교육의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휘말린 것에 불과하다. 내가 지금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더 잘하기 위해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서자.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 밖으로 나오는 일이다.
17. 노트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예술적인 성향이 강한 학생에게 노트 정리한 휴식과도 같은 것이다. 온갖 색들을 바라보며 어떤 색을 쓸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단 노트정리를 미루지 않는다는 것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민이를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5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민이의 성적은 반 에서 3~4등, 전교에서는 45등 정도였다. 물론 충분히 잘하고 있었지만 누구 나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것까지 다 해내야 하는 법.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려고?" "외고 가려면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하잖아요." "그럼 공부할 때 가장 마음에 안 차는 게 뭐야?" "노트 정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얼마나 많이 걸리는데? 전 과목을 다 해?" "네. 원래는 매일 조금씩 해야 하는데요. 시험 기간에 막 몰아서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문제집은 제대로 못 풀고 시험 전날 파바박 넘어가요."
왜 노트 정리에 그렇게 정성을 쏟는 걸까
민이는 중학교 올라와서 본 다섯 번의 시험이 모두 영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제 기말고사가 한 달 남았는데, 이번에는 방법을 좀 바꿔서 공부를 하려고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수하기 짝이 없는 학생들도 자신의 공부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 공부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만족하는 것이 아 닌 것이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면 그것이 아쉽고 거슬리는 법이다. 민이도 그런 마음이었다. 민이의 대답에서 주목할 것은 상위 5%로 가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있을 텐 데 굳이 '노트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딱 집어 이유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상위 5% 안에 들더라도 비효율적인 노트 정리 방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이는 여전히 불안해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상위 5%' 보다 '노트 정리 방법'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전 과목 노트 정리를 다 한다고? 학교에서 쓰지 않아도 네가 스스로 정리 한다는 말이지?" "네." 여기서 어머니가 몇 마디 거든다. "선생님, 얘 노트 말도 못해요. 노트만 보면 전교 1등감이에요. 얼마나 대단한지, 선생님들도 놀라신다니까요. 노트만 보면 민사고 가겠다고 그래요. 제가 보기에도 웬만한 참고서보다 낫다니까요. 대충 빨리 써도 될 텐데 그렇게는 안 해요. 꼭 자기가 해야 할 만큼 다 해요." 민이는 왜 노트 정리를 완벽하게 하려는 걸까. 더구나 핵심 내용만 잘 담으 면 될 텐데 왜 온갖 색펜으로 그림까지 다 그려 가면서 시간이 더 걸리게 만드 는 걸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간단히 해야지'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민이 의 심리 검사 결과를 보면 민이의 노트 정리에 담긴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하며 예민하고 섬세한 이상 성향이 결합되어 있 는 유형입니다....... 이 학생은 어떤 사람보다도 책임감이 강하고 정의감에 불타며......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비합리적이거나 일관성이 결 여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며.........
민이의 예술적 성향이 노트를 찬란한 색펜으로 물들게 했고 철저한 규범적 성향이 완벽주의를 불러와 대충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들은 민이 의 타고난 특성으로 공부를 할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뿐이다. 그러니 이 성적인 판단으로 고칠 수 없다.
노트 정리가 즐겁다면 즐거울 수 있을 만큼만 하자
검사 결과를 보면 민이는 예술적 성향이 특히 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교내 합창 대회에서 지휘를 맡아 지휘자상도 받았고 심사위원 선생님의 심 사명은 당장이라도 음대에 보내야 할 듯한 기세였다고 한다. 실제로 민이는 중학교에 오기 직전까지 다양한 악기들을 배웠다. 공부하다 쉴 때에도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세 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며 풀기도 한 단다. 마음이 지쳤을 때 피아노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은 민이의 예술성 이 피로 회복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학생에게 노트 정리란 휴 식과도 같은 것이다. 밑줄을 긋고 별표를 그릴 때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색펜 들을 바라보며 어떤 색을 쓸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숨어 있는 예술 성이 살아나면서 피로를 덜어 주기 때문이다. 민이는 공부를 하기 위해 노트 정리를 하기도 하지만 노트 정리를 하며 공부의 지루함을 덜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노트 정리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공부 시간이 부족해지면 노트 정리를 간략히 하고 다른 공부로 넘어가면 될 텐데 민이의 또 다른 성향인 완벽성과 책임감이 대충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렇 게 되면 노트는 더 이상 휴식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학습 효과도 안 나는데 그냥 넘어가기 불안하니 끙끙거리며 부여잡고 있는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그래도 민이에게는 노트 정리를 즐기며 하라고 권해야 한다. '노트 정리하 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아쉽지만 그만해라'라고 지도한다면 민이는 공부 가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복습이라는 학습 효과를 포기할 수 는 없으니 '노트 정리를 미루지 않는다'는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예습 복습은 어떻게 하고 있어?" "예습은 수업 시작하기 직전에 책 넘기면서 흩어보고요. 복습은 좀 원래 노트 정리하면서 해야 하는데.. 노트 정리가 자꾸 밀리니까 복습까지 는 잘 못 해요." "민아, 노트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매일 복습을 못 하고 있다는 거야. 노트 정리는 못 해도 괜찮지만 복습은 꼭 해야 되거든, 복습은 꼭 노트 정리를 하면서 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너는 노트 정리를 하면서 즐겁잖아. 공부하다 좀 쉬는 느낌도 나고, 그치? (아주 크게 끄덕끄덕) "그러니까 노트 정리를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지. 그렇지만 노트 때 문에 복습이 미뤄져서는 절대 안 돼, 한 시간 수업 하면서 배운 것은 얼마 되 지 않으니까 꼭 그날그날 노트 정리를 하자. 알았지? "노트 정리를 할 때에도 쓰고 그리는 거에 너무 몰입하지 마. 복습한다는 생 각이 더 커야 해."
시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노트 정리 습관
그날의 노트 정리로 복습을 할 수 있다면 시험 기간에 몰아서 노트 정리를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험 기간에는 어떤 공부 를 해야 할까. 민이가 원하는 최상위권으로 들어가기 위해 꼭 풀어야 할 문제 이다. "영어는 과외하고 수학은 학원을 다니는데요, 영어 과외는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들이니까 그냥 하는데, 수학 학원은 시험 한 달 전부터 안 가요." "그럼 시험 준비를 한 달 동안 한단 말이야? 네." 다시 거드는 민이 어머니. "학원 선생님도 무슨 시험 공부를 한 달이나 하느냐고 놀라더라고요. 근데 얘는 그렇게 해야 겨우 노트 정리하고 시험 보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기말고 사가 7월 1일부턴데 이제 한 달 남았잖아요. 그래서 서둘러 선생님께 상담하 러 온 거예요.." "민아, 시험 공부를 한 달 전부터 할 필요는 없어. 진도도 아직 다 안 나갔잖 아. 평소에는 노트 정리 밀리지 않는 것만 주의하고 시험 준비는 일주일에서 열흘 전부터 해도 돼, 한 달 동안 하다가 갑자기 일주일로 줄이면 불안할 테 니까 이번에는 2주 전부터 준비하자. 시험 기간에는 과목별로 문제집을 두권 씩 풀도록 해, 출판사가 다른 걸로 사는 게 좋겠지? 지금까지는 어떤 문제집 을 풀었어?" "학교 기출 문제 문제집이요." "그럼 그거는 계속 풀고 다른 문제집 하나를 더 사면 되겠다. 특히 사회 같 은 건 외울 게 많으니까 노트만 보고 외우면 힘들어, 시험에도 뭘 외워서 쓰 라는 건 안 나오잖아. 문제를 풀어 보면서 공부한 걸 자꾸 생각하다 보면 머 릿속에 내용이 자리 잡을 거야,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게 나오면 해답 대신 네가 쓴 노트를 찾아봐. 문제를 풀다가 몰라서 해답을 봤는데 더 모르는 경우도 많지? "네, 진짜 좌절이에요." "해답은 네가 잘 모르는 문제를 다시 모르는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그 래. 그런데 노트는 네가 쓴 거니까 찾아보기 쉽지. 알아보기도 쉽고, 그러면 서 노트를 반복해서 보게 되는 거야. 노트에 보충 필기를 할 수도 있고." (끄덕끄덕하며 열심히 받아 적는 민이) "문제집은 2주 동안 풀고 시험이 시작되면 다음날 시험 볼 과목의 문제집이 랑 노트를 다시 보면 충분하지, 시험 전날은 여유로워야 해, 몰아서 막 하는 건 불안함을 어떻게 해 보려는 욕심이지 공부가 아니야. 더구나 시험이 코앞 인데 밀린 필기를 하고 있는 건 정말 위험한 거야." 민이는 내 설명을 들으며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열심히 적었다. 상담을 마 무리할 때가 된 것 같아 민이에게 질문할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문제집 풀 때 오답 노트는 어떻게 해요? "지금까지는 했었니? "그럼 시간이 더 많이 걸리잖아." (피식 웃으며 끄덕끄덕)" "시험 기간에 문제집 풀 때는 오답 노트를 따로 안 해도 돼, 민이가 오답 노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지. 오답 공부도 되지만 노트 정리가 재미있 으니까. 햇갈리는 문제는 다시 풀어 보고 적을 게 있으면 문제집 여백이나 포 스트잇을 붙여서 적어. 그래야 다시 볼 때도 편하니까, 오답 노트는 시험 끝 나고 시험 문제 가지고 해." "(끄덕끄덕)" "예쁘게 적는 게 재미있는데, 자꾸 적지 말라고 해서 서운하겠네? 그래도 다 즐길 거리가 있어. 팬 대신 포스트잇에 흥미를 가져 봐. 크기별 모양별로 꼭 붙여야 할 상황에 맞게 골라 붙여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야." "아, 맞아요. 완전 예쁜 것도 많아요." 또 질문? "잠은 몇 시에 자야 해요? "지금은 몇 시에 자는데? "평소에는 12시 반에서 1시 정도에 자고요. 수행평가 숙제 많을 때는 2~3시정도에 자요. 시험 기간에도 2~3시에 자요." "1시나 2시에 잔다는 생각은 이제 마음에서 지워, 열한 시 이전에는 잠자리 에 놓도록 해. 내 마음에 11시라고 정해 놓으면 그 시간에 맞춰서 집중하게 되거든. 그렇지 않으면 은근히 2~3시까지 버티게 되는 거야." "네." "또 질문?" "선생님 읽으셨던 책 중에 재미있었던 거 몇 개만 알려 주세요." 민이의 마지막 질문은 이제 상담을 끝내도 좋다는 신호였다. 민이의 독서 수준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내가 재밌게 읽었던 책을 그대로 추천해 주어도 무리가 없었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주고 민이와 헤어졌다. "내일부터 당장 그날 수업은 그날 정리하는 거 잊지 마. 그 동안 밀린 것들은 놔두고 내일 것부터 하는 거야. 그동안 밀린 거는 주말에 조금씩 하고, 아니 면 수업 시간에 자습할 때도 있잖아. 그때 하면 좋지, 밀린 거 마음에 두느라 그날 할 복습 못 하는 것처럼 미련한 것도 없어. 알았지?" "네." 나가려고 일어서 있던 민이는 선 채로 메모를 했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 는 학생들은 들은 대로 실천하려는 적극성을 보인다. 그러한 태도가 그 학생 들을 우수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우수해지고 싶다면 우수한 사람들의 태도를 먼저 몸에 익힐 일이다.
똑똑한 노트 정리법
공부에 노트를 활용할 때에는 철저히 내 머릿속의 지식 체계가 노트와 일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생각이 먼저고 노트는 그에 따라오는 도구 정도로 인식하자. 노트는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는 것이므로, 어디다 어떻 게 적는지는 자유롭게 정하는 게 좋다.
노트는 내 머릿속의 자식을 연결하는 과정에 필요하다
칠판에 적힌 내용을 옮겨 적는 단순 기록은 내 노트가 아니다. 나의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기록은 내 짝과 복사기가 대신할 수 있다.(요즘은 칠판에 적힌 중요한 필기 내용이나 공지 사항 등을 폰카로 찍기도 한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을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 공부이고, 이때 노트가 활용되어야 한다.
무조건 쓰면서 공부해야 잘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가 잘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 반 1등이 쓰면서 공부한다고 해서 그 친구의 노트를 그대로 따라 쓸 필요는 없다.
예쁜 노트보다 생각이 담긴 노트여야 한다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자. 각양각색의 펜으로 깔끔하게 노트 정리를 잘하는 것도 취향이고 재능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모자란 부분을 채 우며, 공부 중에 떠올랐던 생각들이 담겨 있다면 좋은 노트이다. 노트를 반복 해서 보았을 때 사고가 확장되고 지식이 연결된다면 완벽한 노트이다.
추가하고 삭제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한 번에 완전하게 되는 공부는 없다. 당연히 한 번에 정리되고 완성되는 노트도 없다. 계속 들춰 보고 중요한 것은 밑줄 그으며 추가 자료를 덧붙이고 필요 없는 것은 지워 나가는 과정이 공부다.
문구점에서 파는 것만 노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16절 노트만 노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주 요 사항만 기록하는 것이 편한 학생이라면 일반 노트는 너무 크다. 쓴 게 없으니 괜히 공부 안 한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런 학생은 손에 잡기 쉬운 크기의 수첩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공부하다가 확장되는 내 생각 이 기록되어 있다면 교과서든, 시험지든, 수첩이든 모두 노트가 된다.
18. 귀찮고 힘든 오답 노트, 계속해야 할까요?
오답 노트를 숙제로만 했던 학생들은 오답 노트의 효과를 알지 못한다. 내 공부가 될 수 있도록 오답 복습을 해야 한다./ 오답 노트라고 해서 꼭 '노트'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자.
"다음 주에는 어떻게 공부할래?" 학생과의 공부를 마칠 때마다 내가 묻는 말이다.. "하던 대로 복습하고 문제 풀면 될 거 같아요." "그래라." "아, 근데 영어는 많이 못 할 거 같아요. 선생님이 지난번에 본 모의고사 오 답 노트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어떻게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려?"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은 다음 일주일 공부를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한다. 스스로 숙제를 내는 것인데,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틀린 문제를 쓰고, 문제는 붙여도 된댔어요. 모르는 단어 뜻이랑 해설 쓰는 거예요." 선이가 오답 노트를 보여 준다. "우와 단어 찾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문제도 오려 붙이고 해설까지 적으려면 장난 아니겠다. 팔 아프지 않아?" "그래도 할 만해요. 이렇게 오답 노트 열심히 해 본 적 없거든요. 한 페이지에 한 문제씩 하니까 눈에도 잘 들어오고 공부도 잘되는 거 같아요." "시험지 뒤에도 틀린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 "복사하면 돼요."
오답 노트, 붙이고 쓰면 끝?
평소와 달리 정성껏 쓴 글씨 하며 공부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것 같아 말을 아졌다. 그래도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한두 문제 정도야 괜찮겠지만 열 문 제 스무 문제를 다 정리하려면 보통 수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고만큼 효과 가 나면 좋겠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일주일 후, 공부하는 날이 되어 선이를 만났다. 가장 궁금했던 오답 노트부터 물었다. "오답 노트는 잘했어?" "하긴 했는데요. 힘들어서 죽을 뻔했어요." 노트를 살펴보던 내 입가에 웃음이 비져 나왔다. 처음에는 정성껏 하다가 뒤쪽으로 갈수록 하기 싫은 표시가 났다. 해설도 쓰지 않고 답지를 그대로 오려 붙여 놓았다. 단어를 찾아서 쓰면서도 졸았는 지 글씨가 춤을 춘다. "거봐, 힘들 거라고 했잖아." "진짜 겨우겨우 했어요." "여기 쓴 단어들 다 생각나? "안 나요." "그런데 이 고생을 왜 하냐. 숙제니까, 그치?" "네. 이런 숙제 좀 안 내 줬으면 좋겠어요. 완전 막노동 같아요." 열 받은 선이는 얼마나 숙제가 많은지 비처럼 쏟아지는 수준이라며 한탄을 했다. 어떤 선생님은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숙제도 내 주시고 그것 때문에 애들이 다 고생이라며 온갖 불평들을 꺼내 놓았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학습 의욕을 잃기 쉽다. 공부할 맛이 싹 달아나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런 '씹는 수다'는 허무한 숙제에 대한 뒤풀이라고 봐야 한 다.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탁 털어 버리고 다시 내 공부로 돌아오면 된다. "숙제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짓은 안 했겠지?" "네." "선생님도 애들이 숙제를 이렇게 형식적으로 해 오는 걸 아실 텐데 왜 매번 이렇게 숙제를 내 주실까?" "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숙제를 하지 않으면 그나마 시험지를 책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야. 너만 해도 그렇지 않아? 숙제 아니었으면 틀린 문제 복습을 언제 하기나 하겠어? 하려고 생각만 하지 진짜 하지는 못할 걸?" "그건 또 그래요."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그 숙제를 아무 생각 없이 오리고 붙이고만 하는 건 아니야. 그중 몇 명은 자기 공부가 되도록 숙제를 하기도 할 거야. 숙제가 아니라 내 공부를 하는 거지." "하긴, 제 짝은 진짜 열심히 했더라고요." "선생님이 문제 붙이고 모르는 단어랑 해설 써 오라고 했다고 해서 '붙인 다', '쓴다'에만 마음을 두어서는 안 돼. 오답 노트는 오리고 붙이는 미술 숙제가 아니거든. 내 공부를 하려면 '붙이고 쓰면서 공부할 게 뭔가를 찾아야 하는 거야."
시험지 자체를 오답 노트로 활용하자
오답 노트를 숙제로만 했던 학생들은 오답 노트의 효과를 알지 못한다. 형 식적으로만 오답 노트를 해 보고 '뭐 별거 아니네', '안 해도 되겠네' 라고 생 각해 버리는 것이다. 선생님이 숙제의 형식을 엄격하게 정해 숙제를 내 주시 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공부가 될 수 있도록 오답 복습을 해야 한다. 오답 노트라고 해서 꼭 '노트'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자. 시험지 복습을 할 때에는 시험지 자체를 오답 노트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떤 과목이든 그림이나 사진, 그래프, 제시문 등 문제를 옮겨 적기 어 려운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고 그래서 오려 붙인다 해도 뒷면을 복사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이에게 알려 준 영어시험 오답공부 방법이다. 모두들 실천해 보자.
1) 제시문에 모르는 단어는 밑줄을 긋고 시험지 왼편이나 오른편 여백에 모 르는 단어와 간단한 뜻을 적자, 단어 공부는 문맥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 지문 속의 문장이 그 단어의 예문이라고 여겨야 한다.
2) 해설은 모두 적지 않고 헷갈리는 부분만 적는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만 밑줄을 그어 놓고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다(분량이 많지 않다면 문제 아래 여백에 써도 좋다).
3) 복습은 제시문을 읽어 보는 것으로 한다. 단어 뜻과 해설은 가리고 제시 문만 2~3회 읽는다. 이렇게 하면 몰랐던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된다.
4) 단어 공부를 위해 단어장에 단어를 다시 옮겨 적지 말자. 시험지를 문제 하나 보일 만한 크기로 접어서 들고 다니며 그것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제 시문에 모른다고 밑줄 그어진 단어들은 일단 눈도장 찍으며 뜻이 떠오르면 넘어가고 모르면 문장을 읽어 보고 유추한다. 그래도 생각이 안 나면 적어 둔 뜻을 본다.
오답 노트를 만드는 이유는 내 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해서 실력을 높 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두 가지(약점 파악과 실력 향상)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답 노트를 했다고 볼 수 없다. 선이가 숙제로 한 오답 노트는 '노트 행위" 일뿐이었다. 꼭 노트에 적지 않더라도 오답 노트의 효과를 내며 공부했다면 오답 노트를 잘 실천한 것이다.
숙제만 하는 오답 노트? 공부를 하는 오답 노트
선생님이 오답 노트 숙제를 내 주셨을 때 나는 어떻게 했는가.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오른쪽 분류를 보며 생각해 보자. 혼자 공부하는 경우라면 나에게 딱 맞는 오답 노트를 작성할 수 있겠지만 숙제로 제출해야 할 때에는 그렇지 않다. 선생님이 정해 주신 방법이 있기 때 문이다. 선이가 아무리 시험지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해도 노트를 '제출하 지 않으면 숙제를 안 한 꼴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융통성이다. 선이는 오 답 복습한 시험지를 복사해 문제와 단어 기록, 해설을 그대로 오려 붙이면 된 다. 문제와 여백에 단어 공부한 흔적이 있으니 숙제 규칙은 모두 지킨 셈이 다. 문제는 물론 해설까지 오려 붙여 낸 것보다 훨씬 훌륭한 숙제다. 숙제 검사용으로만 하던 오답 노트에 나다움을 입혀 보자, 숙제에 내 생각 이 능동적으로 입혀지면 그것이 나다운 공부의 완성이다.
숙제만 한다 : 어떻게 해서든 '틀린 것 한 번씩 쓰기'를 빨리 마치려는 경우, 몸과 마음은 텔레비전에 있고 손만 노트 위에 있다.
숙제를 한다 : 책상 앞에 앉아 단정히 숙제하지만 '붙이고 쓰기에 더 몰입한다. 처음에는 잘하나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왜 이렇게 틀린게 많은지 한숨 쉬며 남은 문제들을 세어 본다.
공부도 한다 : 숙제를 하며 공부가 되도록 애쓴다.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 본 뒤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모 르는 단어는 외운다.
공부를 한다 : 숙제가 곧 공부다. 숙제를 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의 방법을 내 공부로 활용하려면 어 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다. 맞았더라도 찍었거나 헷갈린 문제라면 오답 정리를 한다.
하기 싫은 수백 가지 일들 해치우기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공부해야 하는데', '이거 밀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늘 늦잠을 자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데'라 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일은 이미 끝난 거다. 뭔가를 정말하고 싶거나 꼭 해 야 할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에 종이 치면 밥 먹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기 싫을 때 이성적으로 '해야 하는데'로 생각하는 장치를 동원해 마치 '하고는 싶은데 하기가 어렵다'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하기 싫 다'는 마음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하고 싶을 때는 '해야 하는데'를 떠올리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고 몸을 먼저 움직이자
뭘 돌려 생각하는가. '해야 하는데'가 떠올랐다면 그냥 해 버리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일어나야 할지 말지 생각하기 전에 몸을 일으켜야 한다. '일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뭉그적거리게 된다. 그냥 일 어나자. '밀리지 말고 오늘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기 전에 책상에 턱 앉아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나의 생각에 속지 말자.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하 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 절대 아니다. 해야 한다면 해 버리자,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하자.
잡생각이 끊이지 않을 때
공부를 하다보면 아주 사소한, 그러나 계속 하고 싶어 거슬리는 것들이 있 다. 문자 보내고 싶은데, 저 책 조금만 더 읽고 싶은데, 저 기사 클릭해보고 싶은데... 같은 생각이다. 종종 '아니야 공부해야 돼라는 착한 생각으로 넘 어 가려하겠지만 이미 집중은 흐트러진 상태다. 무시할 수 있는 녀석들이라 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무시한다는 인식도 없이 벌써 무시했 기 때문이다. 공부란 생각을 연결하는 일이어서 그 생각 중에 무언가 끼어들 면 효과가 떨어진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해버려야 깔끔하다. 문자 보내 고, 기사 클릭해서 읽어보고, 책을 좀 더 읽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그 20분 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싶은데'라는 마음 위에 '아니야 공부해 야 돼'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집중은 탁해질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해버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마음에 걸리는 것을 해치우자. 깔끔하게 공부하자.
19. 매번 똑 같은 문제를 틀려요
문제집의 요점 정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문제부터 풀어 보자./ 비슷한 문제를 연달아 풀다 보면 문제 속 개념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요약 정리를 암기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재석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다. 늘 건들건들한 스타 일이지만 초등학교 때에는 성적이 곧잘 나왔기 때문에 큰 걱정이 되지 않았 었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받은 첫 중간고사 성적표는 충격적이었다. '중학교 에 가면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더라'는 말이 막상 내 일이 되자 재석이와 부모 님은 크게 흔들렸다. '중간고사는 첫 시험이니까 잘 못할 수도 있는 거야'라 고 마음을 정리한 후 기말고사를 보았지만 역시 비슷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이 일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 신감을 잃은 재석이와 혼란스러운 부모님은 다툼과 격려를 반복하며 여름방 학을 보냈다. 방학 동안 어머니는 학습법 책을 사다 읽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재석이의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살폈다. 2학기 중간고사가 걱정 되기 시작될 무렵,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어머니가 나에게 메일을 보내셨다. 재석이와의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학교 1학년이 겪는 학습 격차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그 압박감이 부 모님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슬쩍 가르쳐 주어도 못하는 것이 없었던 재석이가 중학교 공부에서 완패를 하자 부모님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하고 서로 당황하여 다툼이 끊이지 않았 고, 자존심이 센 재석이는 그 상황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물 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바닥까지 내려갔다.
원리를 깨닫는 기쁨으로 맛보는 공부 재미
"뭐, 선생님이 오신다고 달라지겠어요?" 나와 공부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어머니가 물었을 때 재석이가 했던 말 이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재미없는 공부를 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재석 이는 내가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이 선생님은 엄마와 작당하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안도를 의미한다. 문제를 풀 때에도 채점은 재석이에게 하도록 하고, 틀렸을 때는 왜 틀렸는 지 공부한 후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다. 틀린 문제에 대해 나의 반응이 전 혀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 다. 그동안 내가 재석이에 대해 파악한 것 중 하나는 정리된 내용을 읽을 때 보다 문제를 풀 때 더욱 눈이 반짝인다는 점이었다. '재석이 다운 공부'의 실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할까?" 나는 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택하게 한다. 재석이는 과학 이라고 답했다. "오늘 학교에서 수행평가 봤는데, 이런 그림 나오는 문제는 하나도 못 풀었어요." 재석이는 문제집을 뒤적이며 수행평가에서 봤던 그림들을 가리켰다. "그럼, 그거 공부하자." 나는 대충의 원리를 설명해 주고 재석이에게 문제를 풀어 보라고 했다. 한 참을 헤매다가 오답을 내놓는다. "이거 맞아요?" 나는 다시 한 번 조금 전에 설명한 원리와 이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 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같은 원리가 포함된 다른 문제를 풀어 보라고 했다. 비슷한 그림을 보자 재석이는 '어, 이거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한참을 궁리하더니 정답을 찾아냈다. 내가 신나게 '빙고!'라 고 외치자 재석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풀었는지 설명을 하기 시 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 설명도 맞았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내가 웃어 보 이자 신이 난 재석이는 "진짜 맞았어요?'를 연발하며 해답을 뒤져 해설을 읽 어 본다. 남이 읽어 보라고 했으면 저렇게 신나게 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해설의 내용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자 수행평가에 눌려 있던 재석 이의 자신감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곧이어 같은 그림에 약간의 응용이 더해진 문제를 제시했다. 재석이는 이제 거침이 없다. 재빨리 풀어 나에게 보이고는 "다시 해 봐"라는 내 말이 떨어지 기 무섭게 문제를 다시 읽는다. 두 번째 풀었을 때는 정답이었다. 이번에도 시키지 않은 '문제 해설'을 늘어놓는다. 하나의 개념을 이렇게 터득하고 나자, 재석이는 내가 제시하는 문제들에 신 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문제들을 풀면 자신의 생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석이가 연이어 풀었던 문제들, 개념을 이해했어도 다르게 물어보면 아리 송하다. 유사한 문제를 연달아 풀면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각적으로 반복하 게 되어 지식이 탄탄해진다.
비슷한 문제를 연달아 풀면 개념이 보인다.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다른 개념 이해로 넘어갔다. 물론 다른 개념 이 해라는 건 내가 속으로 한 판단이고 재석이는 그냥 다른 문제를 풀었다고만 느낄 것이다. 이번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뜸 문제만 내밀었다. "어? 이번에는 용수철저울이 두 개네." 용수철저울 하나짜리 문제는 거뜬하게 해냈는데 두 개가 나오자 당황해하 는 것 같았다. 힘의 합력이니 뭐니 하는 설명들은 재석이에게 졸릴 따름이다. 재석이의 반응은 솔직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난 또 설명 없이 다른 문제를 내밀었다. 비슷한 그림에 조금 쉬운 문제였다. 재석이의 눈이 다시 반짝인다. 두 개의 문제를 번갈아 읽으며 두 문제와 비슷 한 그림 사이의 공통된 원리가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좀 어렵니? 한 단계 쉬운 것을 먼저 풀어 볼까?" 재석이가 함께 풀었던 2문제, 같은 그림에 다른 내용을 묻고 있으니 두 문제 가 담고 있는 공통 원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재석이에게 타협안을 제시하자 재석이는 자존심과 승부욕을 내보였다. "아니에요, 잠깐만요. 알려 주지 마세요. 잠깐만요." 1분쯤 시간이 흐르자 재석이는 두 문제 모두에 정답을 적었다. 난 진심으로 놀랐다. 우리는 흔히 개념을 모두 이해한 다음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 문제를 푸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곤 한다. 이 고정관념은 개념을 이해하려다 졸거나 모두 이해했음에도 문제 풀이를 잘 못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좌절로 몰아넣는 다. 뭐가 먼저인들 어떠랴. 내가 즐겁고 신나게 공부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사실 책에 적힌 개념 정리라는 것이 모두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읽다 보면 아는 것도 헷갈린다. 수리·추론 능력이 언어 능력보다 탁월한 학생들은 탐구 과목의 개념을 문장으로 익히는 것보다 문제로 '느끼는' 것이 더 쉽고 정확 하다. 재석이는 문제를 보며 무언가 원리를 터득해 갔던 것이다. 요약 정리를 암 기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도 느꼈다. '이런 게 공부하는 거구나 라는 체험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재산이다. 특히 막 사춘기가 시작 되는 남학생들은 자존심과 승부욕이 공부할 때에도 펄떡거린다. 본성에 가까 운이 힘은 매우 강한 에너지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조금만 지혜를 짜내어 도와주면 얼마든지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비슷한 문제 연달아 풀어보기
같은 원리가 포함되어 있는 다른 문제를 연결하여 풀어 보는 것은 매우 효 과적인 공부 방법이다.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되는 내용도 시험에 나오면 틀 리지 않던가. 공부한 것이 헷갈렸다고, 까먹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 지식을 완전하게 연습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
개념 공부 후에는 문제 풀이로 완전히 소화
하나의 개념을 공부하고 난 후에는 그것을 다룬 다양한 문제들을 가능한 곧 바로 연달아 풀어 보자. 그 문제 풀이는 이제 막 공부한 지식이 내 머리에 찰 싹 달라붙도록 도와준다. 그뿐만 아니라 조금씩 다르게 변형된 문제들은 하 나의 개념을 다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
문제집에 있는 비슷한 문제 다 모여!
중고등학교의 모든 과목은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 두 권 정도면 충분하다. 두 권을 차례대로 푸는 것보다 한꺼번에 두 권을 펼쳐 놓고 공부해야 좋다. 특히 이해가 잘 안 되는 주제, 공식, 그림 등을 공부할 때는 두 권의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모두 풀어 보자. 묻는 방법만 다를 뿐 핵심 원리는 같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문제를 골라 풀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다면 신중하게 문제의 연관성을 찾아 풀 문제를 골라 주는 것이 좋다. 재석이가 문제를 푸는 동안 나는 다른 문제집을 뒤적이며 연결하여 풀면 좋은 문제들을 골랐다. 복잡한 이해를 요하는 공부 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풀어"라는 단순한 지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거리 읽을거리 : 단순 반복 영단어 공부는 이제 그만!
함께 공부하는 중1 학생이 학원 숙제 라며 주테 영어 단어를 열 번씩 쓰고 있 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쓸까 하나, 둘, 셋, 넷, 세어 가며 꼭 열 번을 맞춥니다. "여덟 번 정도만 써도 되지 않을까? 그 모습이 안쓰러워 물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해도 선생님이 모르고 그냥 넘어갔는데요. 요즘엔 검사를 철저하게 해요." 차라리 한두 단어를 아예 빼먹는 것이 낫다는 아이. 뛰는 선생님 위에 나는 학생들이지요. 학생들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도망갈 구멍을 다 찾아 놓는 법입니다. 팔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며 쓰더니 20분쯤 걸려 다 했다고 좋아합니다. 영어 숙제를 왜 저토록 재미없게 내 주는 걸까요. '시험에서 틀린 단어가 무 슨 뜻인지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할 수 있도록 공부해 오기'라고 하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그 학원에는 학생들이 '열라' 많으니 그렇게 내 줬다가는 검사하는 데만 3박 4일이 걸릴 겁니다. 뭐, 학원만의 문제일까요. 지금의 학 원은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있으니 학교도 비슷합니다. 숙제는 학생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내야 합니다. 학생들은 숙제하며 성 장해야 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새로운 단어와 만나는 기쁨을 학 생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단어가 나에게 말하는 뜻은 무엇일까. 곰곰 이 생각해 보면 단어의 다양한 쓰임이 저절로 이해될 텐데요. 아주 옛날에 쓰 인 의미와 현대에 쓰이는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보고, 왜 다른지도 알 아보면 역사와 어원, 사회 공부가 한꺼번에 될 겁니다. 나답게 배우고자 한다면 깊고 느린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 많은 공부거리 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면서 끄덕거리며 공부해야 합니다. 단어 열 번 쓰기 숙제를 내 주는 학원은 이제 좀 그만 다녔으면 좋겠 습니다. 스스로 영어책 읽으며 모르는 단어는 자유롭게 공부하면 어떨까요. 그래도 성적은 안 떨어집니다.
중학생 자기주도 학습법
이지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