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ive studying strengthens structured thinking, making it easier to learn other subjects. Yoon-hee caught up in English and math due to strong thinking skills. Reading books enhances logical thinking and supports learning. Focusing on strengths and self-directed learning is more effective than private tutoring. Avoiding excessive perfectionism improves study efficiency.
10. 공부에서는 편식도 힘이 된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것은 편식이 아니다. 좋아하는 과목을 토대로 공부하는 방법과 사고의 체계를 다져 두면 다른 과목도 그 맥락에 따라 공부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윤희는 '꼴통'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공부는 하고 싶을 때 찔끔 하고 역사 소설이니 작곡이니 글쓰기에 빠져든다. 공부를 할 때에도 영어, 수학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나 역사 과목만 재미있어한다. 즉 사회, 국사의 점수가 다른 과목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특별히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특히 비판하기를 즐긴 다) 역사 소설을 즐겨 읽은 바탕으로 나오는 성적일 뿐이다. 윤희는 지금까지 공부를 억지로 해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도 그 흔한 영어 학습지 한 번 한 적 없고 중학교 와서도 학원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윤희가 고등학교 갈 무렵이 되자 어머니와 다툼이 늘었다. “너, 이렇게 해서 고등학교는 가겠니? 그러게 엄마가 공부 좀 해 두라고 할 때 말을 들었어야지."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하기 싫어서 안 해?" "끝까지 저 잘났다지. 그래, 그 산골짜기 고등학교 한 번 다녀봐라. 네가 힘 들지 엄마가 힘드냐!" 윤희 어머니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선생님, 윤희가 점수 나오는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아주 뛰어난 애 예요. 책 읽고 따지는 거 좋아해서 그런지 작년에는 전국 독서논술 대회에 나 가 상도 받았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백일장에 나가면 늘 상을 받았어요. 생각 할 줄 아니까 뭐라도 쓰는 거 아니겠어요? 공부를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저러 고 있으니 제가 미치지요. 어릴 때부터 발표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고 행 사 같은 걸 하면 사회도 도맡아서 봤어요. 적당히 잘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잘하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윤희의 가장 큰 문제는 영어와 수학이었다. 중학교 내내 해 놓은 공부가 없 으니 고입 시험 볼 것도 걱정이고 고등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나 있을지도 걱 정이었다. 외고 과고는 바라지 않더라도 자존심이 센 윤희는 그 지역에서도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자신의 성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제야 '현실의 벽'을 실감한 것이다. "어차피 좋은 대학교 가는 것이 목표니까 고등학교 어디 나왔는지는 중요하 지 않아. 좋은 고등학교 가려고 애쓰지 말고 기본 실력 닦는다 생각하고 영 어, 수학 공부해, 고등학교 공부도 별거 아니야. 예습 복습만 잘해도 다 1등 할 수 있는 공부야." 중 3 2학기의 중간고사, 이른 기말고사, 고입 시험을 치르는 동안 윤희는 '내 일생에 이렇게 국영수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 고등학교는 갈 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의 강한 반대로 원서조차 쓸 수 없었다. “영어,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지금까지 네가 좋아하는 사회 공부만 한 게 후회되니?" "조금요.” "전혀 후회할 거 없어. 솔직히 생각해 봐. 네가 사회 공부를 한 건 아니잖아? 그냥 점수가 잘 나온 것뿐이지.” "네." “넌 놀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안 봐. 역사 소설 그거 아무나 못 읽는다. 이해가 되고 상상이 되니까 재미도 느껴지는 거야. 난 너만 할 때 역사소설은커녕 일반 소설도 한 권 제대로 못 읽었어. 뉴스 보면서 세상 욕하는 것도 논리적인 생각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면서 생각하는 힘이 큰 거야. 생각하는 힘이 있으니 그 힘을 쓸 만한 것에만 흥미가 생긴 거지. 밤 꼴 딱 새우면서 작곡하고 글을 썼던 것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마음껏 네가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해 봤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미련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을 거야. 비록 점수가 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네가 가진 사고의 힘도 튼튼해졌 으니 그 힘으로 영어, 수학 하면 돼. 내가 장담하는데, 네 친구들보다 고등학 교 공부는 훨씬 쉽게 하게 될 거야. 친구들은 학원 다니느라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을 테니까." "그럴까요?" "당연하지." 윤희가 영어, 수학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 주었다. 기초가 전 혀 없으니 학원을 다니기도 어렵고, 윤희도 학원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혼 자 하라고 권했다. “학원 전단지에 눈 돌리지 말고 혼자 공부해 보자. 공부는 농사짓는 거랑 같은 거야. 내 자식이고 내 책임이어야 해.”
다음은 윤희에게 알려 준 방법이다.
1) 공부 준비 : 진학할 학교의 교과서를 준비하자. 교과서는 대형 서점에서 구할 수 있지만 새 학기 시작 전에는 새 교과서가 막 나오는 시기라 없는 교과서도 있다. 그럴 땐 선배에게 얻거나 헌책방에 들러보자. 참고서, 문제집 욕심은 부리지 않아 도 된다. 어차피 점수 받기 위한 공부이니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된다.
2) 영어 : 교과서 지문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공부한다. 영어는 자습서가 있어야 공 부하기 편하다. 자습서는 해석이 안 될 경우 참고하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본다. 영한사전을 찾아본 뒤, 영영사전으로 다시 찾아 읽어 보면 더 좋은 공부가 된다. 다음날 공부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전날 공부한 본문을 다시 읽어 본다. 우선 입학 전까지 1학기 진도(교과서의 절반 정도, 보통 12개의 단원이 있으니 6단원까지)만큼 읽는다고 목표를 정하자. 교과서 뒤의 연습 문제와 문법 정리 등은 넘어가도 좋다.
3) 국어 : 공부한다 생각 말고 책 읽듯 편하게 교과서의 지문을 읽어 두자. 국어는 시험 범위가 많아 교과서도 제대로 못 읽고 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수업 시간에는 분석하고 밑줄 그으며 읽으니 작품 자체를 음미하기는 어렵다. 국어 자습서는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싸다.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교과서에 일 부분만 나와 있는 작품은 책을 구입해 전체를 읽어 보자. 문제를 보는 눈, 출 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수준, 이해의 폭이 달라진다.
4) 수학 : 자습서보다 기본 개념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학 기본서는 3년 내내 보 게 되기 때문에 아까울 것도 없다. 교과서보다 개념서의 설명이 자세하니 개 념서를 읽고 문제를 풀며 공부하는 것이 더 쉽다. 모든 문제를 다 풀지 말고 기본 문제, 확인 문제 정도만 풀고 넘어가자. 그래도 교과서 한 단원을 끝내 려면 적지 않은 분량이다. 교과서의 목차와 비교해 보며 겨울방학 동안 1학기 진도는 끝낼 수 있도록 하자.
과목별 성적 차이가 크다고 고민하지 말자
이후 한동안 윤희의 연락이 뜸했다. 겨울방학이 지나고 3월 입학 시즌도 지 나고 5월이 되어 걸려 온 윤희 어머니의 전화. “선생님, 우리 윤희 공부 너무 잘하고 있어요. 가고 싶은 학교를 못가서 스스로도 속이 상했는지 마음 잡고 하는 것 같아요. 야자도 한 번도 안 빠져요. 오늘 중간고사 본 거 성적표 나왔거든요. 전교에서 13등 했어요. 장하지요? 감사해요. 너무 좋은 선생님 만나서………………. 윤희가 복이 많은가 봐요." 과목 편애가 심한 학생들은 자신이 편식을 한다고 걱정한다. 과목별로 점수 격차가 심하니 성적표를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 요 없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쉬울까, 흥미 없고 싫어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 쉬울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쏟 는 것은 편식이 아니다. 결국은 남는 장사다. 좋아하는 과목을 토대로 공부하 는 방법과 사고의 체계를 다져 두면 흥미가 안 생겼던 과목도 그 맥락에 따라 공부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회를 좋아한다면 60점인 영어를 걱정하기 전에 사회를 100점 맞을 공부를 시작하자. 모든 과목의 점 수가 비슷해야 한다는 요상한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 그래도 영수는 기본 실력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교육 제도 안에서의 점 수를 위한 성적이라면 어떤 과목이든 몰입하여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입시 공부의 전문가들은 수학도 암기 과목이라고 말한다. 정해진 단원의 정 해진 유형의 문제들로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해하고 풀고 암기하는 데에 필요한 사고 체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더 쉽다. 그 사고 체계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며 마련하는 것이 즐겁지 않겠는가.
1) 독서가 만들어 낸 소중한 공부밭
윤희의 방은 책더미로 가득하다.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읽고 싶은 책은 다 읽으면서 자랐다. 입시 위주의 분위기 때문에 중학교에 와서는 그 독서가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간의 독서가 없었다면 고등학교 진학 후 그토록 급격한 성적 상승이 가능했을 리 없다. 실제로 윤희 의 이해력과 논리력은 매우 뛰어났다. 꾸준히 이어져 온 독서가 만들어 낸 소 중한 공부밭이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내 안에서 공부의 자양분이 된다. 윤희가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며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윤희와 잘 맞 는 선생님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책을 많이 읽은 윤희는 주제가 무엇 이든 그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 교과목 공부를 할 때에도 적당한 질문 을 던져 배경 지식을 구성하게 하고 답변으로 정리하는 방법으로 수업이 이 루어진다면 완벽하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학원은 학 교처럼 전달식 수업이고, 비용을 감수하며 과외를 하더라도 그만한 수업을 진행할 선생님을 구하기는 어렵다.
독서광이라면 박식하고 말 통하는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 제격
윤희와 같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지식의 폭이 넓은 과외 선 생님이다. 일대일로 만나야 사고의 맥을 끊지 않고 질문, 답변이 가능하기 때 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문 선생님보다 대학생이 좋다. 수업료 부담도 덜할 뿐 아니라 학생과 대화도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명문대 생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 성적만으로 상위 1%에 속했던 대학생들은 중고등 학생 시절 공부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탕 지식의 수준이 윤희만도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벌에 연연하지 말고 학생과 잘 맞는지, 맥락을 잡아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두어야 한다. 좋은 선생님을 찾는 것에도 배 우는 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또한 실력이다.
복습을 새로운 공부로 만들지 말자
수업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외워 버리는 것은 놀라운, 그러나 안타까운 완벽주의다. 책을 몽땅 외우지 않더라도 허술한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나친 성실함은 오히려 즐기는 공부를 방해할 뿐이다.
미경이는 외모에서부터 모범적이고 성실한 성품이 느껴진다. 교복도 늘 단 정했으며 사복을 입을 때는 요즘 청소년 같지 않은 검소한 패션을 보여 주었 다. 아침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고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한다. 학원을 다니지도 않고 과외도 하지 않지만 학교를 마치면 동네 시립 도 서관에 가서 9시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온다. 그야말로 허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였다. 성적은 중간 정도. 미경이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 올리는 게 쉽지 않으니 '내 실력은 이 정도인가 보다' 라고 수긍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기에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일까. 미경이의 방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무 교육의 교과 내용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그것도 잘 할 수 있는 것 들이다. 몇 마디 나누어 본 미정이는 지적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런데도 중간 정도의 성적에 만족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무슨 공부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루에 4~5시간을 공부한다면 상당한 공부 분 량이기 때문이다. "매일 도서관 가는 거 귀찮지 않아? "집에 가면 어차피 공부 안 하니까 도서관 갔다가 집에 가는 게 좋아요." "도서관에서 무슨 공부 하는데? 매일 정해져 있어? "그날 수업한 거 복습해요." "매일? "그리고? "복습하다 보면 시간이 거의 가요. 9시에 도서관 문 닫으니까 시간 좀 남으 면 열람실 가서 책 볼 때도 있고 다이어리 정리하면서 놀 때도 있어요." 먼저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려는 태도를 칭찬해 주었다. 미경이는 중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리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실천을 위해 도서관 공부를 시작했던 것이다. 매일 그날 수업을 밀리지 않고 복습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습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루 수업을 복습하는 대 4~5시간이나 걸린다니, 문제가 있어 보였다. "복습은 어떻게 하는데? "그날 진도 나간 거 다시 읽어 보고 문제집 풀고 외울 거 있으면 외워요" "외울 건 어떤 건데? 미경이와 책을 함께 펴 보았다. 놀랍게도 미경이는 수업 시간에 다루는 프 린트물과 노트의 내용을 모두 외운다고 했다. 문제집을 풀 때는 문제집 앞에 있는 내용 정리 부분도 외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럼 외울 게 너무 많지 않아? "많아요. 그런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잖아요." 미경이는 외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외운 것을 복습용 노트에 적어 보고 생각이 안 나는 것은 다시 외운다고 했다. 교과서는 공부할 내용이 정리가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문제집으로 공부를 하는데 문제집의 요약 정 리 부분에 나온 것을 모두 외워 복사한 듯이 노트에 다시 적어 놓고 있었다. "미경아, 이렇게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지, 확실하게 공부하려고 모두 외 우는 거겠지만 무조건 외운다고 시험 문제를 다 맞추는 것은 아니야." 수업 내용을 몽땅 외우는 성실함은 오히려 독! 미경이도 매일 모든 과목을 그렇게 외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 서도 외우지 않고 넘어가면 공부를 안한 것 같아서 불안하고 찜찜하다는 것 이다. '중학교 가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라는 다짐이 너무 강해서 그 실천에 효율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조차 '타협' 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을 갔고,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모두 외워 버린 것이다. 놀라운, 그러나 안타까운 완벽주의다. 어 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미경이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높으니 그것을 낮추어 '대충 하고 넘어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습하는 것도 좋고 외우는 것도 좋은데 다시 써 보는 것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네." "그리고 외울 때에도 책에 쓰여 있는 그대로를 외운다고 생각하면 안 돼, 네 생각을 넣어서 공부해야지, 있는 자료를 그대로 익히기만 하는 공부는 네 공 부가 아닌 거야."
똑똑한 문제집 활용법
미경이는 내 생각을 넣어 공부하는 복습이 어떤 느낌을 말하는 것인지 직 접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책을 몽땅 외우지 않더라도 허술한 공부가 아니라 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나는 미경이와 함께 복습을 하기 로 했다. 미경이는 도서관으로 가는 대신 나의 연구실로 왔다. 제일 먼저 늘 외울 것이 많았던 사회, "사회 시간에는 수업을 어떻게 해? 교과서를 읽어? 노트케? "교과서는 어쩌다 한 번씩 보고요, 거의 프린트로 다 해요" 그럼 프린트로 복습을 해야 되겠네 복습은 수업이랑 똑같이 하는 거야 제집을 보는 건 복습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공부를 하는 거지 문제집은 프린 트로 복습을 다 한 후에 문제를 풀어 보는 용도로 쓰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안 풀어도 돼, 시험 기간에 공부하면서 풀어도 되니까. 특히 문제집 내용 정리 부분은 보지 않는 것이 좋아." “왜요?" 미경이는 놀란 표정이었다. 지금껏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살아온 미경이에 게는 무언가를 안 보고 넘어간다는 '농땡이'는 허용될 수 없는 태도였던 것 이다. "너는 이 단원의 내용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과 프린트로 공부했잖 아. 이미 그 내용이 네 머릿속에 자리 잡아 있는 거고, 복습은 그것을 더 확고 히 뿌리 내리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해 문제집의 내용 정리는 수업 시간의 공 부와 상관없는 구조로 다시 설명을 하고 있어. 그걸 또 보면 같은 단원의 내 용인데도 혼란스럽지, 그러니까 공부할 것이 많아지는 거야. 문제집 내용 정 리를 보면 학교에서 진도를 다 나간 부분인데도 뭔가 어렵지? "네."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네 머릿속에 자리 잡은 방법이랑 문제집에 정리된 방법이 달라서 그러는 거야 이거 바 프린트에 정리된 내용이랑도 조 금씩 다르잖아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풀 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문제집에 있는 내용 정리를 보지 말고 수업 시간이랑 복습할 때 봤던 교재를 다시 찾아 봐야 해, 그래야 내가 공부한 것들이 문제를 통해서 다시 반복될 수 있어. 공 부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해 나가는 식으로 해야 해, 모르는 내용을 이것저것 모으는 식으로 하면 끝도 없어 효과도 안 나고," 미경이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문제집 풀이에 자 신의 공부를 의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문제집 활용 방법을 설명해 줄사 람 하나 없는 학습 상황이 기가 막힐 뿐이다.
내용을 외우지 말고 요약해서 설명해 보자
수업 시간에 보았던 교재로 복습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외우는 방법 도 적절하지 않다. 나는 미경이에게 그 내용을 2~3번 집중해서 읽고 어떤 내 용인지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다. 외워서 쓰는 것이 아니니 너무 끔하게 보지 않아도 되고, 설명을 듣는 내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했다. 45분 동안 수업한 진도를 집중해서 읽는데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설명해 보라고 하자 미경이는 생각보다 훌륭하게 요약해 내었다. 다 듬거리거나 웃지도 않았다. 읽은 내용을 까먹지 않으려고 천장을 보며 빨리 말해 버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차자 나아지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어때? 쓰는 것보다 훨씬 쉽지?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공부를 덜 한 건 절대 아니야. 그런데 아직 외우면 습관이 남아 있어서 따라 을 이해하는 연습은 좀 더 해야 하겠다. 공부한 내용을 말할 때는 외온 걸 그 대로 말하려고 하지 말고, 선생님이 그 내용을 수업 시간에 어떻게 설명했는 지 생각해 봐, 그렇게 생각해 보는 과정도 복습인 거야." 복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복습의 효과는 달라진다. 학교 수업을 기반으 로 나의 지식 체계를 잡아 나간다고 할 때, 복습은 학교 수업에서 보았던 교 재와 공부의 순서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단원이라도 학교 수업과 상관없는 문제집으로 복습하면 몇 가지의 단어만 익숙할 뿐 새로운 공부를 하는 꼴이 되어 반복의 효과는 거의 없다. 그 후 미경이는 '핵심을 찾아내 공부하고 나에게 설명하는 방법으로 공부 의 맥락을 찾아 나갔다. 나는 미경이의 '복습 설명을 듣다가 그냥 지나치는 중요한 내용을 보완해 주기도 하고, 생뚱맞은 호기심이 일어나 질문을 하기 도 했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으로 답을 찾다가 흥미로운 연예인 뉴스에 삼천포로 빠진 적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학습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학생이 혼자 공부할 때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때 문이다. 나와 공부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뿐이고 나머지는 스스로 해내야 하지 않는가, 공부하다가 딴짓으로 흘러가는 것을 책망하지 말고 다시 다음 과목 복습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면 된다. 이렇게 공부하며 미경이는 그동안 의 자신의 공부가 지나치게 성실하기만 했음을, 그 성실함이 즐기는 공부를 방해해 왔음을 깨달았다.
조용한 학습 태도가 올바른 공부 방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는 개별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자습 시간 은 수업이 없는 시간일 뿐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에 대한 지도는 없다. 자습 시간에 공부를 하며 학생들이 지켜야 할 것은 책상 앞에 바르게 앉아 공부하 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혼자 중얼거려 서도 안 된다. "떠들 거면 차라리 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조용히 공부하는 자세만 취하면 그 시간 동안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간섭받지 않는다. 그러나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중학생, 그것도 1학년 학 생들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지난 시험에서 사회 성적이 나빴다면 '사회는 어렵고, 나의 사회 실 력은 형편없다. 사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미경이처럼 참고서의 내용을 모두 외우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선생님이 보기에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별다른 지도를 받지 못한다. 선생님들 은 '저 학생은 늘 성실하게 공부하니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라고 생 각해 버린다. 그러한 '묵인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미경이 들은 자신의 학습 태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며,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 방법을 반복하 여 습관으로 굳힌다. 또 착하기 그지없는 미경이들은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리며 더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좀 더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 까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모든 선생 님들은 학생들이 조용히 공부하는 것만으로 칭찬해서는 안 된다. 그 조용함 속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살펴 주어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은 모범생'들에게 권하는 효율적인 공부법
그저 묵묵히 공부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위험 하다. 조용히 제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주위에서 공연히 "너, 지금 뭘 제대 로 하고는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묻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이라면 내 공부법을 한 번 살피자, 특히 조용한 학생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는 말썽 없는 모범생들에게는 특별한 지도를 하지 않 는다. 하지만 꾸중을 듣지 않는다고 모두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실한 태도가 사실은 비효율적인 공부 방법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부 방법 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 니 선생님의 도움을 구해 보자.
모든 내용을 다 외워야만 한다는 완벽주의를 버리자
'이만큼 다 외워야지'라는 기준을 정해 버리면 외우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버린다. 그것을 외웠을 때 어떤 학습효과가 날 것인지 예상하며 공부하자. 나의 기준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공부를 왜 하는지 아는 일 이며, 그 이유에 걸맞은 공부를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복습은 학교 수업때 불 교재로 학교 수업이 진행된 순서에 따라 한다. 복습이란 배운 것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할 때는 하교 수업의 내용을 되새겨야 한다. 복습의 진도만큼 다른 문제집을 풀거나 인강을 듣는 방법은 새로운 공부가 되기 때문에 반복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12. 방학 때는 한 학기를 구상하자
공부 욕심이 난다면 방학동안 앞으로 1년과 한 학기를 내다보는 준비를 좋아한다. 언제 어떤 공부를 해나갈지리하고 결정한 학생들은 벗어날 수 있다.에서 중1 마지막 기말고사를 위해 공부하면서 진이는 벌써 내년 공부에 대해 생 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올해 성적은 모두 나온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시험, 수업, 평소 공부, 중학교에 입학해서의 모든 성과들은 진이가 기대했던 만큼 은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기말고사를 치르며 내년에는 조금 더 잘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될까? 수업 듣고 문제집 풀고 시험 보면 충분한 걸 까? 뭔가 더 괜찮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런 답답증은 공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중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긴다. 특히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을 준비하는 동안 찾아오곤 하는 단골 소 님이다. 중학생이 되었다는 각오로 무조건든지 열심히 했던 1학년을 보내 고 나면 뭔가 더욱 효과적인 공부전략이 없을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진이의 이런저런 고민을 지켜보던 엄마가 전단지를 하나 내밀었다. 겨울방 하동안 진행되는 공부 기술 캠프에 참여해 보라는 것이었다. "공부 기술이라는 게 캠프 한 번 갔다 온다고 금방 생기겠니? 그래도 알아 두면 공부할 때 조금씩 도움이 되지 않을까? 네가 내키지 않으면 말고 마음대 로해" 엄마의 태도는 쿨했다. 학원 수업을 2-3일 빠지면 밀리는 진도가 장난 아닐 것이다. 학원 선생님도 그런 데블 뭐하러 가느냐고 핀잔을 준다. 돈 낭비, 시 간 낭비에 며칠 동안 빼먹은 공부 때문에 다녀와서 다시 공부 리듬을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진이는 가 보기로 했다. 과목별 공부 방법이나 시간 관리, 공부 계획, 진로 설정, 공부 습관 등 진이가 궁금해했던 내용들이 모두 프로그램 표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진이를 만난 것은 이 공부 기술 캠프에서였다. 평소에는 껄렁거리며 장난을 치다가도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진지하게 메모를 하던 학생,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진이가 지속적인 공부 계획이나 실천에 약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두뇌 회전이 빠른 학생들의 특징이기 도 하다. 꼭 공부를 잘하기 위한 캠프가 아니더라도 방학 때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학원 숙제로 도배하는 생활을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내 인생과 공부의 목적, 새 학년 공 부의 전략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공부 욕심이 난다면 앞으로의 1 년과 한 학기를 내다보는 준비를 해야 한다. 1년을 내다보는 공부 준비를 하 라는 말에 진이는 난감해했다. "그런 걸 어떻게 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당연하지, 초등학교 때는 그런 거 안 하고 공부를 해도 시험 잘 봤을 거고, 1학년 때는 그냥 코앞에 있는 시험 공부만 하면서 지나갔을 테니까."
방학은 1년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할 때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선행학습에만 매달릴 뿐, 다음 학기와 학년에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한 구상은 하지 않는다. 정확한 일정을 알 수 없으니 계획을 세 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오늘 공부 계획도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판에 6개 월, 1년의 공부를 어떻게 내다보라는 말인가. 물론 먼 공부를 내다볼 때는 아 주 구체적인 사항까지 계획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공부 방향은 잡아 놓아 야 한다. 그저 '열심히' 하나로 1년을 시작하기는 좀 민망하지 않은가. 1년 공부 계획이라는 말에 진이는 캠프에서 상품으로 받은 학습플래너를 펼쳤다. 공부 계획은 내가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아무 데나 적어도 상관 없다. 수첩도 좋고 달력 뒷면도 좋다. 반드시 학습용 다이어리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새 학년이 시작될 때에는 으레 새 다이어리를 사거나 선물받 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어디에 적 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쓰는가이다.
시기별 공부 방향과 학습 목표를 체크하자
새 다이어리의 비닐을 뜯었다면 가장 먼저 1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면을 펴 자.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은 크게 수업과 시험, 방학으로 이루어진다. 공부의 성격이 같은 기간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면 되고, 각 기간에 따라 학 교 공부 외의 추가 공부에 대한 학습 목표를 설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5월에는 스승의 날이나 체력 검사 등 각종 학교 행사 때문에 학습 리듬이 풀어지기 쉬운데 그때에도 나의 공부 방향이 '수업' 중심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매 교시 예습 복습을 놓치 지 않고,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개념 문제를 푼다는 공부 규칙을 스스로 지킨 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이래저래 노니까 뭐'라는 생각으로 어영부영 한 달을 허비할 테지만 나는 충실히 내 진도를 채우는 것이다. 그러면 곧 다 가오는 기말고사에 '뭘 배웠다고 시험 범위가 이렇게 많아? 라는 억지를 부리지 않을 수 있다. 1년을 반복되는 학습 구간으로 나눠 보면 각 시기별로 어떤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은 이렇게 구분되기 때문에 1년을 통째로 운영 하거나 한 달 단위로 학습 목표를 세우기는 부적절하다. 1학기 중간고사는 보 통 5월 첫주에 치르는데 그 시험을 위해 4월 중순 이후부터 계속 시험 공부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면 4월의 학습 목표도 '중간고사 대박'이고 5월의 학습 목표도 '중간고사 대박' 이어야 하는가. 학습용 다이어리에는 매월 학습 목표를 기록하라는 칸이 마련돼 있기도 하 지만 무시하자, 위에서 나누어 본 대로 기간별로 학습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 다. 3월 하기 시작 이후 4월 2주까지는 수업에 집중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이와 같은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간단한 예 복습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 간에 해치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소단원이 끝난 과목들을 기준으로 문제를 푼 다. 그 외에 토익 공부나 수학 심화 등 추가 공부를 계획한다. 4월 3주부터 시험 공부가 시작될 때에는 추가 공부의 분량을 조금 줄이고, 방학 때에는 추가 공부의 분량을 늘리는 식으로 학습 전략을 세운다. 공부의 성격이 다르니 기간별로 해야 하는 공부가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서 미리 게 회을 세우는 것이다. 학기 초에 세운 계획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중간 중간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고사가 큰 고비이 다. 새 학기의 굳은 다짐으로 핀가를 시작했다가도 중간고사를 대비하느라 잠시 멈추고 나면 중간고사 이후에 다시 이전의 공부가 이어지지 않기 쉽다. 그러나 미리 기간을 나누어 두고 대비하면 그런 단절을 피할 수 있다. "학교에 가면 학사 일정표를 나눠 줄 거야. 나눠 주지 않더라도 하고 홈페이 지나 교무실 칠판에서 볼 수 있으니까 내 일정을 그에 맞게 할 수 있게 적어 두도록 해." 겨울방학 때는 이렇게 1년 공부를 생각해 보고 여름방학이 되면 이 표를 점 검한다. 1학기 때 실천한 것과 못 한 것을 구분하고 2학기의 공부 방향을 잡 아 가면 된다. 진이와 이야기를 마치며 캠프에 참여해 본 소감을 물었다. "어때, 알고 싶었던 공부 전략 같은 건 다 배웠어?" "다 배우긴 했는데요. 그냥 강의로 들으니까 집에 가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요." 진이의 말이 맞다. 공부 기술이라는 것이 강의로 듣는다고 내 것이 될 리가 있겠는가. 이렇게 책으로 읽는다고 해도 내가 직접 해 보고 체득하지 않는 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얻는 것은 있다. 내가 해 왔던 공부가 시간 낭 비하는 방법이었구나', '열심히 하면서도 이렇게 하면 되는 건지 불안했는데 안심이다'와 같은 깨달음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배운 것을 당장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공부를 하다 보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에 힌트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쫓기는 공부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법
허물을 벗는 곤충들은 허물을 벗을 때마다 성장한다. 계단형의 그래프를 그 리며 커 가는 것이다. 방학은 내가 허물을 벗고 한 단계 홀찍 크는 기간이다. '공부해야 되는데'하는 불안을 내던지고 무엇에든 몰입해 보자, 피아노 치기 와 만화 그리기, 벌레 잡기, 무엇이든 괜찮다. 나의 의지를 넘어선 집중의 힘 이 어떤 것인지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 학생들은 그 놀라운 집중력을 다른 곳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단 며칠이라도 집을 떠나 잠을 자는 경험을 해 보자, 할머니 댁이든 공부 기술 캠프이든 지리 산 등반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환경에서의 나를 만나 보자. 선행학습 이전에 새 학년, 새 학기의 공부 방향을 잡아 보자. 언제 어떤 공부들을 해 나갈지 미 리 계획하고 결정한 학생들은 '쫓기는 공부'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습 다이어리 활용 노하우
학습 다이어리는 매일의 공부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이다. 돈을 관리하기 위 한 가계부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학습 다이어리에는 시 간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뿐 아니라 공부의 방향과 전략이녹아 있어야 한다. 새 학기마다 굳은 다짐으로 쓰기 시작하는 학습 다이어리의 활용 유의점을 살펴보자.
1) 학습 다이어리를 고를 때에는 평소 나의 공부 습관과 연결되는 것을 고 른다. 머릿속으로 구상을 하고 간단히 메모만 하는 스타일의 학생들의 경우 글씨 쓰는 칸이 너무 넓은 것은 스트레스만 된다. 반대로 적으며 생각을 정리 하는 학생들은 너무 좁은 간에 짜증을 느낄 수 있다. 매일의 공부를 계획하도 록 되어 있는지, 주 단위로 펼쳐 보기 쉬운지 등 평소 자신이 공부하는 리듬 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2) 기록하지 않은 계획은 방치된다. 간단히라도 적어 두자.
3) 다이어리의 양식에 맞춰 쓰려는 부담은 버리자. 다이어리가 쓰라고 한 그대로 나의 공부 방향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에게 맞게 양식 의 구성이나 제목을 바꾸어 쓰는 것도 능동성을 발휘하자.
4) 시험 기간에는 시험 계획표를 따로 만들자. 일상의 공부 리듬이 유지되 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을 치르는 날을 포함해 15~20일 정도는 시험을 위해 학습 플랜을 다시 작성하자. 시험 계획표를 따로 만들어 둔 학습 다이어리들 도 있으니 도움을 얻을 수 있다.
5) 예쁘게 쓰는 것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자. 마찬가지로 다이어리가 지저분 하다고 기죽지 말자. 자주 들여다보고 자주 수정한 다이어리가 좋은 성적을 만든다.
생각거리 읽을거리
변화무쌍 입시 제도에 겁먹지 마세요
뉴스에서는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떠들어 대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지 당사자인 학생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입시 제도란 뽑는 사람들의 관심 사일 뿐 학생들은 그저 그날그날의 공부를 해결하기도 버거운 지경이기 때문 입니다. 전세 월세를 오가는 사람들이 부동산 세금 제도에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부모님들은 제도가 바뀌어서 우리 아들딸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 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예로 들어 봅시다. 외국 특히 미국 에서 쓰고 있는 용어를 빌려 왔을 뿐 내용을 살피면 대단한 것도 없습니다. 담임 교사의 추천서, 학업 계획서, 자기 소개서, 활동 보고서 등을 제출하도 록 하고 서류 전형에서 합격을 하면 면접을 보는 방법이 일반적인데, 이것은 수시 입학이나 특례 전형 등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던 방법들입니다. 1년 동안 보살핀 제자가 좋은 학교 가겠다는데 추천서에 나쁜 말 써줄 교사 가 어디 있을까요. 중간·기말 공부만 해 오던 학생들이니 앞으로의 학업 계 획이야 쓰면서 생각해 보면 되는 것이고, 자기 소개서는 진실하고 용기 있게 나의 성장과 가치를 담아 적으면 그만입니다. 학생마다 문장력의 차이가 조금은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사전에 담임 선생님, 국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칠 수 있으니 이 또한 큰 걱정은 없습니다. 활동 보고서도 그간 해 왔던 것을 모아서 적으면 됩니다. 물론 증명서나 사 진 같은 증빙 자료도 있어야지요. 봉사 활동 경험은 한두 번쯤 다 있을 것입 니다. 수상 경력은 있으면 좋지요. 지금은 선발 인원이 많지 않아 특별한 수 상 경력이 있는 경우 합격이 유리해질 뿐 입학사정관제이기 때문에 상을 하 나라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애를 써서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면접 준비가 저절로 되지 않을까 요. 서류에 다 드러나지 않은 강조점들은 면접 때 말하리라고 마음에 담기도 하고, 예상 질문을 떠올리며 답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 과 연습을 하면서 표정, 말투, 몸짓 등을 연습해 보면 되지요. 구술 면접 대신 지필 면접을 하는 곳도 많으니 말빨이 약해서 떨어질 걱정은 덜 수 있습니 다. 입학사정관이라는 엄청난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냥 면접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입학사정관이라는 명칭을 따로 붙일 만큼 전문적인 인력은 없으니까요. 자, 어떤가요. 별거 아닙니다. 학생의 성적 뿐 아니라 인성, 관심 분야의 활 동, 봉사 경험, 리더십, 재능 등을 평가한다는 것은 전 세계 학교들의 공통 된 목표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 또한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 합니다. 입학사정관제 이후에도 별별 이름을 다 갖다 붙인 다양한 입시 제 도들이 등장하겠지요. 그래도 '성적만으로 뽑지 않겠다'는 취지와 의도는 동일합니다. 입학사정관제의 전통이 깊은 외국 학교들은 학생들의 활동 보고서를 검토 할 때 공식적인 기관의 인중이 없는 자료들도 충분히 고려합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부터 써 왔던 일기장이라든지,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전국 을 누빈 사진들, 그간 채집해 왔던 곤충 표본들 같은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문예창작과, 체육교육과, 생물학과에 지원한다면 얼마든지 학생의 소질과 가 능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정도까 지 이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봉사 활동도 증명서를 발급받을 만큼 '큰 기관에 가서 해야 하는 실정이니까요. 제도를 정비하여 이러저러한 자료들을 점수화하겠다고 한다 해도 학생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다 지나간 초등학교 시절의 곤충 표본과 일기장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학생들 뿐인가요? 선 생님들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저마다의 관심 분야 에 열정을 불태우다가는 그 개성을 모두 존중하느라 선생님들은 수업마다 화를 참아야 하고 잘 모르는 분야를 질문하는 학생들 앞에서 땀도 흘려야 하며 각 학생의 추천서, 자기 소개서, 면접 연습을 살피느라 업무 과다로 모두 과 로사할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사람 잡아 먹을 것 같지만 대학교에서는 다양한 전형 유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인원도 많지 않습니다. 입학사정관제로 대학 가겠다고 지금부터 일기 쓰고 곤충 잡으러 다닐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외고 입시가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기는 해도 영어 성적 제출 안 할 학생은 없을 테니 하던 영어 공부는 계속해야 합니다. 내신 반영을 영어만 한다는 희 망적인 소식도 들려오나 해마다 학교마다 전형 과목이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입시 제도가 갑자기 변할 수는 없습니다. 나랏일 하시는 분들도 이것을 알 고 있으니 처음에는 이름만 빌려 쓰다가 조금씩 실천 사항을 늘려 나가는 것 이지요. 물론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어 없던 일이 되기도 합니다. 즉 나에게 불리한 입시 제도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걱정 마세 요. 이렇게 저렇게 변하는 입시 제도 모두 별거 아닙니다. 매 순간 정성을 다 해 공부하고 성장하도록 애쓰세요. 오늘 수업에 충실하고 미루지 않고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3장. 이것만 알면 나도 성적 쑥쑥! : 중학생 공부 고민 BEST 7
13.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왜 안 오를까요
열심히 하는 공부와 성적을 올리는 공부는 다르다./ 열심은 태도이고 성적은 결과이다./ 결과를 따지지 않고 배도만 취한다면 인격 수양을 하자는 것이다./ 성적을 올리려면 결과가 나오도록 공부하자.
중간고사가 시작될 무렵 한 방송사에서 중간고사 대비에 대한 인터뷰를 하 겠다고 해서 급히 녹화를 한 적이 있다. 공중파 방송이기는 했으나 이른 아침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라 '누가 신경 써서 보기나 하겠나'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방송이 나간 날 저녁 바로 한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오늘 아침 방송을 보고 전화 드립니다. 우리 아들 공부하는 것 때문에 선생 님을 꼭 한 번 뵈었으면 좋겠는데요." 상훈이와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속으로는 '정말 대단한 아버지다. 얼마나 대단한 아들을 두셨기에 텔레비전을 보고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전화를 하 셨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훈이와 그 부모님을 만나 보니 이런 내 생각 이 부끄러워졌다. 부모님은 모두 인자한 미소 가득한 온화한 분들이셨고, 상 훈이도 점잖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우리가 여기 앉아 있으면 상훈이가 자기 얘길 편하게 못 하니까 나가 있을 게요. 상훈아, 상담 끝나면 전화해라." 상담이 시작되자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자리를 비켜 주셨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이고 아이에게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를 현명하게 아시는 분 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상훈이는 이제껏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없었고 스스로 자기 공부를 잘 챙 겨 하고 있어 흠 잡을 데 없는 아이였다. 걱정이 딱 하나 있다면 하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온다는 것'. 부모님은 상훈이에게 공부에 대해 부담은 전혀 주지 않으셨다. 위에 누나가 둘이나 있어 억지로 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 힘으로 아셨기 때문이리라. 다만 지극히 노력하는 아들이 그만큼 성적을 받 지 못하니 부모로서 안타까워 도움을 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착한 아들 상훈 이의 문제는 무엇일까. 상훈이에게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무엇인지 물었다. "화요일하고 목요일은 학교 갔다 와서 수학 학원 가고요, 다른 날은 다 똑 같아요." "똑같이 뭘 공부하는데?" 말이 별로 없는 상훈이를 위해 평소 하는 공부들을 적어 보게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저녁 먹을 때까지 그날 수업 복습. 그 후에는 영어와 수학 공 부를 하는데 수학은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가 많아 숙제 문제집을 풀고, 영어 는 자습서를 보며 다음에 배울 단원을 예습한다. 이 정도라면 지극히 평범하 고 정상적인 공부다. 이것저것 욕심 부리지 않고 꼭 해야 할 공부만 잘 해내 고 있으니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공부하라고 누가 알려 줬어? 완전 알짜배기만 하고 있는데?" "아니오, 그냥." "그냥 혼자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네."
성실한 학생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상훈이의 성적은 반에서 15~18등 정도다. 한 반에 37명이라니까 중간 정도 이다. 항상 열심히 하는데 왜 성적이 더 오르지 않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상훈이의 '성실함'에 있다. 상훈이는 매일 같은 시간에 공부를 시작 하고 비슷한 시간에 저녁을 먹고 같은 시간에 공부를 마친다. 이게 무슨 문제 가 될까 싶지만 상훈이에게 '성실함'은 비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알아채지 못 하게 하는 아군 속의 적군인 셈이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자'는 책임감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부는 하면서도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는 신경 을 덜 썼던 것이다. 성적이 욕심만큼 오르지 않으면 자신의 게으름 탓으로 여 겨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했을 뿐, 지금 하고 있는 공부 가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훈아, 너의 공부 태도나 양은 너희 반 1등보다 나아. 그런데도 성적에 차 이가 생기는 것은 '성적을 올릴 만한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공부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야. 복습을 할 때는 어떤 식으로 하니?" "수업 시간에 필기한 거를 다시 읽어 봐요." "좋은 방법이야. 그런데 다시 읽어 보는 행위 자체를 공부라고 할 수는 없 어. 매 과목 복습을 한 후에는 내가 이 수업에서 뭘 배웠는지를 간략 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해. 분명히 설명하지 못하고 막연하다면 제대로 공부 한 것이 아니야. 그리고 복습은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바로 끝 내도록 해. 집에 와서 복습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효과도 떨어지니까. 복습은 학교에서 다하고 집에서는 매일 독서나 네가 어려워하는 과학, 사회 문제집을 조금씩 풀어보는 것이 좋겠다."
1) 그날 수업 복습
집에 돌아와 바로 하는 것도 기특하지만 복습은 학교에서 해치우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복습을 해 버리면 복습을 빠뜨릴 염려도 없고 수업 직후라 반복 학습의 효과도 크다. 복습을 학교에서 마 치면 집에서의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상훈이는 이 시간 배분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2) 학원 숙제
수학 공부를 겸하여 하고 있는 학원 숙제는 화·목·토에만 하기로 했다. 복습을 학교에서 마친 후 생기는 여유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는 숙제 문제집이 마냥 책상에 펼쳐져 있었지만 이제는 요일을 구분해야 한 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학원에 가는 날이므로 학원 가기 전후에 숙제를 한다 면 검사를 의식해서라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될 테니 괜한 시간 낭비를 줄 일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토요일에 하면 된다.
3) 사회·과학 문제집 풀이
수학 공부를 하지 않는 월·수·금에는 사회, 과학 공부를 한다. 공부 방법 은 학교 수업 진도만큼 문제집을 푸는 것, 사회, 과학은 공부 분량이 많은데 도 시험 때 말고는 따로 공부하지 못해 골치가 아픈 과목이었다. 상훈이의 고 민을 풀기 위한 방책이다.
4) 독서
매일 30분이라도 책을 읽도록 했다. 언제 읽어도 상관없지만 취침 전에 읽 는 것이 잠들기에 편안하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침대 옆에는 늘 책이 있어야 한다.
없는 시간을 만들려 하지 말고 있는 시간을 활용하자
시간과 돈은 쪼개 쓸수록 늘어나는 법이다. 시간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경 우는 없다. 상훈이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하는 공부도 빠듯한데 뭘 더 어떻게 할까 라는 막막함을 풀지 못했었다. 많은 시간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 말자. 상훈이가 사회, 과학 공부 를 더 할 수 있게 된 것은 복습 시간을 비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교에서의 자투리 시간에 복습을 하니 오후 시간이 통째로 여유로워진 것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2를 넘는다. 등교 후 자습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 중 산발적으로 주어지는 자습 시간 등을 모 으면 매일 2~3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하자. 그날 수업의 복습 은 물론, 수학 문제 풀이, 영어 독해 등 토막 공부가 가능한 것은 학교에서 하 자.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잠을 줄이거나 '이거 빨리 끝내고 다른 거 해야 하는 데'라는 압박감을 갖는 것은 피곤만 더할 뿐이다. 상훈이가 흠 잡을 데 없이 착한 아이라는 점도 공부할 때에는 스스로를 힘들 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피곤하 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 그날 공부를 다 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탓하느라 속이 상하고 만다. 그러다 좌절하고 성적이 욕심만큼 나오지 않으면 더욱 더 어두 워질 수밖에 없다. 상훈이와 같은 학생들은 자신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훈아, 항상 네가 최고라고 생각해, 하루를 마칠 때에는 그날 못 한 걸 생 각하면서 아쉬워하지 말고, 그날 공부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 무엇인 지를 되새기면서 잠자리에 들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한두 문제 풀다 지나갈 때도 있잖니. 그런 날도 그 한두 문제 풀고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면서 절대 잊지 않으려고만 하면 돼. 계획은 다음날 다시 세우면 되는 거니까 조바심 내 지 말고." 상훈이가 막내아들이라는 점도 참 다행이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심하고 책임감 강한 내향적인 아이가 잔소리꾼 어머니와 이 집안의 기둥 어쩌고 운운하는 아버지와 함께 산다면 우울증에 걸려 버릴 것이다. 상담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상훈이에게 오늘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부 시간 배분하는 거요."
긴말 안 하는 상훈이 다운 대답이었다. "무엇이든 좋아. 내가 오늘은 한 시간도 넘게 떠들었지만 중요한 건 네 머릿 속에 무엇이 남아 있느냐는 거야. 수업 시간이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든 마 칠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 공부를 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게 뭐지? 라고 물어 봐. 알겠지?" 상훈이는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응원의 마음을 담아 내가 쓴 책 중 하나를 골라 사인을 해 주었다. 자신을 너그럽게 여기는 마음, 그러면서 다져지는 자신감이 상훈이의 공부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란다.
평소 '착실하다'는 칭찬을 듣는 학생들이 새겨 두어야 할 공부 내공 : 심리 검사 분포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상훈이와 같은 유형의 성격이 가장 많 다. 당연히 학생들 중에도 상훈이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혹은 마음속에 간직한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상훈이에게 했던 당부를 다른 학생들에게도 선물한다.
공부 방법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공부한다는 것이 매우 불 편하고 불안한 일이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해 오던 공부'에 대한 미련은 책임감을 만족시킬지는 몰라도, 학습 효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양보다 질이다 : 몇 시에 자는지, 텔레비전은 얼마나 봤는지 등으로 '열심'을 측정할 수는 없 다. 성실함의 모양은 의미없다. 성실함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결과를 좌우한 다. 상훈이와 같은 성실한 학생이라면 공부의 양은 이미 타고난 성품으로 누 구보다 앞설 수 있으니 앞으로는 질을 고민하자.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라면 더 짧은 시간을 들여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테니 효율적인 시간 활용에 욕심을 부려 보자.
계획 세우고 책상 정리하며 공부 시동을 걸어라 : 이 학생들의 책상은 늘 말끔하다. 공부 계획이나 노트도 언제나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학생들은 계획 세우느라 시간 다 보내고, 공부하려고 앉으면 책상 정리하느라 시간 다 보낸다고 걱정하지만 그것은 '자기다운' 습관이니 시간 낭비라고 좌절할 필요 없다. 책상 정리하며 그날 할 공부를 떠올려보자. 정리 를 마치면 마음 속에 떠오른 공부 계획을 메모하면 된다. 공부할 마음이 준비 되었으니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14. 선생님 설명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어요
수업 내용을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그 수업의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 주시지 않는 것뿐이다./ 학교 수업도 못 알아듣는데'라는 좌절감은 내가 스스로 판 무덤이다.
한나는 늘 웃는 밝은 아이다.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할 때에도 자기 성향을 드러낸다. "감동적이긴 한데 좀 심심해요. 하늘빛 바람 어쩌고 하는 느낌 아니어도 감 동적일 수 있잖아요. 밝고 신나게 감동적인 책이 더 좋아요." 한나는 심리학을 전공해서 상담 치료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도 사람들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 은 물론 선생님과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이니 학교 생활도 재미있게 이어 가 고 있을 터였다. 한나를 만나면 즐거웠다. 그 힘찬 긍정성에 오히려 내가 배우 는 것이 더 많았다. 이런 한나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한나의 스트레스가 폭발한 때 는 중 3. 고입의 압박감과 중간고사에 대한 부담이 겹치면서였다. "고등학교 갈 때 3학년 내신이 제일 많이 들어가잖아요. 1, 2학년 때 성적 장 난 아닌데. 3학년 때는 진짜 시험 잘 봐야 해요." 한나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다. 매일 복습도 충실히 했고, 스스로 교재를 정해 영어와 수학 공부도 꾸준히 해 나갔다. 그런데 중간고사가 다가와 매일 하던 공부에 중간고사 공부가 더해지자 '왜 이렇게 할 게 많지?'라는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늦게까지 공부해도 그날 해야 할 공부를 모두 마치지 못했고,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한나는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 평소 해 오던 공부를 안 해도 되느냐고 물 어 왔다. 공부의 정석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시험이 라고 별다르게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청소년기의 공 부는 시험 잘 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이 100% 이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지. 하던 공부를 안 하면 그 시간에 시험 공부 를 더 많이 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차이는 크지 않아. 오히려 시험이 끝나면 다 시 안 하던 공부를 해야 하니까 공부 리듬 찾기가 더 어려워, 시험 하나만 보고 공부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돼. 당장 시험이 코앞이라 선생 님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 시험 기간은 하던 공부를 안 하고 다른 공 부를 하는 기간이 아니야. 하던 공부는 그대로 하고 더 추가하는 공부가 있으 니 바쁜 거지. 매일 공부하던 것은 그대로 하자. 그 대신 분량을 조금 줄이면 부담이 줄 거야. 그러면 좀 괜찮겠지?" 한나도 공부 욕심 때문인지 그게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되기 전에 또다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선생님, 미치겠어요." 일주일 만에 만난 한나는 이전의 생기발랄한 한나가 아니었다. 풀이 죽은 것 은 물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속이 터져 죽을 뻔한 이야기들을 토해 내면 서 흥분했다. "선생님 저 바본가 봐요. 제가 사회 같은 걸 좀 못하거든요. 수업 시간에 진 짜 아무것도 못 알아듣겠어요. 오늘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뭘 물어 보셨는데 답을 모르겠는거예요. 그래서 책 뒤져 보는 척하다가 제 짝이 알려 줘서 겨우 넘어갔어요. 선생님이요, 넌 그것도 모르느냐고 저 놀리고 농담하셨는 데 전 완전 열 받아서 대꾸도 안 했어요. 원래 선생님이 저 놀리면서 반 애들 웃기고 그러거든요. 아, 몰라요. 이번 주 내내 그랬어요. 속상해서 집에 와서 막 울었어요." 이런 식의 하소연은 반복되었다. 쉬는 시간에 공부 잘하는 친구랑 좀 수다 떨고 나면 갑자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재는 나보다 공부 잘하잖아. 왜 내 가 재랑 웃으면서 놀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모르는 걸 물어봤을 때 잘 설명해 주는 친구를 보면 나는 왜 이걸 모르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 다. 한나의 스트레스는 점점 더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평소 하던 영어. 수학 공부는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가 시험 3주 전 이었다. 평소 공부를 계속 이어 가거나 조금씩 줄이면서 시험 일주일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에 몰입해도 충분할 텐데 한나의 불안은 중간고사 이외의 공 부를 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다 알아듣지 못해도 절대 좌절 금지!
"한나야,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수업 시 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모든 설명을 다 알아들어야 하는 건 아니야. 선생님은 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하시는 것뿐이니까. 그 수업은 네 거야. 선생님 것이 아니고." 수업 내용을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그 수업의 내용을 모르는 것 은 아니다. 선생님이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 주시지 않는 것뿐이다. '학교 수업도 못 알아듣는데'라는 좌절감은 내 스스로 판 무덤이다. 사회 시간에 한나의 자신감이 가장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 수업은 그 전날 예습을 20분 정도 하도록 했다. 예습을 할 때에는 ① 교과서를 펴 서 예상 진도만큼 대충 넘겨 보며 단원명과 학습 목표를 읽어 본다. ② 무슨 내용일지 예상을 해 본 후 수업 중 주로 쓰는 교과서나 프 린트를 읽어 본다. ③ 무엇이 중요할지, 선생님은 어떤 부분을 강조 하실지, 이 그림·그래프는 어떻게 설명하실지 수업에 대한 상상을 해 본다. 예습을 한 후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늘 예습한 대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수업 중 선생님의 설명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은 계속되었다. "선생님 설명을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네가 그 수업의 내용을 모르 는 것은 아니야. 선생님이 네가 알 수 있는 내용만 골라서 설명을 해 줄 수 없 는 거니까. 불안해하지 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설명을 알아들으려 고만 하지 말고, 저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 내가 예습한 것 중에 무엇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지 말이야. 너는 '이 내용을 설명하시는구나'라고 맥락만 알면 되는 거야. 그 설명 내용은 문제집에도 있고 프린트에도 있으니 까 읽어 보면 되는 거고, 꼭 선생님 설명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 내용 을 교과서에 표시해 두고 집에 와서 복습하고 문제 풀면서 한 번 더 보면 돼. 그럼 넌 그 내용을 충분히 공부한 거야."
작은 문제에 크게 놀라지 말자
결국 답은 한나의 마음에 있었다. 나는 네 잘못이 아니라 선생님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지 못한 맛이라고 생각하라며 과장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중간 고사는 무사히 치렀고 결과는 평균 10점 상승이었다. 국·영·수 등 주요 과목 은 여전히 노력이 더 필요했지만 그래도 한나가 성취감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문제는 늘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크게 나빠진다. 사회 시간에 못 알아 듣는 설명이 몇 번 반복되자 한나는 멀컥 겁이 난 것이다. 시험 범위도 많은 데 어떻게 다 해내야 할지 답답해서 걱정을 하다 보니 그날 해야 할 영어, 수 학 공부는커녕 복습도 못 하게 된 모양이다. 그 다음날로 이어지는 한숨, 이 렇게 되면 학생들은 시험이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객관 적인 판단력을 상실한다. 수업도 못 알아들으면서 무슨 영어, 수학 공부 욕심 인지 싶어 고입 때 필요한 중간고사 공부에만 올인해야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공부 범위를 축소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지금의 내 문제가 아주 작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내가 그 렇게 힘들어해야 할 만큼, 하던 공부를 그만둘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다. 발등에 찰랑거릴 정도의 물을 보고 금방 가슴까지 올라올까 봐 겁이 나 버둥거리다 넘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넘어지고 보니 진짜 가슴까지 물이 올라와 기겁을 하고 하던 공부를 내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자신과의 싸움, 공부 스트레스
사교성 하나는 끝내줘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것 같던 한나였지만 시험이 라는 스트레스가 압박해 오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공연히 아니꼽게 보는 발톱이 돋아나기도 했다. 한나와 달리 내향형의 학생들은 한나처럼 '짜증난 다'. '죽을 것 같다'라는 표현을 그때그때 하지 않고 속에 담아 두는 경우가 많다. 공부방에 혼자 앉아 울거나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교과서를 샤프로 북북 긁기도 한다. 학생 스스로도 자신의 그런 모습이 생소해 더욱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얌전하던 아이가 책을 긁고 있는 모습을 본 부모님은 또 얼마나 놀랄 까. 그러나 이것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 상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공부를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한다. 공부 스트 레스는 학생들이 자신과의 싸움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거치는지를 보여 주 는 거울이다. 한나는 학습 부담이 커지자 친구들과 선생님을 짜증스러워했 다. 한나의 강점이 사교성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보다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관리는 평소 그 사람의 성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타인에게는 너 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학생 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할 때,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서 자신과의 싸움이 격해질 때 주변 어른들은 학생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든지 깨닫게 해 주어 야 한다. "너도 너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스럽겠지만, 네가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큰 거야.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하는 것은 자신을 더 높 은 곳으로 이끌어 가는 좋은 태도지, 그래도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자책하지 는 말아. 자신을 깊이 사랑할 줄 알아야 노력하는 힘도 커지는 거야." 이렇게 말해 주자.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도 놀랄 만큼 여리다. 고난의 연속인 인간의 일생을 생각해 본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 거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편이 더욱 현명하지 않은가. 이것이 교사와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중학생 자기주도 학습법
이지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