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eeling of not being able to study well is often just a matter of mood, and regardless of how one feels, what has been studied remains in the brain. The best way to start studying is to "just do it" rather than waiting for the perfect moment. Developing a daily study habit through personalized preparation routines is essential. Focusing on small achievements and encouraging oneself can lead to more consistent studying.
생각거리 읽을거리 : '공부가 잘 안 돼요'에 숨어 있는 비밀
1. 놀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받는 허락
학생들은 '공부가 잘 안 돼요'라는 말을 징그럽게 많이 합니다.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해야겠다는 생각은 가득한데,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집중이 잘 안 되고 졸음이 온다는 것이죠. 당연한 말입니다. 늘 한결같이 집중해서 공부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날도 있고 안 그런 날도 있는 거예요. 공부 를 잘하려면 공부가 잘되든 말든 '그냥'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공부가 잘 안 된다는 날은 '공부가 내 마음대로 안 되어 기분이 안 좋은 날입니다. 그래서 문자 보내고 낙서하며 시간을 보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내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문제이지 공부가 진짜로 안 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읽고 계산하며 공부한 것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그런데 괜히 '이 단원은 제대로 공부를 못 했어' 라고 판단해 버리는 겁니다. 우습지요? 내 기분이 어떻든 공부는 된답니다. 그러니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공부를 못 하겠어. 애들 불러서 노래방이나 가야지'하는 것은 내가 놀 고 싶은데 스스로에게 핑계를 댈 것이 없으니 '기분이 안 좋다'고 자기 합리 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결국 공부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도 나고, 공부가 안 되니 오늘은 좀 놀겠다고 결정한 것도 나지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공부를 안 할 이유를 찾고 실제로 공부를 안 해 버리고 나서는, ‘공부가 안 된다'고 걱정하는 겁니다.
2. '공부하고 싶어요'의 다른 표현
"선생님, 공부가 잘 안 돼요." "그럼 하지 마.” 이토록 '쿨하게' 대답하면 학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헉!' 입니다.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니' 라는 식의 걱정 어린 대답을 기대했던 것이지요. 학생들 은 공부가 안 된다고 칭얼거리면서도 진심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싶 은 마음이 큰 만큼 공부가 안 된다는 투정도 심하거든요. 공부하기 싫은 마음 은, 그 이전에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공부가 안 된다'를 '공부하고 싶다'로 말해 보세요. 같은 욕구에서 비롯된 다른 표현 일 뿐입니다. 정말 공부가 안 된다면 안 하면 됩니다. 그날은 푹 쉬고, 다음날부터 신나게 공부하면 될 텐데 공부가 안 되면 안 된다고 걱정, 놀라고 하면 이렇게 놀아 서 어떻게 성적 올리느냐고 걱정입니다. (나보고 어쩌라고). 걱정을 버리세요. 한 시간이 1분처럼 지나가면서 머리가 맑으면 공부가 잘 됐다고 생각하고, 졸음이 오고 지겨워서 겨우겨우 공부를 마쳤다면 공부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에요. 기분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기분일 뿐 이지요. 하기 싫어서 하든, 하고 싶어서 하든 상관없이 내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중요해요. 공부는 '그냥' 하는 것이지 잘되니까 하는 것이 아닙니다.
3. 공부가 잘 안 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마세요
늘 공부가 잘될 수는 없습니다. 공부 안 되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지요. 이유를 찾는답시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 고 있다면 바로 그만두세요. 공부가 안 되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하 기 싫어서 안 될 수도 있고, 몸이 피곤해서 어제보다 힘이 들 수도 있지요. 이 유는 알아서 뭐할 건가요. 툭 털어 버리세요. 이유를 알았더라도 대부분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속만 상합니다. 즉 공부가 잘 안 되는 이 유를 아는 것이 공부가 잘되게 도와주지는 못한다는 거예요. 생각이 많은 학생들(공상이 많은 것과는 달라요)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공부 가 안 되는 자기 상황을 논리적으로 알고 싶어 하고 답답해하고 적어 보기까지 하거든요. 공부가 안 되는 것은 내 생각, 내 기분일 뿐이므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사라져요. 일부러 생각을 키우지 마세요.
4. '그냥' 공부를 시작하세요
학습 동기가 몸과 마음에 충만하여 건드리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상황은 좀 처럼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때를 기다려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공부를 안 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같아요. 마음이 안 좋더라도 머리가 굳어 버린 것 같더라도 몸은 책상 앞에 앉아야 하고 손은 펜을 잡아야 해요. 그렇게 공 부는 몸으로 먼저 하는 것입니다. 우선 책상 앞에 앉으면 뭔가를 끼적이게 되고 쓴 것을 눈으로 읽다 보면 뇌가 움직이게 되지요. 손주은 선생님(메가스터디 대표)은 공부 방법에 대한 특강을 하실 때마다 공부 는 ‘엉덩이→손→머리→가슴'으로 하는 것이라 강조하십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2~3시간씩은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기르는 게 공부 혁명의 최우선 과제다. 엉덩이 힘이 길러지면 그 다음은 손의 단계로 들어간다. ……………그런 다음 머리이고, 그 다음이 가슴의 단계로 넘 어간다. ……………학생에게 공부란 하기 싫고 짜증 나는 것이다. 엉덩이와 손의 단 계를 넘어서면서 공부는 감(感)이 잡히고, 기쁨의 단계로 들어선다. 이런 기쁨 을 느끼지 못한 채 잔재주와 스킬로 공부 혁명을 이룰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공부를 하려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2장 나만의 공부 습관 들이는 법
6. 공부도 준비 운동이 필요해
공부의 시작이 쉽지 않은 학생들이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은 '공부 준비 운동'이다.
계곡물에 물장난하러 들어갈 때에도 몸을 움직여 준비 운동을 하고 발부터 천천히 들어가는데, 온 두뇌를 쓰는 공부에 준비 운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 일단 공부가 시작되면 집중하기는 쉬운 법이다.
소영이는 자유롭고 무난한 학생이다. 소영이의 '자유로움'은 소영이 어머 니가 볼 때에 매우 속 터지는 어수선함이기도 하다. 책상 위는 언제나 자유롭게 어질러져 있고 방 안에는 의자, 침대, 방바닥에 걸쳐 양말과 교복, 쇼핑백 등이 널려 있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소영이의 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휴일에는 누가 깨우지 않으면 한두 시까지 잔다. 공부하러 10시까지 오라고 하면 10시 30분쯤 도착하고, 늦잠을 자는 날이면 2시에 오기도 한다. 그렇다 고소영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 영이의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뿐이다.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집중할 때까지 한 시간
소영이의 공부는 어떨까. 공부를 전혀 안 하는 날도 있고, 하더라도 규칙적 이지 못하다. 어떤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키는 대로 수학 조금, 영 어 조금 하는 식이다. 그 조금씩 하는 공부도 쌓이고 쌓이면 좋을 텐데 그렇 지도 못하다. 바람 불면 흩어지는 모래알 같은 공부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이 끝나 가고 있었다. "저는 공부 습관 같은 게 없어요. 이대로 고등학교 가면 정말 큰일 나요." 소영이는 간절하게 중 3 겨울방학을 붙잡고 있었다. 학원, 과외는 불편해서 원래 안 했으니 방학 동안의 긴긴 시간을 소영이가 온전히 알아서 보내야만 했다. 소영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공부 계획? 계획 세우는 방법을 알려 줘도 다음날 1시에 일어나면 끝장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 규범적인 성향을 타고난 학생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꼭 일찍 일어나야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영이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매일 공부를 하는 습관'이다. 공부란 녀석은 하루 깨끗하게 안 하면 다음 날 괜히 하기 싫어진다. 공부는, 더 나아가 노력은 밥 먹듯 매일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 전략이나 계획은 매일 공부가 익숙해진 다음에 생각해도 된다. "방학 동안 뭘 공부하고 싶니?" "영어, 수학 같은 건 해야 하잖아요. 고1 진도 한 번은 봐야 할 거 같아요." “너 혼자 해야 하잖아. 어떻게 할 건데?" “인터넷 강의 받아 놨어요. 영어는 그냥 그런대로 할 만한데 수학이 걱정이 에요." “그럼 우선 수학 인터넷 강의를 매일 한 강씩 듣는 걸 목표로 하자.” "네." 무엇을 공부할지는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약속만 해 두면 다음날부터 안 지켜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 매일 내 연구실로 와서 공부하라고 했다. 공부는 소영이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자유롭게' 어질러진 방과 책상에서 공부가 잘될 리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부하기 위해 어딘가로 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부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목적에 따라 장소를 구 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이 아무리 좁아도 주방에서 잠을 자 지는 않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예상대로 소영이가 공부하러 오는 시간은 매우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다그 치지 않고, “빠지지 않고 매일 공부하러 오니 훌륭하다"고 농담 섞인 칭찬을 해 주었다. 며칠 소영이를 지켜보니 책상 앞에 앉은 후에도 바로 공부에 집중 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문자도 보내고 의자를 움직여 보기도 하고 보고 있 던 인터넷 강의를 멈추고 엎드려 자기도 했다. 공부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니 산만하게 공부하다 잡념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소영이의 공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의 도입부'를 매끄럽게 하는 것 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자유로운 성향의 소영이에게는 조용한 자습실의 분위기가 오히려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매번 음악을 들으며 공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소영이 같은 아이가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조용한 환경에 서 집중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활동적이고 소리가 들리는 공부를 하는 것이 편안하다. 그래서 정한 공부가 영어 듣기. 듣기만 하면 듣다가 지루해질 테니 받아쓰기를 하여 집중이 쉽도록 했다. 듣기 자료는 작년 고 1들이 보았던 교 육청 모의고사로 정했다. 매일 한 문제씩 들었는데, 한 문장씩 끊어서 반복 듣기를 하며 그 문제의 모든 문장을 받아쓰도록 했다. 세밀한 발음의 차이를 모두 적어야 하니 듣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일부러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 지 않아도 되니 소영이의 부담도 덜했다. 이것은 생각보다 성과가 좋았다. 영어 듣기에 대한 자심감은 덤으로 얻었 다. 내친 김에 영어 듣기가 끝나면 30분 동안 독서를 하게 했다. 연구실에 있 는 책을 아무거나 골라 30분 동안 읽는 것이다. 수행평가 숙제가 아니면 책을 보지 않던 아이인지라 독서가 필요하기도 했고, 영어 듣기에서 조용한 공부로 이어 가는 데 '독서'는 다른 공부보다 편하기도 했다. 이렇게 영어 듣기와 독서가 끝나면 소영이의 수학 공부가 시작된다. 공부 초반의 산만함 없이 바로 인터넷 강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정도 하다 보니 나는 영어 반복 듣기만 도와주고 그 다음 독서와 수학 공부는 소영 이가 '자동으로' 하게 되었다. 고1 선행학습을 위한 수학 공부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공부 시작이 쉽지 않을수록 나만의 준비 운동을 마련하자
소영이의 '매일 공부하는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 다. 소영이의 성향이 좀 자유로울 뿐이지 공부 의지가 약한 것은 아니었기 때 문이다. 나는 강의 등의 일정으로 연구실에 자주 갈 수 없었는데, 소영이는 내가 오든 안 오든 방학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늦잠을 한두 시까지 자고 연구실에 오는 시간은 오후 3시 정도. 소영이는 그 시간을 지켰다.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간이 몸에 익 자 비로소 규칙성을 가질 수 있게 된 듯했다. 꼭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부 중에 딴짓이 많거나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이책 저책 넘나드는 학생들도 비슷하다.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 이유를 잘 살피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공부 의지가 원래 약한 사람은 없다. '공부하는 상황의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공부 의지' 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나다운 공부 방법이 보일 것이다. 그동안 소영이의 꾸준한 공부를 방해해 왔던 것은 '공부 시작 무렵의 산만 함'이었다. 계곡물에 물장난하러 들어갈 때에도 몸을 움직여 준비 운동을 하 고 발부터 천천히 들어가는데, 온 두뇌를 쓰는 공부에 준비 운동이 필요한 것 은 당연한 일. 소영이의 공부 준비 운동은 영어 듣기와 독서였다. 소영이처럼 공부의 시작이 쉽지 않은 학생들이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은 '공부 준비 운 동'이다. 일단 공부가 시작되면 집중하기는 쉬운 법. 그 후로 소영이는 자신 이 생각보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에 흐뭇해하며 공부 준비 운동으로 독서를 즐기고 있다.
1) 칭찬으로 만들어지는 공부 습관
소영이가 공부하러 연구실에 오기로 약속한 시간은 10시였지만 늦잠을 자 는 날이 많아 거의 지켜지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왜 늦었느냐, 내일부터는 일 찍 일어나라 같은 잔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다. 굳이 내가 다그치지 않아도 소 영이 스스로 '누가 깨우지 않으면 정말 계속 자요' 라면서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은 더 큰 이유는 우리의 목표에만 초 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2) 조금이라도 매일 공부하기'라는 목표에만 집중
소영이에게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하는 습관 만들기'를 이루어 내는 것 이 가장 중요했다. 부수적인 일들에 대해 모두 한마디씩 한다면 설령 옳은 조 언이라 하더라도 소영이를 의기소침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소영이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정해진 공부를 했다면 그것만으로 칭찬해 주었다. 목표한 것이 있다면 목표만 보아야 한다. 다른 실수에 관심을 돌리느라 목표를 바라볼 여 력이 없어진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실수는 목표의 성취를 충분히 맛본 후 다른 기회에 바로잡으면 된다.
3) 늦잠이나 지저분한 책상 등을 핀잔하지 않는다
이 점은 자녀의 공부를 도와주는 부모님도 주의를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지적한다고 그대로 자녀가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늦잠 때문에 공 부하는 시간이 늦어졌더라도 "늦었지만 그래도 안 빼먹고 공부했으니 잘했 다"고 목표한 것을 이루어 가는 방향으로 격려해 주어야 한다. 학생도 욕심만 큼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거나 자책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내가 못한 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조금이 라도 해낸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7. 배우는 자의 준비, 예습
'학생이 배울 준비를 마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예습은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울 준비'다. 내일 배울 과목의 교과서를 미리 살펴보는 것은 반복 학습이 되기도 하지만 '수업을 준비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분명한 학습 효과가 있다. 아스팔트도 녹일 듯한 숨 막히는 더위에 지쳐 가던 여름, 그 더위를 뚫고 엄 마와 함께 나타난 준호는 그런 날씨마저 관심 밖이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이 었다. 준호의 고민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는 것. 엄마는 공부가 하기 싫으면 다른 것을 해 보라고 권해 보았지만 준호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특별히 성품이 나쁜 것도 아니고 부모님에게 반항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활기차게 잘 논다. 엄마의 말씀 을 요약해 보면 준호의 상태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주었다. 목표한 것이 "무언가 노력을 해야 성과도 나는 건데,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노력을 할 수가 없잖아요.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해요. 공부를 워낙 안 하려고 해서 제가 다니는 스포츠센터에 함께 가서 테니스도 한두 달 배워 보고 골프도 한두 달 배워 봤는데 코치님은 썩 잘한다고 해요. 운동을 계속해 도 나쁘지 않겠다고요. 그런데 또 자기가 하기 싫대요.” 언뜻 보면 준호가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모님도 반드시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으셨고(이것만으로도 훌륭한 부모님이다), 공 부 이외에 준호가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주려고 애를 쓰다가 적성이 뭔지 진단이나 받아 볼까 하여 나를 찾으신 것이다. 물론 학습 동기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포함해서. 그러나 준호는 공부를 특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해야 할 과제가 있으 면 집중해서 잘 해내고 생각도 빨랐다. 골프나 테니스, 피아노 레슨을 받을 때에도 모든 선생님들께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부모에 게 하는 칭찬이니 그냥 인사로 받아 넘긴다 해도 기본적인 역량은 충분히 갖 춘 것 같은데 무엇도 스스로 하려고 하질 않으니 지켜보는 부모님은 얼마나 속이 터지고 안타까울까. “요즘 아이들은 부족한 것 없이 크지요. 공부도 돈 없어서 부모가 안 시켜 줘서 못 하던 예전과는 다릅니다. 당연히 공부에 대한 애착도 미지근해요. 준 호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이 비슷한 상태예요. 스스로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 욕심이 크거나 책임감 같은 요인들 때문에 하는 거고요. 학습 동기만으 로 본다면 모두들 비슷합니다. 준호가 특별히 부족한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준호는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아이였다. 생긴 것도 잘생겨서 공부까 지 잘한다면 영락없는 '엄친아'다.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비결
학습 동기는 남이 만들어 주기 어렵다. 누군가의 연설을 듣고 혹은 책을 읽 고 감명을 받아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모든 학생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학습 동기 즉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매 순간 내가 만들어 내야 한다. 공부할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력은 '예습'이다. '학생이 배울 준비를 마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옛 장군들은 부 족한 군사로 10배가 넘는 적군을 이기기 위해 묘책을 갈망하던 중 거북이를 보고 거북이 등딱지처럼 6각형으로 군사를 배열하는 전술 아이디어를 얻기 도 했다. 거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배우는 자의 마음이 준비되어 있 으니 전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예습은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울 준비'다. 내일 배울 과목의 교과서를 미리 살 펴보는 것은 반복 학습이 되기도 하지만 '수업을 준비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분명한 학습 효과가 있다. 예습은 단순히 학습 내용을 살피는 데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내일 배울 과목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책과 노트를 챙기다 보 면 준비물은 없었는지, 과제는 다 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되짚게 되기 때문이 다. 예습을 하면서는 단원명과 학습 목표를 살피고 핵심 용어를 공부하는 것 이 좋은데, 이때에도 '핵심 용어의 뜻을 단정하게 기록하는 것보다 핵심용어의 뜻이 무엇일까 먼저 상상해 보고 그것이 맞으면 '아싸, 맞았다!' 며 좋아 하는 식의 공부를 해야 한다. 예습이란 내가 배울 것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마음과 머리를 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울 준비'를 해 두면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에 절로 머리가 끄덕여 지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문제를 풀거나 언뜻 텔레비전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도 '아하, 이게 그거구나!' 하며 거침없이 이해가 될 것이다. 준호에게 이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준호야, 지금까지 네가 공부에 심드렁했던 것은 스스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 마음을 어떻게 갖는지 몰랐으니까 예전 일은 괜찮 아. 오늘 집에 돌아가서부터 예습을 해 봐. 내일 무엇을 알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책을 펴면 돼. 그리고 흥미가 생기는 대로 단어도 찾아보고 그림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 봐.” 준호는 예습을 전혀 하지 않던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당장 실천하기 에 버거울 수 있었다. 실기 수업이 많은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는 예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준호가 좋아하는 수학과 어려워하는 사회 두 과목만 예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수학은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고 사회는 본인도 해 야 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2~3주 정도 간격을 두고 나머지 과 목들도 추가해 나가기로 했다. 예습을 하고 스스로 하는 공부에 보람을 느끼면 과목 추가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준호가 실천할 수 있도록 간단히 예습 방법을 알려 주었다.
1) 교과서와 프린트, 노트 등 수업 시간에 쓰는 교재를 챙긴다
이를 위해서는 예습을 하기로 한 수학, 사회 교과서와 수업 자료들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한다. 사물함에 책을 모셔 두면 공부를 할 수 없다. 예습 복습 이 필요한 과목은 반드시 교재를 들고 다니자. 가방이 무거워지는 만큼 나의 실력도 무거워질 것이다.
2) 교과서를 펴서 내일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갈지 예상해 본다
교과서, 노트, 프린트물을 펼쳐 보는 것만 해도 상당한 복습 효과가 나타난 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이 눈에 들어오고 그 분량을 가늠해 보면 다음 수업 시간에는 얼마나 진도가 나갈지 파악할 수 있다.
3) 단원명, 핵심 용어를 기억한다
내가 지금 배우는 것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야 이해의 맥락이 엉키지 않는 다. 선생님이 수업 시작 전 “오늘 어디 배울 차례냐?"고 물으시면 책을 펴지 않고도 “유럽 사회의 형성이요"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원 중간에 수업 이 끝나고 시작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날 수업의 키워드는 입으로 두세 번 중얼거려 보면서 익혀 두자. 단원 중간부터 수업이 시작될 때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단원의 맥락이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4) 학습 목표를 보고 초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서유럽 봉건 사회의 성립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라 면 ‘서유럽에서 봉건 사회가 성립되나 보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예상해 보면 된다.
내일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예습 효과는 충분하다
준호는 그쯤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선 일주일 동 안 실천해 보기로 했다. 수학, 사회가 무슨 요일에 들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매일 저녁 ‘오늘 예습할 게 무얼까?' 하며 시간표를 보는 것도 훌륭한 공부 습관이다. 일주일 후, 준호를 다시 만났다. "예습은 할 만했어?" "네, 좀 그냥 할 만했어요." "수학, 사회 중에 어떤 게 더 하기 쉬웠어?" "쉬운 건 아닌데요. 수학은 과외를 하니까 뭘 예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사회는?"(끄덕끄덕) “하루도 안 빼먹고 다 했어?" "네." "어때? 예습하니까 사회 수업도 들을 만하지?" "네. 수업 시간에 필기도 다 했어요." 과외 선생님과 꼼꼼히 수학 공부를 하는 준호에게 간단히 예습을 하라는 것 은 유치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습은 먼저 공부한다는 의미보다 수 업을 준비한다는 태도에 가까운 것이다. 교재를 미리 펼쳐 놓고 선생님이 오 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가 모두 예습이다. 책을 펼치다 보니 '이거 다 아는 거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진지한 수업 준비로서의 예습을 그만두어서 는 안 된다. 사회 예습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매번 지루해서 대충 때우던 수업이었는데 전날 교과서를 한 번 펼치니 다음날 수업 때 교과서가 조금 더 반가워졌다. 선생님이 자기가 예상했던 페이지를 펼치라고 하는 것만 해도 뭔가 자신의 의도대로 되는 듯해서 뿌듯해지고, 예상치 못한 프린트를 나눠 주며 나의 예 습을 헛수고로 만들어 버릴 때에는 선생님이 야속해지기도 했다. 익숙한 단 어가 나오고 의미가 연결되는 경험을 하니 필기할 마음도 생기고 놓친 내용 이 아쉬워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했단다.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을 겪으며 하 는 공부가 살아 있는 공부다. 준호의 예습은 빠르게 탄력을 받았다. 예습 과목을 조금씩 늘려 가면서 과 목별로 예습의 방법을 달리했는데, 수학은 과외 시간에 내용 공부를 많이 할 테니 내용 예습보다 수업 준비하는 태도에 더 중점을 두었고, 사회는 학습 목표와 핵심 용어 등 내용 예습을 쉬지 않도록 했다. 2주 정도 지나자 사회 예습 은 아주 익숙해졌다. 사회가 어떤 요일 몇 교시에 들었는지 외울 정도였다. 사회와 같은 방법으로 과학 예습을 추가했다. 자연스럽게 과학 교과서와 노 트도 사물함을 떠나게 되었다. 교과서를 집으로 들고 다니는 과목이 아니더 라도 수업 시작 전 교과서, 노트, 프린트를 펼쳐 놓는 수업 준비는 모든 과목 에 매 시간 실천하도록 강조했다. 그것만 잘해도 학교의 모든 수업을 능동적 으로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습은 청소년의 성공 습관
모든 성공의 원리가 그렇듯 내 그릇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는 법이다. 공부 할 때는 내 공부 그릇이 커야 한다. 한 시간 수업을 들을 때에도 그 수업 시간 동안 성공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예습은 한 시간 수업을 성공하기 위해 태도를 만들고 그릇을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한 시간 수업에서 모든 수업, 학교 생활, 24시간으로 확장되어 학생의 인생 전체를 휘 감도록 확장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아주 작은 부분부터 성공하는 습관을 익혀야 한다. 예습은 바로 이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지금껏 '하면 하고 말면 마는' 미지근한 마음으로 공부했다면 예습을 시작 해 보자. 내일 배울 한 시간만큼의 학습 동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매 과목 보람차게 수업을 잘 들었다는 만족감은 다음날의 공부를 위한 예습 으로 이어지고 그 활기는 모든 노력에 연결되어 퍼진다. 학습 동기는 이렇게 내가 만드는 것이다.
1)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학생들
준호가 그 무엇도 하려고 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것저것 부 족함 없이 모두 가르치려던 부모님의 '난리'에 진이 다 빠져 버린 탓이다. 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기 전에 부모님이 '알아서' 학원에도 보내 주고 스 포츠센터에도 보내 주었으니 준호는 스스로의 의욕을 가지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공부를 하 려면 스스로 학습 욕구를 내어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호는 그러지 못해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던 거다.
2) 공부의욕은 작은 실천에서 생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공부든 무엇이든 해 본 사람이 더 큰 실천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준호와 같이 무엇에도 의욕이 없는 학생들은 일단 무엇이라도 해 보아야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공부가 뭐니?" 라고 질문하면 당연히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학생 마음속에 있는 미미한 학습 욕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가장 만만한 과목이 뭐야?"라든가 “걱정스러운 과목은?"이라고 질문해 보자.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내 마음속에 떠다니는 사사 로운 근심들은 사실 학습 욕구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공부에 아예 관심이 없다면 걱정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겨 보자. 준호는 예습, 수업 준비로 시작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책가방 싸기, 책상 정리하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 동안 공부할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게 될 것이다.
8. 평소 공부는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는 연습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매일 노력하고 자신의 노력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솔이는 공부를 잘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한 것에 비해 시험을 잘 봐 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한솔이 엄마는 늘 이것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평소에 는 공부하는 시늉도 안 하다가 시험이 닥쳐 와서 숨이 꼴딱 넘어갈 때가 되어 야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벼락 공부를 조금만 해도 성적이 잘 나오니 공 부를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열심히 하는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지는 않을 지, 총명한 아이를 둔 엄마의 걱정이라 다른 엄마들 앞에서는 쉽게 내놓을 수 도 없는 고민이었다. “시험 때마다 제가 간이 다 녹아요. 미리 좀 해 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안 듣는 걸 어떡해요. 저렇게 벼락치기를 해도 성적이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다 니까요. 머리 좋은 것 믿고 저러는가 본데 저게 언제까지나 통하지는 않잖아 요. 평소에 꾸준히 하는 공부가 차곡차곡 쌓여야 하는데 한솔이는 그게 없어 요. 성적 잘 받으면 뭐해요. 쌓여 있는 공부가 없는데.” 어머니의 걱정은 지당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시험 공부를 하는 자녀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평소에 좀 해 두지. 시험 때마 다 꼭 이렇게 고생을 해야겠니?”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도와 주지 못하는 안쓰러움이 있을 것이다. 왜 모르겠는가. 한솔이도 비슷한 걱정 을 한다. 그런데도 평소에는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한다. 뭔가 딱 닥쳤을 때의 긴장감이 얼마나 집중하게 만드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신이 쏙 빠지도록 힘들지만 은근히 짜릿하단다. 평소에는 그만한 긴장감이 없으니 공부가 지루 하고 딴짓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공부를 전혀 안 해? 예습 복습 같은 거." “책이 다 사물함에 있어서 집에서 따로 공부는 안 해요. 복습은 가끔 수업 시간에 좀 이해 안 되는 거 있으면 찾아보는 정도예요." "그럼 평소에 집에서는 뭐 해?" “그냥 텔레비전도 보고 만화책도 보고........" 한솔이처럼 시험 전에 바짝 공부해서 점수를 내는 학생들, 이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바람 같은 공부가 불안하기도 하면서 내심 기대도 갖는다. '시험 직전에 몰아서 공부해도 이 정도인데 평소에도 공부를 하면 성적이 더 오르 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정말 그럴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벼락치기 공부가 습관인 학생들
한솔이는 시간이 많다고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목표 지향적인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솔이와 상반되는 성향의 학생이라면 매일의 분량을 정해 두고 그것을 실천하는 공부가 더 안심될 것이다. 한솔이 어머니가 여기 에 해당된다. 한솔이를 보기만 해도 본인이 불안해진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 은 시험 2~3주 전부터 조금씩 공부를 해 두어야 마음이 놓인다. 제한 시간을 주고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긴장해서 제 실력만큼 해내지 못한다. 어떤 학생 에게는 '긴장'이 집중의 요소로 작용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불안'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둘 중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각자 효과를 보는 방법 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마다 젓가락질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 것과 같 은 자연스러운 차이다. 여러 가지 젓가락질 중 관습이나 문화에 의해 가장 '좋 다는 방법이 있듯 공부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교 교육을 비롯해 일반 적인 분위기로는 매일 규칙적인 공부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고정관념이다. 한솔이에게 시험 공부를 한 달 내내 하라고 하면 지루해 죽을 것이다. 한솔 이와 같은 아이들은 '평소에 해 두어도 시험 볼 때 되면 다 까먹어서 다시 공부해야 하니 미리 해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한솔이의 시 험 공부는 목표 점수를 정해 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식으로 '효율성'을 추구한다. 실용적인 방법이다. 목표 점수가 달성되는 성취감으로 그 다음 노력을 이어 가는 것이다. 시험은 어차피 좋은 성적 받자고 보는 것이니 어떻게 공부하든 잘만 보면 된다. 벼락치기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법이니 매일 조금씩 나누어 공부하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험이 아니다. 한솔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매일 노력하고 자신 의 노력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 이다. 따라서 한솔이는 ‘시험'이라는 목표가 없더라도 즉 시험 기간이 아니 더라도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평소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돌아보자
한솔이는 학교를 다녀오면 숙제 말고는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고 시간을 보 내고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다. 한솔이 어머니는 그 시간에 공부 를 하길 바라셨지만 좀 더 길게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한솔이를 포함한 대 다수의 학생들은 공부만 잘하면(더 정확히는 성적만 잘 받으면) 자신의 책무는 끝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무 수행이 자신의 성공과 행복으로 연결될 것 이라 믿는다. 그러나 성공은 그렇게 쉬운 녀석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매 순 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사람만이 성공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한솔아, 공부를 꼭 평소에 꾸준히 할 필요는 없어. 네 말대로 어차피 다 까 먹으니까. 그치? 그리고 교과 과정의 공부는 지혜를 얻는 공부가 아니라서 읽 고 또 읽고 할 가치는 없어. 그건 선생님도 인정해, 평소에 교과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해. 좋은 공부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 하고 강하게 만드는 거거든. 시험을 보거나 뭘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 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거야." 평소 공부를 위해 중학생인 한솔이가 실천하기 좋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 보았다.
1) 영어·인성
영어 성경으로 잠언을 외운다. 영어는 외운 만큼 말할 수 있다. 한솔이 가족 은 모두 기독교인이므로 공부할 책을 영어 성경으로 정했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읽고 외우고 반복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경전이기도 하다.
2) 수학·경제
엄마가 쓰던 가계부를 한솔이가 쓴다. 한솔이가 가정의 회계 담당이 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돈 문제를 쉬쉬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 달 동안 가족이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알려 주고 그 안에서 저축, 식비, 교육비, 통신비 등 고정 지출과 그 밖의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 주자. 아이들은 자신의 용돈을 규모 있게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익숙해지면 다음 달 예산을 세울 수도 있고, 부모님께 그건 다음 달에 사라고 잔소리 를 하게 될 것이다.
3) 봉사·배려
강아지 밥과 화분의 물은 한솔이가 준다. 화분마다 물 주는 주기와 양을 기 록하고 달력에 표시한다. 한솔이 때문에 어떤 존재의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 은 경이로운 일이다. 공부와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솔이는 이미 목표(시험)를 위해 전략적으로 노력하고 원하는 결과(점수)를 얻 는 방법을 체득하였다. 한솔이가 평소에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노력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든 안 보든 목표가 있든 없든 한솔이는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 일상을 살면서 한솔이는 다양한 측면의 성장을 해내야 한다. 그런 성장이 한솔이 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성공 습관이 되는 평소 공부 4원칙]
'평소 공부'는 점수, 시험, 목표와 관계없이 일상을 열심히 사는 것 자체를 말한다. 그러니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청소년들에게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공 부가 된다. 한솔이가 실천했던 것처럼 내가 실천할 평소 노력들을 생각해 보 자. 성공 습관이 되는 평소 공부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고 싶은 것을 한다 :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가장 잘할 수 있다. 공부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신이 난다. 책을 읽는다면 엄마가 사다 주는 책 말고 내가 고 른 책을 읽는다.
둘째, 목표나 성과 등을 노리지 않고 그냥 한다 : '그냥' 만큼 강한 것도 없다. 사람이 좋을 때도 '그냥' 좋고, 기분이 나쁠 때 도 '그냥' 나쁘다. 전략이니 수행이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그 생각하느 라 공부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
셋째, 매일 한다 : 밥 먹고 숨 쉬고 잠자는 일처럼 매일 한결같은 실천이어야 한다. 한솔이의 경우 꽃에 물을 주는 행위 자체는 매일 하지 않겠지만 꽃을 한 번 들여다보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으니 물 주는 대신 화분을 밖에 내놔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오늘의 실천이다.
넷째,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 : 적어도 남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책을 고를 때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고르지만 동생도 좋아할 만한 책인지 생각해 본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중고생들은 가정에서 '폐휴지 담당'을 하기에 적당하다. 연습장이나 참고서 등 폐휴지를 본인이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쓰레기 분리 수거를 위해 폐휴지 를 모으는 노력은 가족과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9. 계획은 내일 공부를 위한 마음의 결정
계획이란 미래의 일에 대한 현재의 결정이다. 내일 내가 어떤 공부를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면 그것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다음날을 충실히 보낼 수 있다.
호윤이의 계획표는 참으로 간결했다. 계획표라고는 하지만 며칠부터 며칠 까지는 무슨 과목 하는 식으로 적어 놓고 있어서 알림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호윤이를 만난 건 한 방송사를 통해서였다. 방송사에서 나에게 인터뷰를 요 청했는데, 프로그램의 구성상 학생을 직접 만나 보고 그 학생의 공부 방법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호윤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 촬영은 호윤이의 집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나도 호윤이를 만나 러 호윤이네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는 모습부터 호윤이와 인사하는 장면 까지 모두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관에도 몇 번씩 들어갔다 나오고 인사 도 두 번 세 번 해야 했다. 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된 호윤이의 공부방, 책상 에 놓인 호윤이의 계획표를 보고 PD님이 물으신다. "호윤이가 세운 시험 공부 계획이거든요. 보시니까 어떠세요?"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워야 해요. 지금 계획표대로 공부하면 정해진 과목별 로 시간 배분을 균형 있게 하기 어렵지요. 3일 동안 세 과목을 본다고 되어 있 는데 하루에 한 과목씩 볼지, 하루에 세 과목을 다 볼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 은 과목을 공부할지 정해져 있지가 않아요. 그럼 들쭉날쭉 공부하게 돼요. 이 틀 동안 한 과목만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은 하루에 다급하게 몰아칠 수도 있 고요. 날짜를 하루 단위로 하고, 그날 공부할 과목을 페이지로 나누어서 시험 범위 전체를 공부할 수 있도록 계획표를 수정하는 것이 좋겠어요."
과목 배분만으로 계획표를 끝내지 말자
그래도 호윤이 계획에는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4월 15일까지는 본격 적인 시험 공부가 시작되지 않으니 학원을 다니며 국영수 공부에 초점을 둔 다는 생각을 적은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과목을 조금씩 나누었는데, 과학, 사회, 국사, 한문은 외울 것이 많으니 한 번씩 더 볼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 다. 시험 전날에는 학원에서 다음날 시험 볼 과목의 직전 보충을 해 준다. 그러나 공부 계획을 짤 때에는 언제 어떤 과목을 어떤 책으로 어떻게 공부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윤이의 계획표처럼 '과목 배분'이 되고 만다. 계획이란 미래의 일에 대한 현재의 결정이다. 내일 내가 어떤 공부를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면 그것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다음날을 충실히 보낼 수 있다. 꼭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계획을 세우 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거 대충 짜 지 뭐'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학교 시험은 학원보다는 학교 수업 중심으로 대비하자
“공부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요? 자신 있는 과목도 있고 자신 없는 과 목도 있을 텐데." "하루에 한 과목씩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하루 종일 같은 공부를 하 니 지겹겠지요. 하루에 두 과목 정도면 적당하고, 자신이 없는 과목부터 공부 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자신이 없는 과목은 시험이 다가올수록 다급해지 고 초조해져서 더욱 공부하기가 어려워지잖아요.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봐 두 면 '그래도 한 번은 봤다'라고 안심이 되니까 다른 과목 공부할 때도 스트레 스가 덜하고 다음에 한 번 더 볼 때는 이해가 더 잘 되지요." “시험 전날 학원에서 '직전 보충' 이라는 것을 한다는데,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직전 보충이란 시험 기간에 다음날 시험 볼 과목을 단시간에 정리해 주는 학원의 보충 수업이다. 시험 직전에 한다고 해서 직전 보충이라고 부른다. 호 윤이는 시험 기간에도 시험이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가서 직전 보충을 듣고 저 녁에는 자습실에서 시험 공부를 한단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시험 범위가 산 더미 같은 학생들에게 직전 보충은 하늘이 내린 단비와 같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시험은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시는 거지요. 당연히 학교 수업이 기반이 됩 니다. 교과 내용은 학원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지만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강조하셨던 내용이나 수행평가에 나왔던 문제 같은 것은 학원 보충 수업에서 는 배울 수 없어요.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사교육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초점을 두어서 문제를 출제해요. 학원 보충 수업에만 의지하지 말고 수업 시간에 봤던 교과 서랑 노트, 프린트를 다시 보면서 내 공부를 챙기도록 하세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호윤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좋은 방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학생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 는 나의 상담 스타일과는 매우 달라 촬영 내내 호윤이에게 미안했다. 촬영을 마칠 무렵 호윤이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질문할 것이 없느냐는 PD님의 요 청에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느낀 점을 말해 보라고 하니 “내 공부에 문제가 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한다. 사실 호윤이는 지극히 평범한 중학생이다. 전문가라는 선생님이 와서 문제 될 요소들만 골 라내 그 이유와 대안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갑자기 문제아가 된 기분 이 들었을 것이다. 마음이 좋지 않아 방송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은 몇 가지 이야기들을 더 해 주고 돌아왔다.
계획표를 꼭 '표'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호윤이에게 따로 해 준 말 중 호윤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계획'에 대한 것이었다. 호윤이는 전체를 생각하며 구조를 잡고 세부적인 사항은 그때그때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계획을 세울 때에도 큰 맥락만 잡아 놓는 것이 다. 그렇게 사고하는 학생에게는 그 계획표가 자연스럽다. 굳이 구체적으로 세우라고 강요한다면 그 학생은 떠오르지 않는 세부 사항을 억지로 나열하느 라 골치가 아프고 나중에는 스스로 '나는 계획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단 정 짓게 될 것이다. "호윤아, 계획표를 이렇게 적어도 괜찮은 거야. 너다운 계획표잖아. 계획표 는 이렇게 간단해 보여도 그 안에 어떻게 공부할지 생각이 다 들어 있는 거 지? 하나하나 페이지까지 다 적는 것은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할 거야. 공부 할 때 펴 보면 되는데 굳이 적어 놓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공부 계획은 내가 공부를 어떻게 할지 미리 마음속으로 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내용을 다 적어 두지 않아도 돼. 그 대신 내일 하루 어떻게 보낼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죽 상상해봐. 외에 위력이 그래를 내려다 아침에 일어나 단어를 다섯 개 외우고 학교에 가서 다시 복습하고, 1교시 시 작 전 자습 시간에는 4교시 과목까지 예습을 하는 거야. 상상을 하는 도중에 도 시간표를 보고 무슨 과목 교과서를 꺼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봐. 그 과목 교과서 표지도 떠올리면서. 매 교시 수업이 끝나면 간단히 복습. 점심시간에 는 7교시까지 예습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마찬가지로 복습. 이렇게 공부하는 내 모습도 떠올려 보고, 집에 돌아오면 나른하니까 한 시간 정도 잘까? 그리 고 학원에 가면 되겠다. 학원 자습실에서는 무슨 공부를 할까. 내일은 국사, 사회를 공부하기로 했네. 그럼 학교에서 공부할 책을 가지고 집에 와야겠다.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는 사회, 국사 문제집을 가방에 챙겨 놔야겠네.” 여기까지 말했을 때 호윤이의 표정은 많이 편안해져 있었다. 아무리 국사, 사회를 공부할 것이라고 계획을 잘 세웠어도 학교에서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 으면 그 공부를 할 수 없었을 텐데 이렇게 내일 공부를 상상해 보면 자신의 행동까지 모두 준비할 수 있다. 꼭 마음먹은 대로 실천할 수 없더라도 내일에 대한 준비가 되니 좋다. 계획표를 종이에 적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적 이 아닌가. 뭔가를 쓰는 것을 즐겨 하지 않는 학생들은 차분히 내일 일과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열 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실제로 그 모습대로 공부하려 는 욕구를 만들어 낸다. "학원에서는 어떻게 공부할래?" 그 다음 상상은 호윤이에게 해 보게 했다. “첫 번째 자습 시간에는 학원 숙제 하고요. 두 번째 자습 시간에는 사회, 국사 문제집 풀 거예요." "문제집을 얼마만큼?" “지난번에 조금 풀었으니까 사회는 시험 범위까지 다 풀 수 있고요. 국사는 다 못할 거 같아요." "그건 언제 풀 건데?" "이번 주 토요일이요." “그럼 토요일에 국사 문제집이라고 적어 놓자. 그 다음 학원에서 돌아오면 뭘 할까?"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자요." "그래, 그 정도면 훌륭하다. 자기 전에 지금처럼 10분 정도는 책상에 앉아서 다음날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떠올려 봐. 너한테는 그 상상이 곧 공부 계획 이야. 알았지?" "네." 나다운 공부는 이렇게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공부이다. 공부 계획이 꼭 남 들과 같을 필요가 있는가. 내 공부를 지켜 줄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의 계획 이다. 그러니 종이 위에 온갖 색깔 펜으로 빼곡히 적은 계획만이 훌륭한 계획 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계획이란 꼭 '표'로 작성되지 않아도 된다. 호윤이와의 만남은 이색적이었다. 호윤이가 궁금해하는 것보다 호윤이를 토대로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PD님이 대신 물어보아 주셨기 때문이다. 보통의 상담은 학생 개인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호 윤이와의 대화는 지극히 객관적이었다.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담이 오히려 학생에게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의 성 격 유형이나 집안 분위기 같은 것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런 사적인 이야기 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많다. 아주 잠깐이지만‘공부에 대해 상담하는 데 그런 건 왜 필요하나'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그 말이 모두 다 맞는 말이어도 불쾌해한다. 선생님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호윤이와의 만남은 조금 아쉽다. 나에게 학생은 '사람'이기 때 문이다. 성장하느라 바쁜 사람들. 조금만 도와주면 도와준 사람이 무색할 만 큼 쑥쑥 커 버리는 존재들과의 대화는 좀 더 느리고 깊었으면 좋겠다.
1) 공부 능률을 올리는 마음 수련법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대개 마음속에 공부 때문에 받은 상처가 숨어 있다. 그래서 공부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 줄 때에는 반드시 그 학생이 속상했을 만한 일들을 예로 들어 그것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이니 신 경쓸 것 없다고 말해 준다. 내가 말하는 공부 방법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학생들은 나에게 위로받아 한결 가벼워진 마음 때문에 내가 엄청난 비법을 전수한 것처럼 느끼곤 한다.
2) 내 마음이 편해야 진짜 공부다
공부를 할 때에는 마음이 편해야 한다. 공부가 잘 안 된다면 공부 방법이 틀 려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니 방법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먼저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사실 나를 찾는 학생들은 모두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봐 주세요. 혼자 공부하면 그런 걸 몰라서 불안하거든요' 라는 공통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꼬맹이들이 “엄마, 나 잘했지?"라며 자신의 행동을 확인 받으려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원래 혼자서도 잘하고 있던 공부지만 선생님이 좋다고 하면 더욱 내 공부에 자신을 가지고 실천할 힘을 얻는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편하게 만들자. 하루 공부를 마칠 때 뿌 듯함을 느낀다면 나는 지금 공부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바쁘게 공부하 는데도 어쩐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면 우선 멈춰야 한다. 다니던 학원, 풀던 학습지를 그만두고 내 공부가 분주하지 않도록 정리하자. 내 속도에 맞게 착 실히 해 나가는 공부, 마음이 편안한 공부가 좋은 공부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안해야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공부하는 마음에 '해 야지'가 많으면 해야 할 공부들이 모두 짐처럼 여겨진다. 부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부 계획을 세울 때에는 '해야지' 대신 '한다면'으로 해보자. 편한 마음이 만들어진다. 내가 이 공부를 한다면 어떤 점이 좋을까. 특히 이 공부 를 언제 한다면 더 좋을까. 어떤 책으로 하면 좋을까. 이미 한다'는 전제가 완성되었으니 더 잘 할 방법을 궁리하느라 긍정적인 에너지가 쌓여간다.
중학생 자기주도 학습법
이지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