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ing independently fosters responsibility and attachment to learning. Seungho is intelligent but struggles with exam preparation methods, leading to lower-than-expected grades. Parents' impatience and interference can heighten a child's anxiety. To build study habits, quitting academy classes and transitioning to self-study is beneficial, starting by continuing academy-style learning at home. Parents should provide the right environment while allowing children to make their own choices.
1. 공부 독립 만세! : 공부는 스스로 부딪혀 보아야만 자기 공부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생긴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공부 리듬을 찾아가자.
승호의 컨설팅 신청서는 어머니가 쓴 것이었다.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승호 어머니도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청서를 쓸 때에도 승호의 의사를 물으니 '뭐, 그냥 하면 하고' 라는 식으로 대답하더 란다. 본인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 문항은 어머니가 묻고 승호가 답하면 받아 적는 식으로 간단하게 작성했다. 어려서부터 늘 똑똑하다는 말을 들어 왔고 초등학교 때는 별다른 유난을 떨 지 않아도 성적을 잘 받았다(어머니들은 자꾸 잊어버리나 본데 초등학교 때는 다들 그렇다). 머리가 좋으니 중학교에 가서도 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 런데 막상 시험을 몇 번 보니 만족스럽지 않았다. 승부욕이 강한 아빠는 시험기간이 되면 “그냥 두면 놀기만 하는 애를 왜 그냥 놔두냐”며 엄마를 다그친 단다. 엄마는 보름 동안 승호와 시험 공부를 함께했다. 승호는 승호대로 짜증 나고 엄마는 엄마대로 힘이 빠졌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부법 책들을 몇 권 읽은 후 '이 선생님은 학생들을 참 편하게 잘 대해 주시는구나' 싶어 나에게 메일을 보냈단다. 승호 어머니는 아이가 사춘기라 욕심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에 민감하고 부 모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의 말대로 승호는 머리가 좋았다. 눈치도 빨라서 승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돌려 말하는 것도 모두 알아차렸다. 과목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 주면 그대로 잘 해냈다. 이해하는 속도도 빠르고 집중력도 좋았다. “선생님, 우리 승호 어때요?" 승호를 두 번째 만났을 때 어머니가 승호를 방에서 내보내며 들어오셨다. 승호는 엄마와 선생님이 단둘이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불안하고 자존심이 상할 것이었다. 승호의 뒷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머니와의 상담을 피할 수도 없었다. "참 똑똑해요.” "그렇죠? 선생님들마다 그렇게 얘기하세요. 그런데 왜 성적이 안 나오는 걸까요?" 어머니는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걸리지요. 승호는 사고력이 좋고 본인도 욕심이 많으니 계속 이렇지는 않을 거예요. 중학생들은 자기가 공부한 내용이라도 시험 문제에서 다 른 형태로 나오면 못 풀기도 하거든요.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공부하는 요령을 모를 수도 있고, 특히 중 1들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제 실력이 나오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안 하고 있는 걸 보니까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시험이 코앞이어도 알아서 공부할 줄을 몰라 요. 꼭 제가 한 번 더 보라고 한마디 해야 겨우 공부하고요. 언제까지 엄마가 이렇게 해 줘야 하는 건지."
성적을 올리려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어머니와의 이야기는 30분 정도 이어졌다. 그동안 승호는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문을 살짝 열어 보기도 하고 창문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며 온갖 방해를 했다. 그때마다 승호 어머니는 문을 잠그고 창문을 닫고 금방 나갈 거라고 달 래기도 하면서 승호를 막았다.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승호를 불안하게 만들 까. '선생님도 엄마와 한통속' 이라는 생각이 만들어지면 학생과 신뢰를 쌓기 가 어려워진다. 일주일 후 승호를 만났을 때 승호의 첫 질문은 "저번에 우리 엄마랑 무슨 얘 기했어요?"였다. 순간 승호에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승호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다. 엄마가 어떤 걱정을 하시는지, 엄마도 불안하기 때문에 너에게 잔소리를 하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승호의 표정이 편해지자 공부를 시작했다. 승호가 욕심만큼 성적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문제 풀이 공부에 푹 빠져 지낸 대부 분의 중 1들은 중등학교식의 시험 문제 앞에서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기 운을 다 빼며 중학교 첫 학년을 보낸다. '시험 잘 보기 위한 공부'야 하다 보 면 익숙해지는 것인데, 진짜 문제는 '난 이거밖에 안 되나 보다' 라는 열등감 에 더 노력할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승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이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공 부 리듬을 찾아가도록 부모님이 조금 기다려 주어야 했다. 이미 뛰어난 머리 를 타고났으니, 더 깊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편하게 친구들을 만나 이야 기를 나누고 공부와 상관없는 책들도 보면서 자유롭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는 게 좋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승호에게 잘 알아듣도록 설명해 주었다. 승호는 집중할 때 보 이는 눈빛으로 진지하게 들었다. 너의 진짜 공부는 중 3쯤 시작될 것이고 고 등학교 때부터는 늦은 공부가 물꼬를 를 것이니 그때까지 잊지 말라고 당부 해 두었다. 승호 부모님의 성향으로 보아 나처럼 유유자적 아이 사정 다 봐줘 가며 공부하는 선생님은 금방 잘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승호는 마음을 열고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에게 털어놓았다. 6반에 놀러 갔다가 친구랑 어떻게 장난을 쳤는지, 친구가 자기에게 어떤 시비를 걸 어서 싸울 뻔했는지, 엄마가 컴퓨터를 못 하게 하려고 걸어 놓은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엄마 없을 때만 한다든지, 엄마 몰래 친구들과 PC방에 갔다든지, 주로 엄마 몰래 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승호는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들에 대한 부담을 나와 나누며 '엄마 몰래'라는 죄책감을 덜고 있었다. 엄마와 선생님의 긴 상담이 끝난 후에도 승호는 바뀌지 않은 컴퓨터 비밀번호를 누르며 즐겁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보자 성적은 조금 올라 있었다. 승호가 좋 아하는 수학은 평균 50점에서 70점대로 가장 많이 올랐고 나머지 과목들도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아직 양에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젠 좀 되었다 싶었는지 승호 어머니는 승호를 학원에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 왔다. “먼저 승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승호는 원래 학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도 몇 번 다니다가 한두 달을 못 버티고 나왔어요. 뭐, 사실 하도 말썽을 부려서 쫓겨난 거지만 물어 보나 마나지요." "그래도 승호가 싫어하면 고생만 하고 효과도 없을 거예요. 승호가 싫다고 하면 인터넷 강의 정도만 들으면서 선행학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이를 너무 배려하는 거 아닐까요? 다른 애들에 비하면 승호는 정말 편하게 공부하고 있는 거잖아요." 승호는 그렇게 학원에 등록했다. 밤 11시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일상이 시 작되었고 나와 승호의 만남도 이어지지 못했다.
- tip : 이 일에 대한 승호의 이야기는 달랐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친구한테 뭐 하나 물어본 건데 선생님이 막 뭐라고 하더란 다. 도대체 왜 혼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단다. 간혹 '철없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다 잊어버린 걸 마음에 담아 두고 '너 한 번만 더 걸려라'고 벼른다. 그러다 정말 한 번 더 걸리면 그동안 '저축해 온 분노를 모아 강한 처벌을 내리곤 한다. 학생 의 실수를 반가워하는 이런 선생님은 당장 사라져 주셨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유치원에 가서 다시 배워 오시기를 바란다.
[사춘기, 학교 생활도 공부도 독립할 때]
승호의 사춘기는 지극히 건강했다. 엄마가 걱정하는 만큼 짜증이 심한 것도 아니고,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될 것을 그 놈의 성적 좀 안 나온다고 속을 끓이는 승호네 부모님이 안타까웠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승호의 부 모님과 같은 문제를 보인다. 부모가 불안하니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키고, 힘 들어진 아이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를 원망한다. 부모들은 잘 생각해 보아 야 한다. 자녀의 성적이 나빠 혼을 내는 것이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인 가 나의 기분이 상했기 때문인가? 자녀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부모는 자녀의 독립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초등 학교는 모든 공지 사항이 부모님을 상대로 나가지만 중학교는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한 살 차이지만 학교는 급이 달라지는 변화다. 수업이나 학생의 문 제, 학교 행사 등 모든 일은 학생이 주체이고 부모는 보조일 뿐이다. 공부는 물 론 교우 관계나 학교 행정 등도 아이가 도움을 청하기 전에는 모른 척해 주자. 특히 공부는 학원 선택에서부터 공부 방법 등까지 스스로 부딪혀 보아야만 자기 공부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생긴다. 초등학교 때에는 엄마가 생각하고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 엄 마의 역할은 '뒤에서' 더 바빠야 한다. 학원을 택할 때에도 등록 전 하루쯤 수 강을 해 볼 수 있도록 선생님께 부탁하자. 엄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선택은 아이의 몫이어야 한다.
2. 혼자 하는 공부, 이렇게 시작하자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는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 없는 방법은 학원에서 하던 공부를 그대로 집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공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나영이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1년 동안 종합반 학원에 다녔다. 중학교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영이가 2학년이 되자 어머니는 혼자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매달 내야 하는 학원비도 만만 치 않은 부담이고, 어차피 고등학교에 가면 학원 공부로 버티지 못할 테니 지 금부터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애가 뭘 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해요. 학원 다니면서 공부를 어떻 게 하는지 대충이라도 익혔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가 봐요. 막막하기는 저 도 마찬가지죠. 어려서부터 직접 공부를 시키지 않아서 그런지 어떻게 해 줘 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혼자 공부하는 게 어떤 건지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자기주도학습은 모든 어머니들의 걱정이고 바람일 것이다. 혼자 공부하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해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답답함, 미안함.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원 다니기 귀찮지만 스스로 할 자신이 없으니 어찌 할 수가 없다. 안 다니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함도 적지 않다. 우선 학원을 안 다니는 것에 대한 나영이의 생각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학원 안 다니면 뭐가 제일 좋을 것 같아?" "시간이 많아지는 거요. 오후에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시간 많으면 뭘 제일 하고 싶은데?" "낮잠이요." "그럼, 학원 안 다닌다면 뭐가 제일 걱정돼?" "공부하는 거요. 학원에서는 다 알려 주고 숙제만 해 가면 되는데 혼자서는 잘 못하니까요." "혼자 공부할 때 어떻게 하는지는 내가 알려 줄게. 알려 주면 열심히 할 자 신은 있지?" "네." "그럼 됐네? 또 걱정되는 거 있어?" 혼자 하는 공부는 푹 쉬고 잘 먹는 건강한 공부 학생들이 학원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은근히 복잡하다. 그중 하나가 학원의 그럴듯한 수업 프로그램인데, 특히 영어는 '있어 보이는 원서 교재 로 듣기, 독해, 문법을 나누어 수업하니 학생들은 '도저히 혼자 해낼 수 없 는 엄청난 것으로 여겨 버린다. 그 '있어 보이는 교재로 숙제를 하고 '그럴 듯한 프린트'를 들고 다니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건 허 울일 뿐, 내 실력이 아니다' 라는 사실도 배워야 한다. 따라서 혼자 공부하는 것은 '학원비를 줄이는 것 만이 아니라 남들의 이목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이기도 하다. "나영아, 혼자 공부한다고 절대 남보다 떨어지지 않아. 자전거도 처음 타면 못 타지, 다 연습이 필요한 거야. 혼자 공부하는 것도 처음에는 잘 못해, 계획 도 못 지키고, 그냥 자 버리기도 하고 기분 따라 했다 안 했다 하기도 해, 그 래도 자꾸 연습하면 잘 되게 되어 있어,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아직 그 연습 도 못하고 있으니 혼자 공부하는 연습을 시작한 너는 벌써 앞선 거야, 그치? 혼자 공부하는 게 뭐 별거겠어? 학원 다닐 때 했던 공부 똑같이 집에서 한다 고 생각해, 학원 시간표대로 나도 집에서 공부하는 거야. 선생님 수업 대신 내가 책 읽고, 숙제 대신 내가 스스로 문제 풀어 보면 돼"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는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 없는 방법은 학원 에서 하던 공부를 그대로 집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바꾸고 공부 시간을 바꾸고 과목을 바꾸면서 내 공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나영이에게 학원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시간표를 그려 보게 했다. 월·화요일은 집에 들렀다 학원에 갈 수 있지만 수·목·금요일은 학교를 마치고 바로 학원 차를 타야 한다. 그렇게 11시 30분까지 학원에 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까. "저녁은 어떻게 먹어?" "그냥 빵 같은 거 사 먹어요." 어서 나영이를 학원에서 '구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안 다니면 어떻게 공부할지 시간표를 만들어 보자." 학원에 안 다니면 낮잠을 자고 싶다고 했으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쉬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거나 하면서 여섯 시까지 논다. 그 후에는 공부를 하는데 학원 시간표를 그대로 따라 하되 나영이에게 맞게 조금씩 변형했다. 물론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따뜻한 저녁밥은 매일 먹을 수 있다.
1) 독해 학원에서 RC를 했던 날(월·수)에는 학원에서 보던 교재를 그대로 보며 독해를 한다.
2) 저녁 식사+독서 7시에서 8시 사이에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밥 먹는 시간 은 나영이가 정할 수 없으니 식사 전후의 여유 시간에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3) 듣기 학원에서는 프린트물로 공부했다고 한다. 혼자 공부할 때는 프린트 가 없으니 교재를 새로 준비했다. 중학 듣기 교재는 많이 나와 있지만 혼자 듣기 연습을 하기는 만만치 않다. 듣기 파일을 다운받고 스스로 듣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EBS 라디오 방송을 활용하기로 했다. 주 2회 정 해진 시간에 들어야 하니 반강제적이고 규칙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다.
4) 복습 복습은 국영수과를 하되 학교에서 나가는 진도만큼 문제집을 풀며 하기로 했다. 국수과는 학원에서 보던 교재를 그대로 활용하고 영어는 자습 서의 평가 문제를 푼다. 학원에서는 수업도 했지만 어차피 조는 날이 많았으 니 앞으로는 학교 수업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5) 선행학습 선행학습은 영어와 수학만 한다. 수업과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 해 학교 진도보다 한 단원씩만 앞서는 것으로 했다. 영어는 자습서를 참고해 교과서 본문을 읽어 보고, 수학은 인터넷 강의를 듣기로 했다.
6) 독서 매일 밤 잠들기 전에는 30분씩 독서를 한다.
7) 주말 주말에는 여유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공부 격 정 없이 느긋하게 쉬는 것도 힘을 비축하는 전략이다. 토요일은 주 중에 학교 행사나 피로 때문에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비워 두고 일요일은 종 일 쉰다.
나영이는 이 공부 계획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혼자 어떻게 하나'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매일 해야 할 공부가 눈에 들어오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우선 이렇게 정해 두고 조금씩 수정하자. 이걸 복사해서 요일마다 날짜를 적고 잘 되었는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매주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줘. 처음 에는 선생님이 도와주겠지만 앞으로는 나영이 혼자 생각해 보고 수정할 수 있을 거야." 학원 시간표 대신 내 공부 시간표로 나만의 공부 계획을 세우자 계획표는 지저분할수록 좋다. 그만큼 내 공부에 마음을 쏟고 있다는 증거이 기 때문이다. 수학 복습을 해야 할 시간인데 실천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메 모해 두자. 수행평가 숙제가 많았다든지, 갑자기 할머니가 오셨다든지 이유 를 적어 두면 다른 날로 공부를 옮길 수 있고 반복되는 이유라면 공부 계획을 바꿔야 한다. 공부 시작이 30분 정도 늦어질 수도 있고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게임을 좀 할 수도 있다. 매 시간마다 무엇을 했는지 간단히 메모해 두면 ‘그 냥 하루가 휙 지나가는' 허무함은 없어진다. 나영이와 같이 규칙을 정하고 틀림없이 지키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의 학생들은 자기가 정한 기준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학원에 다니 면 오히려 일방적인 규칙에 끌려다닐 우려도 있다. 나영이는 꾸준히 열심히 공부했다. 학원을 가지 않아도 나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나영이의 공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공부는 내가 정해야 한다. 지금 학원에서 하는 공부에 은근히 안심하고 있다면 정신 차리자. 학원 시간표 대신 내 공부 시간표를 직접 만들고 당장 실천하자.
[학원, 꼭 다녀야 할까]
"진짜 학원, 과외 안 해도 공부 잘할 수 있어요?" "학원 다니면서도 겨우겨우 공부하는데 학원도 안 다니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저도 그만 다니고 싶어요. 학원비도 장난 아니라서 엄마한테 미안해요." 스스로 하는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면 복잡하 게 생각하지 말고 혼자 공부하면 된다. 두세 달만이라도 혼자 공부해 보자. 잘 되면 계속하고 잘 되진 않더라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면 더 해 보면 된 다. 떨어지면? 다른 공부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학원을 그만두지 못한다. 왜? 귀찮기 때문이다. 학원은 못 끊는 것이 아니라 안 끊는 것 말로는 정말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공부를 '좀 편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숨어 있다. 영수 학원을 다니면 시험 때 영수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안심이 된다. 그 편리함을 알게 되면 과 학, 사회도 학원에서 하길 바라고 나중에는 내 공부를 스스로 한다는 것이 어 떤 것인지 잊어버린다. 학생들이 "학원 안 다녀도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라고 하는 말 속에는 '힘들어도 그냥 학원 다닐래요. 편하잖아요. 시험 때도 정리 다 해 주고'라는 속생각이 숨겨져 있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 고민하고 실수해 보는 과정이 귀찮다는 말이다. 내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숨어 있는가. 잘 들여다보자. 정말로 학원을 그만두고 싶은 학생들은 "학원 안 갈래요"라고 말한다. 학원은 더 잘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가도 좋고 안 가도 좋은 곳이다. 시장 경제의 교육 서비스 상품일 뿐인 것이다. 내 돈 주고 내가 편하게 공부 하겠다는데 잘못된 것은 없지만, 돈을 쓰면서까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잊어버릴 이유는 없지 않을까.
3. 공부는 욕심으로 하는 게 아니야
욕심과 열정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을 구분하려면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면 된다./ 공부를 하면서도 불안하면 욕심이고 보람이 느껴지면 열정이다. "선생님~ 완전 짜증 나요!" "왜?" "사회 시간에 쪽지 시험 봤는데 열 개 중에 세 개 맞았어요. 하나도 모르겠 어요. 어제 2시까지 외웠단 말이에요." 희연이는 마음이 불안할 때면 전화를 걸어 특유의 커다란 목소리로 '선생 님!'을 외치곤 했다."수학 시간에 앞에 나가서 문제 풀다가 틀려서 숙제해야 해요." "짝이 제 점수 보고 그게 뭐냐고 막 웃었어요. 속상해서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서 울었어요." "과학 시간에 현미경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보는 거 아니라고 하면 서 머리를 확 밀었어요." 늘 초조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학생들 전화를 거는 이유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문제들이지 만 희연이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들이기도 하다. 한 번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일이 시험인데 아무것도 안 했어요. 어떻게 해 요'라고 문자를 보낸 적도 있었다. 잠결에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하기도 했 지만, 선생님께 차마 전화는 못 하고 거대한 시험 범위에 짓눌려 끙끙거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 시간에 무슨 공부를 하겠는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 전날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고 다 까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내가 그 냥 잠들어 버리면 새벽까지 불안에 떨다가 진짜로 시험을 망쳐 버릴 것 같아 전화를 걸어 괜찮다고 토닥여 주었다. "선생님 바쁘신데 자꾸 전화해서 죄송해요." "괜찮아. 이것도 내가 할 일이야. 너 속 터져 죽을 거 같은데 혼자 소리를 지 를 수는 없잖아. 미안할 일 아니야. 선생님한테 전화하는 것도 너한테는 스트 레스 푸는 방법 중 하나니까 괜찮아. 나도 '희연이가 또 불안해서 그러는 구 나' 하고 흘려들을게. 그럼 됐지?" "네, 고맙습니다." 희연이가 불안해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다만 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 표현이 즉각적일 뿐이고 나와 오래 공부하다 보니 엄마나 친구보다 선생님을 먼저 찾는 것이다.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을 표현할 때에는 그냥 들어 주는 것 이 최선이다. 그 상황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의 조언은 '가르치려 든 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연이는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희 연이는 불안한 것이 참 많다. 성장 과정이나 가정 환경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면 이유는 하나.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 욕심이란 '나는 이 정도는 해야 한 다'고 스스로 정해 놓은 선이다. 그 선에 미치지 못하면 계속 불안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신 질문에 대답을 못 할 수도 있는 일인데, 희연이는 대답 을 못 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욕심이 크면 그만큼 노력도 하 게 되지만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무기가 된다. 학년이 올라가자 희연이는 특목고, 일류대를 마음에 두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늘 무슨 학원에서 입시 설명회 했었는데요. 제 점수로는 ○○학 교못 갈 것 같아요." "안 가도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1학년 때는 당연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제가 너 무 몰랐어요. 공부할 맛이 안 나요. 다른 학교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 학 교 못 가면 어떻게 해요." "가려고 열심히 하고 있잖아." 어떻습니까 "그래도 못 가면요." "욕심을 버리면 되지." 어른들은 종종 “공부도 욕심이 있어야 하지"라고 말씀하시는데, 공부를 포 함한 모든 노력은 욕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욕심과 열정의 차이는 무엇일 까. 그것을 구분하려면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면 된다. 공부를 하면서 도 불안하면 욕심이고 보람이 느껴지면 열정이다. “희연아,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 계속 마음이 불안하면 힘들어서 공부 못해. 지금 당장 시험 공부하는 건 놔두고, 대학교는 어떻게 갈 거고, 나중에 전문 가가 되어서는 어떻게 일을 하겠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 지만, 생각대로 안 이루어진다고 짜증을 낸다면 그건 욕심이야. 내가 바라는 학교에 못 갈 수도 있고, 살다 보면 내 실력과 상관없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 들도 많아." "네." 이 말에 희연이는 자존심이 조금 상했을 것이다. 잘 들어 주던 선생님이 갑 자기 '바른말을 하니 어색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욕심으로 공부하는 것 도 습관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얻지 않으면 공부할 마음이 없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무엇이든 나를 위한 것이 아니면 노력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며 내 욕심 대신 열정으로 노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불안하고 힘든 이야기를 선생님한테 다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니.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면 된다고 알려 주면 그대로 하려고 노력하잖아." "노력만 하지 잘하지는 않아요." "노력하는 게 잘하는 거야. 하다 보면 조금씩 잘 하게 되는 거지. 어떻게 한 번에 잘하겠어."피학생들은 남이 하라고 시키는 것을 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를 모른다. 핸드폰 사용 설명서처럼 이렇게 했을 때 저런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공부할 때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또 해 보고 다시 해 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기 몫을 꾸준히 해내면 될 텐데 불안한 마음에 그 과정을 이겨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불안함 때문에 학원을 다니고 공부에 도움을 줄 책, 인터넷 카페, 선생님을 찾아 헤맨다. 공부를 하며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나를 다스려야 한다. '오늘도 잘했 다.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불안을 달랠 줄 알아야 하고 다음날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그날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하며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고 조언을 얻었다면 감사히 여기고 실천해 보자. 그 러나 조언을 구한다 하면서 욕심을 채워 줄 무언가를 찾는 건 아닌지 살펴보기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 '범생' 처럼 보이는 학생들은 별다른 지도를 받지 않고 중고등학교 시 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의지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따라 격려 와 지도를 달리 해야 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깊은 학생은 '아빠에게 복 수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한다. 내 마음의 뿌리가 열등감인지, 열정인지, 욕심인지, 의무감인지 분별해야 한다. 무조건 강한 목표 의식만 강조할 일은 아니다.
[불안을 덜어 주는 공부 수첩 활용법]
희연이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불안의 원인이 되는 '욕심'을 줄이기로 했다. 희연이는 그날 하기로 한 공부를 다 해 놓고도 시간이 좀 남으면 '왜 시간이 남지? 대충 해서 그런가? 다른 공부를 더 할까? 뭘 하지?' 라고 생각했다. 욕 심만큼 거창하게 공부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하지 못하면 또 걱정을 한다. 나는 희연이에게 계획은 대충 세우라고 조언했다. 그 대신 그날 한 공부를 수첩에다 세세하게 적어 보라고 했다. 그날 배운 과목 복습을 했다면 그냥 '복습'이라고 적지 말고 과목명, 단원까지 적도록 했다. 자신이 한 공부 목록 을 볼 때마다 안 했다는 불안감보다 했다는 자부심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주일에 한 번 희연이를 만날 때마다 일주일 동안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 이었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그러한 질문 자체가 어색해 "없어요", "그냥 그래 요"라고 지나갔지만 몇 번 반복하자 "오답 노트 안 미루고 바로 한 거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형식적으로라도 '공부하며 보람 느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다. "희연아, 매일 공부를 다 마치면 '오늘은 정말 보람차게 공부 잘했다'고 생 각하자. 공부 수첩에다가 오늘 보람 있었던 게 무엇인지 매일 적도록 해." 매일 하라고 말은 해 두었지만 꼬박꼬박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예 상대로 하루 이틀 정도만 칸이 채워져 있었다. "보람 있게 공부한 게 없는 거 같아요. 생각이 잘 안 나요." "적기 위해서 생각하면 당연히 생각이 안 나. 밤에 한꺼번에 적으려고 하면 보람 적는 것도 일이 되잖아. 공부하는 순간에 생각하고 떠오르면 바로 적는 거야. 너무 거창한 걸 보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해. (공부 수첩을 보며) 어제는 과학 3-1 단원이 다 끝났네? 그러면 그게 보람이야. 소단원 하나만큼 더 배우고 잘 마쳤으니 보람 있는 거지." 희연이의 불안은 진학, 성적 등 미래에 대한 걱정이 현재의 공부를 방해하 기 때문에 일어난다. 지금 내 공부에 집중이 안 되니 불안은 더욱 커진다. 매 일 실천한 공부를 적고 그날 보람 있었던 일을 하나씩 생각하는 방법은 희연 이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자신이 노력하고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 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매일 똑같은 공부 내용을 적는 것이 재미없다며 새 로운 공부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 어제보다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고 이 삼십 분짜리 공부를 더 하고 자는 등 부가적인 학습 효과도 컸다. 자기가 한 공부에 대해 스스로 칭찬하고 거기에서 더 잘할 힘을 얻는 것은 중요한 성공 습관이다. '자가 발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매일 내가 한 공부 에서 보람을 찾는 것은 매일 행복을 발견하는 연습이 된다. 청소년기를 보내 는 학생들은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다'는 진리를 공부와 함께 배워야 한다.
[공부하기가 답답하고 불안할 때]
1) 공부가 잘 안 되고 불안해도 우선 공부를 시작하자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공부를 해야 편안하다. 선생님께 혼났거나 엄마 랑 싸우는 등 속이 상할 때에는 바른 생각을 하기도 어려우니 생각을 중단하 고 손에 잡히는 책으로 일단 공부를 시작하자. 공부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 앉게 된다. 그때 다시 공부 계획을 세우면 된다.
2) 꿈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하자
공부하기가 힘들다면 '시행착오(試行錯誤)', '칠전팔기(七八起'의 진정한 뜻을 체험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성장하고 내 꿈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 그 학교 를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있 다. 길게 보고 크게 생각하자.
3) 30년 후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생각해 보자
30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름답게 성장하여 하는 일도 멋있고 성품 도 훌륭할 것이다. 3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자.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가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자. 나는 나에게 어떤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은 마음을 다잡는 좋은 방법이다.
4. 첫 시험이 중요하다고? 두 번째 시험·이 진짜야
첫 시험으로 내 인생이 다 결정돼 버리는 것처럼 요란을 떨 필요는 없다. 당장 두 번째 시험만 해도 그 맥락이 변하며 첫 시험의 위력은 그다지 대단치 않다. 오히려 어떤 시험이든 하던 대로 꾸준히 리듬을 이어 가는 학생들이 언제나 안정적인 실력을 보인다. 중 1들의 1학기 중간고사,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보는 시험은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다. 이름만큼이나 마음도 예쁜 봄이의 첫 시험 성적은 반에서 16등 이었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딱 '반'이다. 봄이는 자신의 성적보다 부모님 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가 더 걱정이었다. “우리 아빠는 점수 같은 거 안 봐요. 몇 등인지만 물어봐요." "요즘은 성적표에 반 등수 안 나오지 않니?" "그래서 교무실 가서 따로 물어봤어요." 점수가 올랐느니, 시험이 어려웠느니 등등의 설명은 할 필요도 없다는 거였 다. 봄이의 우려와는 달리 부모님의 반응은 차분했다. "잘했어. 수고했다. 다음 시험에서는 이 숫자를 한 자리로 줄여라. 알았지?" 봄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부모님의 태도가 안심되었다. 반 등수를 한 자리로 줄이라는 목표는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봄이도 그 정도는 성적 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꼭 1등을 하라는 것도 아니니 못할 것도 없다. 첫 시험으로 실력을 속단하지 말자 봄이의 중간고사 평균 점수는 87점. 80점대의 점수라니 초등학교 때는 상상 도 못할 점수였다. 매일 공부만 하는 범생이는 아니었어도 늘 상위권이었다. 편하게 시험 봐도 10등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고 운이 좋거나 조금 열심히 공부했을 때는 반에서 3등, 1등도 쉬웠었다. 할 만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역시 중학교 공부는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봄이의 시험지를 살펴보았다. 실수로 틀린 문제도 몇 개 보였으나 전체 성 적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틀린 문제는 대체로 '틀릴 만한' 문제들이 었다. 조금 놀랐던 것은 시험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점이다. 중학교 진 학을 앞두고 필요 이상의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해 출제된 문제들이었다. 중간고사는 보통 주요 과목들만 본다. 봄이의 경우도 그랬다. 예체능이나 기타 암기 과목의 점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고 수행평가, 실기 시험 등의 변 수도 빠져 있다. 게다가 중 1의 첫 시험은 겨울방학 내내 국·영·수·과·사 를 선행학습으로 중무장한 친구들과 봐야 하는 시험이니 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한 시험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정도가 내 수준이구나'하고 섣부른 판단 을 해서는 안 된다. "봄이야, 진짜 네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은 기말고사야." 봄이의 표정에 안도의 기색이 보였다. 시험은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험 범위를 제한된 공부 기간 안에 얼마나 효율적 으로 배치하는지,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스트레스에 대한 자기 관리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점수화된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기말고사에 더 치열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전 과목을 치르게 되니 학원 수 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과목들도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고, 중학교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이므로 긴장감이 중간고사 때와는 다르다. 그러니 1학 년 1학기 기말고사야말로 앞으로의 중학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 할 수 있다. 봄이는 공부 습관이 비교적 잘 다져진 편이었다. 매일 예습·복습을 대체로 잘해 내고 있었고 집에서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필요 이상 매달리지 않았 다. 이는 규칙적인 식사와 취침, 주말에는 교회에 가기 등 안정된 가정 분위 기에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과 연결된 것이었다. 매우 모범적인 가 정의 모습이었다. 공부 기반이 잘 다져져 있으니 이제 문제는 봄이의 노력에 달려 있다.
오늘 수업의 단원명을 아는 것만으로도 암기의 80%는 성공!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해 특별한 전략은 세우지 않았다. 중간고사를 볼 때 처럼 하되 딱 한 가지 실천 사항을 더했다. 매 수업이 시작되면 노트 첫머리 에 그날 배우게 될 단원 이름을 적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금 이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를 인식하고 수업을 듣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무언가 처음 배우는 것이 어디에 속하는지 단원을 인식하는 것은 지식의 뼈 대를 세우는 일과 같다. 수업이 더해지면서 몇 번은 같은 단원명을 쓰게 된다. 단원명이 바뀌는 날 은 새로운 이름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고 이전까지 썼던 단원명과 공통되는 큰 목차는 어디인지 찾아보게도 된다. 특히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에서는 헷 갈림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 내가 배우는 내용이 '동아시아의 지하자원'에 해당하는 것인지 '동유럽의 지하자원'에 해당하는 것인지만 구분할 수 있어 도 암기의 80% 이상은 마친 셈이다. 수업이 끝나면 노트 끝머리에 다음 시간에는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간단 히 써 보도록 한다. 이것은 예습의 효과가 있다. 한 시간 수업을 단위로 단원 명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것이다. 수업을 마칠 때 다음 시간에는 뭘 할지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교과서 나 프린트물을 뒤적여서 찾아 쓰면 된다. 그렇게 뒤적이면서 나의 지식 구조가 형성된다. 이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크다. 수업에 집중하게 하며 수업이 끝날 무렵이라고 책을 휙 덮어 버리지 않게 된다. 또 마지막까지 선생님이 강조하 시는 내용 중 꼭 적어야 할 것을 놓치지 않게 된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단 원명을 적느라고 우선 펜을 들고 노트를 폈으니 그 아래에 뭐라도 하나 더 적 게 될 것이다. 봄이의 경우 이 방법은 암기 과목에서 효과를 봤다. 특히 사회 는 비슷비슷한 것들을 계속 외워야 하는 지루한 단원이 계속되지 않는가. "단원명을 수업 때마다 구분해서 기억하니까 훨씬 덜 헷갈려요. 중간고사 때보다 공부하기 편했어요." 봄이의 기말고사 성적은 반에서 9등이었다. "겨우겨우 한 자리예요." 봄이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목표하던 바를 이룬 봄이의 모습이 얼마나 대 견스러웠는지 모른다. 단번에 5등이나 1등을 해 버렸다면 이토록 즐겁지 않 았을 것이다. 딱 9등을 했다고 하니 목표한 만큼 한 걸음씩 성장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안정적인 성적을 만든다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중간고사의 성적은 12등, 기말고 사 성적은 3등이었다. 특별히 공부 방법을 달리 한 것도 아닌데 조금씩 성적 이 나아졌다. 봄이의 실력이 자리를 잡은 탓도 있지만 학원 의존도가 높았던 중 1 초반의 거품이 빠진 것도 큰 이유다. 기말고사 성적이 중간고사보다 나 은 이유는 암기 과목이나 실기 시험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봄이는 이것을 야무지게 챙겨 냈다. 1학년을 마칠 때의 최종 성적은 5등. 이 정도면 충분하 다. 고작 중학교 생활 1년 만에 자신감을 잃고 허둥대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이후에도 봄이의 성적은 큰 움직임 없이 꾸준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오히려 성적이 조금 더 올랐다. 스스로 공부해 온 습관 없이는 버티 기 어려운 것이 고등학교 공부이기 때문이다. 봄이의 고1 전체 성적은 반에 서 1등, 전교에서 11등이었다. 당장 지금 코앞에 떨어진 중간고사, 그것도 첫 시험이라는 눈가리개를 벗어 버리자. 눈앞의 일에만 급급하면 큰 미래를 볼 수 없다. 첫 시험으로 내 인생 이 다 결정돼 버리는 것처럼 요란을 떨 필요는 없다. 당장 두 번째 시험만 해 도 그 맥락이 변하며 2, 3학년을 지나 고등학교 공부를 해 가는 학생들을 지 켜보면 첫 시험의 위력은 그다지 대단치 않다. 오히려 어떤 시험이든 하던 대로 꾸준히 리듬을 이어 가는 학생들이 언제나 안정적인 실력을 보인다.
[아주 중요한 공부 습관, 단원명 쓰기]
수업 때에 단원을 써 보는 것은 새로 배우는 지식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구 성하는 과정이다. 그 지식이 잘 연결되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지 평가해 보는 것이 시험이고, 시험 문제를 통해 지식의 연결에 구멍이 난 부분을 발견 할 수 있다. 단원명 쓰기는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답 노트로 헷갈렸던 문제의 단원을 파악하는 것은 나의 구멍이 어느 곳에 있는 지 알게 해 준다.
[시험 볼 후에는 문제마다 해당 단원을 적어 보자]
시험을 본 후 시험지는 잘 챙겨야 한다. 채점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찬찬히 문제들을 살펴보자. 1번부터 끝번까지 모든 문제의 번호 앞에 그 문제가 해당 하는 단원을 적어 보자. 이것은 수업 시간에 실천했던 단원명 적어 보기와 연 결되어 머릿속의 지식 구조를 단단하게 한다. 잘 떠오르지 않는 단원은 교과 서와 프린트를 뒤적이며 해당 내용이 어디쯤이었는지 찾아봐야 한다. 이 과 정이 모두 공부다. 그것도 체계적인.
[내 공부 약정을 한눈에 보여 주는 단원명 적기]
단원을 적고 나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오호, 이 단 원에서는 문제가 많이 나오는구나', '이 단원에서는 주로 응용 문제가 많이 나오네', '이 실험은 여기저기 안 끼는 데가 없네' 같은 것들이다. 그뿐만 아 니라, 어떤 단원은 문제가 안 나오기도 하고 아주 쉽게 하나 정도만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내가 어떤 단원의 문제를 많이 틀렸고, 어떤 부분에서 많이 헷 갈렸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단원의 파악과 나의 약점 발견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만 해 보아도 '이번 주말에는 이 그 림이 나오는 문제들만 여러 개 풀어 봐야겠다'는 식의 맞춤형 학습 전략을 세 울 수 있다. 마음속에 '내가 정한 공부 내용이 생기면 실천은 쉽다. 언제까지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만 공부할 수는 없다.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판단해 보 자. 시험 문제의 단원을 파악하는 것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지금은 단원명을 적는 것으로 출발하지만 점차 개념, 실험, 이론, 공식 등으로 세분화해 가 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5. 불안을 이기고 시작하는 자기주도학습
공부도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곧 시행착오와 같다. 그러니 시행착오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면 시행착오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준비하자.
"이 아이는 가르칠 수 없습니다." 현웅 어머니와 30분 동안의 전화 통화에 이어 한 시간의 상담을 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현웅이와의 공부를 거부한 것은 현웅이가 가르쳐도 소용없을 만 큼 공부를 못해서도,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을 만큼 우수한 학생이어서도 아 니었다. 나와 공부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나와 공부하는 것 이 현웅이에게 '짐'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웅이는 매우 바쁘다. 기본적으로 수학,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고, 영어는 회화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원어민 선생님이 집으로 오신다. 국어, 사회, 과 학은 학원에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일주일에 한 번 독서논술 선생님도 오신다. 현웅이가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다니던 피아노 학 원은 중학교에 와서도 계속 다니고 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본 후 드럼 레슨을 받는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뇌호흡 훈련원에도 간다. 나와의 상 담 시간도 현웅이의 영어 회화 시간을 빼서 겨우 잡았다. 이렇게 하는데도 어 머니는 여전히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답답하다'고 하셨다. 이게 아닌 데 싶으면서도 뭐 하나 그만둘 수 없는 불안함.
잠시도 쉴 틈 없이 하루 종일 바쁜 학생들
공부를 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현웅이는 그 시 간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였다. 현웅이의 자율 시간을 찾아보기 위해 일주일을 30분 단위로 쪼갠 표를 작성해 보도록 했다. 이 책을 읽는 학생들도 나의 자율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 보 기 바란다. 배운 것을 복습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없으면 내 공부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현웅이는 학교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스스로 공부하 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로 학원에 간다. 학교 수업이 뿌리를 내리는 복습 단계가 생략되고 또다시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학원 수업도 수업 후 내 공부 시간이 없으니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자율 시간 점검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일주일 전체를 살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웅이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학교와 학원처럼 일주일 주기로 반복되는 일정은 한꺼번에 큰 칸으 로 쳐 두면 된다고 말을 해 주었음에도, 현웅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 을 떠올리며 그날 그날 한 것들만 적어 나가고 있었다. 현웅이처럼 매일 바쁘 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한다는 기분만 들 뿐 주간, 월간, 연간의 공부 리듬을 생각할 수 없다. 명심하자. 내 몸이 힘들다고 공부 효과도 높은 것은 아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없다면 내 공부도 없다
“동영상 강의는 왜 학원에서 들어?" “원래 학원에서는 영·수만 하는데요, 수업료에 동영상 강의 듣는 것까지 다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냥 들으면 돼요.”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학원의 수업료를 올리는 좋은 이유가 된다. 덕분에 학생들은 학원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학원은 '공부 많이 시킨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내 공부의 방향을 내가 쥐지 않으면 이렇게 계속 치밀해 지는 사교육의 마케팅 전략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현웅아, 이래서는 내 공부를 할 수가 없어. 힘들지 않아?" “힘들어요.” “공부는 잘돼? “뭐, 그냥 그래요.” 현웅이와의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현웅이의 빡빡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현웅이가 학원을 그만 다니 고 혼자 공부하고 싶다고 해도 어머니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 웅이를 내보내고 어머니를 만났다. 현웅이는 방에서 나가자마자 피아노를 뚱 땅거린다. 들어 보니 아주 훌륭한 솜씨는 아니다. 어머니는 현웅이가 유일하 게 즐기는 것이 피아노라고 했는데, 뛰어난 음악성이나 흥미 때문이라기보다 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피아노를 치는 듯했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를 먼저 체크하자
"어머니, 이러다가 큰일 나요. 지금 성적이 안 오르는 것은 작은 문제예요. 현웅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니까 계속 학원이나 선생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모르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 못해요." “그렇죠. 다른 엄마들도 그러더라고요." “현웅이는 지금 자기 의욕이 하나도 없는 상태예요. 내가 공부를 잘하고 있 는지 어떤지 판단도 못 하고 있어요. 하든 안하든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공 부가 잘돼도 숙제해야 하고 안 돼도 학원은 가야 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무뎌 지는 거지요. '내가 지금 공부를 잘하고 있나?'하고 점검하면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어요. 이래서는 제가 어떻게 공부하라고 방법을 알려 줘도 소용이 없어요."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알아서 뭘 하지를 못하니까요. 그래서 학원을 못 끊 어요." “지금부터 현웅이가 하기 싫어하는 공부는 다 끊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독서논술 학습지는 그만둘 생각이에요. 초등학교 때는 재밌게 했는데 중학교 오니까 할 게 많아 그런지 대충 넘기더라고요." "독서논술 학습지 대신 현웅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돼요. 걱정 마시고 그만두세요. 학원에서 하는 동영상 강의도 필요할 때 집에서 듣게 하세요. 학 원에서는 정해진 걸 다 들어야 하니까 현웅이 생각이 없잖아요. 집에서는 어 떤 과목을 들을지, 언제, 어느 단원을 들을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니까 그게 다 공부예요. 시험 때나 방학 때, 주말에 시간 정해서 들으면 좋아요. 돈 아깝다 생각 마시고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현웅이를 봐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독서논술을 겨우 끊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시 간에 나와 공부를 한다면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웅이로서는 '또 무슨 공부가 하나 시작되나 보다' 라고만 여겨질 것이 뻔했다. "지금 현웅이는 아무리 좋은 걸 알려 줘도 받아들일 힘이 없어요. 저랑 공부 를 해도 마찬가지예요. 우선 현웅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 보해 주세요. 현웅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말고는 지금 하고 있는 학원, 과외, 학습지 전부 끊고요. 예습 복습하는 방법을 알려 줬으니까 그것만 해도 성 적은 떨어지지 않아요." "그러면 피아노, 드럼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할 거예요." "불안하시죠? 현웅이도 마찬가지로 불안할 거예요. 스스로 걱정이 되어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 학원 다니고 과외하면 돼요. 그래야 책임감도 생기지요. 처음에는 놀기만 할 거예요. 학원, 과외 끊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덜 하면 피아노, 드럼도 지금처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예요. 두 달 정도 편 하게 놔두세요. 그 두 달은 현웅이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에요. "(끄덕끄덕)" "그 후에 현웅이가 공부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 현웅이랑 공부하러 올게요."
시행착오를 통해 다져지는 나만의 공부법
공부도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현웅이의 '연습 시간'이 불안하실 것이다. 그러나 부모에게 이런 경험이 어디 한두 번 인가. 한 살 때에는 혼자 걷는 아이가 불안해도 지켜보아 주었고, 여덟 살 때 에는 혼자 학교 가는 아이가 불안해도 지켜보아 주었다. 이제는 혼자 공부하 는 아이가 불안해도 지켜보아 줄 때이다. 스스로 시간을 써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시행착오도 겪는다. 그러나 시행 착오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면 시행착오를 위해 충분 한 시간을 준비하자. 충분한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 는 쉬고 두 번째는 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터득 하게 될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노는 꼴을 못 보고 공부해라 학원 가라 하는데, 사실은 아이들 공부 걱정보다는 본인 마음 편하려고 학원비를 쓴다(현웅이 어머니께는 차마 이 말씀은 못 드렸다). 그러나 아이들도 놀아 봐야 노 는 게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1) 중 1, 공부 틀을 만들어야 할 때
현웅이의 일정이 그렇게 빡빡하게 된 것은 '중학교에 가면 공부가 어려워진 다는데'라는 막연한 불안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어려워진 공부에 성적 잘 받기 위한 노력만 해서는 곤란하다.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는 중 1 시기에는 공부에 대한 태도와 자존감, 학습 스타일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공부 틀이 만 들어지는 중 1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2) 초등학교때까지 가졌던 여유와 자신감은 자기도 모르게 사라진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꼭 지켜야 할 것은 이전까지 가졌던 당당한 자존감이 다.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은 한 번 보고 잊어버려 두 번 보는 공부를 견디지 못한다. 공부란 한 번 보고 모두 이해하는 영리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내용을 두번 세번 보면서 원리를 터득해 나가는 끈기로 하는 것이다.
3) 지금의 성적이 곧 자신의 미래라는 고정관념이 싹토다
중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의 영향력이 세다. 초등하고 때에 체험 학습이나 독서 등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학생들은 '공부'만 유난히 확장된 '특성화 중학교'를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반장이나 1등과 같은 타이틀이 아 니고서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성적과 무관하게 고유한 것이라는 마음이 확고해야 한다. '몇 개 틀렸는지'보다 '왜 틀렸는지'에 관심을 두는 학습 태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1학년 1학기는 이것저것 많아진 공부에 허우적대느라 지나간다. 그러면서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여리고 착한 학생들은 더욱 긴장 하여 공부에 신경을 쓴다. 성적 떨어질까 무서워 공부하는 학생들,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안 오르는 학생들이 여기서 생겨난다. 반면에 자존심이 강한 학생들은 더욱 껄렁한 태도를 유지하며 물러선다. 놀 면서도 남들 어떻게 공부하나 살피고 친구들 없을 때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 쪼잔하게 공부하기 싫다고 아예 놀아 버리는 학생들이 해당된다. 갑자기 변한 공부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 살피면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해 나갈지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나의 생각과 태도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 럽게 받아들이고 '나다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중학생 자기주도 학습법
이지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