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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재미있는]사기 열전_96

Zhang Yi and Chen Yu shared a deep friendship and endured hardships together during their impoverished days, but power struggles led them to mistrust and betray each other. Ultimately, they became adversaries, aligning with different factions. Chen Yu was defeated and killed by Zhang Yi, who later became the King of Zhao but eventually lost his life. Their relationship ended in tragedy.

시작은 같았으나 최후에 길을 달리한 친구

장이·진여 : 작은 치욕을 못 참아 목숨을 버릴 수는 없다

장이張耳는 대량大梁 사람으로, 일찍이 죄를 짓고 달아나 외황外黃이 라는 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였다. 장이는 외황의 어떤 부잣집의 식객 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 집에는 예쁘게 생긴 딸이 있었는데, 보잘것없 는 남자한테 시집을 갔다가 도망쳐 친정에 와 있었다. 그녀는 장이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대번에 알아보고 그와 결혼했다. 진여陳餘 또한 대량 사람이다. 그는 조나라의 고형이란 고을을 자주 다녔는데, 고형의 한 부자가 진여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자기 딸과 결혼 시켰다. 진여는 나이가 젊었으므로 장이를 아버지처럼 섬겼으며, 목이 달아나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만큼 깊이 사귀었다. 진秦나라가 위나라를 멸망시킨 지 여러 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진나 라에서는 두 사람이 위나라의 이름 있는 선비라는 소문을 듣고 현상금 을 걸고 잡고자 했다. '장이를 잡는 자에게는 1,000금을, 진여를 잡는 자에게는 500금을 주겠노라.' 그래서 두 사람은 이름과 성을 고치고 진陳나라로 가서 어떤 마을의 문지기 노릇을 하며 거기서 받은 돈으로 겨우 끼니를 이어갔다. 하루는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을의 관 리가 진여에게 잘못이 있다고 그를 붙잡아 매질을 했다. 진여가 화를 참 지 못해 대들려고 하자, 장이는 그의 발을 밟아서 그대로 매를 맞게 했 다. 관리가 가버린 뒤에 장이는 진여를 뽕나무 아래로 데려가 꾸짖었다. “처음에 나와 그대가 약속한 것을 잊었는가? 지금 조그만 치욕 때문 에 하찮은 마을관리에게 목숨을 버리려 하는가?" 진여는 그 말이 옳다고 여겼다.

 

싸우지 않고도 성城을 얻는 비결

그 후 기 땅에서 일어난 진승陳勝이 수만의 무리를 이끌고 진秦나라에 대항하자 장이·진여 두 사람은 그의 휘하에 들어갔다. 진승이 가는 곳 마다 진나라의 폭정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호응하니 진승의 세력은 더 욱 강대해졌다. 그러자 진승은 장이와 진여의 충고를 듣지 않고 스스로 진왕陳王이라 칭했다. 이 일로 두 사람과 진왕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진왕은 군사를 동북쪽으로 돌려 진陳나라 사람 무신군武信君을 대장 으로 삼고, 장이와 진여를 좌우 교위校尉(군법과 병마를 감독하는 무관)로 삼아 범양范陽을 공격하였다. 그때 범양 사람 괴통이 범양현의 현령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공께서 곧 돌아가서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조문하러 왔습니다. 그러 나 공이 이 괴통에 의해 살 수 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범양 현령이 의아해 물었다. “나를 조문한다니 무슨 말인가?" 괴통이 말했다. "당신은 현령으로 있은 지 1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혹독 한 진秦나라 법을 적용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천하가 어지러워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때 에 당신에 의해 죽임을 당한 자의 아버지와 아들들이 당신을 가만 놔둘 리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당신을 조문하는 까닭입니다. 때마침 진승의 명령을 받은 무신군의 군대가 쳐들어오니, 그 사람들은 다투어 당신을 죽이고 무신군에게 항복하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급히 저를 무 신군에게 파견하십시오. 그러면 화를 면하고 복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 니다." 범양 현령은 괴통의 말을 듣고 그를 무신군에게 파견했다. 괴통은 무신군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께서는 지금까지 항상 피를 흘리는 싸움 끝에 성을 탈취해왔습 니다. 그러나 신이 생각건대 그것은 좋은 계책은 아닙니다. 진실로 신의 계책을 들으신다면 공격하지 않고 성을 얻을 수 있고, 싸우지 않고 땅을 빼앗을 수 있으며, 격문만 전달하고도 천 리를 평정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어찌하면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괴통이 자세히 설명했다. "범양 현령은 비겁하여 당신에게 항복할 마음이고, 범양의 혈기왕성 한 젊은이들은 그 수령을 죽이고 결사항전할 태세입니다. 그러나 당신 이 성을 공격할 때마다 항장들을 다 베어 죽였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 습니다. 그러니 제후의 인을 내려 범양 현령에게 그 자리를 보장해주고 또한 연나라와 조나라의 교외를 달리게 한다면 이를 보는 자들은 다 '항복한 범양 현령은 저렇게 무사하구나' 생각하고 스스로 항복해올 것 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싸움을 아니하고도 항복을 받아낼 수 있게 됩니 다. 이것이 바로 '격문만 전달하고도 천 리를 평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신군은 괴통의 계책대로 따르기로 했다. 괴통을 시켜서 범양 현령에게 제후의 인을 내리니, 과연 조나라 땅에서 이 소문을 듣고 싸우지 않고 항복해온 성이 30여 개나 되었다.

 

혁명의 깃발 아래 뜻을 같이하던 동지들이었건만

장이와 진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신군에게 진승을 배반 할 것을 부추겼다. 무신군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 조왕趙王이 되었다. 그는 장이를 우승상, 진여를 대장군으로 삼았다. 이를 보고받은 진왕은 매우 진노했으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자를 보내어 조나라 왕이 된 것을 축하해주었다. 그러면서 진秦나라와의 싸 움이 급했으므로 무신군에게 진나라 관문으로 쳐들어가라고 했다. 이 에 장이와 진여는 진왕의 속셈을 간파하고 무신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를 멸명시키고 나면 군대를 동원하여 조나라를 칠 것이 뻔합 니다. 그러므로 북쪽의 연燕과 대代를 공격하고, 남으로는 하내河內를 점령해 땅을 넓히십시오." 그러나 무신군의 명을 받은 한광韓廣이 연나라에 이르자 연나라 사람 들에 의해 왕으로 세워지고, 진나라를 공격하던 장수 이량李良도 말머 리를 돌려 조나라 한단을 습격하니, 진나라에 반기를 들기 위해 함께 모인 세력들이 사분오열되어 서로 다투게 되었다. 얼마 후 장이도 진秦 나라에 투항한 이량에게 쫓기어 거록성巨鹿城에 갇히게 되었다. 장이는 성 밖에 있는 진여에게 이량을 공격하라고 했으나, 진여는 자기 세력이 약한 것을 두려워하여 머뭇거렸다. 그러자 장이가 몰래 사람을 성 밖으 로 보내어 진여에게 이렇게 전하게 했다. "처음에 나와 당신은 목이 달아나도 변치 않는 교분을 맺었소. 지금 이 몸이 죽게 되었는데, 공은 수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마땅 히 구원하지 않으니, 서로 위하여 죽기를 맹세한 우정은 어디로 갔소?" 그러자 진여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기 살기로 싸워도 세력이 약하여 불리하오. 내가 당신과 함께 죽 으려 하지 않는 까닭은 당신의 원수를 갚고자 함이오. 지금 함께 죽는 다면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주는 것과 같을 뿐, 무슨 유익함이 있겠소?" 그러나 진여는 결국 좌우 부하들의 권유로, 부하를 보내어 성을 포위 하고 있는 이량의 군사들을 치게 하였다. 마침 초패왕楚覇王 항우의 군 대가 성 밖의 진나라 군대를 치는 바람에 장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 다. 하지만 진여의 부하들 중 싸우기를 주장하던 장수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장이는 진여를 만나 조나라를 재빨리 돕지 않은 것을 꾸짖고, 진여의 죽은 장수들도 그가 죽인 것으로 오해했다. 장이가 자꾸 따지고 들자 진여가 화를 내며 말했다. "군께서 저를 원망하심이 이렇게 깊은 줄은 몰랐소! 내가 장군의 지 위에 연연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는 장군의 인수타를 풀어 장이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장이도 놀라서 받지 않았다. 진여가 일어나 변소에 간 사이, 한 객인이 장이에 게 말했다. “신은 들으니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 다'고 합니다. 지금 진장군이 당신에게 장군의 인수를 주었는데, 군께서 받지 않는 것은 하늘의 뜻에 위반하는 것으로 상서롭지 못합니다. 급히 그것을 받으십시오." 그래서 장이는 진여의 인수를 차고 그 휘하의 사람들도 다 거두었다. 진여는 돌아와서 장이가 그 인수를 돌려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며 그곳 을 나와버렸다. 결국 이 일로 장이와 진여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었다. 한편 조나라를 접수한 항우는 조나라를 나누어 장이를 상산왕常山王 으로 봉하고 그 땅을 다스리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진여는 자신만 논공행상에서 제외되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진여는 제나라 왕 전영田榮 의 군대를 빌려 장이를 공격했다. 그러나 장이는 싸움에 패해 한나라로 도주했다. 장이가 한나라 왕을 알현하자 왕은 그를 후하게 대접하였다. 조나라 땅을 회복한 진여는 대 代 땅에 있던 조왕을 모셔와 다시 왕위에 앉혔다. 조왕은 진여의 은덕을 생각하여 그를 대 땅의 왕으로 삼았다. 한나라 3, 한나라 왕은 장이와 한신韓信을 보내 조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장이와 한신은 진여를 잡아 목을 베었다. 이에 한나라 왕은 장이 를 조나라 왕으로 세웠다. 그 뒤 한나라 5년에 장이가 죽자 장이의 아들 장오張敖가 뒤를 이어 조나라 왕이 되었다. 장이·진여는 세상에 어진 사람으로 전해졌고, 그들의 빈객과 머슴 에 이르기까지 천하의 호걸이 아닌 자가 없어서 제각기 살았던 나라에 서 경상卿相이 되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런데 장이와 진여는 가난할 때 는 죽음을 무릅쓰고 신의를 지켰으나, 나라를 놓고 서로 권력을 다투게 되자 마침내 서로 의심하고 멸망시키려 하였다. 비록 그들의 명성이 높고 수많은 빈객이 찾아들었다고 하나, 그들이 걸어온 길은 나라를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이익을 초월하던 오나라의 태백太伯이나 연릉延陵의 계자季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소설보다 재미 있는 사기열전

지은이 : 사마천

편역자 : 김민수